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예술은 주변의 자극과 영향 속에서 성장(민족미학연구소, 2002, p. 449)하 는 것과 같이, 한국전통춤은 1900년대 초 유입된 서구춤과 극장무대양식으로 인 해 그동안 구축되어 온 전통춤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의 전환을 맞게 되었다. 전 국에 흩어져 있는 전통춤을 모아 무대양식에 맞게 재탄생시킨 한성준의 작업은 동시대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뜰과 마당의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우리춤을 그 시대에 맞는 무대 춤예술로 변화시켰다. 이후 춤에 대한 동시대적 사고의 발현은 전통춤에 서구춤의 기법을 결합하여 탄생한 1920년대의 신무용으 로, 그 중심에는 춤에 대한 글로벌 인식이 확고했던 최승희가 있었다.‘한국
근·현대 춤의 역사에 우람한 줄기를 형성해 온 신무용의 정체성’(성기숙, 1998, p. 35)이라는 표현은 이 시기 신무용이 지닌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케 한다.
김태원(1997)은 신무용과 한국창작춤의 특성을 연대, 춤의 소재, 춤의 구조와 길이, 움직임의 특질, 근접한 타 예술춤으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표 11). 첫째, 연대적 구분에 있어 신무용은 192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을, 한 국창작춤은 1970년대 중반 이후를 기점으로 한다. 둘째, 춤의 소재에 있어 신무 용은 남녀간의 애정, 낭만적 정서, 정통미와 풍속에 대한 미화에 중점을 두고, 한 국창작춤은 제의적 무속, 전통과 현대와의 갈등, 집단 혹은 개인의 심리, 전통적 미나 정서의 확대에 중점을 둔다. 셋째, 춤의 주제에 있어 신무용은 애정의 덧없 음, 회고적 정서와 미를 주제로 삼고, 한국창작춤은 심적 고통앓이, 개인, 집단, 사회, 문명의 갈등을 주제로 삼는다. 넷째, 춤의 구조와 길이에 있어 신무용은 3~10분 정도의 길이이거나 때로는 낭만적인 무용극 형식을 지니고, 한국창작춤의 경우는 20~40분 정도의 길이를 가지면서 제의적 형식의 변형이 많고 사회 비판 적 내지 문명 비판적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상황적 무용극 내지는 극무용의 형 식을 종종 가지는 특징을 지닌다. 다섯째, 움직임의 특질에 있어 신무용은 조탁 된 만만한 곡선미와 개인의 춤 기교를 강조하고, 한국창작춤은 거친 표현적 움직 임이 많고 집단무의 역동성이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근전합 타 예술은 신무용 의 경우 발레, 한국창작춤의 경우 현대무용이라 하였다.
1980년대 이르러 새롭게 시도된 춤의 유형들은 서양현대무용의 흐름과 상당히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김태원(1992)은 이러한 춤의 특징들을‘춤과 극의 혼합 춤의 형식(다매체 형식 포함)’,‘유희·즉흥·풍자의 춤형식’,‘전통과의 교합과 대립의 춤형식’,‘제의와 명상의 춤형식’,‘부재(不在)와 아이러니의 춤 형식’,‘성(性)의 과시와 대중성 지향의 춤형식’,‘지역적 서정주의(혹은 상징 주의)’77)등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이 시대의 한국창작춤은 전통과의 긴밀한 연 77) 김태원(1991)이 설명하는 ‘지역적 서정주의’는 향토색이 짙은 지방미학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지역문화의 특수성과 현대화의 과정이 맞물린 지점에서 탄생된 미의식이자 가치관으 로, 다음을 목표로 한다. 첫째, 지역문화의 특수성이 갖고 있는 정치, 사회 및 역사, 전통문 화의 환경을 특수하게 인식하여 이를 춤공연 형식으로 표출한다. 둘째, 이 때 발견된 미의 식과 특수성을 지역적 범주에 국한시키기지 않고, 세계와 교류 가능한 춤의 형식으로 부각 시킨다. 셋째, 춤예술 속의 본래 가치인 서정성을 지키고, 상징성은 적절히 가지되, 지나친 극성, 문학성, 추상성 등은 감소시키도록 한다. 넷째, 이는 현대춤이 지향해왔던 이상론적이 고 맹목적인 국제화가 아니다. 다섯째, 이는 전통지향적, 보수적, 국수주의적 춤 예술관은
관성을 유지한 채로 점진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신(新)전통무’,‘신(新)신 (新)무용’혹은 현대무용적인 기법을 수용했다는 점에서‘한국현대무용’이라는 명칭 또한 부여되었다(김태원, 1997, pp. 31-33).
