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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통합을 통한 주체적 의미 구성

가. 경험 간 상호 조회를 통한 의미역의 확장

성찰적 사고의 결과이자 목적인 학습자의 자기이해는 대상을 통해 구성한 새 로운 의미를 기반으로 자신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구성된 새 로운 의미란 텍스트 경험과 실제 경험의 통합을 통해 변증법적으로 완성된 제3 의 의미일 때 의의를 가질 것이다. 이것을 도약적 의미 구성이라 한다면,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식으로써 학습자는 앞 장에서 제시한 연역적 구조, 유추적 구조, 귀납적 구조들을 활용할 수 있다.20) Ⅲ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평적 에세이 쓰기 과정에서 실제 경험을 활용했으나 그 경험들을 병치하는 수준에 머 문 많은 수의 학습자들은, 자신의 경험들을 적절하게 하나의 의미 맥락으로서 통합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교사는 학습자들로 하 여금 연역적 구조, 유추적 구조, 귀납적 구조 등의 방식을 통해 대상 텍스트에 자신의 경험을 적용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자신이 적용하고자 하는 실제 경험 이 텍스트 경험과 어떤 의미 연관의 구조를 맺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다. 또한 이러한 구조들은 학습자의 비평적 에세이 쓰기 과정에서 내용 생성의 기제로도 활용되며, 내용 조직의 원리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20) 일반적으로 내용 생성하기 단계와 내용 조직하기 단계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별도의 단 계라기보다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동일한 단계의 서로 다른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으 로 작용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유추, 귀납 등의 의미 구성 구조들은 비평적 에세이 쓰기의 내용 생성 기제인 동시에 내용 조직의 기제가 된다. (박영목 외, 『국어과 교수 학습론』, 교 학사, 2005, 247-248면 참조.)

교사는, 학습자가 연역적 구조로서 대상을 적용한 경우, 그것이 단순히 텍스트 의 의미를 재인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 그러한 의미를 정교화 하는 물 음을 텍스트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유추적 구조로서 대상을 적용한 경우, 반 성적 물음을 동반하도록 하여 진정한 미래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다양한 경험들을 귀납적으로 결합하여 주체적 의미를 포착한 것으로 판단 되는 경우, 그것이 텍스트의 물음과 응답을 왜곡한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피상 적인 것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반성적으로 자신의 경험 통합 과정을 점검 하는 활동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적용된 경험들이 서로 정합성을 가질 때 비로소 경험 통합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교사는 이러한 정합성의 획득을 위해 경험들을 정밀하 게 상호 조회하는 활동을 시도해야할 것이다.

올해 들어 가장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가 ‘추적자’라는 드라마였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권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싸움이었다. 대통령의 꿈을 품은 국회의원 때문에 딸을 잃었지만 그의 막강한 부와 권력 앞에서 말단 형사 인 주인공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국회의원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재판에서 패소해도 어쩔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잘못된 상황이다. 그러나 가상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 속의 현실이 ‘소금꽃나무’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실제 현실과 도 일맥상통한다. 이 책에서는 소위 말하는 ‘있는’ 사람들, 즉 재벌들과 가진 것 없는 노동자들의 대립을 다루었고 그 결과는 대부분 재벌들의 승리였다는 점에서. [소금-F-3]

위 인용문에서 학습자는 『소금꽃나무』라는 대상 텍스트를 통해 노동자들의 삶 의 양상을 경험하고, 자신의 비평적 에세이 쓰기에서 『추적자』라는 드라마를 시 청했던 경험에 적용하고자 한다. 그 두 가지 경험은, ‘있는’ 사람들과 노동자들 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또 언제나 재벌들의 승리라는 점에서 관련성을 지니지만, 이러한 피상적인 이해는 단순히 재벌들을 악으로, 노동자들을 선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 안에서 행해질 수 있기 때문에, 텍스트의 내용과 자신의 경 험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적극적으로 상호 조회할 필요가 있다. 그 두 경험이 연관 되는 지점과 어긋난 지점, 그 간극을 통한 의미의 진동을 깊이 있게 탐구 해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주체적으로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으 므로, 교사는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자와의 협의를 통해,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글을 설명해보도록 하고, 이러한 대응이 정밀하게 이루어졌는지, 감정에 머물거

