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전지구화는 전 세계의 문화적 흐름이 강화되고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 다(Steger, 2003, p. 69).‘문화’는 표현과 의미에 관한 상징적 양식으로, 예술, 언어, 스포츠, 종교 등의 문화 전지구화는 보다 특별하다. 첨단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은 개인주의, 소비주의, 다양한 종교적 담론들과 같은 상징적 의미 체계들을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빠르게 순환시켰다. 다양한 생각과 관념들은 쉽고 빠르 게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이되고, 이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steger, 2003, pp. 69-70).
Marshall McLuhan(1964)은 문화와 대중매체의 분석에 있어 새로운 통신기술이 지닌 막대한 영향력을 강조하며, 하나의 마을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지구촌(global village)’(p. 93)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당시 컴퓨터 통신 체제가 시간과 공간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전지구화로 인해 기 존의 문화적 경계가 더 이상 존속하지 않게 되면서 문화의 새로운 형식이 생겨 났는데, Wolfgang Welsch는 이를‘가변 문화’라고 하였다. TV, 라디오, 신문,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는 문화적 경계와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으며, 이에 고유문화와 이방문화의 대립이 아닌 개방적이고 폭넓게 문화를 이해해야 할 필 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Welsch는 현실 세계에서의 문화는‘결합’과‘분리’에 의한 동질화와 다양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점점 더 강화되는 의견 교환과 상호작용이 이러한 가변 문화적 양식들을 육성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Pongs, 1999/2003, pp. 250-251).
흔히 전지구화를‘서구화’, 혹은‘미국화’와 동등한 개념으로 바라보지만,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를 하나의 동질적인 문화로 축소시키는 것은 극단적인 발상일 수 있다. Albrow는 문화적 전지구화는 지금까지 경험해보 지 못한 더욱 다양한 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음을 지적하였는데, 문화의 전 세계적인 접촉은‘칼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적인 전환을 일으켜 지속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화는 매우 다각적 으로 분화될 것이며, 현재 우리는 동질화된 전지구적 문화와 다각적인 분화 사이 에 위치한다고 하였다(Pongs, 1999/2003, p. 37).
Arjun Appadurai(1996)는 전지구화가 국민국가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사실이지 만, 문화적 동질화와 함께 이질화 또한 수반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전지구 화의 흐름 속에서 이미지, 정보, 기술, 자본, 이념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문화가 새롭게 창조된다고 보았는데, 문화의 전지구화를“독일의 싸구려 아파트 에서 터키 출신의 임시 노동자들이 터키 영화를 보고, 필라델피아에 사는 한국인 들은 위성방송을 통해 88올림픽을 시청하며, 시카고의 파키스탄인 택시 기사들은 파키스탄이나 이란의 이슬람교 사원에서 녹음된 찬송가 테이프를 듣는다.”(p. 4) 라고 묘사했다.
전지구적 문화의 흐름은 5가지 차원에서 설명된다(Appadurai, 1996). 첫째,‘민 족경관(ethnoscapes)’은 여러 종류와 층위의 집단과 관련된 것으로,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이들(여행자, 이민자, 망명자, 국외 추방자, 원정 노동자 그리고 다른 이주 집단과 개인 등)이 세계의 특징을 드러내고, 국가 사이의 지배관계에 영향을 미 친다. 둘째,‘미디어경관(mediascapes)’은 정보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미디어와 관련된 것으로, 이는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관객들이 직접적으로 도시의 삶을 경 험하기 보다는 환상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기술경관 (technoscapes)’은 세계의 여러 지역에 존재하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것으로, 기계적이고 정보적인 기술은 본래 견고했던 다양한 종류의 경계들을 가로질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넷째,‘금융경관(financescapes)’은 통화시장, 주식시장 등 자본의 세계적 흐름과 관련된 것으로, 세계금융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따 라잡기에 빠르고 어렵다. 다섯째,‘이념의 경관(ideoscapes)’는 미디어 경관과 밀 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국가와 정치의 영향을 받고 이에 대항하는 이념까지도 포함하는 차원이다. 이는 자유, 번영, 권리, 주권, 표현 그리고 민주주의 등을 포 함한 아이디어, 용어, 그리고 이미지의 쇠사슬로 이루어진 계몽세계관의 요소로 구성된다. 이러한 경관들은 세계로 퍼져있는 개인과 집단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 진‘상상의 세계’를 만드는‘세계라는 건물의 틀’이 되며, 상상력을 공유함으 로써 생기는 집단의식은 초국가적 혹은 탈국가적 성격을 지닌다.
