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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도시축소의 원인을 정리하면 <표 2-2>와 같다. 이를 종합하면 도시축소의 주요 원인은 경제여건변화(세계화, 탈산업화 등), 인구학적 변화 (저출산, 고령화 등), 공간구조 변화(교외화, 스프롤 등), 체제 전환(탈사회주의 등), 환경적 위기(자연재해, 환경오염 등)의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현재 한국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요인을 꼽자면 탈산업화, 저출산・고령화, 교 외화・스프롤의 세 가지이다. 하지만, 향후 한국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구동독의 도 시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도시 역시 심각한 도시축소를 경험할 수 있으며, 최근 경주에 서 발생한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대규모의 인구 유출을 겪게 될 도시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표 2-2 연구자별 도시축소의 원인

연구자 원인

SCiRN (Pallagst, et al. 2014)

∙ 경제적 쇠퇴(탈산업화 등)

∙ 인구학적 변화(고령화, 저출산 등)

∙ 교외화(도시스프롤 등)

∙ 구조적 변동(전쟁, 정치체제 붕괴 등)

∙ 환경적 위기(자연재해, 환경오염 등)

Hollander, et al.(2009)

∙ 교외화

∙ 전쟁, 자연재해 혹은 인재

∙ 고령화 혹은 저출산

∙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Wiechmann & Wolff(2013)

∙ 경제적 변환(예: 비경쟁적 분야의 쇠퇴)

∙ 교외화(사람과 일자리의 교외 이주, 도심공동화)

∙ 인구학적 변화(예: 출산율 저하, 농촌 인구과소지역의 인구유출)

∙ 구조적 격변(정치체제 붕괴, 불안, 재정착)

∙ 환경오염

Haase, et al.(2016)

∙ 경제적 쇠퇴

∙ 인구학적 변화

∙ 거주체계 변화(교외화/도시스프롤)

∙ 환경적 재해

∙ 정치/행정체제의 급진적 변화

자료: Hollander, et al. 2009. p.224; Wiechmann & Wolff. 2013. p.2; Pallagst, et al. 2014. p.4; Haase, et al. 2016. pp.91-92.

(1) 경제여건변화: 세계화・탈산업화

여러 가지 도시성장이론 중에서 경제기반이론(Economic Base Theory)은 기반산 업, 즉 제조업을 육성함으로써 도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처럼 제 조업을 기반으로 하여 성장한 도시일수록 탈산업화와 같은 경제적 변환에는 굉장히 취 약한 편이다. 실제로 해외의 많은 축소도시가 탈산업화로 인한 실업과 인구유출을 경 험하면서 발생하였다(Hollander, et al., 2009: 224).

탈산업화는 경제전체에서 차지하는 제조업(기반산업)의 고용 및 생산 비중이 감소하 고 서비스업(비기반산업)의 비중이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오준병, 2005: 156). 이는 주로 제조업 부문에서의 투자 및 생산의 감소, 고용감소, 무역수지 악화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데, 영국의 경우 광공업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던 1970 년대, 미국의 경우는 일본과 유럽연합에 의한 국제적 경쟁이 심화되던 1980년대 초기 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오준병, 2005: 156).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상징되는 경기 불황에 진입한 이후부터 기업들은 생산비용 절감과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 해 임금이 저렴한 국가나 지역으로 설비를 이전하거나 외주에 의존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산업도시의 제조업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하였다.3)

특히, 하나의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도시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 졌다. 유럽의 경우 탄광 산업(셰필드 시, 생테티엔 시, 라이프치히 시), 철강 산업(빌 바오 시, 셰필드 시), 조선 산업(브레멘 시, 빌바오 시, 벨파스트 시) 등 제조업 의존 도가 심했던 도시가 큰 타격을 입었다(Plöger, 2012: 299). 탈산업화를 겪은 유럽 산 업도시의 인구변화 특징은 <그림 2-1>처럼 제조업의 성장과 함께 급격히 인구가 증가 하다가 1970년대 들어 경기 불황으로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면서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 였다는 점이다.

3) 생산의 국제화 가설은 탈산업화의 원인을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본다. 즉, 경제성장과 함께 임금이 상승하면서 자국 내에서 생산비가 증가하고, 수출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생산설비를 보다 임금이 싼 임금이 싼 해외로 이전하 게 되는데, 이로 인해 지역 내 제조업 고용이 감소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대한 의존 심화도 제조업 고용 감소의 원인이 된다(옥우석・김계환, 2013: 14). 반면 서비스산업은 무역이 어려운 경향이 있으며 해외 이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생산이 계속되므로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 게 된다(옥우석・김계환, 2013: 14).

