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小說의 現代的 受容
- 상호텍스트성과 관련하여 -
1. 상호텍스트성과 패러디
상호텍스트성의 개념을 간단히 말하면 텍스트 간의 상호관련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이 처음 논의될 때는 한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와 서로 영향 관계에 있다는 비교적 단순한 것이었지만 여러 논의를 거치면서 개념이 넓혀졌다. 그래서 일반적 인 언어활동과 사고 활동에도 작용하는 것으로 개념이 확대되었다. 상호텍스트성은 하나의 텍스트에 다른 텍스트가 기억과 반항과 변형을 통해서 다양하게 침투하는 것을 가리키며, ‘기호를 부여하는 사람과 기호를 해독하는 사람 사이의 기호를 공유 하고자 하는 실용적 필요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상호텍스트성은 기존이나 현대의 작품뿐 아니라 역사나 현실 속의 인물과 맥락 등 여러 수준과 범위에 걸쳐 일어나 며, 궁극적으로 텍스트 안에서 구조화되기 때문에 텍스트 구조 자체에 초점이 주어 져 있다.
이에 비하여 패러디는 텍스트상의 대화 형식인 동시에, 배경이 된 텍스트와 패러 디한 의도를 패러디 작품에서 찾아내어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의도를 전제로 한 다. 패러디는 텍스트와 독자,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전체 맥락을 포함하 여 텍스트 구조 자체에 초점이 주어진 상호텍스트성과는 달리, 의사소통 과정이 중 심이 된다. 따라서 상호 텍스트성은 텍스트를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대화를 의미 하지만, 패러디는 어떤 텍스트가 갖고 있는 의미가 아이러닉하게 전도되는 것을 가 리킨다. 패러디에 대한 개념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전적 의미는 '어떤 저명 작가 의 詩의 文體나 韻律을 모방하여 그것을 諷刺的으로 또는 조롱삼아 꾸민 익살 시문 혹은 어떤 인기 작품의 字句를 변경시키거나 과장하여 익살 또는 풍자의 효과를 노 린 경우'1)이다. 패러디의 어원은 희랍어 'pradia'로서 'para'와 'oddin'이 결합된 것 이다. 'oddin'은 '노래'라는 뚯이고, 'para'는 '~에 반대하여/~에 대조하여', 또는 '~
옆에/가까이'2)라는 뜻이다. 희랍어 'pradia'는 대중노래(counter-song)를 의미한다.
패러디는 대중노래에 근간이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텍스트 간의 대조나 대비를 의 미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치나 친밀성의 의미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패러디는 전통 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지만, 동시에 늘 그것의 顚覆을 꾀한다는 점에서 혁 신적이다. 즉, 패러디에는 유사성과 상이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1) 두산백과사전 EnCyber & EnCyber.com
2) 김영순․이종하, 대중문화에 나타난 패러디 양상의 비판적 기술,『한국언어문화』27, 한국어언어문화학회, 2005
결국, 패러디는 원작을 모방하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포 함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원작에 대한 친밀성으로 수용자에게 공감을 산 뒤, 수용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면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패러디는 인물 및 플롯상의 유사성을 통해 선행 작품과의 주제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독자적인 주제성을 지향 한다. 또한 작가의 주체성과 창조성이 고도로 강조되는 지적인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통 고전소설들은 하나의 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도 다 시 새로운 장르로 재창작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장르가 패러디인 것이다.
결국 패러디란 한 작가의 스타일이나 습관을 흉내내어 원작을 우스꽝스럽게 개작 했거나 변형시킨 작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따라서 패러디는 본질적으로 풍자와 위 트,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으며 또 이런 기법들 속에는 前代 혹은 當代의 지배적 인 신념 체계 속에 내포된 억압적 특성이나 허위의식을 폭로하려는 예술가의 태도 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패러디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독자는 패러디 작품을 쉽게 알고 그 작품에서 나타내는 작가의 재해 석, 의도, 경멸 등을 파악할 수 있다.3)
2. 古典小說의 상호텍스트성을 중심으로 한 現代的 受容 - 韓國語 敎育에의 活用 -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한국이 세계 속의 한국으로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우리의 문화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한국의 언어를 배 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졌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 새로이 각광 받는 학문 분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語學的인 측면에서의 연구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왔기 때문에 체 계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그 나라의 언어를 익혀야 했으며,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이제 우 리는 원점으로 돌아가 문화를 체득하여 언어를 학습해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 하다고 본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외국어로서의 한국문화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 아지면서 詩나 小說을 통한 한국문학교육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 나 대부분의 연구들이 현대 문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시나 소설 장르로 범위 를 제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 실용성만을 강조하는 입 장에서 본다면 한국 古典文學 작품들은 교재로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쓰이는 한국어 자체가 역사적 산물이고 역사적 축적 위에서 역할을 하고 있 다는 점에서 고전문학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자 할 때, 그 최종 목표는 모국어 화자처럼 능숙한 언어를 구사함으로써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가
3) 임경아, <구운몽> 수용의 매체적 변용 양상 -시대적 의미 변화를 중심으로, 신라대 교육대학원, 2006.
