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획이론, 계획모형과 계획전통
이론이란 일반적으로 어떤 현상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기 위한 논리체계를 의 미하며 계획이론(planning theory)은 계획현상을 설명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질 높 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정환용, 2001). 계획이론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되는데 절차적 계획이론을 정립한 Faludi(1973) 이후에는 계획이론을 실체적 이론(substantive theories, theory in planning, 특정 계획분야의 전문지식에 관한 이론, 예측하는 이론으로 계획현상이 나 계획대상에 관한 이론)과 절차적 이론 (procedural theories, theory of planning,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한 계획의 과정에 관한 이론) 으로 대분하는 경향이 지배적이 되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다분히 계획을 과학적 의사결정과정으로 보는 입장으로 편 향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계획이론을 “보다 효율적, 과학적으로 사회적 기 능을 수행하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계획의 체계적인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
으로 보는 편향성, 혹은 기능적인 현상으로서의 계획에 대한 이론으로 그 의미와 영역이 국한되는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계획이론이라기보다
11) 행정학 및 법학적인 입장에서도 행정계획의 전문성 ·탄력성과, 계획의 구체적 내용은 법률에 직접 담기 어렵다는 입법기술상의 난점 때문에 행정기관의 계획재량이 강화되는 경우에는 입법적 통제가 약화되어 법률에 의한 행정이 계획에 의한 행정으로 대치되고, 근대문명의 산물인 의회주의·법치주 의·권력분립주의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도 행정계획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 는 계획책정상의 절차적 보장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계획확정 절차에는 심의회를 구성하는 방법, 관계기관의 협의에 붙이는 방법,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법, 공청회 기타 주민참가를 유도하는 방법, 계획을 일반에게 공포하는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는 계획모형(model)으로서 즉, 한 갈래의 계획이론 또는 전통에 기초하여 고유의 인식론과 논리적 방법론 및 행위 규범 등을 정립한 실천적 틀로서 이해된다. 예 를 들어 과정으로서의 계획론의 입장에서 다양한 절차적이고 방법론적인 입장 들, 즉 종합적 계획모형(synoptic or comprehensive), 점증주의(incrementalism), 혼 합주사모형(mixed-scanning) 등이 제시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같은 모형들은 결국 합리적 계획이라는 큰 틀에서 파생한 다양한 방법론적 모형으로 여겨진다.
이 연구에서는 계획 패러다임에 관한 논의와 관련하여 사회철학적인 다양한 인식과 규범 및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가치체계(이론체계)에 근거하여 공 공계획의 현상을 진단․비판하고 새로운 규범을 제시하는 광범위한 사회과학적 논의도 계획이론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social theories on planning). 이와 같은 인식은 Friedmann(1987)이 제시하는 계획이론의 전통 (tradition)의 포괄적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즉, 계획이론은 고유한 인식론(또는 존재론적 관념)의 기초 위에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해석, 방법론, 규범이 수 정․변화․진화하는 이론적 틀의 누적적 총체로서 계속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2) 계획이론 영역의 확대
서구,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의 계획이론 분야는 공간계획 혹은 도시 및 지역계 획을 그 실천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띠어 왔다. 또한 전통적으로 계획은 물리적 환경만을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 같은 경향은 계획의 일반 이론(positive theory) 혹은 합리적 계획모형 관련 논의가 도시계획 관련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고, 정치경제적 접근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계획에 대한 비 판적 논의가 도시현상과 도시계획에 관련하여 집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 나 현대의 공공계획은 사회, 경제, 문화 등의 인문환경까지를 포함하는 종합계획 적 속성을 띄게 되고, 특히 계획결정과 관련해서 이해관계와 사회적 합의 등의 요소를 중요시하게 되면서 정치, 사회, 경제, 이데올로기, 법률 등에 관한 이론적
논의가 부가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12).
이처럼 사실상 계획이론이 포괄하는 영역에 대한 인식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계획이 가치중립적이고, 비정치인 활동으로 여겨 온 것과는 달 리 적어도 1960년대 중반부터는 계획이론 분야에서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과 관 련하여 공공계획의 정치적 의미와 규범을 논하는 경향 (Davidoff의 Advocacy Planning, Ganz의 Social Planning 개념 등)이 나타났다. 또한 1980년대 이후에는 사회구조적, 즉 정치․행정․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의 광범위한 담론(비판이 론, 신제도주의적 이론 등)에 근거한 공공계획의 규범적, 실체적 방법론을 제시 하는 경향 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결국 오늘날 계획이론은 물리적 계획(physical planning), 사회계획(social planning), 경제계획(economic planning), 정책계획(policy planning) 등의 영역을 모 두 포괄하는 것으로 인식된다.13) 여기에 방법론적인 측면(과정으로서의 계획)과 공공계획이 대상으로 하는 지리적 영역(혹은 계획대상이 되는 사회집단) 측면이 어우러져 공공계획에 관한 이론적 영역을 형성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공공계획 패러다임
패러다임14)이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12) 1966년에 미국계획가협회(AIP ; American Institute of Planners)에서는, 도시계획과 물리적인 설계에 치중하는 전통의 계획개념을 거부하고, 계획의 범위에 사회와 경제부문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다 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과거 계획가들은 도시지역의 물리적 개발을 위한 계획활동에 주로 참여 해 왔으나 점차 넓은 지역(국토, 지역)의 계획수립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 개발 계획에 사회계획과 경제계획을 포함시키는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당연히 계획에 참여하는 계 획가들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즉, 경제전문가, 사회복지가, 정책분석가, 도시계획가 등이 참여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American Institute of Planners, Report of the Committee on Restatement of Institute Purposes(Washington D.C. : American Institute of Planners, 1966). 최일섭, 이창호, 「사회계획 론」, 나남, pp.45~49, 1993.