그림 2-1 유럽 산업도시의 인구변화(1350~2005)

자료: La Fabrique de la Cité. 2013. p.11.

1970년에서 1990년 사이 7개 산업도시의 제조업 일자리 역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림 2-2>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도시에서 동 기간 동안 30% 이상의 일자리 감소를 경험했으며, 특히 라이프치히 시, 벨파스트 시, 셰필드 시 등 3개 도시에서는 무려 70%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198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실 업률이 최고에 달했는데,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계층은 저숙련 노동자들이었다.

왜냐하면 임금이 싼 지역으로 공장이 이전하는 경우 저숙련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일자 리를 잃게 되는데, 이들은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이 어려워 장기간의 실업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다(Plöger, 2012: 300).

우리나라의 일부 도시도 제조업의 쇠퇴로 인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일례로 목포시는 조선내화 및 보해양조의 타 지역 이전, 구 마산시는 한일합섬의 도산, 구 진 해시는 진해화학의 이전, 충주시는 충주비료의 폐쇄로 일시적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지 역경제의 침체기를 겪은 바 있다(김광중, 2010: 45).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조업 기반의 많은 공업도시(울산시, 포항시, 창원시, 구미시, 광양시 등)에서는 아직까지 심각한 축소를 경험하고 있지는 않다. 그 보다는 탄광산업에 주력했던 일부 도시가 급 격한 축소를 경험하였는데, 태백시, 삼척시, 보령시, 문경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림 2-2 유럽 산업도시의 제조업 일자리 변화(1970~1990, %)

자료: La Fabrique de la Cité. 2013. p.12.

(2) 인구학적 변화: 저출산・고령화, 생산인구 유출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도 도시축소에 영향을 미친다. 고령화 현상은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출산율의 하락에 더욱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장동구, 2011: 8). 특히, 저출산 현상은 도시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자연적인 인구감 소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도시 차원에서는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자연적인 인구감소뿐 아니라 생산가능인구 나 가임여성인구의 외부 유출도 도시축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저출산・고 령화 문제도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무엇보다 도시의 기반 산업 쇠퇴와 일자리의 감소는 젊은 층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도록 하는데, 이러한 젊은 인력의 유출은 출산율을 낮추고 고령화를 촉진하여 성장잠재력의 저하와 인구감소의 심화를 초래한다(서준교, 2014: 100).4) 실제로 많은 동독 도시는 통일 이후 구직을 위한 서독 도시로의 막대한 인구유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 고령화는 전체 인구에서 고령인구의 비율이 증가하거나 단순히 고령인구의 수가 증가하는 것, 또는 두 가지 모두를 나타내는 용어이다(Poot, 2007: 8). 이러한 고령화로의 인구구조 변화는 출산율이 제고되지 않는 한,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한 기대수명 연장으로 지속적으로 심화된다(허문구 외, 2013: 89).

(Haase, et al., 2016: 92).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은 노동력 및 자본 투입, 기술진보로 인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결정되는데 자본 투입량이 고정되고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노동력 (생산가능인구) 투입이 감소하면 지역 경제성장은 둔화되기 마련이다(조명호 외, 2015: 39). 특히, 한 지역의 노동력 부족 현상은 기존 사업체의 유출뿐 아니라 신규 사업체의 유입마저도 꺼리게 만들어 일자리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유 발하기도 한다.

고령화로 인해 제기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지방재정부담의 증가이다. 생산가 능인구 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서비스 공급비용 증가는 도시재정을 악화시킨다(세타 후미히코 외, 2006: 93; 조명호 외, 2015: 86). 결국 이와 같은 노동력 부족, 일자리 유출, 재정부담 증가 등으로 지역경제 중심지의 활력이 감소하고, 수요기반이 약화되면 생활・문화・복지서비스업 부문 역시 쇠퇴하게 된다(조 명호 외, 2015: 85). <그림 2-3>은 일본을 대상으로 고령화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 향을 도식화한 것이다(Elis, 2008: 870). 이에 따르면 고령화는 인구축소를 유발하여

그림 2-3 고령화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자료: Elis. 2008. p.870을 수정.

지자체의 세수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 수요도 감소시켜 상점과 공장이 문을 닫도록 한다. 결국 이는 취업기회를 감소시키고, 공공기반시설의 공급을 축소시켜 인구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3) 공간구조 변화: 교외화・스프롤

도시의 교외화・스프롤은 도시의 특정 부분, 즉 기성시가지의 축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교외화・스프롤이 도심 혹은 기성시가지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도시외곽으로 이주하는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기성시가지의 인 구축소와 물리적 황폐화는 그 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으로 확산되면서 도시전체의 축소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유휴・방치 부동산의 경 우 초기에는 구도심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주변으로 확 산되는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손은정 외, 2015: 77~79).