1990년대 이르러 보다 활발해진 실험적 작업들은 당시 무용계의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했지만(김경애 외, 2001, p. 225), 21세기에 들어 보다 강화된 무용 전 지구화는 세계 여러 춤예술가와 단체들의 과감한 실험성을 보다 가까이 경험하 고 느끼게 해줌으로써 한국 무용계로 하여금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어떠한 시도 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과 관대함을 가지게 해주었다. 이는 한국 무용계에 일어난 큰 변화 중 하나로, 춤을 바라보는 동시대적 관점으로의 전환은 한국춤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는데 있어 주요한 요소로 작용될 가능성을 지닌다.
민족미학연구소(2002)는 한국춤의 새로운 창조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한 테두리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수용하되 주체성과 민족개성을 살리는 것 이며, 이는 과거에 생각하지 못한 미의식을 확대하는 것이지 과거를 모두 없애버 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p. 448)함으로써, 한국춤 창조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전통이 녹아있는 동시대성임을 시사했다. 재창조에 있어 전통 에 대한 강조는 한국적 전통 혹은 민족의 정서에 귀착된 춤의 정체성 찾기 작업 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 확산되어 1990년대 이르러서는 개인의 내면성이 추가되어 보다 승화된 차원의 춤 작업들로 나타났다(김경애 외, 2001, p. 322).
한국창작춤이 동시대적 요소와 함께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갖춘 춤 체계를 구 축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김경애 외, 2001, p. 390)되면서, 한국무용 계열의 창 작춤은 현대무용 계열의 춤과 함께 한국적 컨템포러리 댄스라는 영역으로 함께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적 컨템포러리 댄스라는 방향성과 관련하여 춤 평론가 박용구는‘창작 작업의 영역에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은 일원화(一元化)되어야 한다는 입장’(민족미학연구소, 2002, p. 448)을 밝혔고, 강이문은‘국제적 보편성 에 접근하는 창작춤과 한국전에 기반을 둔 창작춤을 융합시켜 미래의 국무(國舞) 를 창조해야 한다’(민족미학연구소, 2002, p. 468)고 주장했다. 또한 장광렬(2014) 은‘한국의 창작춤이 컨템포러리 댄스로 인식될 때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지닐
아니며, 문화적 특수성과 전통에 대한 현대적 탐구, 그리고 미래의 예술에 대한 능동적 참 여를 동시에 요구한다(pp. 124-132).
학자 구분 신무용 한국창작춤
김태원 (1997)
연대 1920년대 후반 ~ 1970년대 초반 1970년대 중반 이후
춤의 소재 남녀간의 애정, 낭만적 정성, 정통미와 풍속에 대한 미화
제의적 무속, 전통과 현대와의 갈등, 집단 혹은 개인의 심리, 전통적 미나 정서의 확대
춤의 주제 애정의 덧없음, 회고적 정서와 미 심적 고통 앓이, 개인 혹은 집단과 사회 혹은 문명의 갈등
춤의 구조와 길이
3~10분 정도 짧거나 때론 낭만적인 무용극 형식을 지님
-20~40분 정도 길이를 가지며 제의적 형식의 변형이 많음
-사회 비판적 내지 문명 비판적 주제 전달을 위해 상황적 무용극 내지는 극무용의 형식을 종종 지님 움직임의
특질
조탁된 만만한 곡선미와 개인의 춤 기교 강조
거친 표현적 움직임이 많고 집단무의 역동성이 두드러짐
근접한
타 예술 춤 발레 현대무용
김경애, 김채현, 이종호 (2001)
미적 특성
-낭만적 춤의 양식
-전통춤에 바탕을 둔 형식성 -외형적 춤태
-서정적이고 낭만적 특성 -내재적 멋
-자연적 흥취감 -양식화된 기법
-표현적 춤의 양식
-주제나 소재의 다양성, 응촉된 표현성, 긴장된 구성미, 파격적 실험성
-춤의 내재적 형식미 또한 추구 -외적인 춤의 형태미
-때에 따라 신고전주의적 미학 -서사적 양식
