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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담론 : 비판이론과 의사소통적 계획이론

합리성을 기준으로 예단 가능했던 과거의 접근방식과는 달리, 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의 주요한 사회현상들은 필수불가결하게 계획이론에도 접목 될 수밖에 없었다. 현대의 많은 탈근대주의적(post-modernism) 담론들은 복잡다단 한 현대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점들을 계획 분야의 이론적 입장에서 이 해하고 해결하려는 시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1990년대부터 계획이론 분야 에서 중점적으로 도입했던 새로운 담론들 중 대표적인 것이 비판이론(critical theory)과 신제도주의(new institutionalism)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26) 이러한 담론 들은 계획을 “의사소통적(communicative)"으로 파악하는, 즉, 계획을 의사결정과 정에서 합의형성과정으로 보는 실천지향적 패러다임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게 된다.

25) 자본주의의 속성상 이러한 사회적 약자와 강자의 구도는 단순한 하나의 공공정책이나 계획만으로 바뀌기 힘들며, 다른 여러 제도와 연계되어 형성되었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순진한 자유주의적 개혁 가의 사고로 치부될 가능성 또한 높다(Dear, 1986 : 114). 그러나 옹호주의적 이론의 근본적인 정신은 아직 공공계획을 입안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아직 많이 제기된다 (Krumholz, 1982; Metzger, 1996 등).

26) 비판이론과 신제도주의는 그 자체로서도 방대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연구의 본문에 서는 그 핵심만을 언급하고, 별도로 <보론1>에서 보다 상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비판이론의 대표학자인 Habermas(1998, 2002)는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personal identity)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호 주관적(inter-subjective)으로 전이(轉移)되어 있는 한 사회집단 속에 살거나 그 집단 속으로 이주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만약 이러한 집단 속에 있지 못할 경우에는 상호이해를 꾀하는 개인의 의사소통 과정 이 방해받기 때문에 마치 인간 생존의 전제조건이 위배되는 만큼이나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이해하였다. 따라서 Habermas에 의해 주창된 의사소통적 행 위란 결국, 실체적으로 의미 있고 왜곡되지 않는 의사소통(meaningful and undistorted communication)이 가능한 공공환경의 재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유방식을 계획이론에서 수용할 때 명확하게 인지되는 하나의 사실은 공공계획의 과정에서 계획가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비롯하여 각종 조직과 지속적 으로 정보와 생각을 주고받는 의사소통 행위(communicative action)를 한다는 것 이다. 이러한 의사소통 행위는 단순히 공식적인 과정이나 보고서 뿐만 아니라, 전자우편이나, 회의장소, 또는 일상적 대화 속에서도 발생한다. 그런데 의사소통 은 단순히 말(words)의 교환을 넘어서 다양한 제도 간, 정치 간, 권력 간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일단 의사소통이 일어난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 영향을 받게 된다(Brooks, 2002: 121~122).

Habermas에 의하면 현대의 자본주의와 기술 관료적 체제는 사회의 의사소통을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정형화된 현대사회의 공공계획은 정치․경 제 논리구조에 기초한 도구적 사고(instrumental reasoning) 또는 목적․이성적 행 위(purposive-rational action)로써 다양한 사회집단의 가치 또는 욕구를 일률적인 선(善)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처럼 호도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의사소 통은 공공의 영역(public realm)에 참여한 주체들이 상대방의 주장을 인식하고 존 중하며, 상대방의 주장을 명확히 하는 가운데 그들을 인정하는 방식을 통해서 달 성될 수 있다. 따라서 의사소통 행위로서의 공공계획은 여러 다른 종류의 집단들 간의 대화와 논쟁을 조정하고 실제적인 정책입안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다 (Healey, 2006: 49~50). 공공의 공간 속에서 사회의 각 구성원은 문화적 인식과 사 고를 바탕으로 집단적으로 동의하는 진실과 정의에 최대한 근접할 수도 있다. 이

러한 바람직한 사회적 담론과정, 즉 상호 교류하는 집단적 사고(collective reasoning)의 형성과정이 곧 공공계획이 되는 것이며(ibid: 53), 이 경우, 공공계획 가는 협상자(negotiator)나 이해관계자 사이에서의 중재자(intermediary)로서 이해 될 수 있다(Innes, 1995: 183)

