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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장의 초점은 학습자의 비평적 에세이에서 대상 이해가 자기이해로 이어지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기반으로 성찰적 사고를 위한 비평적 에세이 쓰기 교육 내용과 방법을 구안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가다머의 해석학적 논의 를 참고한다. 가다머는 존재론적 해석학을 통해 ‘이해, 해석, 적용’이 이해의 세 가지 측면임을 드러냈다. 이는 앞선 논의에서 살펴본 성찰적 사고를 위한 비평

7) 해당 고등학교의 평균 국어성적은 전국 인문계 고등학교 중에서 중간 정도이며, 조사 대상 이 된 학습자들의 국어 성적은 중하위권에서 상위권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조사 당시 최근 1년 내에 비평 관련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은 학습자들은 없었다.

8) 이는 1차 실험과 동일한 학습자들이며,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11학년이었던 대상 학습자 들이 진급하여 12학년이 되었음을 밝힌다.

적 에세이의 기제인 ‘지향적 인식에 따른 대상 이해, 대화적 관계 중심의 대상 해석, 의미 구조 형성을 통한 대상 적용’과 연관성을 가지며, 이에 따라 그 양상 을 인식의 초점, 관계의 구도, 의미 구조의 논리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 다.

먼저, 비평적 에세이에 드러난 대상 이해의 측면과 관련해서 본고는 학습자들 의 비평적 에세이에서 보이는 인식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하고자 하였 다. 행위는 그 행위의 지향 대상이 되는 ‘의미’의 단위, 확인하고 재확인할 수 있는 이러한 ‘의미’의 단위를 거쳐야만 그 행위 자체에 도달한다.9) 따라서 대상 이해는 주체가 자신의 지평에 근거하여 텍스트를 어떤 의미 단위로 인식하였는 지가 문제가 되며, 그러한 인식의 초점은 구체적인가 추상적인가에 따라 유형적 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구체적 단위로서, 특징적 요소 중심으로 이해하는 경 우가 있다. 이는 직관적이고 미시적인 단위로 대상 텍스트에 제시된 인물, 소재, 행위 등의 표면적 수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상 텍스트의 맥락 에 이해의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다. 이 또한 구체적 단위이되, 대상 텍스트가 드러내고 있는 세계의 상황이나 내용이 전개되는 배경을 전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좀 더 거시적인 범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반면 추상적 단위로서, 핵심 적 가치에 이해의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이는 대상 텍스트의 주제와 관련 되는 것으로 가치, 윤리 등 규범적 지향성과 관계된다. 이때의 가치는 작품 전체 를 관통하는 관념적인 것으로 특징적 요소 중심의 인식과는 달리 작품과의 접점 이 넓은 추상화된 이해 범주라 할 수 있다. 이상의 사례들을 살펴볼 때 대상 이 해의 초점은, ‘요소 중심의 부분적 인식’, ‘맥락 중심의 전체적 인식’, ‘가치 중심 의 추상적 인식’의 세 가지 양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대상 해석이 대화적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고려하여, 대상 해석 과 관련해서는 학습자들이 어떤 관계 구도로 대상과 관계 맺는지를 파악하고자

9) P. Ricœur(2002), 앞의 책, 21면.

후설은 이러한 대상의 의미 단위를 노에마(Noéma)라고 말한 바 있다. 후설의 노에시스 (Noésis)와 노에마(Noéma)라는 개념은 경험이 ‘지향적 대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잘 설 명해주는데, 후설에 의하면 ‘어떤 무엇에 관한 의식’에서, ‘어떤 무엇’에로 향하는 지향, 혹 은 의미를 부여하는(sinngebend) 다양한 의식행위들의 체계(intentio, cogito)는 노에시 스, 의식에 의해 지향된 것(intentum, cogitatum), 혹은 직관되고 기술될 수 있는 동일한 의미내용의 체계는 노에마이다. 쉽게 말해 노에마적 측면은 대상적 의미들의 통일체이며, 노에시스적 측면은 노에마적인 의미를 통일적으로 종합, 구성하는 작용을 의미한다. (이선 관, 「후설에 있어서의 선험적 의식의 구성작용」, 『철학』 제56집, 한국철학회, 1998, 98 면.)

하였다. 대상 해석이 대상 텍스트와의 물음과 응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때, 대화의 주도권, 즉 해석의 구심점이 텍스트와 주체 중 누구에게 있는가에 따라 그 관계 설정의 구도를 나누어볼 수 있다. 이에 가다머의 나-너-관계 (das-Ich-Du) 세 가지 유형을 참고할 수 있는데, 가다머는 1) 대상화된 너 2) 인격체로 인정하지만 나의 주관적 관심사에 귀속된 너 3) 나에게 말하는 너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이 중에서 1)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객관으로서의 너이며, 2)는 자신의 기대치와 반성적 사유에 의해 포획되어, 자기 의 관점에서만 인정되는 너이다. 마지막으로 3)은 타자성을 인정하고, 타자의 목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며 타자에 의해서 스스로 수정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뜻한다.10)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2)에서처럼 대화를 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자 신의 관점에 함몰되어 일방적으로 응답하는 ‘자기 우위적 응답’과 1)에서처럼 대 상 텍스트에 의해 제기된 질문에 텍스트 스스로 응답하도록 하며 이를 모방적으 로 수용하는 ‘대상의 모방적 수용’, 3)과 같이 텍스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되, 스스로 텍스트에 질문을 던지는 능동적 과정을 포함한 ‘상호주도적 관계 생성’으 로 나누어볼 수 있다.

대상 적용과 관련해서는 학습자들이 대상과 자기 경험을 연관 지어 하나의 의 미 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는 내용보다는 형식에 관련된 것으로, ‘존재 해석을 위한 사유의 형식과 구조를 다루는’11) 논리학에 기대어, 그 분석의 틀을 마련해볼 수 있다. 특히 ‘대상 이해’와 이를 통해 형성된 ‘자기 이해’가 각각 전제와 결론으로서 기능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그러한 전제와 결 론의 구조와 연관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논리학적인 분석의 틀은 유용하게 활용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참고하면 대상 적용의 논리를 ‘연역적 구조를 통한 구체 적 재현’, ‘유추적 구조를 통한 미래적 대안의 제시’, ‘귀납적 구조를 통한 주체 적 의미 포착’의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단, 여기에서는 각 성찰적 사고 과정의 속성을 명료히 하기 위해 하나의 기제 와 다른 기제가 변별되는 지점을 부각시켰으나, 실제 비평적 에세이 쓰기를 통 해 성찰적 사고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대상 이해 - 대상 해석 - 대상 적용이 총 체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0) H. Gadamer, 앞의 책, 268-273면.

11) 김춘태 ‧ 이대희, 『논리학의 이해』, 세종출판사, 2000, 18-19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