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폭력에 대한 연구에서 사이버공간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익명성이다.사이버공간에서는 자신의 신분이나,이 름,외모 등을 드러내지 않고 '아이디'와 '아바타'혹은 익명을 이용하여 자신과는 전혀 다른 정체성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감출 수 있고,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기가 어렵다.그리고 이로 인해,무책임한 행 동과 공격적인 행동에 더 쉽게 가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천정웅,2000;
한종욱,2001;김재휘,김지호,2002;이성식,2004;이해춘,2004;이성식, 2005;최연숙,2005;김대권,2006;장미,조아미,2006;신동준,이명진, 2006;김계원,서진완,2009;유상미,김미량,2010;Patchin & Hinduja, 2006; Bryce & Klang, 2009; Katzer, Fetchenhauer & Belschak,2009;
Reeckman,& Cannard,2009;Huang,& Chou,2010;Valkenburg & Peter, 2011).
익명성이 사이버공간에서 공격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다수의 연구에 서 공통적인 견해이지만,그 과정이나 영향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이론 적 접근에 따라 다른 논의를 제시한다.
먼저,이해춘(2004)은 익명성과 관련된 영향으로 자아의 확장과 탈개 인화,탈 억제(disinhibition)심리,사회적 맥락단서의 부족을 제시하였다. 사이버공간은 익명성이 강하게 보장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현실세계에서 억제해 오던 자제심이 풀리면서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하게 된 다.이는 긍정적으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공격 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하게끔 유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탈개인화는 개 인의 행위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지고 타인의 평가나 사회 규범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약해진 내적 심리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무리 속에 끼어
있거나 자신의 신분이 감추어진 익명의 경우와 같이 일탈 행동을 해도 누가 했는지 모르는 경우 일어나기 쉽다.탈개인화는 탈억제를 유발하여 공격적인 경향을 더 쉽게 나타내도록 한다.탈억제심리는 의식적으로 어 떤 욕망이나 충동을 억제해 오던 자제력이 풀리는 것을 의미하는데,사 이버공간의 이용자들이 과장되고 왜곡되며 거짓된 표현을 많이 하고,비 방이나 욕설,모욕 등의 인신 공격적 행동과 성폭력 행위 등을 현실 공 간 보다 더 많이 하게 한다고 한다.이는 Zimbardo(1969)가 주장한 몰 개성화(deindividuation)이론과도 같은 맥락을 이루는 것으로,익명의 상 황은 자아의식의 작용을 감소하게 만들고,자기 규제를 어렵게 함으로써 탈 억제를 촉진하는 것이다(이성식,2005).
또한,자신을 드러낼만한 권위나 신분과 같은 사회적 맥락 단서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상호 대등하게 교류가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논쟁 이나 흥분이 일어나기 쉽다고 하였다(Kiesler,Siegel Mcguire, 1984;
Sproull,Kiesler,1986).사회적 맥락단서의 부족은 상대방에 대해 실재감 을 느끼고 공감하기 어렵게 만든다.의사소통에는 언어 행위 외에 얼굴 표정,손짓,몸동작 등의 비언어적 단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성으로 인해 비언어적 단서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 실재감"을 저하시키게 된다는 것이다.이러한 사회적 실재 감이 부족할수록 메시지의 내용이 사무적이 되고,비개인적 성격이 강하 며,과제 지향적이 된다는 것이다(이해춘,2004).
한편 탈개인화의 논의와는 다른 입장에서 익명의 상황을 설명하는 사회정체성이론(SocialIdentity modelofDeindividuation Effects)이 있 다.즉,익명의 상황이 반규범적인 행동을 야기하기 보다는 오히려 특정 한 집단의 규범에 순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익명의 상황에서는 흔히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상실하지만,어떤 사람이 사이버공간 속에서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 사람들은 그 집단의 규범에 따라 행동할 가 능성이 높고 집단 동조의 행동을 하기 쉽다고 보았다.이는 어느 팬 사
이트의 청소년들이 경쟁상대의 연예인 사이트에 언어폭력을 하는 경우나 안티 사이트에서 일정한 사람,집단을 공격하는 경우를 잘 설명한다(이 성식,2005).
한편,자아의식이론(two-componentself-awarenessmodel)에서는 익 명의 상황에서 자아의식이 낮아질 것이라는 탈개인화이론과는 달리,자 아의식은 공적 자아의식과 사적 자아의식으로 구분되고,익명의 상황에 서 공적 자아의식은 낮아지지만,사적 자아의식은 높아지기 때문에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내적 소신과 태도대로 행동하고,그렇기 때문에 행위자들은 자기조절을 하여 행동한다고 주장하였다.그러나 이 는 행위자들의 소신이 친규범적인지,반규범적인지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다.즉,반규범적인 소신을 가진 사람은 언어폭력을 저지르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이성식,2005).
