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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교회의 생산: 차별화의 논리와 소속의 정치

현재 비한인 신자가 부재한 ISC에서 종교전례와 관련 활동들은 대부분 한국어와 한국의 전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인 개신교회에서 이민 2-3세와 원주민들을 위해 까스떼샤노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ISC에서는 이같은 서비스가 부재하며, 한국어가 서툰 2-3세를 위해 토요일 청년부미사와 한글학교, 교리수업에서만 부분적 으로 까스떼샤노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ISC의 활동은 모두 교회의 본당과 한맘 광장(식당 등 부속건물 포함) 내부에서 이루어지며, 상시 출입이 자유로운 원주민 교 회와 달리 ISC 건물 출입구는 보안상의 문제로 청원경찰이 배치된 미사 전후시간 이 외에는 항상 잠겨있어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현재까지 외부 부에노스아이레스 카톨릭 사회와의 공식적・정기적 교류는 거의 없고, 부분적으로 소속 본당인 메다쟈 밀라그로사에 성금을 지원하고 한인 선교사 파견 지역에 구호품을 전달하는 등의 활 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목위원회 및 각종 단체장 등 주축 성원들은 이민 1-1.5세대

들로 1970-80년대 이주시기의 한국적 정서나 문화, 사고방식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보통 새로운 세대나 사회적 흐름의 변화들을 지양하고 ‘한국인다운’ 전통을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주임사제 남동민의 표현처럼 '닫힌 교회'라는 표상은 성원들 스스로 자인하는 ISC 의 대표적 특징이다. ‘닫힌 교회’는 한인들에게만 주어지는 성원권을 의미하는 동시에, 원주민 사회와의 교류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변화와 발전의지가 부재한 ISC의 공동체 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의 ‘닫힌 교회’를 양산한 데는 양 국 사회와 카톨릭계의 구조적ㆍ사회적 배경이 있었지만, 닫힌 상태를 지속해나가는 성원들의 내적 동기와 행위성에 주목한다면 이는 외부사회로부터 주어진 구조와 관계 속에 갇힌 상태로서만이 아니라, 성원들 스스로 생산해낸 주체적 실천양식으로 볼 수 있다. ISC라는 사회적 장에서 사회관계는 기존 권력들에 의해 구조화되지만, 그 장의 경계들은 유동적인 것으로, 장 자체는 사회적 지위를 점하는 경쟁에 뛰어드는 참여자 들에 의해 재구성되기 때문이다(Levitt and Schiller 2004: 603). 따라서 현지 한인사 회와 카톨릭 사회 내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인카톨릭'이라는 지점으로 수렴되는 성 원들의 기대와 기획들을 포착해야만 ISC 내・외부의 사회 구조와 관계들이 이 장 내 에서 작동하는 방식과 이들이 그려가는 경계의 실재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1) 아르헨티나 사회로의 통합에 대한 양가적 기대

ISC 성원 개개인이 카톨릭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모태신앙인이나 영적 체험과 같 은 신앙적 요인에서부터 가족 또는 지인의 권유, 이민사회 적응, 일련의 사건 및 깨 달음 등 신앙 외적 요인들까지 상이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에서 다른 종교공동체가 아닌 한인 카톨릭으로 살아가는 이유에서는 하나의 공통된 단서가 포착된다.

[박계월 마리아- 아르헨티나 한인 본당 30년사, p.66 ]

- 박계월: 백구촌으로 들어갔는데 그때가 1967년 4월이었어요. 영주권 없고 낯선 나라 라 외롭고 말도 안통해 답답하던 차에 가까운 현지인 성당을 나갔더니만 몇몇 한국 인 교우가 미사를 보더라구요. 그 성당이 꼬보 성당이었어요. 그들은 외로우니까 서 로 자기 집 가자고 끌었어요.

[강우석 제리노, 70대, 의류업외, 1971년 이주, 재이주경험자, 1971년 카톨릭입문]

- 강우석: 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는 카톨릭이 아니었어. 성당 다녀본 적도 없고. 아무 래도 이민 오면 소속되고 의지할 데가 필요하지. 이민생활 적응하는 데도 그렇고 심 적으로도... 카톨릭 국가에 왔으니까. 이 나라 방식을 따르고 여기에 맞춰 살려고 선 택한 거야. 만약 미국처럼 개신교가 많은 나라로 이민 갔으면 또 그 쪽을 따라갔겠 지. 그리고 (개신)교회보다는 성당이 더 자유롭고 편해보여서. 편안한 그런 게 있어.

