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가해자와의 관계가 정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인지적인 측 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가정하고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이 인지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 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먼저,사이버 폭력의 경험자들로부터 추출한 인지목록을 살펴보면, 크게 자신에 대한 인지와 타인에 대한 인지,세상에 대한 인지로 나눌 수 있다.자신에 대한 인지를 살펴보면 '자기 귀인 및 자책','고립','이 후 관계 지각'에 대한 유목들이 속해 있고,타인에 대한 인지를 살펴보 면 '타인의 시선 의식','타인에 대한 불신','온라인상의 사람들의 속성' 이 속해있다.세상에 대한 인지에는 '대처 및 통제'와 '위험성 지각'의 유 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인지목록은 실제로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의 인터뷰에서 추출한 것으로 짧게는 한 달 부터 길게는 6년의 시간동안 경험한 피해자 들의 인지가 담겨있다.
이 인지목록을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지를 분석한 인지테마(Roth &
Newman,1991;Lebowitz & Newman,1996)와 비교해보면 공통적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세상에 대한 부 정적인 생각으로 나누고 있다.Lebowitz와 Newman(1996)은 문화의 영 향이라는 항목을 더 추가하여 인지목록을 구성하였는데,문화권의 영향 으로 성폭력에 대해 더 비난을 하거나 단정적인 평가를 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사이버폭력 역시 대인간 외상의 한 부분으로서 자신,타 인,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지로 유목화 되었으나,'온라인상의 사람들 의 속성'내지는 '위험성 지각'에서 사이버폭력에서만 볼 수 있는 지각들 을 확인할 수 있다.온라인상에서 보는 사람들의 공격성이나 마녀사냥에 대한 인식 등이 여기에 속하는 것이다.
두 조건의 피험자들이 인지목록에서 많이 응답한 문항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온라인상의 사람들의 속성과 위험성 지각에 대한 목록들이 해당된다.이것은 피해자들이 정서반응에서 공통적으로 '공포 및 불안'에 높은 수치를 나타낸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즉,실험에 임한 피험자들은 시나리오를 읽은 직후에 인지목록에 응 답하였기 때문에,공격에 대한 가장 즉각적인 반응으로 위험성지각이나 사람들의 공격성이 포함된 문항을 공통적으로 높게 응답한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다.공포나 두려움이 정서적인 반응이라면,인지적인 반응은 이 와 관련된 위험성에 대한 평가나 상황에 대한 평가(이훈구 등,2003)를 의미하므로 두 가지 반응이 함께 활성화된 것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이 경우에도 가해자와 관계성이 없는 조건에서는 10개의 문항 중 7개의 문항이 모두 '온라인상의 사람들의 속성'이나 '위험성 지각'에 속해 있는데,이는 상대적으로 무관조건에 속한 피험자들은 주변 관계의 손상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주의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가해자와 아는 조건에서는 온라인상의 사람들의 속성이나 위 험성 지각을 공통적으로 높게 응답하였으나,그 외에 '이일로 인해 사람 들이 나를 배제할 수도 있다'든지,'이쪽 세계에서의 내 평판이 나빠질 것이다','나를 괴롭히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어려울 것이다'등의 문항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이는,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나에 대 한 지각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지각이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인지적 테 마임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시나리오에서 유관조건의 내용이 학과 내 익명게시판에서 이루 어진 사이버 폭력이기 때문에,상대를 정확히 알 수 없더라도 같은 과 동 료라는 점,그리고 익명게시판이기 때문에 누가 내 편인지 알 수 없다는 상황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또한,사이버폭력의 관여자가 일 상생활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 대목은 의미를 지닌다.
Raskauskas와 Stolz(2007)는 온라인상의 폭력과 오프라인 상의 폭력이 결 합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온라인상의 피해자가 현실에서의 피해자였고
대부분의 사이버폭력의 가해자가 현실에서의 가해자였다고 밝히고 있다.
즉,가해자들을 대면하면서 온라인상에서도 사이버폭력이 이루어지기 때 문에 피해자들이 학교에서 돌아와도 안전지대가 없는 것이다.이는 집단 따돌림 피해학생들이 타인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지 못하고 사회적 불안 이 높다는 연구(구본용,1997)나 타인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지각이 있다 는 연구(이규미,문형춘,홍혜형,1998)와도 일치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사이버폭력이 일상에서의 폭력과 결합되어 반복적이고 오랜 기간 이루어진다면,복합외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복합외상은 만성 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대인간 외상으로서 피해자들에게 성격적 인 변화 및 자아체계손상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연구가 있다.이에 따르면 이러한 만성적인 피해사례에서는 단순한 외상반응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및 자기 조절 등 자기영역에서의 손상과 애착 형성과 관련된 대인관계에서의 문제임을 가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장진이, 2010).특히,아직 급격한 신체적,심리적 성장 발달기에 있는 아동 청소 년에게는 이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만성적으로 이어진다면 개인 의 성격발달의 경로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안현의,2005).
