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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소설의 대비적 고찰 150

Ⅴ. 현대 노년소설의 특성과 의의

1. 노년소설의 대비적 고찰 150

앞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세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노년소설을 비교 대조한다면 그 특성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대비적으로 고찰해 볼 사항은 세 작가의 작품에 나타나는 노년입사의 과정과 노년에 대한 이해와 태도, 노인의

‘본래성’과 ‘비본래성’에 관한 실존 양상, 성과 신체에 대한 인식과 태도, 담화 형 식 등이다.

첫 번째로 세 작가의 작품에서 노년입사 과정이 공통적으로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박완서의 작품에서는 중산층 여성 노인이 자식과의 관계가 단절됨을 확 인함으로써 인생의 다른 시기로 진입했음을 알게 된다. 최일남의 작품에서는 고 위직의 남성이 은퇴로 인해 인생의 위기를 느끼게 된다. 한승원 작품에서는 지식

124) 2000년대 노년소설에는 1940년대 출생의 문순태, 홍상화, 김원일, 송하춘, 박범신 등의 다른 작 가들의 작품들도 있다. 문순태의 주요 노년소설 작품으로는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 「느티나무와 어머니」, 「은행나무 아래서」, 「대나무 꽃피다」 등이 있으며, 홍상화의 주요 노년소설 작품으로는

「동백꽃」, 「황혼」 등을 들 수 있다. 김원일은 슬픈 시간의 기억 의 소설집을 발표하였으며, 송하 춘은 「하늘은 왜 파란가」, 「비버리힐스 서울사이트」 등의 작품을, 박범신은 은교 를 발표하였다.

인이 심각한 질병에 걸리고 나서 삶의 장소를 옮기는 중대한 결정을 한다. 이처 럼 개별자는 실존의 위기를 겪으며 노년기에 진입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 하게 된다.

두 번째로 박완서와 최일남의 경우 노년에 대한 인지와 태도는 신체경험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하여 한승원의 경우는 노년은 형이상학적으로 이해된다. 박완 서 소설의 노인은 후각과 시각을 통해 노년을 인지한다. 노인은 노화된 신체에 대해 두려움과 혐오의 기분을 느끼며 노년은 부정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현실적 인 태도를 취한다. 최일남 소설의 노인은 자신의 신체를 바라보며 두려움과 친밀 감을 느끼는 양가적 태도를 가지며 노년을 자유의 시기로 생각하는 긍정의 태도 를 취한다. 이처럼 신체경험에서 비롯된 기분은 노년 이해의 근본 바탕이 된다.

이에 반해 한승원 소설에서는 노년은 관념적으로 이해된다. 노년은 이승과 저승 이 혼재한 시기이고 노인은 생명의 흐름 안에 있는 존재이다. 한승원 소설에서 노인의 신체에 대한 서술이 비교적 적은 이유도 노년에 대한 관념적 이해와 관 련된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로는 최일남과 한승원 노년소설에서 죽음에 대한 경험이 자기 자신과 의 본래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최일남은 적극적으로 ‘죽음연습’과 ‘죽음체험’을 통해 본래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것을 강조 하는 반면 한승원은 질병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체험함으로써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 죽음은 삶의 본래성을 깨닫게 한다. 이들과는 달리 박완서 소설의 인물 들은 주체적으로 내면에 집중함으로써 자기 이해라는 방식으로 본래적인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세 번째로 박완서와 최일남의 작품에서는 비본래적으로 삶을 사는 인물이나 세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모습을 보인다. 박완서 소설에서는 속물적 근성을 보 이는 중산층 여성들에 대해서 최일남 소설에서는 기득권층이나 재력가로서 권력 을 과시하는 인물들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이러한 인물들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 태도는 노녀소설 이외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한승원 작품에서는 노인에 대한 비판적인 모습을 찾기는 어렵고 단지 감각적 쾌락만을 추구하여 삶의 의미를 찾 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네 번째로 ‘성’에 대한 인식은 박완서 노년소설과 한승원 노년소설에서 대조적

으로 나타난다. 최일남 노년소설에서는 성적인 소재가 다루어지지 않는다. 박완 서 소설에서 여성 노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성’을 소통과 이해의 수단으로 생 각한다. 「너무나 쓸쓸한 당신」에서 나타나는 ‘애무’의 중요성은 ‘성’이 감각의 만 족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향은 「친절한 복희씨」에서 의 여성 노인이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남편에 대해 분노하며 자신에 대해서는 모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승원 소설에서 남성도 ‘성’은 단순 한 쾌락의 만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으로 이해된다. 남성 노인은 성적 능력의 감소로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성능력이 자신의 존재를 지탱하는 기 반이며 새로운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박완서 소설의 여성이

‘성’을 관계의 매개로 인식하는 반면에 한승원 소설에서는 ‘성’을 자신의 존재 기 반으로 생각하는 차이가 있다.

