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동체운동의 형성과 전개에 관한 연구
시 민 사 회 단 체 학 과 이 근 행
2006년 2월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석사학위논문
한국 공동체운동의 형성과 전개에 관한 연구
지도교수 조 희 연
이 論文을 碩士學位 論文으로 제출함.
2006년 2월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시 민 사 회 단 체 학 과
이 근 행
이 근 행의 석사학위 논문을 인준함.
2006년 2월
지 도 교 수 : 조 희 연 (인) 심 사 위 원 장 : 김 동 춘 (인) 심 사 위 원 : 조 효 제 (인) 심 사 위 원 : 조 희 연 (인)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국 문 초 록
공동체는 근대화 이전까지 오랫동안 인류가 살아온 삶의 그릇이다. 공동체운동 은 근대화 과정의 산업화, 도시화로 해체된 공동체적 삶을 이 시대에 되살리는 운 동이다. 그것은 생태위기, 지속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활세계를 재구축하여 인류 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운동으로 대안적이고 창조적 성격을 갖는다.
한국은 압축적인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급격한 공동체 해체와 생태적, 사회적 지속성의 위기상황에 놓여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체운동이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되어 확산․분화․통합하는 발전 과정에 있다.
이 연구는 한국 공동체운동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현 단계의 특성과 경향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를 위해 연구는 동서양의 관련 논의와 실천 경 험을 정리하여 패러다임 전환 시대의 공동체운동의 규범적 개념으로 생태․공동 체․영성의 세 가지 차원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와 형태를 검토하고 운동의 시대적 흐름을 세 시기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본격적인 분석에서는 공간, 내용, 형식과 기능적 특성 등에 따른 분석을 시도하 였고, 운동과정 특성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례와 운동의 경향을 검토하였다. 사회와 조응하면서 변화․발전하는 공동체운동의 형성과 전개과정의 특성을 다음 몇 가지 로 파악하였다.
첫째, 공동체운동은 인간의 기본필요 범주의 생활요소를 매개로 형성된다. 이는 상품화한 생활세계를 생명의 관계로 방어하고 재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공동체운동은 생활요소의 협동에서 지역 생활공동체로 전개․발전한다.
하나의 기본필요 영역에서 시작된 공동체운동은 다른 기본필요 영역의 운동으로 분화․확장․연계되며, 공동체를 구축해 간다. 이러한 경향은 공동체운동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다양한 영역과 범주의 운동이 통합․연계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동체운동 과정은 생명세계의 다차원적인 그물망을 촘촘 히 짜 나아가는 것이다.
셋째, 규범적, 대안적 특성이 강한 공동체운동일수록 기존의 생활과 삶의 관계 로부터 ‘이탈’의 정도가 크다. ‘이탈과 분리’가 공동체운동의 출발이라면 운동의 발 전과정에서는 사회제도의 틈새와 균열을 넓히기 위해 공동체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제도에 ‘참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넷째, 근래 우리사회에서 공동체운동은 ‘교육’부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 다. 교육의 경쟁력 강화 논리가 생활세계를 압박하며 교육의 본래적 가치인 공동 체와 배치되는 양상이 폭넓게 드러나며 이에 대한 ‘기우뚱한 균형’으로서 대안교육 공동체운동이 활발해짐을 알 수 있다.
다섯째, 농촌 지역 공동체운동의 경우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관계를 엮어 계획 공동체를 구성하기보다는 기존의 마을 안과 주변에 자리를 잡고 점진적으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접근이 유효하다. 근대적 합리화와 개인주의 발달이 지체됨과 동시에 세계체제에 노출된 생활세계의 열악한 조건도 한국의 독특한 경로이다. 쇠 락 과정의 농촌은 공동체운동에서 ‘이탈 과정의 완충지대’로 활용되고 있다.
여섯째, 오래 유지된 공동체들은 생태적, 사회적, 영성적 측면 모두가 점차 고 르게 진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세 요소가 고르게 진전을 보일 때 전체적인 공동 체의 지속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에너지 자립과 건강, 의료 부분이 생태적, 사 회적 측면에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영성적 측면은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 키는 핵심 축이며, 만물과 내가 하나인 관계를 인식하고 공동체운동을 통해 더불 어 스스로를 실현하는 기본 동력이기도 하다.
주요어 ; 공동체운동, 생태론, 생명론, 지속가능성, 생활세계, 협동조합, 생태마을, 네트워크
목 차
I. 서론 ··· 1
1. 연구 배경과 목적 ··· 1
2. 연구 범위와 방법 ··· 5
3. 논문의 구성 ··· 6
II. 공동체운동의 개념과 이론 논의 ··· 8
1. 공동체․공동체운동 논의 ··· 8
1) 공동체 논의와 개념 ··· 8
2) 공동체운동에 대한 기존 논의 검토 ··· 11
2. 공동체운동을 구성하는 논의들 ··· 13
1) 생태론 ··· 13
2) 신사회운동론 ··· 16
3) 생명론 ··· 19
3. 사회변화와 공동체운동 개념의 재구성 ··· 20
1)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 21
2) 전통적 세계관의 재해석 ··· 24
3) 서구 ‘생태마을’ 논의의 세 가지 차원 ··· 26
4) 공동체운동의 규범적 개념 재구성 ··· 32
4. 연구 모형과 분석틀 ··· 36
III. 공동체운동의 역사와 모습 ··· 38
1. 공동체운동의 사례와 형태 ··· 38
1) 공동체운동의 사례들 ··· 38
2) 공동체운동의 다양한 형태 ··· 46
2. 공동체운동의 시대적 흐름 ··· 60
1) 공동체운동의 모색과 형성 ··· 61
2) 공동체운동의 전개와 확산 ··· 64
3) 공동체운동의 발전 ··· 66
IV. 공동체운동의 다면적 특성과 변화경향에 대한 분석 ··· 74
1. 공동체운동의 유형과 특성 분석 ··· 74
1) 공간 특성에 따른 유형 ··· 74
2) 내용 특성에 따른 분석 ··· 76
3) 형식과 기능에 따른 유형 ··· 82
4) 공동체운동의 관계망 ··· 85
2. 공동체운동의 전개와 발전과정 분석 ··· 86
1) 생활요소의 협동에서 지역 생활공동체로 ··· 86
2) 이탈과 접합의 변증법적 발전 ··· 90
3) 한국식 근대 뛰어넘기 ··· 98
4) 지속가능한 공동체운동으로 ··· 101
V. 결론 ··· 106
1. 결론 ··· 106
2. 연구의 한계와 향후 연구과제 ··· 109
국문초록 ··· i
영문초록 ··· 115
참고문헌 ··· 111
표 목차
<표 1> 지배적 패러다임과 생태주의 패러다임의 비교 ··· 23
<표 2> 생태마을의 세 차원과 15가지 요소 ··· 31
<표 3> 생명론의 생명세계와 GEN 생태마을 개념의 조응 ··· 31
<표 4> 사례 대상 공동체운동 개요 ··· 46
<표 5> 사례 대상 공동체운동의 형태 특성 ··· 60
<표 6> 공동체운동의 시대적 흐름과 특성 ··· 73
<표 7> 공간 특성에 따른 공동체운동 유형 ··· 76
<표 8> 공동체 매개 생활요소와 관계 수준 ··· 77
<표 9> 형식과 기능 특성에 따른 공동체운동 유형 ··· 85
<표 10> 대안적 생활 공동체운동 구축 과정 ··· 86
<표 11> 이탈과 부분이탈 - 대안과 제도 수준에 따른 공동체 구분 ··· 92
<표 12>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의 속성 ··· 102
<표 13> 5개 사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검토 ··· 104
그림 목차
<그림 1> 지속가능성을 반영한 공동체운동 개념의 재구성 ··· 34<그림 2> 공동체운동과 사회적 요소들간의 구성 관계 ··· 36
<그림 3> 시대적 변화와 공동체운동 과정 ··· 37
<그림 4> 공동체운동과 다양한 운동 요소들의 관계망 ··· 85
<그림 5> 공동체운동의 형성과 발전 과정 ··· 90
<그림 6> 이탈과 접합을 통한 공동체운동의 발전 과정 ··· 97
I. 서론
1. 연구 배경과 목적
인류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다. 우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마을 공동체에서 살아온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 삶은 서로 간에 그리고 자연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고, 여기에는 친밀감과 안정감이 있었다 (Corinne McLaughlin & Gordon Davidson, 1985). 공동체는 생산과 재생산이 이루 어지는 공간이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인간을 실현하는 장소이며, 공동체 안팎의 관계를 통해 인류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터전이다. 근대 이후 새로운 생산양식은 생산과 재생산에 있어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관계의 변화를 가져왔고, 또한 그 관계의 변화를 가속하였다. 그리고 변화된 관계는 공동체를 위협하였다.