[이진숙 디아나, 40대, 의류업 준비 중, 2012년 이주, 재이주경험자, 2013년 카톨릭입문]

- 이진숙: 처음에 말도 안 되고 다 낯설고 마음고생 많이 했지. 이민 오면 교민사회에서 종교를 가질 필요가 있으니까 고민하는데 어딜 갈지 모르겠더라. 그때는 성당 다닐 때도 아닌데 답답하면 가다가 보이는 아무 성당에 들어가서 한참 앉아있고 그랬어.

어디나 성당이 다 있으니까. 거기서 뭘 하지 않아도 그냥 마음이 편안해져. 말이 안 돼도 사람들 안에 섞여서 편하게 인사도 하고, 내가 자연스럽게 거기 섞여있는 기분.

1960년대를 증언한 박계월과 1970년대의 강우석, 2010년대를 증언한 이진숙은 모 두 카톨릭 교회나 공동체에서 느끼는 위안과 편안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편안함 은 한인 이주민과 카톨릭이라는 종교적 장, 그리고 아르헨티나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 로서의 공통된 감각으로 서사된다. 그리고 각자의 상황은 달랐을지라도 이 세 지점을 연결함으로써 이들을 편안함의 감각으로 인도하는 것은 소속됨의 경험과 확인이었다.

ISC 성원들에게 “왜 ISC의 일원이 되었는가”라고 질문하였을 때, 대다수의 응답 또 한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에게 ‘편안함’이란 감각은 종교적으로나 종족적 혹은 문화적으로만 분리되어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스스로 가늠할 수 없는 신실함의 척 도 대신 공동체의 성원된 자격을 확인하거나 설명하는 실제적이며 감정적인 동일시와 도 같다. 여기에서 실제적이라함은 강우석의 사례처럼 카톨릭이 아르헨티나의 국교이 기 때문에 사회적 성원권의 연장 차원에서 이민 이후에 카톨릭으로 입문 또는 개종한 경우를 말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신분과 그 법적 근거로 카톨릭 '교적(敎 籍)'을 획득함으로써 실제의 종교 성원권을 담보하게 된 것 또한 이에 해당한다. 그런 가하면 이진숙처럼 카톨릭교회가 거리마다 자리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풍경으로 들어 가 일상에서 현지사회로부터 타자화된 자신이 그 속에 섞여있는 것에 익숙해지는 경 험은 물리적으로뿐만 아니라 감정적 차원에서도 거주사회 성원됨에 익숙해지는 과정

이면서, 나아가 종교적 감각과 확신으로까지 발전된다. 박계월의 경우는 언어와 생김 새, 생활습관까지 유사한 한인 카톨릭들에게서 확인하는 동질감,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종교에의 공동체적 향유와 참여를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일상에서 부재했던 온전한 성원됨의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들 모두에게 ‘편안함’의 감각은 모든 것이 새롭고 서툰 이민생활에서 체류 신분이 나 언어능력과 같은 자격요건의 성립여부와 상관없이 종교를 통해 현지 사회에 적응 하며 진입하는 공통분모로 작용한다. 나아가 불안정한 디아스포라의 위치로부터 일상 에서 늘 타자화된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이들에게 대다수의 원주민들과 같은 종교적 일상을 공유하고 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경험은 서로 간의 차이가 무화 되는 공통된 소속의 감각과 같다.

