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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공적연금의 적용률과 국민기본생활 보장수준

공적연금은 노후소득상실의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여 사회연대에 기반하여 소 득을 재분배하는 주요 정책수단이다. 공적연금에는 네 가지의 소득재분배 원칙이 작용하는데, 그 첫째는 한 개인의 생애 이시점간의 불균등한 소득을 균등하게 재 배분하는 것이다. 즉, 근로연령기에 가득한 근로소득의 일부를 노후소득상실에 대 비하여 적립하였다가 노후에 은퇴하여 소득이 상실되었을 때 그 적립한 돈으로 생활함으로써, 생애기간동안의 불균등한 소득을 생애기간동안 균등하게 재배분하 는 것이다. 이는 한 개인의 생애 이시점간 소득의 재분배로서, 공적연금뿐만 아니 라 사적연금의 논리이기도 하다. 다만, 국가가 개입하는 이유는 국가온정주의에 입각한 강제성에 있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현재소비만 생각하는 근시안적 국 민들의 삶에 국가가 개입하여 강제적으로 노후에 소득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근 로연령기에 근로소득의 일부분을 적립하여 미래 노후에 사용토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소득재분배는 개인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노령이라는 불확실한 크 기(노령기간)의 사고위험을 분산하는 보험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즉, 개인의 수 명에 따라 상이한 노령기간, 불확실한 장수 위험을 보험원리에 입각하여 보험 가입자들이 분산하여 담당해주는 것이다. 보다 노령기가 짧은 조기사망자들의 연금소득이 보다 노령기가 긴 장수하는 사람들의 연금소득으로 이전이 발생하 게 된다. 이와 같은 재분배는 공적연금 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에서도 나타나는 보험적 성격의 것이다.

세 번째 소득재분배는 소득이 높은 개인으로부터 소득이 낮은 개인으로 소득 이 재분배되는 것이다. 소득계층별로 부담과 혜택의 연계를 차등적으로 설정하 는 것이다. 저소득계층은 부담 대비 혜택을 고소득계층에 비해 많이 받도록 하 고, 고소득계층은 부담 대비 혜택을 저소득계층에 비해 적게 받도록 함으로써, 연금제도를 통하여 소득계층간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소득계

소득보장 영역의 국민기본생활 보장(1): 노령보장 89

층간 소득재분배는 공적연금에서만 보여지는 특징이지만, 모든 공적연금에서 이같은 소득계층간 소득재분배가 필수적 요건은 아니다.

네 번째 소득재분배는 공적연금제도의 고유한 역사성 및 본질과 연관된 것으 로서, 가족 단위에서 자녀가 부모를 사적으로 부양하던 것에서 사회적 단위에 서 근로세대가 노령세대를 부양하는 사회적 부양 메커니즘으로 출현하게 된 공 적연금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세대간 재분배이다. 근로세대가 노령세대를 부양함으로써 발생하는 세대간 재분배이다. 현재의 연금위기는 인구고령화로 이같은 세대간부양의 균형이 깨질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소하는 근로세대가 증가하는 노령세대를 부양하려다 보니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것이 다. 이와 같은 세대간재분배 역시 사적연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공적연금의 고유한 특징이지만, 세대내 소득계층별 재분배와 마찬가지로 세대간 재분배도 공적연금의 필수적 요건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와 네 번째인 세대내 소득계층간 재분배와 세대간 재분배는 공적연금만의 독특한 요소일 뿐 아니라, 최근 연금개혁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공적연금 및 사적연금의 역할분담 변화, 노후소득보장에서 국가와 시 장의 역할분담 변화, 복지혼합의 지형 변화로 일컬어지는 논의의 핵심에 놓여 있다. 사회연대에 입각한 세대내 소득재분배와 세대간 소득재분배가 공적연금 이 현재의 위기속에서도 여전히 중요하게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인가 하는 점, 또한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대내 소득계층간 재분배 및 세대간 재분배는 어느 정도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만약 강제적(의무적) 가입이라는 국가규제만으로 사적연금도 갖출 수 있는 생애 이시점간 불균등한 소득 재배분의 강제화, 그리고 보험적 성격에 입각한 장수위험의 분산(이 조차도 선택적일 수 있지만) 등 첫 번째 및 두 번째 소득 재분배만이 필요하다면, 굳이 공적연금의 형태를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국가만이 담당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의 연대의식에 입각한 고유한 역 할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금개혁을 둘러싼 논의의 핵심쟁점은, 과연 국가가 공적연금이라는 재분배 수단을 활용하여 공적연금만의 고유한 사회연대에 입각한 소득계층간