능하게 하는 데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 언어학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 화적 요소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러한 사회 문화적인 요소를 가장 많 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 문학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문학 중에 서도 특히 고전문학을 외국인 학습자에게 교육하고자 할 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어 려움이 있다. 시대․문화적 배경이 다를 뿐만 아니라 현재에는 쓰이는 않는 어휘들 과 문장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고전문학 작품 중 국문학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오늘 날까지도 읽혀오면서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롭게 창작된 경우는 많다. 고전문학의 한 국어 교육에의 활용은, 이러한 작품들을 발굴하여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 현대적으 로 수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서 이미 널리 알려진 고 전소설의 패러디 기법을 제시하고자 하는데, 이는 친숙한 원작의 이미지로 인해 대 중의 기억에 쉽게 전달되며 풍자와 유희를 통한 독자(한국어 학습자)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전소설 작품의 상호텍스트성 을 바탕으로 하여 현재적으로 재창조한 텍스트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로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그 첫 작업으로서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고전을 고전으로서만 이해하게 될 때, 자칫하면 학습자의 흥미를 떨어뜨려 원활한 의사소통을 최종 목표로 하는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전문학을 현대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 金萬重의 <九雲夢>과 현대소설로의 패러디
김만중의 <구운몽>은 여러 장르로 재창조되었는데 1962년에 최인훈에 의해 소설 화된 <구운몽> 이외에도 무용의 형식으로 재창조되기도 하였다. 1908년에 한성준 에 의한 性眞舞를 비롯하여 1966년 박미자의 '구운몽', 1985년 컨템포러리 공동 안 무로 '아홉 구름과 꿈'4)이 그 예이다.
이제 원작인 김만중의 <구운몽>의 상호텍스트성을, 특히 패러디를 중심으로 한 것 중, 대표적인 작품인 최인훈의 <구운몽>을 구조와 인물, 작가의식과 창작 배경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비교, 연구해 보고자 한다.
(1) 構造的 측면에서의 분석
<구운몽>이라는 작품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김만중이나 최인훈은 '꿈'을 그들 작품의 주요한 환상적 구조로 사용하고 있다.5) 김만중의 <구운몽>을 패러디한 최 인훈의 <구운몽>은 원작의 '현실 - 꿈 - 현실' 구조보다 복잡한 '환상 - 현실 - 환상 - 현실 - 환상 - 현실- 환상 - 현실' 구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현실'부터 이 야기가 시작되는 원작과 다른 구조로 진행된다.
4) 설성경, 고전소설의 재창조는 어떻게 되어 왔나, 특별기획프로그램.
5) 배현자, 김만중의 <구운몽>과 최인훈의 <구운몽>에 드러난 환상성 고찰, 한국문학연구회, 2005.
