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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교회 ISC는 종족공동체이기 이전에 신앙의 연행과 실천들이 토대가 되는 종 교공동체이다. 따라서 ISC에서는 '신앙으로서의 종교'로 '사회로서의 교회'를 품기 위 한 공존방식이 모색되는데, 그 중 한 가지는 공동체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비신앙적 인 기능과 활동을 종교적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이다. 반면, 신앙적 기대가 큰 성원 들은 종교적 언어를 보다 세분하여 구사하며, 남들과 차별화하여 신앙인으로서 자신 의 진정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 두 시도들은 '봉사'라는 종교적 실천을 통해 구체화 되고, 성원들은 봉사의 의미와 활동 안에서 각자가 추구하는 영적 또는 세속적 가치 와 실천방식을 두고 경합하거나 타협하게 된다.

1) ‘봉사’를 둘러싼 평판게임: 정치적 경합과 신실함의 차별화 전략

ISC에서 성원됨의 미덕은 주로 종교적 실천을 의미하는 ‘봉사’에 대한 태도로부터 평가된다. ‘봉사’란 종교적 실천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표현으로서 공동체나 타인을 위한 정신적․육체적․물질적 지원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이민사회에서 종교적 입지에 대 한 영향력은 교회만이 아니라 전체 한인사회 반경으로까지 확장되기 때문에 봉사는 사회적 연행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주요 성원들은 교회 밖에서도 xx교회 장로님, 한인성당 oo회장님 등으로 불리며 각 종교공동체 내에서의 지위와 위세는 외부 한인 사회에서도 공유된다. 교회 이외의 조직적 회합이나 공동체 활동이 희소한 이곳에서 교회는 대안적인 사회적 교류와 위세 경합의 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보통 교회의 빠듯한 예산과 인력으로 인해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봉사로 명명되는 교 회의 활동에 상당한 개인 자본과 시간 및 노동을 투자함으로써 ISC의 조력자로 역할 하고 인정받게 된다. 단체장직을 맡을 만큼 투자 가능한 자원을 가진 성원들은 결국 교회 밖에서도 그만큼의 경제력과 사업기반을 확보한 경우가 많으므로, 교회 내의 직 위는 교회 외부의 사회적 권위와 상당한 연결성을 갖고 있다. 또한 업체 관계자들이 하청을 받거나 사업 연망 관리를 위해 대형사업주들이 다니는 교회로 몰리는 현상을 감안하면, 교회 안팎 권력구조의 연관성은 상징적인 것만이 아닌 실제 질서에 기반한 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봉사활동은 사업이나 이민생활에서 조력자가 필요한 이들이 교회 밖에서는 접촉하기 어려웠던 ISC의 요직에 위치한 성원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서 성원들에 대한 평가는 신실함의 여부와 관계없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모든 종류의 봉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한인사회로까지 연장되는 교회 내의 평판은 단체장 등 직위를 통해 실제 권력으로 가시화되거나 해당 성원의 잠재적 영향력으로 축적된다.

그렇다고 성원 모두가 동일한 논리와 동기로부터 평판게임과 같은 정치적 경합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 성원들은 종교생활에서 믿음의 깊이, 즉, 신실함을 신앙 인으로서 지녀야 할 최우선의 가치로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평가할 수도, 스스로 가늠할 수도 없는 자질이며, 완결없이 지속적으로 심화시켜가는 것이다. 따라 서 ISC에서는 보통 타인과 자신의 신실함에 대해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대신, 성원됨 의 미덕과 신앙 함양에 대한 평가는 모두 공적영역에서 연행되는 봉사활동에 집중된 다. 그리고 봉사에 할애하는 시간, 비용, 노동의 강도는 성원들의 종교적 헌신과 공동 체 성원됨의 자질 및 ‘급(class)’을 평가하는 언어로 번역된다. 평판게임에서 벗어나 신앙의 심화를 추구하는 이들은 봉사의 성격과 범주를 보다 세밀히 구분하며 자신의 신실함을 차별화한다. ISC 성원으로서 행하는 활동의 종교적 정당성은 ‘봉사를 열심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구분으로부터 가름된다. 기도, 노동, 교육 등 직접적인 신앙 활동을 통해 공동체에 봉사하는 이들은 ‘봉사를 열심히 하는 사람’

으로, 신심활동단체와 사목회 등 주요 운영단체 성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신 심활동단체 중에서도 공동체적 참여나 기여 없이 소수 성원들만의 회합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단지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로 평가되며, 공동체 성원으로서나 신앙인 으로서의 미덕에 대한 평판에서 논외의 대상이 된다. 그런가하면 ‘봉사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신앙 실천 외에 위세 획득과 같은 세속적 목적성을 보이는 이들, 즉 정치성의 유무에 따라 신앙인으로서의 평가는 그 해석방식을 달리한다.

[도성란 아가타, 50대, 의류업, 1975년 이주, 재이주경험자, 모태신앙인]

- 도성란: 교회에서 감투는 봉사직이지만 지금 여기에선 사회 권력이나 같아요. 교회가 곧 사회이다보니 감투 쓰는 분들 경제적 기반, 학력같은 것에만 치중되고 신앙의 깊 이는 상관없다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한인공동체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분들 의 경제력이나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하죠. 꼭 종교적으로가 아니어도. 사목회 장 하면 거의 사비가 5천 만원 이상 든다고 하니까 누구는 원한다고 해도 경제적 부 담 때문에... 그렇다보니 신앙의 깊이와는 별도로 정치적이던지 권력 욕심이나 명예에 대한 게 있다 해도 그런 쪽으로 봉사를 많이 하는 분들을 인정하게 되는 게 있죠.