13) 공공계획의 종류와 범위에 대해서는 계획의 실제적인 대상분야에 대해 학자에 따라 여러 분류를 하 고 있다. 피푸너(Pfiffner, J.)는 경제사회계획, 물적계획, 행정계획으로 구분하였으며, 갤러웨이 (Galloway, G.)는 자원계획, 경제계획, 사회계획, 지역계획, 방위계획으로 구분한다(유훈, 1991: 244).
여기서는 Burchell and Hughes(1979)에 따라 물적, 사회, 경제, 그리고 정책계획으로 분류를 인용했다.
14) 패러다임은 원래 미국의 과학철학자인 Thomas S. Kuhn(1922-1996)이 <과학혁명의 구조 The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로 이해된다. 계획이론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서로 다른 “패 러다임”으로 일컬어지는 것은 ① 합리적 계획 모형(rational mode of planning, 합 리성과 의사결정을 위한 일련의 선택과정을 강조)15)와 ② 정치경제적 접근 (political economy or marxist approach, 자본주의 사회의 도시계획에 대한 비판적 인 분석)16) 이다. Camhis(1979)가 적절히 표현한 바와 같이 마르크스주의적(유물 론적) 사회과학 이론은 다른 자본주의적 이론들과 방법론적인(methodological) 차 이 정도가 아닌 존재론적인(ontological) 차이가 있으므로 이들을 서로 다른 패러 다임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와 같이 특정사회, 특정시대 계획현상의 사회적․맥락적․
실천적 총체와 그 변동성을 구명하고자 하는 의도로 계획 패러다임을 논할 때에 는 지나친 배타성을 갖는 위와 같은 구분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일반적인 의 미에서 본다면 패러다임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라는 해석이 적절할 것 이다. 여기서 본다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볼 때 시각적인 감각에서가 아니라, 지 각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관점에서 이 세상을 “보는” 것을 말한다. 또한 쿤의 관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하는 것은 오늘 날의 진리가 내일에는 틀린 이 론이 될 수 있다는 점, 즉, 역사적 상황이나 사회적 여건이 변하면 진리의 내용도 변한다는 것이다. 즉, 과학적인 방법론, 사회적․정치적 규범들도 시대의 맥락에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 1962>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정확한 정의는 쿤 자신의 저서에서 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그 의미는 어떤 한 학문 영역에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제반 연구를 통합하는 이론적 틀을 일컫는 것으로 생각된다.
15) 여기서의 합리성(rationality)은 주어진 환경하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 결정과정의 기준인데 현대 계획이론에서의 합리적 계획모형은 종합적 합리성에서 Simon이 제기한 개념으로서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sm)의 추구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즉 합리적 계획모 형이 이상주의적 이론이라면 인간의 합리성의 한계를 인정하는 현실적인 이론으로 부분적 점진주의 (Lindblom의 jointed incrementalism)나 합리성의 지나친 강조에 따라 현실성이 결여된 합리적 계획 모 형과 현실상황의 강조로 계획성의 결여를 나타내는 점진주의를 절충하여 계획체계를 이원화한 이론 으로서 혼합형 탐색(Etzioni의 Mixed scanning) 등이 제시된다.
16) 주로 맑스주의적 접근에서 1970년대 이후 현대 자본주의 경제와 국가체계에 대한 비판론적 관점에 서 대두되었다.(Harrvey, 1978; Paris, 1982; Feinstein and Feinstein, 1985 등), 지나치게 장기적, 사회구 조적 해결책만을 강조함으로서 부분적 개선을 위한 단기적 의사결정을 통한 한계적인 개선과의 부
16) 주로 맑스주의적 접근에서 1970년대 이후 현대 자본주의 경제와 국가체계에 대한 비판론적 관점에 서 대두되었다.(Harrvey, 1978; Paris, 1982; Feinstein and Feinstein, 1985 등), 지나치게 장기적, 사회구 조적 해결책만을 강조함으로서 부분적 개선을 위한 단기적 의사결정을 통한 한계적인 개선과의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