(2) 새로운 담론 : 신제도주의와 참여적 계획이론

신제도주의 이론은 사회 속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제도적 존재들(institutions)에 대한 분석적 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발전되어 왔고, 현대의 여러 사회과학 이론 중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사회학의 대표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도란 법률, 법원, 정부 등과 같은 구체적(materialistic) 정의 이외에도 추 상적 개념으로서의 “규범(norms), 가치(value), 혹은 신념(belief)” 등을 포함하므 로, 제도에 종속된 개인의 행동은 미시적 수준(micro-level)에서의 독자적이고 독 립적인 행동양식이 아니라, 주어진 제도에 종속된 행동이 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personal identity)이, Habermas가 인식한 것과 유사하게, 사 회화 과정 속에서 형성됨을 의미한다. 특정한 환경과 공간 속에서 문제점을 야기 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물리적 실체들의 만남과 충돌은 단지 개인의 문제에 국 한 되는 것이 아니라, 가령 공장 폐수의 방류와 강에 사는 생명체의 문제와 같이 물리적 실체와 환경, 혹은 물리적 실체와 추상적 개념과의 만남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더욱이, 이런 조우가 추상적인 개념으로 확대될 경우, 가령 서로 이질적인 문화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접근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처럼, 복잡한 현대의 사회적인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제도 속에 노출된 채로 개인 간, 개인과 제도, 혹은 제도 간 관계와 교류 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이 형성된다(Lecours, 2005; 하연섭, 2002). 이것이 이른바 다음의 <그림 2-2>에 표현된 바와 같은 “관계형성 과정(relation-building process)”

이며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삶은 “관계적 네트워크(relational network)”를 형성하 고,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축적하는 사회적 현상이 “관계적 문화(relational

제도 A

요소 요소

제도 A

관계적 네트워크 제도 B

확대된 관계적 문화

제도 B

관계적 문화 제도 C

제도 C

<그림 2-2> 신제도주의 관점의 관계형성과정

\culture)”이다(Healey, 2006: 57). 또한 관계적 문화는 한 제도 내 구성 요소들과 그 제도, 또는 제도 간의 관계로 확대된다.

※ 직사각형 내의 배경색 : 각 요소들은 관계적 문화를 통해 한 제도 내에서 동질적인 문화를 형성함을 위미

이와 같은 관점에 입각할 경우, 공공정책이나 공공계획에 의한 제도의 변화에 는 제도 내 구성요소들의 참여를 통한 합의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한 사 회의 거버넌스 과정에서는 개인, 조직, 회사 혹은 이들을 통한 파급 및 재파급을 통해 무수히 많은 관계로 발전을 하면서 스스로 관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 때, 필연적으로 관계의 형성은 권력 구조를 반영하게 되며 거버넌스에의 참여 혹 은 공공계획에의 참여는 관계적 형성을 통해 정책적 논의를 제기하고, 정책형성 의 구조적 권위에 변화를 야기하고, 종국에는 제도의 변화를 유발한다.

요컨대, 신제도주의는 집단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집행 능력에 대해 초 점을 맞추므로, 참여적 계획이론에서는 신제도주의를 광범위하게 실시되는 정부 의 여러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는 공공정책과 공공계획의 주요의 제들이 관계적 형성과정을 통해 관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즉, 공공계획의 핵심은 시스템의 분석과 예측에 의한 효율적 제어(control)가 아니 고 의사소통과 협상에 의한 합의(consensus)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며, 전통적인 계획적 합리성보다는 이해당사자들의 상호 이해와 거버넌스에 기초한 합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념을 표방하게 된다.

(3) 협력적 계획론 (Collabolative Planning)

협력적 계획론은 위에서 언급한 비판이론적 접근과 신제도주의적 접근의 영향 에 의해, 즉 의사소통적 계획과 참여적 계획의 속성을 종합한 형태의 계획이론으 로 1990년대 후반 이후 관심을 끌고 있다.27) 대표적으로 Innes and Booher(2000a) 는 전통적인 계획방법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기되고 있는 방법 가운데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호작용적 담론의 협력적 모형이라고 주장한다.

27) 이와 유사한 범주에서 지난 10여 년간 John Forester(1989; 1999), Patsy Healey(1996, 1997, 1998), Charles Hoch(1994), Judith Innes(2000; 1999a; 1999b; 1999c; 1996)등의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의 연구가 있어 왔다. 이들 학자들은 뚜렷한 공통점은 공공계획가의 중심적 활동은 성찰(심의)과정을 촉진하거 나 참여하는 것이라고 전제(Fischler, 2000: 358)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묶어 협력적 계획론이라 부른 다.

기존의 전통적 계획 패러다임이 논리적 실증주의에 기초한 전문성과 정책(의 사)결정자 간의 의사소통이 주가 되는 과학적, 기술적, 도구적 합리성의 계획관 을 표방하고 있었던 데 비해, 협력적 계획모형이란 <표 2-2>에 집약된 바와 같이 합의를 구하는 테이블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대면적인 정책 대화를 하는 형태 를 취한다(Innes and Booher, 1999b). 이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성과를 얻어내 기 위하여 두 세 사람이 힘을 합하는 파트너십의 형태가 될 수 있으며, 행위자들 의 네트워크간의 다차원적인 연계성을 포함할 수 있거나, 서로 다른 목표와 역량 을 가진 행위자들 간의 전체의 복지에 상호 도움이 되는 공생적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진정한 협력은, 제한된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 다른 면을 얻게 되는 타협과 는 다르다. 오히려 협력이란 파이를 키우는 것이고 보다 나은 대안을 창조해내는 것이다(Innes and Booher, 1999a: 7).

<표 2-2> 전통적(합리적) 계획과 협력적 계획의 특성 비교

<표 2-2> 전통적(합리적) 계획과 협력적 계획의 특성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