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계획의 “정치적” 속성과 국가계획론 : 변화의 동인

1960년대 이후 2,30년간의 압축성장 시대의 공공계획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적 논의의 보완을 위해서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정치적 과도기를 지나면서 우리나 라 공공계획이 어떻게 그리고 왜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는 공공계획이 사회 속에서 야기하는 갈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계획은 정치상황 속에 있고,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Dyckman, 1978: 299)라고 말하는 것은 진부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계획은 정치시장

과 이익집단의 존재를 우선 전제로 삼는다. 여기서 정치는, 여러 정당들이 원하 는 자원에 대한 분배 뿐 아니라, 각각의 이익을 위해 자원배분을 조정하려는 활 동까지도 포함한다(Baum, 1988). 그러나 이 같은 정치과정은 결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며33), 권위적 정치체계와 전형적인 지침적 개발계획 (indicative development planning)이 지배적인 개발도상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들에는 한 사회의 정치경제적인 역학 관계 속 에서 공공계획을 분석하는 정치경제학적 관점(마르크스 이론)과 의사소통의 왜 곡에 의해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관철되는 현상을 포착하는 비판이론적 관점들이 있다. 마르크스 이론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실행되는 계획이 특권의 유지라는 절 대적인 목적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이익집단간의 경쟁은 자본가와 노동계급 사 이의 본질적인 분쟁으로 인식되고, 공공계획은 국가를 포함한 지배층이 자신 의 특권을 지탱할 만한 충분한 정치적 힘을 가졌을 때에만, 노동자계급을 위해서 실행된다고 본다. 비판이론은 계획 수립을 포함한 의사소통 과정이 기득권 (자)을 보호하려는 국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왜곡된다고 주장한다(Kemp, 1982).

특히 마르크스적 인식론에 기초한 학자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공공계획 과정에서는 사회의 특권계급을 보호하는 국가를 지배세력으로 파악한다.

Burton & Murphy(1980a)에 따르면 공공계획은 본질적으로 국가와 지배계층을 이익에 봉사하면서 겉으로는 사회의 공동 목표와 사회 평등에 대한 환상을 제 공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 사회구조 안에서 공공계획의 역할 에 대하여,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중립적 역할보다는 대행인으로서의 본질과 역 할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계획은 공익과 공공서비스의 제공자이고, 시장을 조정

33) 그 예로 Hall의 Great Planning Disasters(1980)를 들 수 있다. Hall은 지역사회와 관료, 정치인들이 주요 행위자로 관찰되는 계획 결정 체제에서 모순점을 발견한다. “체제 중심부인 관료는 보통 규모가 크 고 체계적이며, … 매우 보수적이다(…정치적 압력이 급격한 발전과 새로운 정책 수요를 야기할 때 를 제외하고는). 그 주변부는 압력집단들로써, 개발을 비롯한 새로운 이슈나 외부의 압력에 대응하 여 형성된다. 이러한 집단들은 전문적 정치가들에게 세력을 미치길 원하며… 놀랍게도 종종 성공하 여… 정치가들은 이 집단들의 요구에 대응하거나 정치적 제휴를 형성하여, 그들의 요구 중 어떤 것 은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하거나 촉진시키며, 정책목표를 위한 경제전문가인 동시에 계층 간 갈등의 중재 자가 되는 것이다(Clark & Dear, 1981, 1984).34) 비슷한 의미로, Beaurogard(1978) 은 자본주의 국가의 공공계획은 국가의 정당화(legitimation)와 자본축적 혹은 경 제성장(accumulation) 기능을 추구하는 도구라고 주장한다.35)

자본가와 노동자의 모순된 관계에 대한 인식을 기본으로 하는 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의 우려는 자본주의 국가계획은 궁극적으로 자본가들의 이익을 보호하여 노동자와 나아가서는 시민사회 일반에 대한 조직적 착취와 억압을 용이하게 한 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런 시각에서 제시되는 현대 사회의 공공계획에 대한 대안 적 계획패러다임은 “현존하는 지배-종속 구조에 대한 도전”(Friedmann, 1987 : 223)이며 또한 “조직화된 시민세력에 의한 사회변혁”(ibid, 34)을 추구하는 이른바

“급진적 계획(radical planning)”이 된다.36)

이와 같은 국가계획론에서 급진적 계획으로 이어지는 논의는 현실, 특히 권위 적 정부에 의한 강력한 공공계획이 전개되는 우리나라와 같은 현실에 대한 비판 론으로서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증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적인 문제로서 급진적 계획론의 혁명적인 특성은 계획의 시행자와 이론가 모두에게 어떻게 이 론대로 실천할 것인가 하는 데에서 현실성이 없다(Faludi, 1982a)고 반박을 받는 다. 또한 이들 이론의 약점은 분석적인 문제로서 신-마르크스주의(neo-Marxist)

34) 국가계획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유형을 갖는다. 첫째로 직접국가 경영, 혹은 공기업체(혹은 국가가 경영하는)나 금융단체에 의한 투자가 있다. 두 번째 계획유형은 사회자원에 대해 직접 통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침과 제약요소만을 제시한다. 토지이용 규제 정책 등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은 계획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다시 말해, 투자우선순위와 생산목표, 그리고 목표를 위한 실행과정 등을 보여주는 것이다(Shönfield, 1969; Fainstein & Fainstain, 1985b).

