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공동체운동의 다면적 특성과 변화경향에 대한 분석
2) 내용 특성에 따른 분석
공동체운동의 내용이라 함은 운동 내에서 공동체적 관계와 상호작용이 이루어
지는 매개와 관계의 정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공동체의 소유와 수익분배 문제와 같이 경제 관계가 어떻게 구성되는 가도 이 유형 구분에서 언급할 수 있겠다.
공동체운동에서 상호작용은 그냥 마음과 정을 나누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과 정도 그저 나누어지지 않는다. 마음과 정을 담아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매 개와 형식이 구체적일 때 그 관계가 공통의 연대의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 매 개가 바로 생활이다. 공동체운동의 가치지향과 이념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공 동체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구체적인 생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치도 담을 수 없다. 가치는 의식과 생활로 구현되는데 그 생각을 나누는 소통방식, 그 가치를 실현하는 생활방식이 공동체의 내용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동체들은 무엇을 어떻게 공유하고 나누는지 알아보기 위해 10개 사례 공동체의 생활요소를 살펴, 각 공동체들이 삶의 터전에서 함께 나누는 생활 요소와 활동을 점검해보았다(<표 8>). 여기서 ‘공동체 관계 수준’은 각 생활요소를 공동체 내에서 해결하는 정도와 그 성격이 대안적인 정도를 함께 검토한 것이다.
예를 들면, ‘식’은 건강한 먹거리를 공동체의 매개로 삼는 정도와 함께 공동식사를 하는 정도를 모두 반영하여 검토한 것이며, ‘에너지’의 경우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도입과 사용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생활요소
공동체 생산 식 의 주 교육 의료 에너지 문화 환경 소통
산안마을 ◎ ◎ ◎ ◎ ○ △ △ ◎
정토회 ◎ ◎ ◎ ○ ◎ ◎
실상들녘 공동체 △ △ ◎ △ △ ○ ○
안솔기마을 △ △ ○ △ △ △ ○ ○
물꼬 ◎ ◎ ◎ ◎ ○ △ ◎
광명Y생협 ○ ○ ○ ○
성미산마을 ○ ◎ ○ ○ ○
안성의료생협 ◎ △ ○
풀무생협 ○ △ △ △ ○
한밭레츠 △ △ △ △ △ △ ○
( 공동체 관계 수준 - ◎ ; 아주 높음 / ○ ; 높음 / △ ; 보통 )
<표 12> 공동체 매개 생활요소와 관계 수준
생산은 대부분 농업생산을 말한다. 정토회는 서울의 경우 회비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산안마을, 물꼬와 함께 세 곳은 구성원 모두 한 지갑을 쓰며 개 인에게는 용돈 정도가 지급되는 무소유 공동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풀무생협은 생산자들의 조합이며 지역학교에 장학금과 급식재료 지원을 하고 있다. 안솔기는 지역 내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주민 수가 적고, 실상들녘 공동체는 유기농산물 공 동판매를 시작하였으나 아직 구체적인 공동체 단위로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한밭 레츠는 거래되는 내용 가운데 노동과 서비스의 제공에 대해 보완적인 수준에서
‘두루’ 화폐로 거래하더라도 그에 따른 구체적인 생산과 이어지게 된다. 그 생산활 동과 수익이 개별 소유로 돌아가더라도 이때 부분적으로 발생한 두루는 다시 공동 체에서 순환되며 거래를 일으키게 된다.
식(食)은 먹거리를 공동체운동의 매개로 삼거나 함께 공동식사를 하는 경우이 다. 산안마을, 정토회, 물꼬는 함께 생활하며 식사도 함께 한다. 광명Y생협과 성미 산마을은 생협활동을 중심에 두고 있다. 광명의 경우 매주 모임 때 공동식사도 중 시한다.
의(衣)는 산안마을의 경우 외출복 등 옷가지를 모아두고 필요한 사람이 사용한 다. 그 외에는 옷의 경우 공동체운동의 매개로까지 활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일반 사회에서도 물려 입거나 녹색가게 수준의 지역활동 등을 이용해 재사용하는 등 서 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住)는 함께 주거생활을 하거나 상당 부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함께 모여 사는 정주형 공동체는 산안마을과 정토회, 안솔기마을, 물꼬 등이다. 이 가운데 안 솔기마을은 독립된 단지이지만 개별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공동생활시설이 아 직 마련되지 않았다. 주거생활을 공동체의 중심 매개로 삼는 운동이 공동주거운동 (코하우징)인데 아직 우리 사회에는 몇몇 실험이 있었을 뿐 본격적으로 실험되거 나 소개되지 않고 있다.
교육의 경우 물꼬는 현재 초등과정의 교육을 중심으로 하지만 영동 산골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생태공동체를 지향하며 함께 생활하며 살아가는 학교이다.
