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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한인 카톨릭 선교사와의 연대

닫힌 교회 ISC에서 성원들이 아르헨티나 사회 및 현지 카톨릭계의 성원됨을 실천 하고 외부사회와의 연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교회 밖을 나가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 지는 보다 간접적인 방법들 또한 채택된다. 여기에서 교회 안팎의 현장들은 ISC와 외 부사회 사이의 매개자들이 연결하는데, 아르헨티나 및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활동하 는 한인 카톨릭 선교사들이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한다. 원주민 사회와 직접적인 교류 가 거의 없는 ISC에서는 원주민 대상으로 사목활동을 하는 한인 선교사들을 지원함으 로써, 일종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웃사랑과 나눔의 신앙을 실천하고 있다. 여기에서 교량역할을 하는 선교사들은 ISC에 사제를 파견하는 한국 전주교구나 ISC가 위치한 플로레스 교구 소속만으로 제한되지 않으며, 그들의 사목지역 또한 아르헨티나 국경 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ISC 입장에서는 원주민 사회와 직접적인 접촉이나 지속적 관계에 대한 책임없이 원거리에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런가하면 내부적으로는 선교사를 통한 신앙실천 방식이 대외봉사 대상과 지역을 둘러 싸고 성원들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유리하게 활용된다. ISC에서는 공동체의 봉사와 사회적 기여가 한인들에게 집중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반대로 원주민들에게로 더 나아 가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성원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한인 선교사를 지원하는 데에 있어서 양측은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원주민사회를 돕는 것이기도 하면서 한인(선교사)들을 돕는 것이 기도 하므로 쌍방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ISC와 관계하는 한인 선교사들은 이주 1.5-2세대로 해당 국가에서 신학과정을 마치 고 서품을 받은 사제 또는 한국 교구에서 파견된 사제와 수녀들이다. 평소에 선교사 들은 각자의 해당 교구 및 단체의 관할 하에 각지에서 선교활동을 전개하면서, AMICAL(라틴아메리카 한국카톨릭선교사회) 회합이나 휴가 기간을 이용하여 서로의 사목지역과 한인교회를 방문함으로써 상호 연대를 다져간다. 2014년 현재 AMICAL 회원은 약 200여명으로, 그 중 20여명이 아르헨티나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활동하는 교포출신 사목자들은 ISC 성원의 자녀인 경우가

많아 여타 성원들과도 수시로 교류하며 실제 ISC의 가족과 같은 입지를 확보하고 있 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교구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ISC에서 대주교 집전 미사와 같이 특별한 활동이 있을 때마다 원주민 사제의 통역을 지원하거나 한국어가 서툰 세대들 의 교리교육 등을 담당하며 실질적으로 ISC의 성원된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다. 그런 가하면 ISC 성원의 자녀로 아르헨티나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후 한국에 돌아가 신학과 정을 마치고 한국 교구 소속의 선교사로 멕시코 등지에 파견된 경우도 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로 가족을 방문할 때 종종 ISC에 들러 지인들과 교류하고, 미사전례를 진 행하거나 보조하는 사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성원들과의 연대를 확인하기도 한다.

ISC의 사제와 수녀들 또한 라틴아메리카 지역 선교사 신분으로 파견되는데, 이들과 여타 선교사들과의 사이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지역 특성 상, 거리 와 비용문제 등으로 인해 한국 교구에서 이들 지역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카톨릭의 종교 및 문화저변이 넓고 다양한 까닭에 파견자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요하게 된다. 그러므로 ISC에 파견되었던 이들은 라틴아 메리카 여타 지역의 선교사로 다시 파견되거나, 이미 해당 지역에서 원주민 대상 선 교사로 활동하던 이들이 교포사목의 명목으로 다시 ISC나 브라질 등지의 한인교회에 파견되는 경우가 많다. ISC의 현 주임사제 또한 이전에 페루에서 원주민 사목을 담당 한 전력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ISC 사제로 파견되었다, 2013년을 전후로는 전임 보좌사제가 페루 빈민촌 사목을 위해, 주임수녀는 아르헨티나 북부지역 병원사목을 위해 ISC 임기 종료 후 상기 지역들로 다시 파견되었다. 또한 ISC와는 별도로 부에노 스아이레스 시립병원에서 사목활동을 하던 II회 담당수녀는 ISC 보좌수녀로 새로이 임 명되었다. 그런가하면 ISC 성원들 다수가 아르헨티나 인근 국가에서 생활경험이 있는 재이주자들이다보니, 성원들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사유로 여타의 라틴아메리카 한인 선교사들과 인연을 맺어온 경우가 많다. 이처럼 실제 다수의 한인 선교사들은 직・간 접적으로 ISC에 일종의 성원권 내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이들로써, ISC의 대외 신앙 실천 활동에 있어 주요한 대행인으로 역할하게 된다.