35) 이 같은 자본주의 국가계획은 궁극적으로 자본가들의 이익을 보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Fainstein

& Fainstein(1985b)에 따르면, 국가는 축적된 사회적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지 또는 증대시켜야 하는 데, 이는 민간부문은 생산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생산 및 운영 능력이 부족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 국가(계획)는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봉사하는 대신에, 생산 및 재생 비용을 낮추는 정책을 사용한다 예컨대 “생산과정에서의 고용촉진이란, 법인조직의 의사결정이나 시장에서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덜어주어야 함을 의미하며, 국가는 이를 통해 합 법성을 유지할 수 있다”(Fainstein & Fainstain, 1985b: 485; Burton & Murphy, 1980a).

36)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급진적 계획가들이 노동자계급의 힘을 키우고 자본과 국가의 지배로부터 해방 시키려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급진계획의 개념은 주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Friedman(1987)은 급진론이 세 가지의 주요 지적 흐름(이상주의, 사회주의적 무정부주의, 역사적 유물론(Marxism))을 포함하는 사회동원 전통에서 배태되었다고 하였다.

적 접근방법은 해석과 적용간의 연결고리가 불충분하고, 실증분석을 통해 증명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McDougall, 1982).

이러한 결함들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의 국가계획론은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계획의 정치적 속성을 밝히는데 기여하였다.37) 우리나라의 1960 년대부터 적어도 1970년대 말까지의 공공계획 현상은 이와 같은 논지와 맥을 같 이 한다. 즉, 권위주의 정부의 비민주적인 특성 때문에, 국가는 체제의 정당성을 찾아내야할 필요를 느끼게 되고, 이를 위해 정치ㆍ사회질서의 재건과 경제부흥 을 위한 다양한 공공정책 및 국가계획들을 이용한다(Epstein, 1984). 주요 공공정책 및 계획이슈에 대한 결정은 주로 국가와 지배계급 중심의 정치상황 속에서 만들 어지고, 그 이슈들은 대개가 기술적 합리성이라는 조건에서 그 정치색을 벗는 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효율성과 합리성, 그리고 사회적 안정에 관한 규범 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정당성 강화를 위한 국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 와 시민사회간의 경제적ㆍ정치적 갈등이 심화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정치적 불안정이 초래되고, 국가와 국가계획의 정당성이 오히려 훼손되는 현상이 발생 한다. 특히 공공계획과 정책의 수립 및 실행과정에서의 정당성 미흡은 종종 사회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후 다양한 공공계획의 실행을 둘러싸고 노동자, 시민계층, 특정지역민, 환경 등 시민단체의 저항이 “국 가 대 시민사회”라는 갈등구도로 점점 증폭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는데, 결국 이 런 흐름이 공공계획 패러다임의 변화를 유발하는 동인이 되는 것이다.

37) 공공계획의 정치성은 종종 “정치적 비리”를 언급 하는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다. “기술합리성을 추구하는 도시계획이 정치의 비합리적인 논리나 메커니즘에 의해 쉽 게 오염 ... 근대 서울의 이정표가 되는 주요 도시계획사업 치고 그에 얽힌 ‘정치적 비화’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00, pp.742~3)

3) 1980년대 이후의 규범적 계획모형 : 참여 패러다임

우리나라에서 공공계획이라 불리는 것은 최고의 공공기관(국가)의 기능으로

“제도화된” 부분으로 인식된다. 특히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권위주의적 정부가 이끄는 압축성장 시대에 정부조직들은 자체의 계획 부서나 연구소 등을 통해 계획을 수립했고, 성장과 개발을 강조하는 정책의 우선순위로 인해, 시장과 사회를 중재하는 강력한 공공계획(경제, 산업, 공간, 환경)의 성역을 구축했다.

그러나 공공계획이 아무리 결정적이고 강력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격 동하는 정치 상황 내부에서 형성되고 실행될 수밖에 없다. 통치체제는 비민주적 이고, 시장경제는 부조리한 성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 개발논리가 이전 시대에 비해 덜 급박한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는 성장과 개발에서 민주화와 경제정의, 자족성과 사회통합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공공계획이 아무리 결정적이고 강력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격 동하는 정치 상황 내부에서 형성되고 실행될 수밖에 없다. 통치체제는 비민주적 이고, 시장경제는 부조리한 성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 개발논리가 이전 시대에 비해 덜 급박한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는 성장과 개발에서 민주화와 경제정의, 자족성과 사회통합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