도성란처럼 참신앙인으로서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성원들은 사목위원과 같이 봉사직 인 동시에 권력과 명예가 따르는 직위들을 공동체에의 헌신이라는 가치로만 평가한 다. 종족공동체로 역할하는 교회에서 감투를 쓴 성원들 또한 표면상으로는 ‘봉사를 열 심히 하는 사람들’로 인정된다. 그러나 내밀한 이야기에서 이들의 권력욕과 정치적 경 합은 신앙인의 미덕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사욕없이 봉사로서 신앙을 실천하는 성원 들과는 다른 뉘앙스로 회자된다. 그리고 봉사의 정치적 목적 유무는 신실함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평가방식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감투를 쓰고 나서 태도가 거만하고 고압 적으로 변했다는 식의 몇몇 인사에 대한 공통된 평판 외에, 기실 누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봉사에 참여하며 얼마나 정치적인지를 가름할 수 있는 기준은 묘연하다. 다만 이처럼 신앙생활에서 정치성의 흔적을 털어내려는 시도는 ISC 성원들이 세속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참신앙인으로서 신실함을 차별화하는 주요한 방식으로 공유되고 있다.

그렇다면 신실함이라는 신앙적 진정성을 추구하는 이들은 교회의 세속적 기대와 관 계들로부터 떨어져 온전히 비정치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빈자(貧者)들을 위한 비 정치적 신앙실천을 표방하는 물리적(노동) 봉사단체 BB회 사례는 ISC의 정치적 역학 속에서 결국 그 누구도 비정치적 신앙인으로서만 온전히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박영도 바오로, 50대, 의류업, 1988년 이주, 1980년 카톨릭입문]

- 박영도: 여긴 그냥 한 마디로 거지부대지. BB회 자체가 친목 성격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힘을 보태고 물자적인 거나 지원하고 하는 단체니까, 사업 때문에 인 맥 쌓는다거나 어떤 사회적인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다른 데로 가지. 그런 정치적인 이유도 있고, 젊은 사람들 또 힘든 일 안하려고 하니까. 여긴 다 그냥저냥 먹고살만하고 욕심없는 사람들. 그러니까 우리 회원들은 정말 봉사하는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야. 그게 자기 방식으로 (신앙을)실천하는... 기도 봉사 도 있고, 우리는 몸을 움직이는 게 더 잘 맞는 사람들이라 기도는 각자 하는 거고.

ISC 사목회장직을 맡은 바 있으며 현재 BB회의 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는 박영도는 사업과 이민생활에 대한 정보 및 노하우, 인맥, 경제력을 바탕으로 ISC 내에서 큰 영 향력을 가진 인물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뒤로 하고, 각자 의 경제적․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어려운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봉사를 하기 위해 BB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의 참신앙인적 진정성을 강조한다. 또한 ‘먹고 살만

한’, ‘욕심 없는’ 사람들이라는 회원들의 자평은 자신들이 사회적 욕망을 종교 내로 엮어드는 여타의 성원들과는 성향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라는 차별화된 자질로 이야기 된다.

하지만 교회의 열린 공간에서 전개되는 BB회의 활동은 봉사내용과 대상, 실천과정 과 결과 모두가 단체 외부로 공개되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ISC의 다양한 평판게임 에 쉽게 연루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BB회는 ISC 성원과 원주민을 대상으로 전 공동 체를 대표하여 사회복지 성격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유일한 단체로, 단체 외부성원 들로부터 인정과 주목을 동시에 받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형편이 어려운 ISC의 독 거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김치나눔과 원주민 대상 구호품 전달은 ISC의 유일한 정 기 봉사활동이므로 BB회는 활동 규모와 범위, 성격에 있어 여타 단체와는 다른 대표 성을 가진다. 따라서 이들 활동에는 사제단과 사목위원회를 비롯해 여타 비회원들의 참여와 지원이 따르며 공공성이 강조되고, 전 공동체 차원에서 공유되는 활동으로서 의 성격이 더해진다. 그렇다보니 사사로운 이해관계와 정치에 얽히기를 거부하는 회 원들의 기대와 달리, 교회 내의 세속적 기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의 활동과 평 판에 개입된다.

[동세훈 비오, 40대, 의류업, 1977년 이주, 재이주경험자, 2013년 카톨릭입문]

- 동세훈: CC회처럼 더 사회적인 단체들도 가봤는데 비슷한 또래다보니 경쟁이 너무 심해요. 성경 낭독같은 기본적인 종교 활동이 있지만 대부분 술자리가 많은데 교류는 활발하지 않고. 다른 단체들은 사업이 잘되고 돈이 많은지, 빽이 있는지 이런 걸로 대우가 달라지고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돼요. 그래서 BB회가 편해요. 여기 는 다 어른들이니 나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거든. 그리고 이분들은 신앙적으로 활동 하면서도 사업이나 여기 생활 경험도 많고 진심으로 충고해주거든요. 밖에선 여기를 돈 없고 뭐 없으니 몸(노동)으로 때우는, 끗발없는 사람들이라고 무시하는데, 여기는 그러니까 서로 재고 따지고 할 것 없이 그냥 진짜 봉사하러, 할 일만 하러 오는 사람 들이예요. 보면 다른 데보다 잘 살거나 하는 게 없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 그래도 여기 분들이 제일 착하고 믿을만한 분들이예요. 그렇다고 목적없이 교회다니는 사람 은 없죠. 종교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그게 다 연결되는 거고.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라는 BB회에 대한 평가는 단체 내부적으로는 사심없는 신 앙인의 미덕으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들이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상응 하는 보상도 없이 고된 노동을 통해서만 역할하게 되는 봉사자들이라고 평하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