-감정의 절제
-저항적이고 미래지향적 정서
춤의 경향
-라반식 율동 무용, 뷔그만의 초기 현대무용, 발레 그리고 여타의 자유무용의 형태로부터 영향 -감정 노출
-전원풍(田園風) -정형성(定型性)
보편적 춤의 경향
-인간의 존엄성을 갈구하는 휴머니스틱한 춤
-자아 집중성, 자기 투시성·
반영성에 기대는 객관적 태도 (존재에 대한 성찰성)
-현대성(극적, 퍼포먼스적 요소, 설치 미술 등 다른 매체를 동원) -창작의도 객관화
1990년대 이후 두드러진 특징
–특정 소재 및 미적 범주 탈피 (전래 한국춤의 맵시미, 그로테스크한
무정형미(無定型美), 스펙터클한 무용극 등 모두 포함)
-일관된 시공간적 구사 탈피 -작품마다 강조하는 바가 다른 비균일성(非均一性) 현저 춤의
소재 및 주제
무속적이고, 민속적 틀거리와 정서(신명, 흥)에 기반
원시 제의, 두레적 공동체의 삶, 문명과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 현대무용 혹은 현대화된 춤이 갖는 주제나 소재
<표 11> 신무용과 한국창작춤의 특성 비교
수 있고, 한국춤 뿐만 아니라 장르를 넘어선 춤 훈련이 이루어질 때 다양하고 창 의적인 동작 창안(創案)이 가능하다’(p. 566)고 하며, 그동안 춤 장르의 삼분법적 구분을 한국 창작춤의 정체성 구축에 있어 방해요인으로 바라보았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구축된 한국춤 정체성은 1920년대 신무용의 등장, 1970년대 한국창작춤의 등장,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보다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 창작 작 업으로 인해 점차 세계 춤 흐름의 중심이 되는 컨템포러리 댄스로서 새로운 방 향성을 지니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춤 장르의 구분을 종래의 삼분법에서 벗어 나 전통(classic)과 현대(comtemporary)라는 두 가지로 보는 관점(김경애, 2001, p.
417; 장광렬, 2014, p. 568)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1990년대 이후 나타난 새 로운 춤의 조류는 장르에 상관없이 포스트모던적 관점과 컨템포러리 댄스 식의 정서 및 구조를 각 예술가의 방식대로 결합·절충하는 양식적 경향을 강하게 드 러내면서, 이전까지의 짜여진 구성과 통일되고 정돈된 흐름을 보여주던 춤과는 큰 차별성을 보이기 시작했고(김영희 외, 2015, p. 466), 이러한 추세는 21세기를 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한국춤은 타문화와의 상호교류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며, 한국춤의 독특성은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자연환경, 관습 등 역동적인 사회관계들에 의해서 규정되기 때문에, 우리의 춤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시 기, 사회적 맥락 안에서 생성되고 발전하고 또 변화한다(김현정, 2009, p. 107).
이러한 사실은 한국춤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춤의 정체성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 며, 특히 세계 춤의 상호관계가 점차 강화되는 무용 전지구화 시대에 있어 한국 춤 정체성은 새롭게 정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더불어 무용 전지구화의 특징인 장르 해체 현상은 예술가로 하여금 한민족 고유의 전통을 근거로 구축된 한국춤의 정체성이 창의적 작품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김 경애 외, 2001, p. 417)에 더욱 주목하도록 만들고 있다.
다. 외국인들이 인식하는 한국춤의 특성
최승희가 미국으로 순회공연을 할 당시, 외국인들은 최승희의 춤이 그 이전부 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춤인지 전통춤을 기반으로 새롭게 변형된 춤인지 알지 못 했다. 그것은 그저 한국이라는 동양의 한 나라에서 온 무용수의 춤이었다.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