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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포트에서 제기한 사망률 불평등 기전

제 1 절 건강수준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기전에 대한 기초이론

1. 블랙리포트에서 제기한 사망률 불평등 기전

사회경제적 사망률 불평등의 기전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역사적 문헌은 1977년 영국의 노동당 정부에 의해 출범한 건강불평등워킹그룹 보고서, 즉, 블 랙리포트라고 할 수 있다. 블랙리포트는 1930년~1932년과 1970년~1972년의 사망자료를 이용하여 사회계층간 건강 수준의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 하였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건강불평등에 대한 근거들은 블랙리포트 이전에도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당시 블랙리포트의 일차적인 목적은, 1948년부터 전국민에게 무상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가 제공되었음에도 왜 건강불평등은 지속되고 있는지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었다(Townsend et al., 1992; Macintyre, 1997). 즉, 블랙리포트는 1948년 이후 30년간 국가보건의료서비 스(National Health Services) 제도를 실시하였음에도 직업계층간 사망률 불평등 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지적하기도 하였지만, 역사적, 학술적 측면에서의 더 큰 의의는 사회경제적 건강불평등의 설명틀(mechanism, pathway)를 제시하였다는 점이다(Titmuss, 1943; Morris & Heady, 1955).

〈표 2-1〉 블랙리포트의 사회경제적 건강불평등 설명 방식

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표 2-1 참조).

인조설이 제기된 일차적인 원인은 영국의 사회계층별 사망률 불평등의 보고 방식과 관련이 있다. 영국에서는 T. H. C. Stevensen의 사회계층 분류 방식에 따 라, 센서스 자료에서의 사회계층과 사망자료에서의 사회계층을 연계한 사회계 층별 사망률 자료를 발표하여 왔다. 블랙리포트에 사용된 사회계층별 사망률 불 평등의 자료 또한 1970~1972년 사이의 자료이었는데, 사망률 계산에 있어서 분모는 센서스 자료에서 가져오고, 분자는 사망등록자료에서 가져 온 후 사회 계층별로 나눠 사망률을 계산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러한 방식의 문제점은 센서스 자료나 사망 자료에서의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체계적으로 오류가 있는 경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망률 불평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가능성 (즉, 人造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이를 흔히 분자/분모 비뚤림 (numerator/denominator bias)이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사망등록자료에서의 직 업계층이 낮게 보고되는 특성이 있다면, 실제로는 직업계층에 따른 사망률 불 평등이 없거나 낮더라도, 사망률 불평등이 존재하거나 크게 보고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블랙리포트에서는 영국에서의 사회계층별 사망률 불평등이 1930 년~1932년에 비하여 1970~1972년에 와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인 조설이 대두되었는데, 영국의 경우 가장 낮은 사회계층(Ⅴ)의 절대적 숫자가 감 소해왔다는 점 때문이었다. 즉, 낮은 사회계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급격히 줄 면, 이에 따라 사회계층별 사망률 차이의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블랙리포트에서는 실증자료를 통하여 실제로 가장 낮은 사회계층(Ⅴ)이 그리 많이 줄지 않고 있다는 점과 사회계층을 합하여(Class Ⅴ를 Class Ⅳ와 합 쳐) 분석하여도 결과는 동일하게 나온다고 반박하였다.

이러한 인조설에는 단정적 설명방식과 융통성 있는 설명방식이 있다. 단정적 설명방식은 사회계층별 사망률 불평등이 앞의 설명에서처럼 측정 오류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입장으로, 실제로는 사회계층과 사망률간에는 관련성이 없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융통성 있는 설명방식은 영국의 직업계층별 사망률 불평등 계산 방식이 갖는 기본적인 한계를 인정하여, 관찰된 사회계층별 사망률 불평등 의 크기는 분자/분모의 측정 오류에 의하여 부분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

장이다. 블랙리포트에서는 인조설의 융통성 있는 설명방식을 받아들였다 (Macintyre, 1997).

사회경제적 건강불평등에 대한 ‘선택설’은 유전론자나 우생학자들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Macintyre, 1997). 인간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육체적 건강 수 준에 따라 사회경제적 위치가 자연 선택되었기 때문에, 보다 우열한 개체가 보 다 나은 사회계층을 보유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사회계층이 건강 수준 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사회계층을 결정하므로, 개인차로 설명되는 사 회계층별 건강 수준의 차이는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단정적인 설명방식과 함께 불건강 상태가 결과적으로 낮은 사회계층으로 의 사회이동(social mobility)을 일으킴으로써 관찰된 불평등의 크기의 일부를 설 명할 수 있다는 융통성 있는 설명방식도 있다. 이 때, 당초의 불건강 상태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결정된다는 시각이 중요하다. 블랙리포트에서는 선택설의 융통 성 있는 설명방식을 받아들였다(Macintyre, 1997).

‘문화적/행태적 요인’ 또한 단정적 설명방식과 융통성 있는 설명방식이 있다.

불건강 행태는 자유로운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건강불평등은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단정적 설명방식에 속한다. 하지 만 건강위해 행태는 사회계층별로 달리 분포하고, 이들이 결과적으로 관찰된 건강불평등 크기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시각은 융통성 있는 설명방식이라 고 할 수 있는데, 블랙리포트는 이 입장을 받아들였다(Macintyre, 1997). 사회경 제적 사망률 불평등의 원인과 관련하여 흡연의 배경에는 사회계층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함으로써, 근인과 근본원인을 분리하고, 흡연은 근인이 기는 하지만, 근본원인은 아니라고 하여, 흡연 또한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 속 에서 파악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Townsend et al., 1992).

