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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생애주기별 학대․폭력의 전이

4. 아동학대와 노인학대

노인학대의 세대 간 전이와 관련한 선행연구 결과는 학대 피해 노인은 생애 전반에 걸쳐 학대 및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 취약성을 보이는 경 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캐나다 55세 이상 지역사회노인 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McDonald, & Thomas, 2013) 아동기 학대 경험만이 노년기 학대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타 생애 주기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아동기와 노년기 동시에 학대 경 험이 있는 비율이 전체 표본의 38.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년기에만 학대를 경험한 비율은 7%에 그쳤다. 자기방임에 대한 생애주기적 접근(Band-Winterstein, Doron, & Naim, 2012)을 수행한 연구 역시 자기방임 노인의 생애를 보면, 아동학대, 고통, 손실 등 의 부정적인 생애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일랜드 자기방 임 노인에 대한 질적 연구 역시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Day et al., 2013), 아일랜드 자기방임 노인 역시 이전에 아동학대, 방임의 경험 으로 인한 트라우마의 희생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간 폭력전이로 인해 아동학대 또는 노인학대를 행할 수 있지만 둘 사이에는 차별적인 특성이 있다. Pillemer(1986, p.243)의 지적처럼 아 동학대에서 행위자는 폭력적인 행동을 한 개인에 대해 학대를 하는 것이 아닌 아동에게 학대를 행하는 것이지만, 노인학대에서 행위자는 폭력에 대한 모방과 함께, 보복(retaliation)을 가한다는 점에서 대별되는 차이 가 존재한다(Korbin et al., 1995에서 재인용). 즉, 노인학대에서는 학대

행위자가 단순히 폭력을 학습해서 학대를 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폭력 피해에 대해 보복을 가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인학대는 부모 와 자녀가 생애동안 서로를 상호 학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순환적 인 현상이라는 점에서(Jones et al., 1997) 다른 생애주기 학대 및 폭력 과는 차별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으로 인해, 아동학대는 아동이 피해 자이고 부모가 가해자로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노인학대는 피해자가 과 연 누구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연구자들은 노인학대 중 일부를 상호 간의 학대(mutual abuse)로 보고 이 둘 간에 정서적·신체적 학대가 서 로 교환된다고 보고하였다(Dong, Chen, & Simon, 2014). 즉, 과거 노 인이 젊었을 때 그들의 자녀를 방임하거나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가한 경 험이 있어 노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서로 가해하고, 상처를 받는 복잡한 관계인 경우가 존재한다(정혜란, 김미원, 2014).

제4절 소결

이상의 논의를 통하여 폭력 및 학대 피해 경험과 그러한 경험의 부정적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향에 대해 실증 근거들을 제공해 왔던 기존의 학 대 및 폭력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아동 및 청소년이 경험하는 폭력의 다양 한 스펙트럼 중 단일한 유형의 폭력 피해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왔다는 한 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아동 및 청소년의 폭력 피해 경험의 범위와 다양성을 과소 추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존재함과 동시 에 단일 유형 중심의 학대 및 폭력에 대한 분절적인 접근은 서로 다른 수준 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폭력 피해 경험 사이의 상호연관성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단일 유형의 학대 피해 경험과 비교할 때 중 복학대피해 아동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더욱 심각하고 장기적이며

전 생애에 걸친 위기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 때문에 중복학대피해 아동의 규모를 밝히고 부정적 영향의 수준을 파악하여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본 장에서는 기존의 단일 학대 중심의 분절적 접근을 극복할 수 있는 유용한 접근 틀(framework)로서 아동기의 중복피해경험과 가정폭력의 중복피해경험을 종합적으로 논의하였다. 아동기 폭력의 중복피해경험에 대한 연구는 아동기에 가정, 학교, 지역사회 등 아동의 주생활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학대 및 폭력 중복피해경험을 분석하기 위해 유용하지만, 그 대상이 아동으로 한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지 워진다. 따라서 아동기, 청장년기, 노년기 등 전 생애주기에 걸친 학대와 폭력의 경험을 포괄하기 위해 ‘가정 내’ 다양한 형태의 학대 및 폭력의 중 복경험(Family Poly-victimization)에 대한 접근을 접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빈곤 및 실업 등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배제로 인하여 광범 위한 갈등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해체위기의 가족은 학대 및 폭력의 주 요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정 내 학대의 중복경험과 세대 간 전이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틀에 기초하여 생애주기별 학대 및 폭력의 중복경험을 중 심으로 세대 간, 세대 내 전이를 통한 학대 및 폭력의 순환구조를 고찰하 였다. 분석 결과, 아동학대, 부부폭력, 노인학대 등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학대는 세대 간 전이효과의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아 동학대 및 부부폭력 등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가정 외에서 발생하 는 학교폭력과 일정한 상호관계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대 및 폭력의 순환성, 즉 세대 간 전이 효과의 복잡한 양상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동기 학대 피해 경험=성인기 폭력행위’로 이어지 는 기계적이고 단선적 기존의 이해를 넘어서는 폭력의 순환성과 세대 간 전이의 맥락과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