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교육과정 통합의 과제

남북한 교육과정 통합은 남북의 화해 후에 평화를 정착하고 남북의 통 합을 이끌어 내는 단계까지 진행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일반적으로 사 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 속에서 특정 시대와 그 당시의 상황에 맞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선정하고 반영하는 과정 속에서 결정된다. 그렇다면 남북 의 교육과정의 통합도 이 과정을 밟아서 이루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남북의 실제 상황은 여기에 적합한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 이상적으로 남북이 통합된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다루는 것 이 아니라 남북이 완전한 정치적 경제적 통합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 을지라도 남북이 서로 평화를 정착한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이 상황에 맞 는 교육과정의 통합을 모색하려고 시도한다.

먼저 남북의 평화공존 상황에서 교육과정은 몇 가지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평화 공존의 초기 단계에서는 서로가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교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하여 교 육과정에 대한 통합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초기 단계 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양측의 정보와 자료 를 이용하여 정확하게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요구된다.

둘째, 위의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난 후 다음 단계에서 교육과정 은 서로에 대한 갈등이나 충돌의 요소가 가장 적은 분야의 교육과정의 통 합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교육과정이란 일반적 으로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 가운데서 가장 가치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교육의 내용으로 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고 그 중에서도 어느 것을 교육과정에 포함할 것인 가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언제나 어느 사회에서나 민감한 문제일 것이다. 이 점에서 남북이 협력하여 통합교육 과정을 만들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서로의 달라진 가치체계를 경시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나아가서는 그와 관련된 충돌을 가능한 한 피하면서 교육과정의 통합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통합을 효과적으로 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통합의 참뜻에도 맞는 일이다. 이 점에서 남북의 평화공존 상태에서의 교 육과정은 남북한의 정치체계나 사상체계와 관련이 깊은 가치 영역은 양측 의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 서서히 하나의 문제를 다룬 후에 다음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 연구가 전제하 고 있듯이 남북한간의 평화의 정착이 필수적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초기의 교육과정 통합은 남북한에게 아주 민감한 가 치 관련영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영역의 교육과정을 통합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 이런 점에서 초기 교육과정은 예를 들면, 컴퓨터, 수학, 과학, 예술, 체육, 국어 등과 같은 영역에서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연구하 고 통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어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국어는 언어적 활용을 할 수 있는 능력인 기능적 분야의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와 같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국어가 가지고 있는 문학 의 영역은 남북한의 가치와 관련된 민감한 부분을 가지고 잇기 때문에 교 육과정 통합의 마지막 단계에 포함하여야 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셋째, 마지막 교육과정의 통합은 남북한 사회의 민감한 가치 영역을 다 루는 교과인 도덕, 사회, 역사, 국어 등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 교과 는 마지막 단계에서도 여전히 세심한 논의와 합의가 진행된 후에 교육과 정의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상하지 못한 오해로 인해 바람직한 교육과정의 통합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세 번째 단계 에서 교육과정 통합은 다시 삼 단계로 나누어 1) 각 교과의 교육과정 중 에서 무리 없이 남북한이 합의 가능한 내용을 선정하고 통합한다. 예를 들면, 도덕에서 전통 사상인 효, 장유유서, 공동체 정신, 이웃 사랑의 사 상 등을 선정하고 통합한다. 이 경우에는 내용상의 통합에 큰 무리가 없 이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2) 앞의 단계를 발전적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좀더 내용의 폭을 넓고 깊게 하여 남북한이 합의 가능한 내용을 통합한 다. 예를 들면, 사회에서 현대 사상으로서 민주주의, 국민의 권리, 여성의 권리, 평등사상 등을 합의하고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3) 통합의 마지 막 단계로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의 완전한 통합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 다. 물론 이 단계에서는 국어의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영역에 더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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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문학작품이나 수필 내용을 남북한이 합의하여 내용의 통합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과정 통합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컴 퓨터, 수학, 과학, 예술, 체육, 국어 등과 같은 분야를 소홀히 다룬 점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 분야는 별 어려움 없이 합의에 의한 통합이 가능하 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의 교육과정의 통합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통합 연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쉬운 교 육과정에서부터 남북한이 차례대로 순서를 밟아 나감으로써 서로가 통합 과정에서 이해를 넓히고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더 복잡하고 미묘한 다른 교과를 통합할 때 나타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예는 아래에서 언급되는 교육과정의 통합에 대한 논의를 보면 그 이유가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이러한 연구로부터 우리가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단순히 교육과정을 통합하는 결과가 남북한의 통일과 통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 보다는 통합의 과정을 통하여 남북의 민족 정체성에 대한 가능성을 찾는 다는 장기적이고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남북한 통 합의 가시적 결과를 내려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 려 이보다는 서로 이러한 통합의 과정을 통하여 납북한이 대화하고 이해 한 결과로서 남북의 교육적 통합은 물론이고 실제적 통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부터는 구체적으로 북한의 교육과정 전 영 역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하되 교육과정 내용의 통합은 물론이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동시에 하여야 한다. 이럴 때에만이 남북의 교 육과정의 통합이 목적으로 하는 교육과정의 통합을 통한 남북의 진정한 화합과 민족 공동체로서의 통합이 가능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