대부분의 교육공동체가 교육 영역에 한정되는 것과 달리 정주형 공동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실상들녘 공동체와 성미산마을은 지역 내에 보육과 방과후, 대안학 교, 건강․문화․생활 교육 등 평생교육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이 공동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광명Y생협은 초등과정의 ‘볍씨’ 대안학교를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 으며, 산안마을과 정토회는 일반인을 위한 ‘연찬’과 ‘깨달음의 장’ 등 수련 프로그 램을 진행하고 있다. 풀무생협은 생협이 주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원인 주민들 과 지역사회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풀무학교를 비롯한 각급 교육기관들과 연계가 각별하며, 한밭레츠의 경우 레츠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12년제 대 안학교 대전 푸른숲학교가 만들어졌다.
의료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의료를 매개로 형성된 안성의료생협은 국내에서 처음 형성된 곳이고 지금은 한의원, 치과를 비롯한 5개의 의료기관을 두고, 지역내 조합세대가 1,700세대, 가구원으로는 6,000여 명에 이르는 규모로 발전하였다. 실상 사에는 주민건강사랑방이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밭레츠는 대전의료생 협과 연계 활동하며 ‘두루’ 적용 업소 51곳 가운데 약국과 병원이 10곳으로 많은 편이라 2004년에 거래된 5천건 가운데 25%가량을 의료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다.
한밭레츠의 경우 거래내역을 참고하여 거래가 많은 항목을 분석한 것인데 2004년 을 기준으로 하면 가맹점거래가 25.9%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밭레츠에는 모두 62곳의 가맹점(‘두루’로 거래가 가능한 업소)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의료기관 과 학원 등이 많다. 거래순으로 다음은 의료 24.7%, 재활용품 16.2%, 농산물이 14% 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지역품앗이 한밭레츠, 2005).
한편, 에너지는 자립, 자치의 측면이나 생태적 관점에서 중요하게 떠오르는 사 안이지만 재생가능 에너지의 도입은 전체적으로 매우 더디다. 그러나 많은 공동체 들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중에 있어 조만간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 인다. 특히 교육공동체들의 관심이 높다. 사례 대상은 아니지만 풀무학교 고등부와 전공부, 이우학교 등에는 햇빛발전과 풍력, 지열이용 시설이 도입되어 있다.
문화, 환경, 소통 항목은 공동체 형성의 직접적인 매개라기보다는 공동체의 지 속성과 사회적 역할 등과 관련한 항목들이다. 관련 활동이나 구체적인 규약이나 시설 등이 있는 것을 기준 삼아 점검하였는데 특히 정토회의 경우에는 쓰레기제로
운동, 빈그릇운동 등을 솔선수범하며 광범위한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 데 소통은 마음과 생각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해소하고 공동체의 의사결정을 이루 는 방식을 말한다. 소통은 구성원 개인이 공동체를 통해 공동체와 더불어 인격적, 영적 성장을 이루는 중요한 기재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매개가 있다하여도 소통이 원활하고 건강하지 않으면 공동체의 관계 유지와 공통의 연대는 성장은 이루어지 지 않는다. 정주형 공동체인 산안마을, 정토회, 물꼬의 경우를 보더라도 같은 공간 에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일어나게 마련인 갈등을 해소하 는 나름의 관점과 방식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산안마을의 연찬이나 정토수련원의 깨달음의 장에서 수련하는 내용의 관점과 같은 접근이다. 특히 정토회의 경우 공 동체운동을 통해 국내외에서 환경, 기아․문맹퇴치, 평화․인권․난민지원 등의 활 동을 활발히 펼치기 위해 공동체와 개인 차원의 일상적 수행과 함께 사업의 수립 과 집행을 위한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만장일치를 이루려는 민주적 절차인 삼의제(三儀制)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공동체 유 형 가운데 종교․영성 공동체가 있다. 특정한 종교적 삶을 살거나 영성 수련을 주 된 목적으로 삼는 공동체들인데 이러한 가치와 이념의 추구 역시 생활을 담는 방 식은 정주형 계획공동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에서 금기하는 규정이 있거나 기도와 수행이 일상화되어 있는 점이 추가될 뿐이다. 피정센터와 같이 일반인들이 일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위의 구체적인 사례분석을 통해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첫째, 먹거리와 교육 부문이 공동체운동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또는 비중 있는 계기이자 매개 역할 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공동체운동의 유형 가운데 공동체 숫자나 참여하고 있는 인원으로 보면 가장 많은 것이 생활협동조합,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교육이 될 터이다. 여기서도 그 내용은 반영되고 있다. 둘째, 상대적으 로 에너지 항목이 약하다. 공교롭게 에너지 관련 시설이나 활동이 없는 공동체가 사례로 선정되었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도 우리 사회의 공동체운동은 아직 화석연 료와 핵발전에 근거한 에너지의 전환에 그다지 관심과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