본 실험은 일회적으로 이루어진 실험이기에 단순외상의 경향을 띄고 있지만,같은 사례가 실제 장면에서 이루어진다면 사이버공간이 지니는 반복재생산 가능성과 오프라인에서의 폭력과 결합될 가능성으로 인해 복 합외상으로 이어질 잠재성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고 생각된다.
또한,아는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폭력은 '이일로 인해 사람들 이 나를 배제할 수도 있다'든지,'이쪽 세계에서의 내 평판이 나빠질 것 이다','나를 괴롭히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어려울 것이다'등의 응 답을 통해 예측할 수 있듯이 새로운 관계의 형성을 어렵게 함을 추측할 수 있다.동료들과의 좋은 관계가 정서적 안전감을 제공하고,친구가 있
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친구로 선택될 수 있다는 연구(Rose & Asher, 2000)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아는 관계에서 이루어진 사이버폭력은 기존 관계의 상실 뿐 아니라 이를 회복할 수 있는 토대도 없애고,새로 운 관계형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정서적 고통을 더 하게 됨을 알 수 있다.특히 배신감을 다룬 Davis와 Todd(1985)의 연구 를 보면 친구관계에서 배신을 경험했거나 배신을 한 경우에,존경이나 믿음,수용과 같은 항목에서 자신의 우정을 낮게 평가함으로써 이러한 경험들이 관계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마찬 가지로,배신을 하거나 배신 당한이후 관계의 변화를 살펴본 연구에서도 (Jones& Burdette,1994)관계가 끝나거나 관계가 지속되어도 의심과 불 편한 감정 때문에 결국 관계가 안 좋아진 경우가 남녀 모두 93%를 넘어 서는 것을 확인되었다.
이상과 같이 가해자와 관계가 있는 조건에서는 주변사람과의 관계와 관련된 의심이나,경계,불신의 부정적인지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 여주었다.다만,본 실험은 시나리오를 읽은 직후에 측정된 것이므로 시 간이 좀 더 지나서 이를 측정하게 되면,관계에 대한 지각이 좀 더 많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본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의 실험 조건에 따라 대처 반응에 어 떠한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았다.여기서 측정한 대처 반응은 실제로 행 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대한 예측이므로 인지적인 영역에서 함께 고려되었다.
자신에 대한 대처에서 공통적으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겠다는 의견이 있었다.이는,인터넷 공간에서 마녀사냥으로 한 개인 을 몰고 가다가도,다른 이슈가 나오면 그 쪽으로 관심이 이동하기 때문 에 이러한 순간이 오기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한편으로는 인터넷 공간의 공격성에 한 개인의 영향력이 미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차이가 나는 점은,관계성이 없는 조건에서는 공
포감을 크게 경험하면서 자신의 신상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여,자신을 감추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모르는 타인에게 사이버 폭력을 경 험하였지만,신상이 드러나게 되면 주변인들에게도 알려지게 된다.이렇 게 되면 아는 관계에서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평판이 나빠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공 통적으로 경험하게 되므로 자신을 감추기 위한 반응을 한 것으로 생각된 다.반면,관계성이 있는 조건에서는 배신감과 실망감을 경험하면서 자신 에 대한 성찰을 하고,대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반응 들이 있었다.이는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판단 된다.즉,무관조건에서는 매체로부터의 회피이고 관계에 대한 회피는 아 닌 반면,유관조건에서는 대인관계에서의 회피와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한 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가해자에 대한 대처에서는 두 집단 모두 사과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었으나 관계성이 있는 조건에서는 직접 가해자를 만나 서 사과나 해명을 요구하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고,가해자를 공격하 거나 다른 사람들을 이용해서 비난하겠다는 의견이 있어,피해자의 공격 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이는 관계성이 있는 조건의 피해자들이 경험 하는 배신감과 분노가 행동화되어서 드러난 것으로 실제,명백한 표출대 상이 있고 실행 가능한 대안들이 있기에 관계성이 없는 그룹이 경험하는 무력감과는 차이를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이는 박종현과 서경원(2006) 의 연구에서 직접 대면해서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거나 공개 사과 및 글의 삭제,반박글 게재를 요구하겠다는 명예훼손의 피해자들이 원하는 구제 방안의 결과와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가해자에 대한 대처에서는 관계성이 있는 조건에서 상대를 알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더 적극적 이고 공격적인 대응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된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대처를 살펴보면 두 그룹 모두 가까운 사람들을 통한 정서적 지지를 추구하겠다고 응답했다.차이가 나는 점은 관계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