자연이 자원으로, 인간 노동이 노동력으로 상품화한 자연․사회적 관계는 더 이상 공동체의 틀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자본제적 생산양식의 발전에 따라 공동 체는 점차 해체되었다.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는 물질의 풍요를 이루었으나, 이는 상품화한 자원의 수탈과 노동의 착취과정이었 다. 자연을 수탈의 대상으로 삼은 생산방식은 지구 자원의 고갈과 생태계의 파괴 로 나타나 생산의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생태위기의 상황을 초래하였으며, 노동의 상품화는 인간 소외를 낳았다. 근래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사회를 양극화하여 사 회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공동체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세기 동안 인류는 국가 및 자유시장 체제와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괄 목할 물질적 성장을 이루고, ‘세계화와 정보화’로 일컬어지는 시간과 공간의 압축 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그 성과는 ‘20대 80 사회’1)로 표현되는 불평등, 양극화의 1) 전 세계 인구의 약 20%가 전 세계자원의 70~80%를 소비하고 있다. 이 20%의 사람 들이 전 세계 모든 육류와 어류의 45%를 먹고, 68%의 전기와 84%의 종이를 소비하며, 전체 자동차의 87%를 소유하고 있다(UNDP, 1998).
심화와 더불어 인간 생존기반의 파괴라는 ‘생태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자원의 고 갈, 빈발하는 이상기후, 맞닥뜨린 지구온난화와 지구생물의 보호막인 오존층의 파 괴, 진화를 왜곡하는 생물종 다양성의 감소, 인구 증가와 식량고갈 등, 사람을 포 함한 지구 생명체의 생존 위협으로 다가온 생태위기는 기존 방식대로의 양적인 성 장이 한계에 이르고 있음을 인식케 하였다.2)
한편, 근․현대의 급격한 사회변동 과정을 산업화와 도시화로도 설명하지만 달 리 한마디로 말하면 ‘공동체의 해체’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실로 누천년 쌓아온 사 회적(사회조직, 가족, 인격 등)․자연적(생산, 재생산 등) 관계를 불과 한두 세대만 에 흩트리는 과정이었다. 물질적으로 부족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삶의 모습이 피폐하고 소외된 인간관계로 얼룩져 왔다. 그나마 위안을 받아온 물질의 풍요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로 드러난 지금은 분명 위기상황이다.
개인중심의 합리주의에 뿌리를 둔 근대화의 결과는 공동체의 위기, 생태계의 위기, 그리고 인간사회의 지속가능성3)에 대한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총체 적인 문명의 위기는 우리에게 삶의 뿌리로부터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총체적인 지속가능성의 위기로 치닫는 현실을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한 노력과 실천이 다양하게 나타나며 공동체운동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편리를 좇고 경쟁 에 쫓기어 다다른 현실이 물질과 자연과 인간의 소외로 다가오는 허탈한 절망은 자연과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공동체의 삶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진다. 더 불어 살아가는 것이 본래적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갈망은 원초적 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위기와 혼란의 시대에는 공동체에 대한 희구와 실천이 발흥하여왔다.4)
2)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와 1987년 브룬트란드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 래 등은 생태위기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킨 대표적 저작들이다.
3)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한계를 인식한 생태론의 ‘목적’에 해당하는 핵심 개념이 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보듯이 이 개념이 ‘수단’화 되어 쓰이고 있다. 이 글에서 수식 없이 사용되는 ‘지속가능성’은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전제한 말이며, 이는 생태적 안정(동적 평형)상태를 의미하고 생태계의 구성요소에 대 한 손상과 순환에 대한 교란이 생태계 수용능력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 다. 또한 지속가능한 사회는 생태적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사회체계를 의미한다.
4) 수도원공동체로부터 근대적 산업화, 도시화시기에 유럽의 사회주의적 공동체 실험들, 68
공동체는 인간 본래의 사회적 삶의 그릇이며 관계방식이다. 근대이후 해체되어 온 공동체적 관계는 자본주의가 정점으로 치닫는 신자유주의 시대로 접어들어 전 지구의 구석구석까지 상품관계로 바꿔놓고 있다. 그 영향은 전 지구적 공간의 차 원뿐만 아니라 모든 재화와 용역, 서비스를 넘어 사회적 관계들조차 상품관계로 피폐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생태적․문명사적 위기에 직면하여 지구 곳곳에 서 공동체적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것은 인류의 지속성을 담보 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인간 ‘본연의지(natural will)’(Tönnies)의 발로로서 공 동체적 삶을 이루고자 하는 공동체운동은 ‘식민화한 생활세계’를 방어하고, 경쟁이 아닌 상호부조의 협동으로 소외를 극복하며, 직접적이고 다면적인 자연과 사회의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시켜 인간 사회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의식적이고 집합적인 실천 활동이다. 산업화․도시화․정보화로 더 이상 1차적 관계의 공동체가 자연발 생적으로 형성되기 어려운 시대로의 변화도 의도적인 공동체를 이루려는 ‘운동’의 형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공동체운동은 주류화한 자본제적 생산관계의 여러 고 리들을 비자본제적 관계로 재구성하며 사회구조의 변화, 인간의 의식과 생활양식 의 변화를 도모하여 새로운 자연․사회 관계를 구축하려는 대안운동의 성격을 갖 는다.