디아스포라들이 종교공동체를 찾는 주요한 동기는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함께 나누 는 일치됨(communio)에의 갈망에서 연유하며, 이들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은 종교적 교리뿐만 아니라 보편적 정신과 공동체의 느낌이다(Dumont 2003: 370). ISC 성원들 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낯설고 소외된 환경에서 카톨릭으로, 그리고 한인 카톨릭공동 체로 일치됨을 서사하는 단초는 보통 이같은 공동체의 느낌, 소속의 감각에서부터 비 롯된다. 소속의 감정은 개인의 정체성과 맥을 같이한다. 고정불변의 것이 아닌 변화하 는 것으로서 정체성은 존재상태(being)와 존재화(becoming), 소속됨(belonging)과 소 속되고자 하는(longing to belong) 기대들이 복합된 양상으로 구성되며, 정체성에 대 한 각 개인의 서사는 이러한 다중성을 내포한다(Levitt and Schiller 2004; Nira 2006). 정체성이란 스스로 또는 타인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집단에 소속되는 성 원인지에 대해 답하는 서사들이며, 여기에서 나타나는 감정적 부착은 '무엇이 되고자 하는', 그리고 '무언가에 속하고자 하는' 기대의 투영이라고 할 수 있다(Probyn 1996; Fortier 2000, Nira 2006에서 재인용).

카톨릭이 국교이므로 이에 귀의했다는 명시적 설명에서뿐만 아니라, '카톨릭 국가 아르헨티나'라는 종교적이며 세속적인 세계로의 진입을 유인한 '편안함'이라는 긍정적 감정 또한 ISC 성원들의 정체성의 서사라는 점에서, 현재 ISC에는 아르헨티나 및 현 지 카톨릭 사회로 소속되고자 하는 의지가 확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종종 다른 한인 종교공동체와의 비교에서 아르헨티나 사회 성원으로서 자신의 정당성 을 강조하는 이들이 내보이는 자신감, 카톨릭 국가에서 여타 종교가 아닌 카톨릭공동 체 성원이기에 갖는 그것은 이들의 소속 의지와 인정에 대한 기대를 반증한다.

그렇다면 ISC는 아르헨티나와 현지 카톨릭 사회에 소속되고자 하는 성원들의 의지 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닫힌 공동체의 양상을 지속하고 있는 걸까? 초국가적인 사 회적 장에서 개개인은 존재의 방식과 소속의 방식들을 특정 맥락에 따라 달리하여 구 사하는데, 여기에서 소속됨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구사되는 것이기에 일방으로의 완전한 통합이 아닌 관계의 동시성 차원에서 이주민들의 초지역적 경험들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Levitt and Schiller 2004). ISC의 폐쇄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민사회 에서, 특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종교는 곧 사회이고 사회는 다시 종교라는 부분집 합들의 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성원들의 반복된 진술과 그 의미의 해석에 주목해본다.

[도성란 아가타, 50대, 의류업, 1975년 이주, 재이주경험자, 모태신앙인]

- 도성란: 아직 주류사회 진입장벽은 너무 높아요. 원주민들이 배타적이다보니 결국 더 원주민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면서 신앙생활도 그렇고, 이제는 서로 차별하는... 교 민사회에서는 사회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다보니 문제들이 많아요. 같은 이민사회라도 미국과 달리 특히 아르헨티나 교민사회가 더 그런 것 같은데, 새로운 것에 문 여는 것 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미국에서 온 이들에 대한 배타적인 열등의식이 있 어요.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 초반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많이 경험하죠. 그러다보 니 (교민사회)안에서도 일상생활에서 변화나 새로움을 밀어내는 경향이 많죠.

(중략)

한국 성당은 너무 옛 것을 고집하는데, 좋은 측면이 아니라는 게 문제예요. 예를 들 면, 감투, 과시하는 것 같은, 안 좋은 것들. 아무래도 교민들이 활동하는 장소가 한정 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여기선 종교가 결국 사회자체라는 게 이런 상황을 만드는 거죠. 카톨릭 자체의 피라밋 구조가 한인성당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죠. 그걸 유지하려 는... 새로운 생각, 믿음을 공유하거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거부하 는 경향이 있어요. ‘성장과 나눔’이 막힌 것이 이 곳 이민사회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먼저 한인사회 외부로 시야를 확장시켜 보면, 카톨릭 신분은 한인들의 사회적 불안 정성을 상쇄할 대안적 성원권으로서 어느 정도는 기능해왔다. 하지만 도성란이 지적 한 바와 같이 한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원주민 사회의 배타성은 결국 독자적인 한인공 동체로의 ISC 독립을 추동하였다. 한편, 교회가 닫혀있게 된 배경으로 한인들이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