재분배 및 세대간 재분배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가, 민간연금 도 수행할 수 있는 생애 이시점간의 소득재분배 및 장수위험의 분산을 국가가 강제화, 의무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노후소득보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라는 쟁점으로 정리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 연금개혁을 둘러싼 논의는 노후소득보장에서 국가가 규제자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해도 좋은지, 아니면 국 가가 여전히 사회연대에 입각한 재분배 집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떤 기준에서 얼마만큼 수행해야 하는지 등의 노후소득보장에서 국가 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재규정하는 작업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 모두가 공적연금을 통해 재분배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공적연금을 통해 상기 4가지의 소득재분배가 이루어 지고 있는데, 이러한 분배 메커니즘에 국민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분배의 혜택 에 참여하고 있는가, 혹시 참여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다른 제도를 통한 분배장치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특히 공적연금은 사회연대에 입각한 소득계층간 분배와 세대간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이 유에서든 공적연금으로부터의 혜택에서 배제되는 경우에 커다란 분배의 형평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공적연금의 혜택에의 참여가 보편적으로 인정되 는가, 즉, 공적연금의 사각지대가 없는지의 측면에서 공적연금이 점검되어야 한 다. 사각지대 발생유형과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Gillion, 2000;

Bieback, 1993). 첫째는 법‧제도적으로 당연적용 범위에서 배제되는 구조적 배 제(structural exclusion) 유형이다. 사회보험방식에 입각하여 갹출기록에 연계하 여 연금수급권이 발생하는 연금제도구조하에서는 대부분 소득활동자를 중심으 로 연금제도의 당연적용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 이 때 소득활동의 범위나 정도 에 따른 구분은 사회마다 다르지만, 소득활동자를 중심으로 연금의 당연적용범 위가 설정되고, 비경제활동자 혹은 유사비경제활동자로 구분되는 집단은 연금 적용에서 배제되게 된다. 당연적용에서 배제된 집단에는 전업주부와 같이 공식 적인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종사자, 비공식부분 종사 자, 일정시간 이하 시간제근로자, 일정소득 이하 저임금근로자 등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나 연금제도 당연적용에서 배제되는 불완전 근로계층도 존재한다.

소득보장 영역의 국민기본생활 보장(1): 노령보장 91

둘째, 관리‧운영상 배제(governance and administrative exclusion)는 법﹒제도적으 로 적용범위에 포괄되어 있으나 소득파악 능력 등 관리행정의 역량의 부족하거 나 행정적 태만으로 적극적인 적용노력이 부족한 경우, 또한 적용은 하고 있으 나 보험료 징수업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거나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배제 유 형이다. 이러한 관리운영상 배제 유형에는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임시직﹒일용 직﹒시간제 등 비정규근로자, 독립근로자 등 비정형근로자, 자영자 등 법﹒제도적 으로는 적용범위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적용에서 관리﹒운영의 문제로 적용에서 누락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셋째, 자발적 배제(voluntary exclusion)는 제도에의 비순응(non-compliance)으로 적용대상 스스로가 갹출회피(contribution evasion)를 함으로써 발생하는 배제 유 형이다. 이러한 자발적 배제 유형은 연금제도 도입의 역사가 짧아 제도정착이 불완전하고, 비공식 부문이 크며, 소득파악이 용이하지 않은 개도국에서 두드러 지게 나타난다.

이와 같은 배제 유형은 서로 원인은 다르지만 상호 결합되면서 배제규모를 더욱 증폭시키기도 한다. 더욱이 최근 경제의 세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로 고 용형태의 다양화가 이루어지면서 구조적 배제와 관리운영상의 배제가 더욱 증 가될 가능성이 크다. Gillion(2000)에 따르면, 이와 같은 적용배제 및 누락은 비 공식 부문 종사자, 농업, 농촌, 저임금, 가내종사자, 자영자 등의 특성을 가진 근로자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적용범위의 정도는 재원조달 방식이 조세기반일수록, 제도도입 연수가 길수록, 경제발달 수준이 높을수록, 공식부문 의 규모가 클수록, 사회보장행정의 관리능력이 클수록, 정부가 적용범위 확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수록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