사회적 관계, 생산․소비 양식의 전환을 통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 를 회복하고 재정립하며, 생태적 인간으로의 거듭남을 도모하는 활동이 1960년대 이후 형성되어 왔다. 서구에서는 오랜 근대화의 과정을 통해 전통적인 마을공동체 가 사라진 뒤 근대화의 병폐와 환경,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 이후, 협동조 합운동과 계획공동체(Intentional Community)5), 지역화폐(LETS) 등이 나타났으며, 코하우징(Co-housing)운동 등을 거쳐 생태마을(Ecovillage)운동으로 발전하고 있 다. 우리 사회에서도 거센 근대화의 물결로 오랜 자연발생적 공동체로 유지되어온
혁명이후 농촌지역 코뮌과 아나키 공동체들, 1960년대 히피운동과 에너지위기 이후 다 양한 계획공동체들이 형성되었다.(Corinne McLaughlin & Gordon Davidson, 1985) 5) 근대 이전의 마을이나 촌락처럼 ‘자연(발생)적 공동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용하는 용
어 intentional은 ‘계획된, 의도적인, 고의의’란 뜻으로 해석되고, Intentional Community 는 ‘의도적 공동체’로도 표현된다. 여기서는 ‘계획공동체’로 사용한다.
농촌마을이 해체되면서 공동체적 삶과 문화와 의식이 엷어지게 되었다. 이에 생활 협동운동이 형성되고 유기농운동, 귀농운동, 대안교육운동, 지역화폐운동, 생태마을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형태로 형성되어 농업․농촌 중시, 지역사회 통합 성, 주민참여와 자치, 생태적 각성과 공동체성 회복 등을 위기 사회의 해법으로 제 시하며 다양한 활동들이 공동체운동을 구성하여 발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공동체의 해체, 그리고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우 리 사회에도 1990년대 이후 공동체운동이 재조명되고 다양한 공동체운동을 모색하 고 실험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활동들을 단편적으로 소개하거나 개별 단위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고있을 뿐 공동체운동에 대한 종합적 이고 체계적인 정리가 이루지지지 않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공동체운동은 서구의 운동과 보편적인 맥락에서 맞물려 이루어 지고 있지만, 운동의 형성과 전개과정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모든 사회운동이 그러하듯 공동체운동 역시 한 사회의 역사적․사회문화적 배경과 조건 속에서 태 동하고 발전하여 이를 넘어서려는 사회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한국 공동체운동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운동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기 도 하거니와 지구적 차원의 공동체운동에 의미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 다.
공동체운동에 대한 연구는 공동체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거나 개별 공동체에 대 한 분석에 머물러 왔다. 또한 공동체에 대한 연구가 이론과 실천의 두 측면이 있 음에도 그 동안 우리 사회에는 실천에 대한, 그리고 역사적 맥락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였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 이론 연구는 우리 사회의 현상에 대한 이론화가 아니라 서구 공동체 중심의 추상적 논의에 치중되었다.
이에 이 연구는 우리나라 공동체운동의 전반적 흐름과 경향을 짚어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서 공동체운동이 갖는 의미와 위상을 찾아보고자 한다.
연구의 목적은,
첫째, 우리나라 공동체운동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과 흐름을 이해하고 파악하려
는 것이다. 특성에 따라 시대를 구분하고, 공간과 형식, 내용에 따른 유형을 구분 하여 분석한다. 현상을 파악하여 나열하는 기존 연구에서 한 걸음 나아간 시대 구 분과 유형 구분은 공동체운동의 시대적, 공간적 전략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이다.
둘째, 공동체운동의 개념을 검토하고 새로운 시대 조건에 맞는 개념을 재구성 한다. 새로운 조건은 생태위기와 자본주의 세계화 상황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논 의와 나라 안팎의 관련 논의들을 검토하고 전환기의 공동체운동을 구성하여 제시 한다.
셋째, 공동체운동의 형성과 전개과정의 특성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동체운동의 형성과 전개․발전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에 근거하여 정리하고 분석 한다.
넷째, 재구성한 공동체운동 개념을 토대로 공동체운동의 현재를 검토한다. 이는 운동의 현 단계를 파악하고 나아갈 바를 점검하는 것이며, 공동체운동의 지속가능 성을 점검하는 것이다.
2. 연구 범위와 방법
이 연구는 현재 진행중인 공동체운동을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1990년대 이후 새롭게 형성되거나 활성화하고 있는 공동체운동의 특성을 살펴, 운 동의 활성화를 위한 공동체운동 안팎의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 사회 공동체운동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하여 서구 공동체운동의 흐름 과 논의도 살펴본다. 구체적인 공동체들의 사례를 연구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맥락 을 살펴 우리가 어디에 어떻게 놓여있는지를 보고자한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10개의 공동체 운동이 형성되고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살펴보았으며, 공간, 형식, 내용, 지속가능 성 등의 관점에서 이들의 현 단계를 점검하여 분석하였다. 생활협동운동이나 지역
화폐운동, 교육공동체운동 등 공동체운동의 여러 다양한 모습들은 이해를 돕는 수 준에서 정리하였다.
연구의 방법은 주로 현장 방문을 통한 운동 당사자들, 관련자들과의 면접 및 문헌 연구로 이루어졌다.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지는 않지만 연구자는 공동체운 동을 소개하고 정리하고 연계하는 활동을 전업으로 지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여기 에 언급하고 있는 공동체운동 현장과 관계자는 대부분 몇 차례씩 방문하고 만나왔 다. 여기에 정리한 내용은 2004년 가을과 겨울에 조사한 내용을 기초로 하였고 2005년에 보완 조사를 하였다.
해외의 경우에는 2001년 이후 영국과 덴마크, 인도와 독일의 관련 활동들을 직 접 접하였다.6) 경험 자체가 연구의 질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의 활동에서 얻은 경험과 정보, 고민을 연구의 내용에 담고자 하였다.
3. 논문의 구성
논문의 구성은 여기 1장에서는 연구의 배경과 목적, 범위와 방법 등을 제안한 다.
목적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동체운동의 형성과 전개과정의 특 성을 규명하려는 것이다.
2장에서는 공동체운동에 대한 논의를 검토한다. 공동체와 공동체운동에 대한 기존 논의를 검토하고, 공동체운동을 구성하는 생태론, 신사회운동론, 생명론 등을 검토한다. 이어 서구의 논의와 동양 전통의 논의, 그리고 지속가능성 논의를 근거 로 공동체운동의 개념을 재구성하여 제시한다. 이론 논의의 말미에는 연구 모형을 제시한다.
6) 우리 사회의 공동체운동을 접하고 정리하여 이를 소개하는 글들을 신문, 잡지, 저널 등 에 기고하였으며, 유럽의 공동체를 탐방하고 보고서 <생태공동체연구모임, 2001, 「미래 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 - 2001유럽생태공동체 탐방보고서」> 등을 발간하였다.
