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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균형발전 정책

문서에서 정보통신정책 현안분석 (페이지 35-39)

세상을 보는 세계관이 두 가지가 있다. 비유하자면 하나는 바 로 세운 사다리 세계관이다. 사다리를 타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 람이 더 높이 올라간다고 믿는 것이다. 다른 세계관은 눕혀 있는 사다리 세계관이다. 열심히 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어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불어 간다는 것이다. 전자를 수직적 세계관이라 한다면 후자는 수평적 세계관이다. 이 두 가지 세계관은 인류역 사 발전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왔다. 세상의 이치는 수직적으로 서 있는 사다리이나, 세상의 이상은 종종 눕혀 있는 사다리를 지 향한다. 그러나 수평적으로 눕혀 있는 사다리로는 발전할 수 없 다. 경제발전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자기가 몸담고 있는 분야 에서 한 단계씩 올라갈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중국 국민의 50%가 중산층이라고 생각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민의 1인당 평균소득이 1,000달러 도 안 되는 상황에서다. 반면에 평균소득이 1만 달러에 달하는 한 국 국민의 70%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8 년 서울올림픽 직전에는 한국 국민도 과반수가 중산층이라고 생 각했다. 이 차이는 무엇인가? 발전하는 나라와 발전하지 못하는 나라의 차이는 두 가지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국민에게 수직적 세계관이 없으면 자본과 기술이 있어도 발전하지 못한다.

수평적 세계관에 사로잡혀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 지 않은 사람을 가르지 않으면 경제는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런데 종종 이러한 수평적 세계관은 민주주의 정치의 발전과정에

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고 개인의 재산권과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법 앞의 평등”, “기회의 평등”을 추구한 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이념은 시장경제의 발달에 긍정적인 기여 를 하였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는 1인 1표에 의한 보통선거를 기반으로 “평등”의 이상을 추구하는 정치제도이다.

민주주의제도하에서는 모든 개인이 영향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투 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각 개인의 의견이 평등하게 반영되며, 경제적 포퓰리즘의 온상이 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 는 “기회의 평등”, “법 앞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게 될 우려가 있으며, 이 경우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의 발달에 역행 한다. 민주주의가 결과의 평등을 지향하는 수평적 세계관을 조장 하게 되면 경제발전의 정체는 불가피해진다.

시장경제가 차별화를 지향한다고 한다면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 는 민주주의는 반차별화를 지향한다. 기회의 균등을 추구하는 민 주주의는 시장경제와 잘 부합되지만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민 주주의는 시장경제와 대립한다. 시장경제는 다른 것을 다르다고 하지만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다른 것을 다르지 않 다고 하고 또한 다르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에 따라 결과 의 평등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정치가 경제 위에 군림하게 되면 시장경제의 차별화기능이 약화되고 경제발전이 정체된다. 사회주 의 경제의 실패, 영국병, 남미병, 유럽의 복지병, 독일과 일본의 경제침체 등이 바로 차별화의 약화에 따른 부작용의 예이다.

경제력집중은 차별화 원리에 기초한 경제발전의 자연스러운 과 정이다. 경제적 자원이 잘하는 기업과 잘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되지 않고는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 성장과 발전은 집적과 집중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불균형은 불균형정책으로만 극복될 수

있다. 지나친 균형과 분산정책은 차별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경제 적 역동성을 훼손한다. 획일적 지역균형, 획일적 중소기업 지원, 획일적 농가지원 정책 등은 실패하는 정책이다.

발전을 위한 개혁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어야 한다. 개 발연대의 성공은 바로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관치차별화”의 성 공이었다. 수출진흥정책은 잘하는 기업만 지원함으로써 결국 모 든 기업을 수출전선에 뛰어들게 하였으며, 새마을운동은 잘하는 마을만 지원함으로써 모든 마을을 새마을운동의 경쟁에 몰입시켰 다. 또한 원호대상자 지원정책은 스스로 돕는 대상자만을 지원하 여 지원의 성과를 높였다.

그러나 관치차별화 정책에도 부작용은 있었다. 정경유착, 도덕 적 해이, 부패, 지대추구, 승복하지 않는 패자의 양산 등이 그것이 다. 이에 따라 1980년대 후반 이후 균형성장, 적정 소득분배, 경제 력집중 규제, 경제민주화 추구 등 관치평등주의 개혁이 시작되었 다. 1987년 10월에 개정된 현행 헌법 제119조는 “국가는 균형 있 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헌법조문에 근거하여 정부는 차별화에 역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상위 30 대 그룹 또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획 일적인 경제력집중규제, 분산 위주의 중소기업지원 제도, 교육평 준화 정책, 노사평등적 경영민주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농업 지원정책, 지방대학 육성정책, 공대 육성정책, 지방균형발전정책 등이 그 예이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스스로 돕는 자를 오히려 역차별해 온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의 각종 경제 어 려움은 바로 이러한 “관치평등주의”의 결과이다. 앞으로 우리나

라가 다시 역동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평등 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하며, 시장과 정부 모두 본연의 차별 화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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