또한,Felson(1996)은 사람들이 공격 행동을 할 때 이익과 손해를 고 려하는 합리적 결정을 함을 제시하고,법적인 처벌이나 보복에 대한 가 능성이 적을 때 공격행동을 한다고 하였다.사이버공간은 면대면 상황이 아니고 익명의 상황에서는 처벌의 가능성이나 보복의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공격성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겠다.
익명성과 사이버 폭력과의 관련성을 다룬 연구를 보면,이성식의 연 구들(2004;2005;2006;2008)이 대표적이다.이성식(2004)은 익명성이 언 어플레이밍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익명의 상황이 공적 자아의 식의 감소를 가져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수치심의 작용없이 플레이 밍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고,사적 자아의식의 감소를 가져와 자 기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충동적이 되도록하여 플레이밍을 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익명성이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었다.2005년의 연구 에서는 익명성이 청소년의 사이버폭력에 미치는 영향을 기존의 요인들과 비교하였는데,익명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으나 사이버폭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었다(이성식,2005).2006년과 2008
년의 연구에서도 사이버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을 탐색하면서 익명 성이 사이버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인임을 보고하였다.유상미 등(2010)의 연구에서도 익명성이 사이버폭력과 직접적인 영향관계는 없 었으나,정체성과 규범의식에 영향을 미쳐 간접적으로 사이버폭력에 영 향을 줄 수 있음을 밝혔다.
이처럼 익명성은 사이버공간에서 이용자들의 공격성을 강화하는 측 면이 있다.그러나,익명성의 영향에 대해 한 가지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 은 사이버공간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신동준과 이명진(2006)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완전한 익명성이란 존재하 기 어렵다고 제시하면서 익명성의 절대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보통신과 컴퓨터 기술을 표면적으로만 이해한 결과라고 하였다.인터넷상에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고 있으며,특정한 자격을 가 진 사람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사이버 공동체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 다.특정한 학교,직장,학과 혹은 신원을 확인하고 가입시키는 인터넷 까페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성식(2005)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완전 익명의 상태로 대화를 나 누는 경우는 응답자의 6.6%인 73명에 불과했으며,대체로 익명을 사용한 다는 응답 또한 20.5%인 228명으로 응답자의 27.1%만이 익명으로 대화 한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반면에 익명과 실명을 반반 사용한다는 응답 은 27.3%인 304명이었고,대체로 실명을 사용한다는 응답이 357명으로 32.1%,완전히 실명을 사용한다는 응답은 12.8%인 142명으로 나타나 상 당수의 이용자가 사이버공간 안에서 실명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 다.
최근 들어 발생하고 있는 사이버폭력의 유형을 보면 가해자의 익명 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가해자를 알고 있거나,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 혹은 학급이나 학과 내 익명게시판과 같이,익명성과 짐작 가 능함의 결합으로 피해자들을 더 심적인 고통 속에 놓이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익명성을 단순히 사이버 공간의 대표적인 특성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면적으로 고찰해야할 필요성이 제기 되고 있다.
사이버 폭력 피해 연구에서 가해자의 익명 여부를 확인한 연구는 많 지 않으나,연구 결과를 통해 사이버 폭력 피해의 상당수가 아는 관계에 서도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성동규 등(2006)의 연구를 보면,사이 버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침해,신상정보 유출 유목에서 가해자 비율 중 친구의 비율이 31.4%에 달한다.응답자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일상 생활에서의 갈등이나 학교폭력이 온라인으로 전이된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송종규(2005)의 연구에서도 가해자의 15.5%가 친구이거나 이성 친구,아는 선후배로 아는 관계에서 이루어졌음이 보고되었다.정여주와 김동일(2012)의 연구에서는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35.7%의 학 생들에게 가해자를 아는 경우와 모르는 경우로 나누어 예상되는 피해경 험을 응답하게 함으로써 가해자와의 관계여부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함을 제시하였다.또한,사이버테러 대응센터의 상담동향분석 연구(2012)를 보 면,블로그에서 아는 관계의 사람과 발생한 토론 중에 상대방이 피해자 의 외모를 비하하고,신체의 특정부위에 대한 묘사를 서슴치 않는 등 성 적인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사례가 있었고,전 연인에 대한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수치심과 모욕 감을 주는 경우들이 보고되었다(중앙일보,2005.6.24)
국외의 사이버폭력 연구에서도,Ybarra와 Mitchell(2004a)의 연구를 보 면,가해를 인정한 응답자 중 84%가 피해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응답 하였고 피해자 중 31%가 가해자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Li(2007)의 연 구에서 학교 친구에게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학생들이 31.8%였고 학 교 밖 사람에게서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한 학생들이 11.4%,다양 한 원천에서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피해자가 15.9%였으며 40.9%는 가해자를 알지 못한다고 밝힘으로써 가해자의 신원을 알고 있는 경우를 제시하였다. Kowalski(2007)는 피해 경험에 관한 연구에서 피해자들의 27.5%,가해와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