3장에서는 공동체운동의 다양한 사례와 형태를 살펴 그 모습을 이해하고, 근대 화 이후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운동이 형성․전개되어온 과정을 시대 구분을 하여 살펴본다. 사례로는 10개의 국내 공동체운동을 살펴보고, 계획공동체, 종교․영성 공동체, 마을(지역) 공동체, 생태마을, 교육공동체, 협동조합 공동체, 공동주거 공동 체, 지역화폐운동, 소액신용금융 등 역사적 형태들에 대해서도 정리하여 이해를 돕 는다.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인 자연발생적 공동체가 해체되고, 새롭게 그 시대의 요구에 조응하여 공동체운동을 형성해온 과정을 시간의 흐름과 특성에 따라 모색 과 형성기(~1987년), 전개와 확산기(1988년~1997년), 발전시기(1997년~)로 구분 하여 살펴본다.
4장에서는 공동체운동을 공간, 내용, 형식과 기능적 특성에 따라 구분하여 분석 한다. 그리고 운동과정 특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공동체운동 사례와 운동의 경향 을 검토하여 공동체운동의 형성과 전개, 발전과정을 분석 논의한다. 생활협동에서 공동체로 발전하는 과정과 공동체운동의 사회 및 사회운동과의 관계, 그리고 공동 체운동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
5장에서는 연구의 결론을 제시하고, 연구의 한계와 향후 연구과제를 제시한다.
II. 공동체운동의 개념과 이론 논의
공동체운동에 대한 논의는 공동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공동체를 무엇이라 규정하고 그 핵심요소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또한 시대상황과 사회 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생태론, 신사회운동론, 아나키즘 등의 논의와 맞물려 발전 해왔고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으며, 특히 이 땅에서는 근대 전환기의 ‘동학’으로부 터 이어진 생명론과도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개되어 왔다.
이 장에서는 공동체에 대한 논의와 우리 사회 공동체운동에 대한 기존 연구를 검토하고, 공동체운동을 구성하는 생명․생태․공동체 관련 담론들을 살펴 간략히 소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들과 시대적 상황과 공동체운동의 변화, 서구에서의 논의를 근거로 삼아 공동체운동의 개념을 재구성하여 제시한다. 이론 논의의 말미 에는 연구의 분석 틀을 제시한다.
1. 공동체․공동체운동 논의
사회운동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목적의식적인 집합행동이 며 새로운 현실을 구성한다. 사회이론은 이러한 현실들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관점 을 제공하는 작업으로 사회현실과 대응하는 사회운동이 없이는 구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이론은 현실을 꿰뚫어 직시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고 사회운동에 성 찰의 기회를 주고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1) 공동체 논의와 개념
사회학의 근간을 이루어 온 사상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며,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온 것 중의 하나가 공동체이다(니스벳, 1967). 니스벳은 ‘공동체의 재발견’이 19세기 사회 사상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발전이었다며, 그 이전 ‘이성의 시대’를 풍미한 ‘계약의 사상’이 쇠퇴하고 그 자리에 재발견된 공동체의 사상이 들어섰으며
‘공동체적 유대’야말로 좋은 사회의 이미지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 하고 있다. 이때 공동체는 국가, 교회, 노동조합, 혁명운동, 직업집단, 소비조합 등 의 다양한 인간 결합에 대해 정당성을 나타내 주는 수단이 되었다.
산업혁명 이전 수천 수만 년을 공동체로 살아온 인류에게 오히려 공동체는 드 러나지 않았다. 자연과 사회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의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일부 학자들이 인간의 결합방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동체의 중요 성이 인식되었고 논의가 시작되었다.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전통적인 공동체의 생활기반이 해체되고 새로운 산업사회적 관계방식이 들어섰으며 이에 대한 관심은 사회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초기의 공동체 연구는 농경사 회의 질서가 산업사회의 질서로 변화하는 양상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공동체의 변 화과정을 이념형적 분석틀로 논의한 것은 퇴니스로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
(1887년 초판 발행)에서 유럽 사회가 공동체(Community)에서 사회(Society)로 이 행한다는 것을 설명하였다.(강대기, 2001)
20세기 들어 산업화, 도시화의 영향으로 사회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인간의 결합방식, 집합의식도 다양해졌으며, 이러한 경험적 공동체의 변화에 따라 공동체 에 대한 이론적 분석과 관점도 다양하게 생겨났다. 공동체 연구에서 드러나는 개 념적 혼란을 극복하고자 힐러리는 1910년대부터 1950년대 초반 사이에 행해진 공 동체 연구에서 공동체가 어떠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는가를 분석하여 94개 연구 가 운데 69개의 연구가 공통으로 사용한 범주를 파악하여 정리하였는데, 이것은 물리 적 공간을 말해주는 ① 지리적 영역 geographic area, 사회관계를 나타내는 ② 사 회적 상호작용 social interaction, 그리고 집단의식을 나타내는 ③ 공통의 연대 common tie 였다(Hillery, 1955). 이를 기반으로 힐러리는 ‘공동체는 한 지리적 영 역 내에서 하나의 혹은 그 이상의 부가적인 공동의 유대를 통해 사회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다’라고 정의하였다. 이후에도 더욱 분화되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공동체 개념의 다양한 측면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많은 사회 학자들이 공동체를 정의하는데 지리적 영역과 사회적 상호작용 및 공통의 유대를 포함하는 데에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데니스 포플린, 1979).
공동체의 세 요소가 가진 특성을 좀더 살펴보면, 우선 지리적 영역은 공동체를 가능케 하는 물리적 조건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은 공동체를 출현시키는 과정으로 모든 공동체는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심정적, 상징적 공통의 연대는 앞의 두 요소의 결과라 할 수 있는 집단결속과 공유가치를 말한다. 이 세 요소는 공간․물리적 차원, 사회․조직적 차원, 문화․심리적 차원을 의미하는 것 으로 하나의 통합된 개념체계를 이루고 있다(강대기, 2005).
사회변화에 따라 인간들의 관계방식이 변화하고 그 관계의 장인 공동체의 모습 도 변화한다. 특히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른 지식정보사회로의 진입은 공간과 시간 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열고 있다.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가 본격화하면서 공 간적으로는 사회적 공간(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가상공간으로까 지 확장되고, 시간적으로는 상대적 시간에서 동시적 시간대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공동체를 이루고 논의하는데 있어서 위의 세 가지 요소 가운데 지리적 영역에 대한 관점이 희석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도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공통 의 유대가 이루어지는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성이 결여된 공간에서 익명의 글귀로 소통하는 것과 대면 접촉을 하는 소통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차원의 간극이 있다. 관계의 가능성과 정도에 따른 질적인 수준이 존재하는 것이다. 전체의 이름으로 개인이 소외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동체의 고유한 가치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공동체가 추구하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전체가 전면적으로 소통하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 가 생태적 관점이 개입되면 ‘지역’은 쉽게 저버릴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 정보와 소통의 흐름, 영성적 교감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범 위가 설정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지역에 근거한 자립적, 주체적 삶이 생태적인 것이다. 지역 사이의 교류는 그런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립을 소홀히 하는 공동체는 외부 의존이 큰 만큼 외부 환경의 변화에 쉽게 휘둘리고 이러한 조
건 속에서 자율적 전망을 가지기는 어렵다. 여기서는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도 필 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생태적 관점을 중시하는 공동체는 지역 내 완결 적인 순환구조를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지역성을 중시하지 않는 공동체는 그 지 속가능성도 보장되지 않는다(이근행, 2003). 따라서 공동체를 논의하는데 있어서 여전히 지역성은 그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 논의는 공동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차원으로 시작되어 그 문제를 극복하고 본질적인 공동체를 추구하는 일련의 실천활동으로 나아가면, 이를 공동체운동에 대한 논의로 이어가게 된다.