카톨릭공동체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방식은 크게 각자에게 주어진 마리아(Maria)와 마르타(Marta))35)의 달란트(talent, 은사)를 통해 소명에 따라 임하는 영적 봉사와 물

35) 성서에서 자매지간인 마리아와 마르타는 각각 권능자로부터 주어진 영적 달란트와 물리적(노동/물

리적 봉사로 이루어진다. 카톨릭공동체에서는 마리아와 마르타적 실천 모두 동등하게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두 실천방식은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있게 이루어지도록 권장된다. 마리아적 실천은 개인 차원에서 두 교회 다니기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 거나, ISC 안에서도 시공을 초월하는 매개수단인 기도를 통해 아르헨티나 사회의 안 정과 평화를 기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인적 교류와 접촉없이 실행하기 어려운 마르타적 소명으로, 여기에서 한인 선교사들이 ISC와 아르헨티나 및 라틴아메리카 지역 원주민사회 사이에서 매개자로 등장하게 된다.

[신미진 아나, 50대, 의류업, 1982년 이주, 재이주경험자, 모태신앙인]

- 신미진: 마리아와 마르타 모두 같은 하느님의 사람이고 똑같이 소중하며 필요한 존 재예요. 결국 하느님의 소명과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우리인데, 소명에 따라 누구는 마리아처럼 기도로, 누구는 마르타처럼 노동이나 물질적인 봉사를 통해 은총을 받는 거죠. AA회나 BB회처럼 모두에게 각자의 역할이 따로 있지만, 신앙 안 에서 함께하는 것으로 서로에게 어떤 불평불만을 가져서도, 가질 필요도 없어요. 사 실 우리가 밖으로 나가서 하는 봉사는 많이 부족하긴 하죠. 뭐 한인교회라 어려운 점 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그치만 이번 AMICAL에서도 평신도들이 돕지 않으면 선교사 들만으로 행사가 될 수 없었을 거예요. 그것처럼 평신도와 선교사 서로가 자기 위치 에서 맡은 역할을 하면서 각자의 사명에 따르는 법이고, 그게 한데 어우러져서 신앙 의 힘이 결실을 맺게 되는 거고. 힘든 지역에서 신앙활동 하는 선교사들을 물심양면 으로 돕는 게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로 신앙을 실천하는 빙식이기도 한 거예요.

신미진이 전한 마리아와 마르타 이야기는 연구자가 ISC에서 참여관찰을 하는 과정

자) 달란트의 소명을 대변하며, 소명에 따라 신앙을 실천하는 방식은 서로 다를지라도 신앙인으로서 각 자의 가치는 동등함을 의미한다.

[루카복음 10, 38-42] ‘마르타와 마리아를 방문하시다’

38 그들이 길을 가다가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 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39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40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하고 말하 였다.

41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42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 을 것이다.”

- 카톨릭인터넷 굿뉴스, ‘신약성경 - 루카복음’, http://info.catholic.or.kr/bible/bbl_read_sori.as p?gubun=new2&code=149&JangNo=10&JangSum=24&LastPage= (2016. 3. 20 접속)

중 성원들로부터 가장 자주 들었던 성서의 일화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주로 영적 봉 사자와 물리적 봉사자 사이의 신앙실천에 대한 입장 차이와 갈등을 조율하는 성서적 근거로 인용된다. 교회 내부 활동에서는 마리아와 마르타의 서사가 영적・물리적 봉 사와 관계된 성원들의 성향이나 이해관계 조율 차원으로 조명된다면, 교회 밖 원주민 사회와의 관계에서는 봉사를 행하는 영역과 입장 차이를 명시하고 인정하는 식으로 해석된다. 여기에서 교회 밖으로 나가지 않는 성원들의 입장은 각자에게 주어진 하느 님의 ‘소명(calling)'으로 해석되며, 그 밖의 영역은 이에 해당하는 소명을 받은 한인 선교사들의 몫으로 풀이된다. 각 개인 차원에서 신앙실천을 이야기할 때, 성원들은 한 인들만의 공동체 내에 머물며 원주민 사회와의 교류나 이에 대하여 기여가 부족한 것 에 대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다분하다. 하지만 한인 선교사들을 통해 그들이 활동하는 원주민 사회와 현지 카톨릭 사회로 신앙실천 이 연결됨을 이야기할 때, 성원들은 자신의 소명을 교회 안의 활동들에 국한된 것으 로 해석한다. 그 소명 안에서는 원주민 사회와 직접 교류가 없다고 해도 스스로의 맡 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여기에 대해 부담을 가진 필요가 없 다. 대신 신앙실천은 선교사들처럼 ISC 성원들과는 다른 소명을 가진 이들과의 협력 과 연대를 통해 완성되는 과업으로서 보다 큰 매커니즘으로 해석되며, 성원들은 활동 영역이 제한적인 ISC의 현재와 자신의 위치를 이 같은 방식으로 긍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