나, 지나치게 텍스트에 함몰된 것은 아닌지, 텍스트의 내용이 총체적으로 반영되 었다고 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실제 『소금꽃나무』의 경우,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 전체를 수 단으로 여기지만, 드라마 『추적자』에서는 노동자를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이용 한다기보다는, 진실이 드러나면 자신의 입지를 잃게 되는 정치인이 진실의 은폐 를 위해 절박하게 온갖 수단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서민을 대상으로 자신의 권력 을 휘두른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또한 『소금꽃나무』의 경우에는 기업 대 노동 자의 갈등 구조이지만, 『추적자』에서는 부유한 한 정치인과 한 형사의 갈등이라 는 점도 차이를 지닌다. 기업 대 노동자들의 싸움과 정치인 대 한 형사의 싸움, 부(富)를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의 이용 대 자신의 생사를 건 적극적인 투쟁이라 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적용이 의미 있는 이유를 스스로 파악해보는 것은, 단순히 권력을 지닌 자가 약하고 선한 자를 도와야 한다는 식의 도식화된 이해로 이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글쓴이 김진숙 씨를 비롯해 이 책에 나오는 여러 노동운동 열사들의 죽음과 관계있는 기업의 고위 직책자들은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있을까 궁금하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뉴스나 신문을 통해 생존권을 위해 힘겹게 싸우는 노동자 들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자신들이 그 문제를 해결해 줄 만 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 텐데 말이다.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사람 을 보면 연민이 느껴지고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나는 타 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때로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 눈물 흘릴 줄도 알아야 진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과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열 악한 환경에서 적은 돈을 받고 일했던 노동자들의 해고를 외면한 그 회사 관계 자들이나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들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고통을 도외시한 것은 마찬가지니 말이다. 다만 전자의 사람들은 대중들 앞에서 자신들의 어떤 잘못된 행동에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고 말할 수 있다. 사실이든 거짓이든 말이다. 문득 폭력보다 위선이 더 크고 위 험한 악이라던 ‘우상의 눈물’ 저자 전상국 소설가의 말이 떠올랐다. [소금 -F-3]

실제로 위의 학습자는, 세밀한 대응을 통해, 단순히 ‘힘 있는 나쁜 자가 힘 없 는 선한 자를 괴롭히는 것은 옳지 않다’가 아니라, 기업의 관계자들과 정치인이 라는 두 경험 속 타자들이 ‘타인의 고통을 도외시하’는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였 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는 자기 나름의 의미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은 외부에

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텍스트에 기반하여 두 경험의 접점 형성을 통해 스스로 구성한 의미라는 데서 자기이해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며, 학습자가

‘폭력보다 위선이 더 크고 위험한 악’이라는 한층 더 나아간 의미화에까지 이를 수 있게 하는 기저가 된다.

나아가, ‘드라마에서는 결과적으로 힘 없는 경찰이 승리한 것은 수많은 조력자 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경찰’이라는 직업적 유리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면, 실제 현실에서는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결과적으로 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조력자도, 스스로 지닌 힘도 없기 때문이다.’라는 대응의 결과를 토대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의 문제나, 힘 없는 자들이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가질 수 있는 힘의 근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에까지 사고를 이어갈 수도 있다. 경 험들을 뭉뚱그리는 것이 아니라, ‘낯설음’을 직시하여, 그러한 낯설음의 근거가 되는 잉여 영역에 대한 사유를 통해 비로소 도약적이고 심화된 의미의 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연역, 유추, 귀납 등의 논리 구조로 대상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경험 간 상호 조회를 통해 의미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차이 에 주목할 것을 강조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구성한 의미가 텍스트의 수많은 내용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적절한 공통점인지, 그러한 의미가 자신의 경험과 삶에도 적용 가능한 것인지 꼼꼼하게 되짚어 보는 과정이다. 위 인용문의 경우, ‘타인의 고통을 도외시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미는 실제 텍스트의 내용의 제 국면에 적용 가능한 것이며,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들이 비난받아 마땅한 이유, 「우상의 눈물」이라는 소설의 문제의식과도 연관지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이해된 텍스트의 의미는 자신의 여러 경험을 총체적으로 종합 한 결과로서 구성된 의미라 할 수 있으며, 부분적인 의미를 종합하여 결론을 내 리되, 또 그러한 총체적인 의미에 비추어 부분적인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현상학적 원리를 보여준다.

나. 동료 협의를 통한 입체적 시각의 확보

성찰적 사고가 ‘좋은 가치’, ‘좋은 사고’, ‘좋은 삶’을 추구하는 사고이기 때문 에, 성찰적 사고 형성을 위한 비평적 에세이 쓰기 교육은, 방법적 차원의 문제 뿐만 아니라 구성된 의미의 내용적 차원의 문제까지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