문화의 전지구화는 미디어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데, 특히 대중문화의 경우 그 확산의 속도는 더욱 빠르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미디어는 지역에 국한되어 있던 대중문화를 지구적인 영역으로 확장시켰고, 특히, 인터넷이라는 초고속 네트워크에 의해 대중문화의 전지구적 확산은 가속화되었다. Internet World Stats(2016)에 의하면,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는 세계 인구 약 73억4천만명 (7,340,159,492명)의 절반에 해당(50.1%)하는 약 36억7천5백만명(3,675,824,813)에 달한다. Turner와 Khondker(2010)는 음악(music), 영화(movie), 맥도날드(McDonald) 의 예를 들어 지역을 벗어나 세계인에 의해 공유되고 있는 대중문화의 전지구화 현상을 설명했다. 맥도날드의 확산14)은 문화의 전지구화와 세방화룰 동시에 설명 해주는 대표적인 예로, 지구적 경제의 변화가 생기면서 맥도날드의 경영 방법과 소비 생활방식이 전 세계로 확산(Ritzer, 1993)되었지만, 지역에 따라 메뉴가 달라
14) 미국에서 맥도날드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48년 캘리포니아의 샌버너디노(San Bernardino, California)에서다. 1954년에 사업가 Rymond Albert Kroc이 이를 인수하면서 큰 성공을 이룬다. 현재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약 3만 6천여 개의 매장이 운영되 고 있다(Oxford University Press, 2016; McDonald’s, 2016).
지는 양상 또한 나타난다(Turner, 2003, p. 70).
이처럼 특정 지역의 문화가 타 지역으로 전해지면서 서로 다른 문화들이 만나는 경 우는 교차 문화적(cross-cultural), 문화 간(inter-cultural), 문화 내(intra-cultural), 그 리고 다문화적(multi-cultural)의 4가지 용어로 설명되는데,‘교차 문화적’은 전통 이 변하지 않은 한 문화와 다른 문화와 교차하는 것,‘문화 간’은 두 가지 문화 가 반응해서 본래의 문화로부터 다른 새로운 형태로 통합되는 것,‘문화 내’는 주어진 그리고 인지된 문화적 단체 내에서 변화, 교환, 발전이 일어나는 것,‘다 문화적’은 몇 가지 구분되는 문화가 보다 큰 정치·사회적 단위의 맥락 안에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함께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Wolz, 1995, p. 99). 문화의 전지구 화에 의해 서로 다른 문화들의 만남, 교차, 결합, 변화의 과정은 지속적으로 이루 어지고 있으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라. 전지구화에 대한 관점: 문화의 동질화 vs. 다양화
본장에서는 문화의 전지구화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동질화로 나타나는 부정 적 관점과 다양화로 나타나는 긍정적 관점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의 전 지구화는 주로‘동질성’혹은‘이질성’의 문제로 귀착되는데, 다양화를 초래한 다는 긍정적 관점은 문화 행성화, 문화 상호의존, 문화 침투, 혼합주의/합성/혼종, 근대성, 지구적 멜랑주, 크레올화/크로스오버, 지구적 에큐메네 등의 개념을 포함 하고, 동질화를 야기 시킨다는 부정적 관점은 문화 제국주의, 문화 의존, 문화 패 권, 자율성, 근대성, 서구화, 문화 집중, 세계 문명의 개념을 포함한다(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