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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6. 한반도의 긴장 완화 방안

북핵 문제가 2009년 초의 파동을 겪는 중에 또 한 차례 완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 간 대화에 동의하였고, 북 한은 중국 측 특사가 북한을 방문한 이후 핵을 포기하는 목표와 다 자구도 하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완화의 조짐이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완화를 가져올 수 있 을 것인가? 이 새로운 긴장완화의 과정 중에 각 국가들이 어떤 오해 를 풀고, 어떤 공동의 견해를 견지, 혹은 형성하며, 어떤 잘못된 인 식을 피해야만 비로소 북핵 문제의 해결이 진정으로 새로운 시작으 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모두 깊은 반성과 사고를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가. 중국의 책임문제

북핵 문제에 있어 필자가 생각하기에 중국은 여전히 유한책임론 적인 행동을 견지할 것이다. 북핵 문제의 주요 모순은 여전히 미국 과 북한과의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중국은 독특한 역할을 발휘할 수 있고, 또한 미국이 발휘할 수 없는 조정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자신의 독특한 전략적 위치를 저버리고 완전히 미국의 정책에만 따른다면, 중국은 그 특수한 영향력을 잃어버릴 뿐만 아 니라, 6자와 다자의 의미가 크게 축소될 것이고, 북핵 문제는 해결 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이며, 중 국이 주제넘게 미국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 다. 미국의 문제는 반드시 미국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만약 미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중국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은 단순하게 중국의 힘에 의지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순지하지는 않다. 미국이 주도국으로서

이 문제를 주재하면서 그 해결의 책임은 중국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것은 매우 웃기는 일이다. 미국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역안보의 명맥을 통제하면서 지역안전보장 기제를 갖지 못한 중국에게 지역 안보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도 확실히 불공평하고 또 불가능한 것이다. 중국도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고 해서 중·북관 계를 희생하여 관계의 파괴를 대가로 치를 가능성은 없다. 왜냐하 면, 중·북 관계가 파괴된다고 하더라도 미·북간의 문제는 여전히 해 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국가는 각국이 당면 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가는 특수한 책임과 역할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특수한 역할이 충분히 발휘되었을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합력을 형성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북한에게 압력 을 가한다면,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며, 북한이 핵을 포 기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 기 위한 조건은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안전보장에 있으며,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미국을 돕는다 해도 이 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 권력정치의 전략게임 회피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중·미를 포함한 각국은 북한을 가지고 권력정치와 전략적인 게임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자면, 만약 미국이 중국과 북한 관계를 악화시킨다면, 미 국과 북한과의 관계 역시 꼭 정상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 지역에서의 중·미 간의 신뢰를 희생시키는 것을 대가로 지불하고도 미·북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이 지역에서 미·간 불신 외에 중·미 간의 불신마저 조장할 것이며, 뿐 만 아니라 미국은 지역 안보문제에서의 중국의 지지도 잃게 될 것 이다. 이러한 대가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없으며, 득보다 실이 크다.

전략적인 실력 겨루기를 시작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위험해질 것 이다. 미국이 대북타협을 통해 화근을 중국에 뒤집어씌우게 되면, 그 결과로 대국간의 불신과 전략경쟁이 가중될 것이다. 미국의 로 버트 저비스가 말한 바와 같이“만약 어떤 국가들이 공동의 동맹국 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도 양호한 관계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만약 A라는 국가와 C라는 국가가 서로 적대적이라면 이 두 나라가 동시에 B라는 국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스럽게 중·미관계와 북·중관계의 균형을 이루는데 힘쓰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미국과 북한의 무게가 다르지만, 북한이 미국 일변도로 기울게 되면, 미국의 무게를 증가 시키게 될 것이다. 만약 중국과 미국이 북한을 가지고 전략적 힘겨 루기를 한다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 북한을 가지고 쟁투를 벌이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만약 동북아 지역에서 강대국 들 간에 전략경쟁의 국면이 출현하면, 먼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 하거나, 혹은 먼저 북핵 문제를 회피하는 국가가 전략적으로 더 유 리해지는 국면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북핵 문제는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만약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포기하고, 계속해 서 중국을 전략적인 적수로 대한다면, 중국이 북한과 다시 북한과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에게 핵 보호와 안보보장을 제공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행인 점은 현재 동북아 지역에 서 중국과 미국 간에 북한을 두고 이러한 쟁투는 일어나지 않고 있 다. 중국, 미국, 한국, 혹은 중국, 미국, 일본의 삼자관계에서도 중 국은 미국과 위험한 전략적인 게임을 벌일 생각이 없다.

다. 북한도 대국 사이에서 카드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북한이 강대국들 사이에서 등거리정책을 취한다 해도, 그것

은 성공을 거두기가 매우 어렵다. “만약 중·미관계가 악화되면 북한 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진다. 그래서 북한이 중국과 미국 간에 간격 이 벌어지는 일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말이 있다. 그러 나 사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만약 북한이“중국이 다른 국가들 이 기대하는 것과 같이 북한에 대해서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의도에 말려드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국가는 바 로 미국이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 만약 중국이‘동맹’으로서 부족 하다고 여겨지면, 미국에 편향된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에 압력을 가해 더 큰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이것은 북한의 잘 못된 판단이다. 사실 중국이 북한에게 온건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중국이 주변국에 대한 우호협력정책과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한 것이다. 중국은 결코 미국과 북한을 놓고 전략적인 경쟁을 펼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찌되었건, 미국은 현재 핵을 보유한 채 전제정 치를 하고 있는 북한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에 붙을 것이라고 걱정 하고 있지만, 북한이 만약 정말 중국을 버린다면 전략적으로 선택 의 융통성을 잃게 되고, 할 수 없이 미국과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 을 것이며, 중국의 지지를 상실한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미국에 편향 될 수밖에 없으면, 미국은 조금씩 미국이 원하는 대로 북한의 변화 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북한은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동맹을 맺는 조건이 정권유형과 사회제도를 포함하 여 미국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면, 아마 도 북한은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북한에 있어 서 전략상 어떤 운신의 폭도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 이 이와 같은 불리한 악과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이러한 일들의 연 계성과 연쇄 반응을 고려하여 중국이 채택한 대북 관여정책은 미국 과의 협력을 위한 것이고, 현재 중국이 북한의 경제와 사회 안정을

돕는 것은 전략상 중·미 간의 의사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유리 하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견해차는 북한정권을 쇠락하게 만드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이 문제에서 보자 면 필자의 생각은 만약 우리가 동북아 지역이 위기상황에 다시 빠 지거나 혹은 전쟁의 발발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다음의 두 가지 사 항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북한정권을 전복시키 려는 음모이고, 둘째는 북한에 대해서 일체의 인도적인 차원의 지 원을 멈추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일이 발생했을 경우 그 과정과 결 과는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중국과 미국의 협력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 리고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하더 라도, 중국과 미국이 동북아 지역의 문제에서의 차이 사이에서 협 력을 하는 것 역시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6자회담이 중국에게 특별하거나 유일한 의의를 갖는다고 보지는 않 는다. 6자회담이나 5자회담 혹은 4자회담을 막론하고, 지역안정과 한반도 비핵화에 유리한 형식이라면 모두 제창할 의의가 있다. 6자 회담은 반드시 다자적 안보체제와 연계시켜야만 지역·안보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