2) 공동체운동에 대한 기존 논의 검토
연구의 관심은 현재 우리 사회의 공동체운동을 해석하는데 있다. 여기에 맞닿 아 있는 논의를 중심으로 한 기존 연구로는 박현채(1984), 정규호(1994), 유정길 (1994), 안승준(1995), 구자인(1996), 최협(2001b), 김용우(2002), 김성균(2002b), 이 근행(2004), 황대권(2004), 강대기(2005) 등이 있으며, 공동체운동의 사례연구를 중 심으로 한 여러 석박사 학위 논문들이 있다7).
공동체주의와 공동체 이론에 대한 연구도 많이 있으나 서구에서의 논의를 중심 으로 다루고 있어 한국의 공동체운동을 해석하기에는 맥락의 간극이 크다. 그리고 공동체운동을 직접 다루거나 언급하는 경우에도 사례를 소개하거나 사례를 곁들여 규범적 논의를 수행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 사회적 실천으로부터 사회운동의 이 론을 도출하고 해석하는 운동론으로서 ‘공동체운동’ 연구는 미흡한 상태이다. 위에 언급한 연구들은 나름대로 실천과 이론의 연결고리들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다. 학 위논문들은 기존의 이론으로 새로운 현상을 해석하려는 접근 방식으로 인해 충실 한 개별 사례에 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운동론의 정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 다. 이 연구 또한 그러한 딜레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7) 물론 여기 언급한 연구 이외에도 많은 논의 자료들이 있다. 생태공동체운동센터 (commune.or.kr) 자료실에서 상당한 자료들을 접할 수 있다.
이렇게 공동체운동에 대한 이론과 실천의 통합적 연구가 미진한 이유로는 무엇 보다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운동이 현상적으로 형성되고 드러난 것이 오래지 않았 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이 운동 현장 또는 현장과 연계하여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서 나오고 있고 아직까지는 ‘다른 삶’의 모습과 생각이 있음 을 소개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장에 발을 딛고 연구활동을 하는 학 자 층이 두텁지 못한 이유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연구는 구체적인 실천으로부 터 운동론을 길어 올리는 과정의 한 자리에 놓여있다.
공동체운동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운동론을 구성해 가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논의들을 검토한 내용을 이 연구의 문제의식에 비추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로 공동체가 해체되지만 공동체를 회복하고 새로 운 공동체를 향한 실천으로서 공동체운동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고, 그 의미 또 한 확장되고 있다.
둘째, 활발해지는 공동체운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는 공동체운동이 형성되어 전개되는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를 점검하고 도약하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셋째, 공동체운동에 대한 더욱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대 부분 기존의 연구는 현재 드러나고 있는 공동체운동을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를 찾 을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공동체운동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발전적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공동체운동 연구는 운동의 주체로부터 지역, 국가와 민족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연구의 범위가 흩어져 있고 이들의 연관성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여러 유형의 공동체운동 범주들 사이에도 마찬가지이다. 공동체운동이 분화하기보 다는 통합적인 지향을 갖는 운동과 논의라면 마땅히 이들 운동 유형과 층위에 대 한 관계를 드러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도 위에 지적한 내용들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하였다. 다만 셋째와 넷째로 지적한 내용 가운데 공동체 내부에서의 발전적 변화, 그리고 여러 공동체 유형들이 통합적으로 관계를 맺고 발전해 가는 양상을 드러내보려 한다.
2. 공동체운동을 구성하는 논의들
여기서는 공동체운동을 해석하거나 구성하는 생명․생태․공동체 관련 담론들 을 살펴 간략히 소개한다. 이 논의들에서 공동체운동은 의미 있는 현상이자 과제 로 제시되지만 공동체운동의 구조와 동학을 직접 해석하는 이론들은 아니다. 공동 체운동의 활발한 논의와 이론의 정립을 위해서는 이러한 논의들의 관점에서 공동 체운동을 해석하는 연구와 함께 공동체운동 자체를 분석하는 다양한 연구 작업들 이 시도되고 축적될 필요가 있다.
1) 생태론
현재의 위기는 ‘오염된 환경’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차원으로 해결할 수 있 는 문제가 아니라8) 우리 인간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과 연관된 문제로 자연과 사람 사이의 관계 회복과 재정립을 요구한다.9)
생태주의, 생태론적 관점은 이제 인간사회의 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운동의 몫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사회의 토대를 허무는 단계에 이르러 생태위기로 표현되고 있는바, 인간의 모든 활동 - 주류의 경제사회 활동만이 아니라 모든 영
8) Andrew Dobson은 생태주의와 환경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확한 구분을 시도한다.
“생태주의에서 환경보호는 그것과 관련한 사회적․정치적 생활양식에 있어서도 근본적 인 변화를 전제한다는 점이다. 한편, 환경주의는 환경문제에 대해 ‘관리적’인 입장으로 접근하여, 현재의 생산 및 소비의 가치, 또는 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서도 환경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주의는 자유주의 또는 사회주의 같은 주 요 흐름에서 부차적일 수밖에 없었다. 생태주의를 환경주의와 동일하게 바라보는 시각 은 생태주의의 지위를 심하게 평가 절하하는 것이며, 환경주의와 생태주의를 혼동하게 하는 근간이 된다.”(앤드류 돕슨, 1994:26)
9)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이 커지고 인간사회의 내부모순이 축적되어 드러난 문제가 생태위기라는데 대부분의 생태주의가 동의한다. 따라서 이들은 생태위기 극복을 위해서 는 인간내면의 변화와 사회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이루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인간중 심적 급진주의로 분류되는 ‘사회생태론’자들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가 인간의 인간 에 대한 지배로부터 온 것이며, 생태문제는 사회문제가 자연세계에 투영되어 나타난 것 으로 본다.(머레이 북친, 1997)
역의 사회운동까지 - 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절실한 조건이다.