다섯 번째로 박완서 소설의 경우에는 자신의 신체든 남편의 신체든 노화된 신 체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느낀다. 여성 노인은 혐오스러운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는 몸을 은폐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되는 반면에 남편의 신체에 대해서는 이해를 통해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들 노인들은 ‘은폐’와 ‘연민’의 감정과 태도를 가지고 노년의 신체를 대한다. 최일남 소설에서는 노화된 신체를 있는 그대로 수 용하는가 하면 신체 단련을 통해 젊은 몸을 만들려는 시도도 보인다. 남성 노인 은 ‘수용’과 ‘신체 단련’을 통해 노화된 신체에 대응한다.

여섯 번째로 노년소설에서는 서술자로는 공통적으로 1인칭 노인인 경우가 많 다. 노년의 작가가 자신의 체험이나 다른 노인들의 이야기를 형상화하는 데에는 1인칭 서술이 용이한 것으로 생각된다. 담화 형식에서는 세 작가의 작품에 각각 변별되는 특징이 있다. 박완서 소설은 거의 모든 작품이 노인의 인생 전체를 배 경으로 한다. 인생의 말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담 형식의 구성이 특징적 이다. 최일남 소설에서는 ‘엿보기’와 ‘엿듣기‘라는 형식을 통해 노년의 삶의 모습 을 전달한다. 이러한 형식의 담화 구성은 최일남의 언론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 로 보인다.125) 한승원 노년소설에서는 지식인 동료와의 대화나 농촌 노인들의 관

125) 우찬제는 최일남이 자기의 개인적인 체험을 소설화하는 데도 능하지만, 그가 언론인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관찰한 것에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인 언어로 정리하면 시사칼럼이 나오고 그것에다 허구의 옷을 입히면 소설이 나온다고 지적한다.(우찬제, 앞의 글, 492쪽)

찰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담화가 구성된다. 개별 작가의 특성이 반영되어 담화 형식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표> 세 작가의 노년소설 대비

작 가 항 목

박완서

(도시 여성 노인)

최일남

(도시 남성 노인)

한승원

(지식인, 농촌 노인)

노년입사

자식과의 단절 은퇴 질병

노년인식

현실적 수용적 관념적

본래적 삶

자기 이해 죽음 연습 죽음 체험

비본래적 삶

속물적 근성 권력 과시 감각적 쾌락

성(性)에 대한 인식

관계의 매개 - 존재의 근원

신체에 대한 태도

은폐, 이해 수용, 단련

-담화 형식

회고담 엿보기, 엿듣기 관찰, 대화

세 작가의 노년소설을 대비적으로 고찰해보면 위의 <표>로 정리할 수 있다.

노년입사 과정은 세 작가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노년에 대한 이해 나 담화의 형식에 대해서는 작가마다 가치관과 형상화 방식의 차이를 보인다. 신 체에 대한 태도나 ‘성’에 대한 인식에서는 남녀 간의 차이가 대조적으로 나타난 다. 노인의 신체나 죽음과 관련된 경험은 노년의 실존 양상에 중요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세 작가의 작품에서 노인들은 노년기에 본래적 존 재로서 주체적으로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 2000년대 노년소설의 소설사적 의의

문학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들 박완서, 최일남, 한승원의 노년소설 이전에도 노 년인물을 다룬 작품이 적지 않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 노인문제가 본격적으

로 부각되면서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이 발표되기 시작하였는데, 그 이 전에도 이태준의 「불우선생」(1932), 「복덕방」(1937), 「영월영감」(1939), 「돌다리」

(1943), 김동리의 「화랑의 후예」(1935), 「근친기」(1946), 황순원의 「독짓는 늙은이

」(1950), 「필묵장수」(1955) 등에서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을 여러 편 발 표하였다. 이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대개가 시대에 뒤쳐져 현실에 적 응하지 못하거나 계획하고 실행했던 일들이 실패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 노년소설들은 당시의 작가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20대 중후반이나 30대에 쓴 작 품들이다. 그것은 한국 근대 문학 초창기라 노년의 작가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1970년대 이후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전되면서 노인은 노년문제 로서 사회에 등장하게 된다. 노인은 농경사회와는 다르게 산업화 시대에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 노인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무 용한 집단이 된다. 노인은 사회나 가족에게서 소외되고 타자화 된다. 전상국의 「 고려장」(1978)이나 최인호의 「돌의 초상(1978)」에서는 노인 유기의 과정을 적나 라하게 보여준다. 노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낼 언어를 갖지 못하게 된다. 노 인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배제되고 부양해야할 짐으로 존재한다.

1970년대 이후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전되면서 노인은 노년문제 로서 사회에 등장하게 된다. 노인은 농경사회와는 다르게 산업화 시대에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 노인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무 용한 집단이 된다. 노인은 사회나 가족에게서 소외되고 타자화 된다. 전상국의 「 고려장」(1978)이나 최인호의 「돌의 초상(1978)」에서는 노인 유기의 과정을 적나 라하게 보여준다. 노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낼 언어를 갖지 못하게 된다. 노 인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배제되고 부양해야할 짐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