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복지 향상을 위한
교통인프라의 공공성 강화방안 제언
이용재
중앙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세계의 3대 역사학자로 그리스의 헤르도토스(Herodotos), 중국의 사마천(司 馬遷), 그리고 아랍의 이븐 할둔(Ibn Khaldoun)을 꼽는다. 특히 이븐 할둔은 근대 사회학의 선구자이며 역사학 발전에 기여한 대학자로 추앙 받고 있다.
그는 「이바르의 책(Kitab al-Ibar)」의 권두서 「무까디마(Muqaddimah)」를 통 해 당대 사회의 형성과 변천과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인류문명 흥망성쇠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답을 주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아사비야(Asabya)’의 유무(有無)였다. 「무까디마(Muqaddimah)」는 우리에게 역사서설(歷史序說)이 란 이름으로 번역되어 더 잘 알려진 역사서다.
‘아사비야’는 한마디로 직역하기는 다소 어려운 단어지만, ‘근검절약하며 스스로 일하고, 강건하고 연대하는 단체정신 또는 그런 집단의 생활양식, 혹 은 그러한 문명’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연대의식’이라고도 표 현한다. 아사비야는 더 나아가 서로를 보호하면서 적을 격퇴하고, 자기들이 받은 모욕을 보복하며 한마음으로 사회를 지키는 군사적 민주주의와도 통하 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지도자들은 이 공공정신을 발휘하여 자기 들이 속한 사회의 안녕을 도모할 책임이 있다’라는 것을 강조한 이 개념은 이 븐 할둔의 위대한 사회학적 발견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공공성(公共性)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의료 · 주택 · 교육 서비스 등에서는 물론 도로와 철도, 항공 등 교통서 비스와 관련된 사회 및 산업분야에서도 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공 공성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해왔지만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사회 적 · 학문적 합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은 오늘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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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다양한 실천 목표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외부효 과’(externality)가 큰 교통부문에서 이 개념에 대한 합의 도출은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경제학에서는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경제적 복지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 영향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외부효과가 발생한다’라고 한다. 이 효과 때문에 이해 관계자들이 서로 갈등을 보일 때 정부가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교통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 의한 공적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최근 운영과 시설 공급을 이원화하 여 운영에 대한 민영화 추세를 가속함으로써, 이 부문에 우려(憂慮)가 담긴 국민의 목소 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성은 일반적으로 공공의 이익이나 공공의 가치, 공공 영역, 공공재 등과 같이 다 른 용어나 개념에 내재하는 속성으로 논의된다. 예컨대, 경제학에서는 공공성의 개념 을 공공재(公共財)라는 용어에 내재된 속
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공공재는 국방 · 경 찰 · 소방 · 공원 · 도로 등과 같이 모든 사람 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말하며, 그 재화와 서비스에 대 해서는 대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소비 혜택 에서 배제할 수 없는 성격을 갖는다. 즉,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의 특성을 가지는 재 화나 서비스를 말하며 이러한 이유로 국가 의 공적지원 대상이 된다.
논쟁의 출발점은 공공재의 자원배분 비효율성에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자신의 이익 만을 생각해서 행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는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 서도 주인이 명확하지 않은 공유 자원을 마구 사용하거나 훼손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공 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고 부른다. ‘공유지의 비극’은 1968년 ‘사 이언스(Science)’지(誌)에 실렸던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의 논문에 나오는 개념으로 개 인과 공공의 이익이 서로 맞지 않을 때 개인의 이익만을 극대화한 결과 경영주체 전체가 사회적 비극(비효율)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딘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 준의 국가 개입과 통제가 필요하며, 개인에게 소유권을 주고 공동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해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상 호 ‘합의된 강제’에 의해 인간은 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공성의 논의에서 국가의 공적 지원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배제 성과 경합성이 더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어야 한다. 공공재에 대한 논의와 관련하여 ‘시장
공공성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다양한 실천 목표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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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실패’뿐만 아니라 ‘정부의 실패’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런 이유 로 공공재가 곧 국가 공적 지원의 근거라는 등식은 재고(再考)되어야 한다. 때로는 가치 재(價値財)의 개념을 통해 국가 공적 지원의 근거를 확실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가치재 는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직 접 생산 ·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의료, 주택, 교육서비스가 좋은 예로 공공재 의 성격과는 큰 관계가 없다. 의무교육은 교육이 가치재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정부가 개 입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서기 1400년, 이븐 할둔은 정복왕 티무르(Timur)에게 “한 왕조가 새로이 태어나려면 어느 집단의 아사비야가 충분히 강해져야 한다. 아사비야가 성숙해져서 왕조의 전성기를 이루고, 다시 쇠퇴하면 멸망에 이르게 된다”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지금 정부는 국토
인프라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기관의 민영화, 통합, 폐지, 기능조정, 경영효율화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 과 정에서 발생하는 공동체의 위기와 분열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민 적 연대의식을 강조하는 한국형 아사비야 가 필요하지 않을까.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해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상호 ‘합의된 강제’에 의해
인간은 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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