이 연구의 전반에 생태론의 관점을 깔고 있지만 이를 ‘생태공동체운동’으로 굳 이 칭하지 않는 이유는 공동체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형 성․유지․발전하는데 있으므로 공동체운동은 생태적 인식과 관점을 밑바탕에 깔 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위기, 에너지위기 이전에 형성되어 지금까지 발전해온 공동 체들의 경우에도 그 정도나 표현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생태론적 관점은 관철되고 있다.10)
생태론의 조류 가운데 근본생태론(Deep Ecology)은 유기체적 세계관을 바탕으 로 자연을 단순히 물리적 대상이 아닌 능동적 주체로 바라본다. 생태계가 가진 물 리적․열역학적 한계에 주목하며, 현재의 위기는 경제성장의 위기가 아니라 인류 생존의 위기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 자체에 내재적 가치(생명은 스스로가 목적)가 있다는 점(Arne Naess)을 깨달아 생물중심주의(생 명적 평등성)적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근본생태론자들은 환경 문제의 주요 원인을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키는 근대의 이원적, 기계론적 세계관에 두고 문제 해결의 일차적 과제를 생태의식의 회복이라는 인간의 의식개조에 두고 있다(문순홍, 1992:208). 생태의식은 역동․순환․관계성에 근거한 유기적․전일적 (holistic)인 인식을 말한다.
이에 따라 근본생태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동체의 의미는 종교적 영성 강조, 자연과의 합일된 의사소통의 확장, 유기적이며 전일적인 관계가 자연세계로까지 확장되는 것을 추구하며, 단위지역에서 지역적으로 자율성을 추구하는 자기규제적 이고 비폭력적인 공동체이다. 이들은 현재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생물 중심주의와 생물간의 평등성, 그리고 이들의 자아실현(문순홍, 1992:59) 이라는 새 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 즉 생태의식의 배양공간으로서의 공동체적 기능에 관
10) 많이 알려진 오랜 공동체들 가운데, 종교적 공동체인 아미쉬(1700년대~)는 전기동력 을 아예 쓰지 않으며, 브루더호프(1920년대~), 야마기시회(1950년대~) 등도 유기농업 을 생산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1962년 시작된 핀드혼공동체의 경우 생태마을프로젝트, 리빙머신, 풍력발전 등 생태마을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올리버 포피노․크리스 포피노, 1993; 생태공동체연구모임, 2001)등 참조.
심을 가지고 있다. 근본생태론적 공동체의 모습은 인격의 성장과 특정 장소의 생 태적 통합성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농촌지향적 소규모공동체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이 제기하는 공동체는 생물주의에 빠져 인간행동을 제한하고, 권위주의적 국 가의 위계질서를 정당화시켜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문순홍, 1992:251).
사회생태론(Social Ecology)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로 나타났으며, 생태위기는 인간 사회의 문제로 야기된 것이며 사회적 지배관 계의 근절이 자연지배를 근절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M. Bookchin, 1995). 이들 은 근본생태론이 환경문제의 사회적․역사적 기원을 무시했으며 생태위기의 사회 적 근원을 보지 못하여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사회생태론자들은 자연환경과의 지속적인 균형과 조화를 보장해주는 새로운 모습의 인간공동체를 형 성하지 않고서는 인간과 자연간의 조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현재의 사회 적 질서가 존재하는 한 생태적 해결책을 찾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북친은 파괴되어 가는 “자연의 보전 및 강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 을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따라서 “현대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생태주의는 사회적 혁명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의 위계질서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 속의 모든 위계질서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것은 정치제도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식, 경제제도, 생활방식,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혁명적 변혁이 요구되기 때 문”이다. 이러한 삶의 공동체는 “자유로운 개인의 자율적 연대”라는 아나키즘의 원리에 의해 새로이 구성되는 에코아나키즘의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에서는 인간 이 자기 스스로 소유할 수 있고, 나아가 일상적인 삶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사회의 규모가 적절하게 분화되어야 하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이 사회 의 정치형태는 직접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구승회․김성국 외, 1996).
이와 같이 사회생태론자들은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의존성을 존중하면서 생태계 를 파괴하지 않고 경제적 자립과 정치적 자율, 인간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면 서, 왜곡된 소비주의를 통제하는 방향에서 대안적 삶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는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인간성을 재발견하는데 있어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성 회복에 대한 강조는 근본생태론과 유사하다. 자유와 참여의 원리를 통해 기존 사회질서 속에서 하나의 해방구적인 의미, 점유되어지고 의식이 해방된 지역으로서의 의미를 지닌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적정기술, 합리적 생산방식, 인간의 기본필요에 대한 충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을 통하여 도덕과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결합되면서, 시장구조 속에 서 정당한 주체로서 시장경제의 도덕성과 기술의 친생태성을 사회전반의 민주화와 자연과 인간간의 민주화를 통해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생태론자들의 전략이다 (정규호, 1994).
이 외에도 생명지역주의(Bioregionalism)는 지구를 지형과 생물상에 의해 규정 되는 생명지역으로 이해하여 이러한 터전에 인간 사회가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한 다. 따라서 소규모 공동체주의와 자급자족적 개발, 수계와 식생 및 기후를 고려하 는 지역경계 설정 등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영성적 생태주의(Spiritual Ecology)는 정령신앙을 연상시키듯이 신령스러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존중과 경배를 강조한 다.
2) 신사회운동론
전통적인 사회운동의 패러다임에 대한 의문이 일어나면서 신사회운동(New Social Movements)이 등장했다(손혁재, 2003). 생산관계․계급관계를 중심으로 한 구 사회운동에 의문을 제기하고 질적 차이가 강조되었다. 1960년대 말부터 기존의 사회질서와 정치권력의 변화를 추구하는 시민운동으로 등장한 신사회운동은 환경 운동, 반전평화운동, 민권운동, 여성운동, 소비자운동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 다.
멜루치(A. Melucci) 등은 신사회운동에 주목하며 그 배경으로, 현재의 사회문제 가 특정 계급이 아닌 광범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 지배 및 사회 통제의 변화가 합리성과 사회적 통제의 영역 밖에 있던 삶의 영역까지 영향 을 끼치고 혼란을 일으켰다는 점, 제도 영역이 자기교정과 통제 능력을 상실하였
고 이에 비제도적 영역으로부터 악순환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였다.
신사회운동은 전통적인 노동운동과 선을 긋고, 노동과 자본이 공유해온 경제적 성장과 물질적 풍요라는 가치 대신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참여민주주의나 평 등한 사회적 관계를 강조하여 인권과 탈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특정 계급이나 계층 등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목표나 가치를 공유한 집단으로 이루어 졌다. 그런 만큼 보편적인 가치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잉겔하트(Ingelhart)는 신사회운동이 추구하는 가치를 ‘탈물질주의’(postmaterialism)라고 규정했다(손혁재, 2003).