‘물질적/구조적 요인’은 블랙리포트가 가장 강조한 설명방식이다. 이에는 단 정적 설명방식과 융통성 있는 설명방식이 있는데, 블랙리포트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수용하였다(Macintyre, 1997). 단정적 설명방식은 사회계층의 결정에 관련 되는 물질적 조건이 사회경제적 건강불평등의 완전한 설명방식이다는 시각이 고, 융통성 있는 설명방식은 물질적, 사회심리적 요인이 사회계층별로 달리 분

포하고, 이들이 결과적으로 관찰된 건강불평등 크기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다 는 입장이다.

블랙리포트에서 주장한 사망률 불평등에서의 인조설의 역할이 과소평가되었 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Bloor et al., 1987). 이런 주장의 근원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사망률 불평등에 있어서 각 개인의 사망여부가 추적 관찰되지 못 한 자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랙리포트의 발간 이후 추적조사 자료 를 이용한 사망률 불평등 연구가 진행되어(Fox et al., 1985; Goldblatt, 1989) 인 조설의 반박 근거로 활용되었다.

센서스 자료와 사망자료를 이용한 우리나라의 여러 연구들(Kim, 1990; Son, 2001; Son et al., 2002; Khang et al., 2004a) 또한 인조설(분자/분모 비뚤림)의 가 능성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인조설을 반박할 수 있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 지를 생각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추적조사 자료를 이용한 사회경제적 사망률 불평등을 증명하는 것인데, 송윤미(1998), Song & Byeon(2000), 이무송 등(2003), 강영호(2004)의 연구들이 그것이다. 다른 방법은 사망률 계산에 사용 되는 센서스와 사망자료의 각종 지표에서의 신뢰도(reliability)를 보이는 방법이 다. 즉, 성, 연령, 직업, 교육수준과 같이 사망률 계산에 사용되는 지표에서의 신뢰도가 높거나, 또는 사망률 불평등을 크게 하는 방향으로 신뢰도의 문제가 크지 않다면, 센서스와 사망자료에서의 사회경제적 위치 지표를 활용한 사망률 불평등 자료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사회경제적 요인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사회경제적 조건을 결정한다는 ‘선택설’은 역인과설(reverse causation)로도 불린다. 단정적 선택설(또는 자연 선택)은 연구자들에 의해 거의 인정되고 있지 않지만, 유보적 선택설(또는 사회 선택)은 지속적으로 연구자들의 관심이 되어 왔다(Illsley, 1955; West, 1991; Heller et al., 2002). 특히 사회이동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중 요한 연구 과제가 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선택설(사회 선택)이 건강불평등 의 생성에 부분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 크기는 관찰 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건강불평등의 일부분만을 설명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Davey Smith et al., 1990a; Blane et al., 1993; Davey Smith et al., 1994;

Macintyre, 1997; Blane et al., 1997).

선택설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건강 수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된 사회경제 적 위치 지표를 이용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수준별 사망률 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선택설에 대한 비판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교 육수준은 일정 연령 이후에는 고정되고, 건강악화에 따라 교육수준이 저하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Lynch & Kaplan, 2000). 하지만, 학동기의 건강 문제로 상 급학교에 진학을 못하고, 동시에 그 건강 문제로 조기사망에 이르렀을 경우라 면(즉, 학동기의 건강 상태가 성인기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성인기 건강의 공통 원인이라면), 선택설의 기여도를 배제할 수 없다. 선택설을 반박하는 연구로는 Wolfson 등(1993)의 연구가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65세에 은퇴한 546,759명 의 남성 캐나다연금보험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은퇴 이전 20년간의 수입 수준에 따라 소득계층을 나누고 이후 10년간(74세까지) 추적하여 소득계층간 사망률 불평등을 확인하였다. 65세까지 직장을 갖고 있던 남성들을 연구대상자 로 하였기 때문에,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를 한 사람(사회경제적 위치 결정에

선택설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건강 수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된 사회경제 적 위치 지표를 이용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수준별 사망률 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선택설에 대한 비판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교 육수준은 일정 연령 이후에는 고정되고, 건강악화에 따라 교육수준이 저하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Lynch & Kaplan, 2000). 하지만, 학동기의 건강 문제로 상 급학교에 진학을 못하고, 동시에 그 건강 문제로 조기사망에 이르렀을 경우라 면(즉, 학동기의 건강 상태가 성인기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성인기 건강의 공통 원인이라면), 선택설의 기여도를 배제할 수 없다. 선택설을 반박하는 연구로는 Wolfson 등(1993)의 연구가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65세에 은퇴한 546,759명 의 남성 캐나다연금보험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은퇴 이전 20년간의 수입 수준에 따라 소득계층을 나누고 이후 10년간(74세까지) 추적하여 소득계층간 사망률 불평등을 확인하였다. 65세까지 직장을 갖고 있던 남성들을 연구대상자 로 하였기 때문에,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를 한 사람(사회경제적 위치 결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