사실 미국 도시의 축소과정 역시 교외화・스프롤이 기폭제가 되어 촉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백인 중산층이 교외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남겨진 도심 내 빈집이나 공지가 저소득층이나 소수민족으로 채워지면서 도심이 슬럼화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이희연・한수경, 2014: 18). 이와 같은 ‘도넛(Doughnut)’현상에 대해 도시경 제학에서는 ‘주거비용과 교통비용 간의 교환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고소득층은 높은 교통비용을 지불하면서 교외지역의 넓은 주택과 토지를 구매하는 반면, 저소득층 은 교통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은 도심 일대에 거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외화・스 프롤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Martinez-Fernandez, et al., 2012: 216). 이러한 상황에서 도심 일대에 남아 있는 주택소유자 역시 보유주택의 임대료 하락을 감안하여 해당 주택의 유지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은 물리적으로 더욱 쇠퇴하게 된다(Martinez-Fernandez, et al., 2012: 216).

이러한 교외화・스프롤 현상은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에서도 나타났으 며, 그 결과 대부분의 도시가 구도심의 쇠퇴를 경험하고 있다(김광중, 2010: 46). 단, 우리나라에서는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서구의 도시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인구규모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도시에서 공동주택단지 개발을 위한 신시가지 조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김광중,

2010: 46; 엄현태・우명제, 2014: 52).5)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고속도로 건설, 교외 주택에 대한 대출지원 등 소극적 역할에 머물렀던 미국과 달리 공공이 직접 신시가지의 택지개발이나 공공기관 이전을 주도하였다(김광중, 2010: 47).6) 이와 함께 일반시의 직할시 승격, 시・군지역의 도농통합 과정에서 행정구역을 무리하게 확장하게 되면서 구도심은 더욱 쇠퇴하게 되었다(계기석, 2004: 9).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시가지가 확 장되면 공공서비스가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연결되고 설치되어야 하므로 그 만큼 더 많 은 비용이 소모된다(신정엽・김진영. 2012: 326).

한편, 미국과 같은 도넛현상보다는 도시천공(Perforation)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 난 독일 학계에서의 교외화・스프롤 관련 논의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즉, 교외 화・스프롤과 도시축소 간의 인과관계보다는 <그림 2-4>처럼 교외화・스프롤이 진행된 상황에서 인구가 감소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Siedentop &

Fina(2008)에 따르면 도시발전단계의 초기에는 인구증가와 스프롤이 동시에 진행되는

‘성장스프롤(Growth Sprawl)’ 현상이 나타나지만, 이후 도시가 확장된 상태에서 인

그림 2-4 축소스프롤의 진행 단계

자료: Siedentop & Fina. 2008. p.5.

5)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의 교외화・스프롤 양상은 서구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저밀도의 단독주택단지 개발이 아닌 고밀도의 공동주택단지 개발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물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저밀도 단독주택개발 형태 의 교외화・스프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엄현태・우명제, 2015: 105).

6) 일반적으로 신시가지는 택지개발사업과 함께 공공청사가 새롭게 입지한 지역을 말한다(엄현태・우명제, 2014: 57).

자료: 이상준. 2010. p.56.

그림 2-5 체제 전환과 도시성장・침체의 연관관계

구가 감소하는 ‘축소스프롤(Shrinkage Sprawl)’ 단계에 이르면 도시 곳곳에 구멍이 발생하는 도시천공 현상이 목격된다. 이는 결국 교외화・스프롤이 도시축소의 앞선 단 계이면서 동시에 도시축소를 보다 심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왜 냐하면 교외화・스프롤에 의해 규모가 확장된 도시에서는 그렇지 않은 도시보다 거주지 가 분산되어 입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일하게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공공서비스 를 전달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 체제 전환: 탈사회주의

탈사회주의 등의 정치・경제체제의 전환도 도시축소의 원인이 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1990년 구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했던 구 동독과 동유럽의 도시들은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급격한 인구감소를 경험하였 다. 특히, 구 동독도시들의 경우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내수와 더불어 구 공산권 국가에 대한 상품수출을 통해 경제적 풍요를 누려왔으나, 사회주의체제 붕괴 이후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하면서 상품가치가 하락하였다. 이와 함께 많은 제조업체가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폐업을 하였으며, 그 결과 대규모의 실업이 발생하였다. 결국 이러한 피해는 중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던 도시들에 집중되었다. <그림 2-5>는 체제 전환이 도시의 성장과 침체로 이어지는 경로를 도식화한 것이다(이상준, 2010: 56). 이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