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고등학교에서 직업세계로의 이행에 관한 학교 및 기업체 관계자 면담 조사와 15～2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았다. 조 사 결과는 다음의 [그림 Ⅳ- 17]에서 보는 바와 같은 틀 속에서 분석되었다.
학교- 직업세계 이행은 학교에서의 직업세계 준비, 직업세계로의 이행 과 정, 그리고 직업세계로의 이행 결과로 구분되며 각각은 개인적 배경과 다른 과정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개념화되었다.
개인적 배경
학교에서의 직업세계 준비
직업세계로의 이행 과정
직업세계로의 이행 결과
[그림 Ⅳ- 17] 학교에서 직업세계로의 이행 실태 분석을 위한 틀
이러한 분석 틀에 따라 발견된 면담 및 설문 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면 다 음과 같은 점들이 중요하게 논의될 수 있다.
첫째, 학교에서의 직업세계 준비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고 등학생들이 직업세계를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를 나서고 있다. 특히, 일반계 고교에서 취업을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졸업 후 취업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 없이 직업세계로 이행하고 있다. 대부분 의 고등학생들이 직업세계 준비를 위해서 실습위주의 교육을 선호하고 있으나 조기 취업으로 전락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장실습이외에 다른 현장 중심 교육 프로그램이 부재한 형편이다. 비록 많은 학생들, 특히 실업계 고교 학 생들이 직접 일을 경험하고 있지만 그것은 구조화되어 있지 못하며 시간제 취업 이 전공과 관련되거나 건전한 일보다는 불건전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학교교육의 현장성이 부족하여 많은 학생들이 따로 사교육비를 들여 학원 등을 통해 자격증 취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다양한 프 로그램들을 개발하고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직업세계를 준비하는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
점점 더 많은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고등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심화시키는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학력주의적 사회・문화 적 풍토에서 고학력화 현상을 가중시키는 경향으로 흐르는 문제를 나타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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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듯이 보인다. 사회 전반적인 고학력화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 하며 바람직하지도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고학력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이를 계기로 그들이 계속하여 직업능력을 심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지혜 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직업세계로의 이행 과정에서 학교의 역할 역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에서 직업세계로의 이행 과정에는 비공식적인 수단과 학교를 통한 고용 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학교에서 직업세계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학생들은 연 줄에 의한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취업정보를 얻고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며, 직업세계에 대한 준비도가 높은 학생들의 고용에 있어서는 학교의 역할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학교- 기업의 네트워크가 공식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의 고용 사정에 따라 학교의 역할이 크게 달라지는 불안전한 네트워크를 형 성하고 있다고 보인다. 또한 학교의 진로 상담 체제도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여 고등학생들의 직업세계로의 이행 과정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직업세계로의 이행 과정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조기 취업함으로써 학교 교육 과정 운영과 학생 개인적인 문제를 초래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학생 들이 졸업 이후에야 비로소 구직 활동을 시작하여 노동시장에서 방황하면서 미 취업 기간이 그들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 다. 이런 경우들에서 볼 때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직업세계로의 이행 과 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힘만으로는 어려우며 기업과 사회 가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직업세계로의 이행을 책임지고 체계적으로 도와 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셋째, 직업세계로의 이행 결과에서 학교교육과 직업적 경험 변수보다는 개인 적인 배경 변수와 교육외적인 요인의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난다. 즉, 고등학교 졸업자의 노동시장 결과에는 학교에서의 직업준비와 이행 과정에 관련된 요인들 보다는 성별 같은 개인적인 변수와 노동시장의 구조가 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 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취업한 기업의 형태 및 크기, 직종은 전문대학 졸업자와 유사한 반면, 일반 대학 졸업자와는 차이가 있다. 첫 직장 소득은 전문
대, 일반대학 졸업자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나 현재 직장 소득에서는 차이가 없다. 이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적어도 노동 시장에서는 큰 효과를 나타내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자의 높은 진학 욕구는 결혼 조건, 인간적인 대우 등과 같은 사회・문화적 인 측면에서 보다 더 잘 설명될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은 직업세계에 들어가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자신이 배운 지식이나 기술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졸업 이후에, 특히 취업 후에 받은 교육훈련이 직무 수행을 위해 더욱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학교교육의 현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근본적으로 직무 특수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직업훈련 과는 다른 차원에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직업교육을 무조건 직업훈련화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할 것 이다. 다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기술적 기초를 직업세계에서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일과 학습의 네트워크는 더욱더 강 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다른 한편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직업세계에 정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고졸 근로자들이 첫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이 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일차적인 원인은 그들이 주로 근로 조건이 열악한 기업 과 직종에 취업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의 경우 병역 의무가 이직의 주요한 사 유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어쩌면 산업 및 고용구조, 그리고 국가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근무 여건을 개선하여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직업세계에 정착하여 근로 경험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장 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중요한 방법들 가운데는 교육적으로는 근로자의 계속교육기회를 보장하는 것이고 교육외적으로는 고등학교 졸업자의 병역특례, 입대 연기, 또는 군대에서의 계속 기술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군대 문 제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완화하는 방법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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