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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통합에 대한 시나리오

I. 서 론

4. 교육과정 통합에 대한 시나리오

라. 교육과정 통합을 위한 공동 협의기구의 구성

교육과정의 통합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공동의 협의기구 구성이 필요 하다. 남북한이 현재 서로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를 효과적이고 체계적 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전문가가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상시적 으로 통합적 내용을 논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구를 통하여 통합의 내용과 그에 따른 각각의 행정적 절차까 지도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마. 국가수준의 통합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개발

교육과정의 통합 후에 대두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통합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교과서의 개발이다. 교과서의 개발 은 남북이 공동으로 단일한 종류로 개발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는 단일한 종류로 개발하는 교과서는 남북한 양측에 동일한 내용을 가르칠 수 있다 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두 종류 이상으로 개발하는 경우가 있다.

통합된 교육과정의 큰 틀과 내용을 지키면서도 남북의 각각의 사정에 따 라 조금씩 다른 내용을 구현하여 교과서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양 체제에서 민감한 부분의 내용을 건드리지 않고 교과서 내용을 독립적 으로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교과서 개발의 경우 단일한 종 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두 종류 이상으로 할 것인지를 남북한이 합의에 의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교육과정 통합의 과제 95

논의를 진행하면서 언제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 중의 하나는 남북의 상황이 언제나 유동적이고 따라서 정태적 분석보다는 동태적 분석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점이 고려될 때 많은 논의의 상당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을 제거할 수 있다. 우리는 남북의 통합을 예측하면서도 흔히 현재 의 상황을 정태적이거나 불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나머지 상황을 예상하 는 사고의 관습에 젖어 있고 그 때문에 거시적인 장기 플랜을 보지 못하 는 오류를 종종 범할 수가 있다. 남북통합의 연구에서 이 점은 연구의 진 행뿐만 아니라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이해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가. 교육과정 통합 설문 내용 분석 o 교재의 공동 사용에 대한 과제

대체로 교재의 공동사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념이 비교적 적게 반영되고 있는 과목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수용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통합과정에서 우선 순위의 과목은 비 이념적 성격이 강한 교과인 수학, 과학, 기술, 컴퓨터, 예체능 과목 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교과서와 교재를 구분하여 제시하는 경우에 교과서의 통합은 어려 울 수 있지만 교재의 공동사용은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었다. 이 경 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기보다는 우회적으로 피해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교육과정의 통합이 반드시 동일한 교 과서를 개발하고 동일한 교재를 사용하는 것을 함축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교육과정의 통합이 이것을 필연적으로 함축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다만 남북의 분단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의 상황에서 교육과정의 통합은 물론이고 교과서의 통합까지 이루 어진다면 남북의 실질적 통합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한편으로 남북의 생활 수준의 차이, 교육 수준의 차이 등으로 인 해 실질적으로 교육과정을 통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 다. 이는 현재 당장 남북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는 정태적 사고의 결과로

추론할 수 있다. 남북이 교육과정 통합을 논의할 정도라고 하면 이 상황 은 이미 상당한 정도의 남북 교류와 동질성에 대한 이해, 생활수준의 차 이는 있더라도 어느 정도의 이해는 이루어진 상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o 예상되는 문제점

우선, 남북한 상호간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재의 상태가 이미 과거 멸공, 반공, 승공, 평화공존으로 이어지는 단계로 발전된 상태에서 약간의 갈등은 예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지나친 갈 등은 정책적인 노력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의 교류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에서 교육과정의 통합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동태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별로 심각한 이데올로기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남북의 교육과정 통합은 논의조차 될 수 없을 것 이다.

둘째, 남한은 부교재가 있고 북한은 부교재가 없다는 상황은 실천과정 속에서 극복할 수 있다. 또한 남북의 용어상의 차이가 통합 교육과정이나 통합 교과서 사용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응답 역시 지나치게 남북의 상황 을 정태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용어의 차이는 극단적인 경우 병기할 수도 있으며, 따라서 이 문제가 남북의 교육과정 통합을 저 해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o 대응 방안

우선, 남북의 교육과정 통합은 하되 실제로 교육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교과서는 여러 종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단계에서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교과서를 단일종의 국정 교 과서 방식으로 채택하는 경우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다. 특히 남북의 분 단으로 인하여 형성된 지나친 이질화를 극복하는데 바람직할 수 있다. 하 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 오히려 지나친 획일화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점진적 사고와 협의를 통하여 장기적

남북한 교육과정 통합의 과제 97

인 교육 플랜 속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공통 교육과정에 담는 공동의 작업이 필요하지 만, 이것이 교육과정 통합을 저해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남 북문화의 큰 틀에서 보면 남북의 이질화는 작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지 나치게 남북의 대립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큰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어느 관점에서 통합의 문제를 보고 해결해 나가느냐가 앞으로의 해결 과 제라고 할 수 있다.

o 이념적 비중이 큰 교육과정의 통합

대체적으로 남북의 대결구도에서 상생의 구도로 가는 교육과정으로 통 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의적이고 일반적인 원칙에는 합의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갔을 때 남북의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는 문제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이념적 교육과정이라 할지라도 큰 틀 에서 보고 동태적으로 상황을 이해한다면 어느 정도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북한의 교육과정에서 김일성·김정일의 이념이 중요하지만, 중국 의 교육 변화에서 보듯이 모택동의 사상을 비판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모 택동 평가를 후차적 과제로 미루고 시장경제의 원리나 기타 자유주의적 정신 등을 언급함으로써 과도기적 통합단계의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 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정태적 상황에 몰입하여 통합이 어렵다고 보는 의 견이 있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대립구도를 확대하여 해석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시민교육, 인권교육, 환경교육 등의 주제를 활용하여 지 나치게 이념 중심적인 내용을 피해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o 북한에서 예상되는 변화

북한이 교육과정 통합과 관련하여 변화를 수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 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북한 교

육이념에 대한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이해와 보완 속에서 교육과정의 실천 적인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예에서 보듯이 지나 치게 이념만을 고립시켜서 생각할 경우 이와 같은 상황이 심각할 수 있지 만,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지도층은 반대할 지 몰라도 오히려 북한 학생들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북한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며 학생들도 이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공산주의관의 변화가 어렵다는 것은 지배계층의 문제이지 북한 서민계 층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사전 작업으로 남북 의 사회·정치·경제·문화·교육이 남북 교육과정 통합의 단계에서는 많이 이 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o 통합교재개발 시 예상되는 문제점

통합교재를 개발한다는 것은 남한의 이념적 성향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북한의 교육적인 변화를 점진적·긍정적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의 저변에는 남한의 체제에 대한 우월성이 전제되어 있다. 남한이 북한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화와 타협에는 상대인 북한이 있으므로 단순하게 통합교재 개발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보다는 오히려 통합 교육과 정을 만들고 이에 따라 점진적인 관점에서 교재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통 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사상과 관련된 통합교재개발은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다만 다양한 보조교재를 개발·공급하여 학습에서 언제나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과학, 기술, 예체능에서 이념을 배제하 는 경우 이들 영역에서 통합은 물론이고 공통교재의 개발도 가능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