신사회운동이 갖는 특징은, 개방적 실천을 통해 대립 구도의 투쟁보다는 창조 의 논리를 추구하며, 생태위기 인식과 생태론을 수용하여 관계, 순환, 다양성과 자 율의 가치들을 사회화하려 한다. 또한 문화적 주체와 체계를 변혁 기획을 통해 성 장, 속도, 지배, 억압, 소유 등의 사회구성원리를 폐기하고 인간본성에 적합하게 삶 을 재편성하여 자율과 공생의 원리를 정립하려 한다. 여기서 공동체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그리고 계급정치에 대한 도전과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적극적 발상을 통해 다양한 연대성에 기초하여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향상시킬 공동체운동을 부각 시키고 있다. 이러 맥락에서 삶의 전반체계를 변화시키려는 의도로 풀뿌리 민주주 의, 행정의 분산, 기업의 자주관리, 성차별 극복, 주변인들의 인권보장과 같은 포괄 적인 원리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신사회운동은 사회와 개인의 변혁을 동시에 주장한다. 사회구조의 해체와 개선만으로는 해방된 인간의 출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인간의 참된 해방은 먼저 인간의 내면에서 진행되는 실존적 투쟁에 바탕을 두고 왜곡된 자아구조를 체 제가 강요한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진정한 자신의 본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다. 이들에게 있어 자아의 확대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개인이 아니라 책임감 있고 보편적 규범과 조응하며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사회운동은 이익범주보다는 사회적 정의를 강조한다. 신사회운동은 ‘성장의 재분배’라는 경제적 보상만으로는 일반인의 주변화와 소외를 충분히 해결할 수 없 다고 본다. 재화와 서비스의 충족뿐만 아니라 창조성, 자유, 권위에 대한 충족, 지
식, 결정권, 만족스러운 직업의 획득 등이 중요하며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발전의 우선순위가 먼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손혁재, 2003).
한편, 한 사회의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공동체적 유대가 유지되고 생산되는 영 역을 하버마스는 훗설의 용어로 ‘생활세계’라 하였다. 생활세계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규범, 우리가 귀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사물의 이 치,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미학을 포함한다. 근대화의 합리성은 두 가지 방 향으로 분화 발전하였다. 목적적 합리성은 힘(power)에 의해 매개되는 정치와 돈 에 의해 매개되는 정치․경제 시스템으로 발전해 왔고, 가치적 합리성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본 영역인 생활세계를 통해 발전해 왔다. 근대국가의 완성은 국가로부 터 침해받지 않는 자주적인 사적 영역으로서의 ‘생활세계’와 역시 법적 질서를 통 해 유지되는 ‘시스템’(정치와 경제)의 분화를 완성한다. 그러나 부의 편중과 사회복 지국가를 거치며 생활세계에 속했던 영역들이 법제화됨으로, 생활세계의 영역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본적 욕구충족에 필요한 물질의 확보가 사회보장법 에 의해 규제되고, 교육의 문제가 교육행정의 문제로, 가족의 문제가 가족법의 문 제로 변화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러한 발전 방향을 하버마스는 ‘생활세계의 식민 화’라고 표현한다. 체계(경제논리)가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삶의 영역을 식민지화 했다는 것을 단순화시켜 표현한다면, 삶에서 개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 이해적, 인 격적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개인의 가치가 우선적으로 경제적 측 면에서의 효용성과 정치적 측면에서의 전략적 도구로 판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향이 지속될 경우, 사회 공동체의 해체라는 사회적 위기 상황이 나타난다.(김 영욱, 2002)
하버마스에 따르면, 체계의 과도한 발달이 낳은 생활세계의 식민화에 대응하는 신사회운동들은 그 저항 잠재력에 따라 해방운동, 저항운동, 퇴각운동으로 구별된 다. 19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과 여성운동이 해방운동의 사례들이라면, 환경․평 화․시민운동․녹색당․농촌코뮌 등 다양한 대안운동들은 저항 및 퇴각운동에 속 한다(김호기, 1999; 146)
3) 생명론
국내에서도 한국적, 혹은 동양적 전통에 근거를 둔 환경․생태담론의 발굴과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한살림 등의 유기농업운동, 생활협동조합운동으로 실천되고 있는 ‘생명’담론이 부각되었다. 김지하 시인이 1980년대 초부터 한국의 고대사상인 풍류도의 접화군생(接化群生), 동학(東學)의 천지부모론, 삼경론(敬天, 敬人, 敬物 ) 에 주목하여 생명담론으로 펼쳐 보였으며, 이러한 ‘생명론’은 삼라만상이 모두 한 생명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망이라는 동양적 사유의 맥락에서 읽혀지고 있 다. 이러한 생명론은 환경․생태담론을 심화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생명론에서는 생명에 대한 이념을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 자연에 대한 생태 적 각성,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으로 두고, 그 실천활동을 새로운 인식과 가 치, 양식을 지향하는 ‘생활문화활동’이면서, 생명의 질서를 실현하는 ‘사회실천활 동’, 자아실현을 위한 ‘생활수양활동’,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생명의 통일활동’으 로 표현하고 있다(한살림모임, 1989). 그리고 이러한 생명사상의 실현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도덕적 각성을 중심에 두고 이것을 통해서 ‘자아실현’, ‘공동체 적 삶’, ‘사회정의’, ‘생태적 균형’을 실현하는 사상적 기초와 실천활동의 토대로 삼 고 있다.
생명론에서 생명은 실체가 아니라 생성이다(김지하, 2003-1). 그것은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모든 것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 또한 생명세계는 다양성을 바 탕으로 하고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중층적, 복합적인 여러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차원적인 생명체가 각각의 차원에서 자기 밖의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공 진화해 나가는 것이 생명의 세계이며, 창조적 진화를 이루어 온 것은 바로 생명의 속성인 ‘자기 조직화’에 있다. 결국 생명 세계는 ‘다차원적 자기 조직화의 그물망’
인 것이다(모심과 살림 연구소, 2004).
인간 사회도 자기 조직화나 창조적 진화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명 운동에서 생명이 스스로 자기를 조직하듯이 사회운동은 스스로 새로운 사회를 창 조하는 과정이다. 이 창조하는 힘, 자기 조직화의 에너지의 원천을 ‘영성’이라 할
수 있다. 생태론에서 영성은 자연이 가진 정신적 힘을 인지하며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며,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개체를 볼 수 있는 전일적 사고를 의미한다.
생명론에서는 이에 더하여 개인 내면의 영성과 우주 심층의 활동의 근원으로서의 영성이 이중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해월 최시형은 ‘만물 가운데 한울님을 모시지 않은 것은 없다’는 표현으로 생명론의 영성을 일러준다.
생명론이 추구하는 사회변화의 과정은 생태적 공동체를 통한 실천전략이다. 산 업화에 따라 자연적 생활공동체는 붕괴되었고 이제 새롭게 생산․생활․자연을 일 치시키는 자각적인 마을 즉 생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공업․정보화 등의 중층적 생산양식, 도시적 생활양식을 모두 통 합하는 창조적 관점이 요구된다. 개인의 인격실현, 지역단위의 소공동체적 생활과 정에서 통합된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생의 원리를 바탕으로 생활협동조 합이나, 유통공동체, 소비자 공동체의 형성이 필요하며, 이들의 중층적인 연대를 통해서 전통사회의 마을을 대신하는 생태적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 한 공동체간의 연대조직이 생산․유통․소비부문을, 생산자와 소비자를 더 접근시 키는 방향으로 확대되어 전 국민적 경제적 독과점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고, 현재 의 정치질서와 결합된 시장구조 자체를 수정하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공동 체운동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김지하, 2003).
3. 사회변화와 공동체운동 개념의 재구성
공동체와 공동체를 추구하는 공동체운동에 대한 연구는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 는 공동체들에 대한 이해의 측면과 현실 조건이 요청하는 공동체의 규범적 상을 제시하는 측면을 모두 담고 있다. 공동체운동 연구는 현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공동체운동에 대한 해석 틀과 규범적 이념 틀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보사회의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상공간의 사이버 공동체에 대 한 해석 등이 그러하다. 비록 지역공간의 기반은 없으나 가상공간에서의 상호작용 으로 공통의 연대 의식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를 공동체로 규정하는 경우 등도 현 실의 변화를 적극 해석하여 새로운 공동체 상과 규범을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 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이 가상공간의 허구적 성격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였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탈산업사회의 특징과 시대적 과제를 수용하여 전통적인 공 동체의 개념을 확장․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공동체 개념에서의 ‘지리적 영역’, ‘사회적 상호작용’, 그리고 ‘공통의 연대’에 대해 새로운 공동체운동의 개념을 구상하는 것이 요청된다.
1)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전통적 공동체 논의 이후 앞서 정리 제시한 생태론․신사회운동론․생명론의 세계관이 새로운 세계를 해석하고 있다. 모든 사회는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 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를 지배하는 특정한 신념구조(문화적 렌즈)는 부분적으로는 현실을,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신화를 반영하는 이미지로 구성된다. 지배적인 이미 지에서 현실이 벗어나면 현실과 이미지간의 괴리는 긴장을 유발하게 되고,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체계를 변화시키며, 반면 다른 사람들은 계속 자신의 방식 의 믿음을 고집하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이 낡은 이야기의 결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이들은 낡은 이야기로부터 중요한 방식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생각을 발전 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점차 새로운 믿음체계를 형성하고, 이를 과거의(낡 은) 것에 도전하는 세계관이라 한다(밀브래스, 2001; 211-217).
세계관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개 이를 패러다임(Paradigm)이라 부르는데, 카 프라는 이에 대해“어떤 공동체에 의해 공유되는 개념, 가치, 인식 그리고 실천의 집합으로, 현실에 대한 특정한 비전을 형성하고 공동체가 스스로를 조직하는 방식 의 토대가 되는 집단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정 사회에서 지배적인 신념 패러다
임을 지배적인 사회적 패러다임(Dominated Social Paradigm, DSP)이라 부른다.
하나의 DSP는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작동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조직하는 사회의 지배적인 신념구조로 정의된다. 때때로 지배적 패러다임들은 너 무나도 근본적인 도전을 받아서 새로운 패러다임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는데, 이러 한 과정을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라고 부른다. 패러다임의 가장 두드 러진 특징은 패러다임 전환이 비연속적인 혁명적 단절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다.”(밀브래스, 2001; 213-214에서 재인용)
밀브래스(2001)는 1980년대 초 미국, 영국, 독일에서 환경에 관한 신념과 가치 에 관한 연구에 참여한 결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고 있으며 지배적 패러다 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증거를 얻게 되었다며 이를 ‘새로운 환경 패러다 임’(New Environmental Paradigm, NEP)이라 하고, 그 차이점을 <표 1>과 같이 정리하였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청되는 이유는 인류와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우리 공동의 미래 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인간들 간의 조화 그리고 인간 과 자연 간의 조화를 촉진하는 것’(WCED: 1987, 65)으로 보고, “미래 세대의 욕구 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 않고 현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 전”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을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담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현재의 시점을 살 아가는 세계인들 모두가 생존과 삶의 질을 충족시킬 권리를 공평하게 가지고 있음 을 분명히 함으로써 ‘세대 내 균형(형평성)’을 강조한다. 또한 생존․삶의 질에 대 한 권리는 현세대에만 머물지 않고 미래세대로까지 확장되어야 하는데 이는 ‘세대 간 균형(미래성)’을 의미한다. 이렇게 형평성이 확장되는 과정에 인간과 자연의 적 절한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생태적 균형(생태성)’에 해당된다. 이 들 세 가지는 지속가능성을 구성하는 핵심 원칙들로써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앞서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현 사회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생존 기반에 대한 생태위기, 사회적 관계에 대한 사회 양극화와 인간 소외 심화, 그리고 상품관
지배적 사회 패러다임 새로운 환경 패러다임 기계주의 / 데카르트적 세계관 생태주의 / 전체론적 세계관
주체와 객체의 분리 인간과 자연의 분리 가치중립적 통제하는 지식 분석이 이해의 열쇠 직선적 시간관과 인과관계 개체의 힘이 복지의 기초 양적인 것 강조 수단적 가치 윤리와 일상생활의 분리 획일성의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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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 인간과 자연의 비분리 가치관여적 감정이입적 지식 종합적 인식 능력 강조 순환적 시간관과 인과관계
개체들 사이의 관계의 질이 복지의 기초 질적인 것의 강조
내재적 가치
윤리와 일상생활의 통합 다양성의 증대
현재 사회에 만족 새로운 사회의 추구
인간의 자연 파괴로 인한 심각한 문제는 없음 위계질서와 효율 시장 강조 경쟁적 삶 복잡하고 바쁜 생활양식 돈을 벌기 위한 노동 더 많은 소비가 더 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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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연 파괴로 자연과 인간 모두에 심각한 문제 발생 개방과 참여
공동체 강조 협동적 삶
단순하고 느린 생활양식 노동 자체의 즐거움 덜 쓰지만 더 행복한 삶
자연의 가치를 경시함 자연에 높은 가치를 부여
인간의 자연지배 자연을 상품생산에 이용 성장의 한계 거부 생태계보다 경제성장을 우선 생산과 소비의 강조 자원고갈 부인 인구문제 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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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존 자연 자체의 내재적 가치를 인정 성장의 한계 인정
경제성장보다 생태적 균형을 중시 연대와 협동의 강조
자원고갈 인정 인구폭발의 가능성 인정
좁은 범위의 특수한 연민 넓은 범위의 일반화된 연민
자기 세대에만 관심 타인종, 타문화에 대한 무관심 인간은 욕구를 위해 다른 종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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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에 대한 관심 타인종, 타문화에 대한 관심 다른 종에 대한 연민
부의 극대화를 위해 위험감수 사려 깊은 계획과 행동
과학과 기술의 숭배와 맹신 기술적 생태학적 한계의 불인정 핵무기의 개발 대규모 경성(hard)기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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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 통제 생태학적 한계가 기술적 한계를 결정 핵무기의 개발 정지
소규모 연성(soft)기술의 개발
기존의 정치 새로운 정치
중앙 집중화된 대의제 민주주의 전문가에 의한 지배 남성 중심의 정치 제도정치 강조 좌우대립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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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화된 참여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 남녀 평등의 정치 직접행동과 실험정치
경제성장 제일주의와 생태주의의 대립
출처 : Milbrath, 2001 : 219
<표 1> 지배적 패러다임과 생태주의 패러다임의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