최인훈의 <구운몽>은 주인공 '독고 민'이 옛 애인 '숙이'를 찾아 광장과 밀실을 헤매다니는 '환상'으로부터 시작되나, 김만중의 <구운몽>에서는 '성진'이 '팔선녀' 를 희롱하고 인간 세상의 立身揚名을 꿈꾸는 현실 세계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며 '현실-꿈-현실'의 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만중의 <구운몽>은 명확한 '꿈'으로 설정된 것에 비해, 최인훈의 그것은 일부만 꿈으로 설정되어 있고 대부분 은 명확한 꿈이 아닌 비현실적인 환상으로 중첩되어 나타난다. 즉, 현실과 꿈(환상) 이 함께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같은 제목을 가진 김만중의 <구운몽>과 전체적인 구 조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나 최인훈의 작품은 세부적인 구조의 맥락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최인훈의 <구운몽>은 고전소설 <구운몽>의 경우처럼 入夢과 覺夢의 경계를 뚜렷이 제시하지 않은 채 현실세계와 꿈의 세계가 二元的으로 분리된 幻夢構造를 다층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를 통해 최인훈의 <구운몽>은 김만중의
<구운몽>이 지닌 구조적 측면, 즉 현실과 꿈이 양분된 幻夢構造를 패러디한 것으 로 볼 수 있으며 그 幻夢構造를 보다 다층적으로 구성함으로써 현실세계가 내포하 고 있는 문제의 복잡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 人物의 性格的 측면에서의 분석
최인훈은 고전소설 <구운몽>에 등장하는 '양소유'와 '성진'을 자신의 텍스트에서 는 각각 '독고민'과 '김용길 박사'로 패러디하고 있다. 주인공의 이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의미를 보면 먼저 김만중의 <구운몽>에서 '성진'의 이름과 '소유'의 이름은 각각 그들의 삶과 작가의 세계관을 대변하고 있다. '성진'은 '자신의 본성을 깨달은 이'의 뜻으로 佛敎的 世界觀을, '소유'는 '이 세상에 잠깐 들러 놀다가는 이'의 의미 로 儒敎的 世界觀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인훈의 <구운몽>에서 '독고민'의 이 름 역시 그의 삶과 작가의 세계관을 대변하고 있다. '독고민'은 말 그대로 '외로운 민중'이다.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이름인 것이 다.
두 작품의 인물을 비교하여 보면, 먼저 김만중의 <구운몽>에서는 주인공 '성진'이 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現實世界에서의 '성진'은 '육관대사'의 수제자이지 만 佛門의 적막함에 회의하고 세속에 미혹하게 되어 스승에 의해 쫓겨나게 된다.
그 후 꿈속 세계의 '양소유'로 태어나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인간이 추구하는 내면 적, 외면적 모든 가치를 갖게 된다. 하지만 人生無常을 깨달을 시점에서 꿈이 깨며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와 불교적 세계관에 정진하게 된다.
김만중의 <구운몽>에서 '성진'이 세속에의 욕망으로 펼쳐지는 一場春夢의 드라마 가 '독고민'에게 있어서는 사랑의 결핍과 사회적 억압 등으로 인해 보다 복잡한 착 란으로 전개된다. 김만중의 <구운몽>에서는 '성진'이 '팔선녀'와의 희롱을 계기로 入夢에 들어간 것처럼, 최인훈의 <구운몽>에서는 '독고민'이 '숙'의 편지를 받고 그녀를 기다리면서 환상에 빠져든다.
김만중의 <구운몽>과 다른 점은, '독고민'은 한 개의 이름을 계속 가지고 환상과 현실을 오가게 되지만, 그러나 '독고민'이 환상의 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제각각 '독고민'을 다른 호칭으로 부르고 추종하며 심지어는 그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려는 '독고민'을 끝까지 쫓아가기도 한다. 즉, 현실에서 간판사였던 '독고민'이, 이어지는 환상세계에서는 각각 '선생님(시인들에게 불리는 호칭), 사장님, 선생님(댄서들에게 불리는 호칭), 여보(늙은 댄서, 에레나), 반란 수령, 교황 사절 대주교' 등으로 불린 다. 다시 현실로 빠져 나와서 '독고민'은 凍死者가 되어 죽은 인물로 그려진다. 선 행 텍스트에서 夢中 世界의 '소유'는 儒敎的 世界觀에 입각한 삶을 지향하지만, 결 국 그 삶의 무상함을 깨닫고 불교의 空寂 世界觀에 귀의하는 인물이었다. 즉, 깨달 음 이전의 인물이다. 그리고 覺夢 이후 연화봉의 '성진'은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더욱 불교적 세계관에 정진함으로써 인생이 궁극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인물로 제시되어 있다. 최인훈은 선행 텍스트의 '소유'를 '독고민'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는 '독고민'이 보여 주고 있는 방황과 좌절을 통해 그 연계성을 추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김용길 박사'는 '법화'를 통해 현대성과 현실세계에 대한 인식을 밝 혀 내고 있다는 점에서 깨달음 이후의 '성진'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두 텍스트 사이의 인물 형상화 과정에서 선행 텍스트의 인물 '성진'이 깨달음을 통해 궁극적 진리에 도달하고 있다면, 반면 패러디 텍스트의 인물 '독고민'은 '좌절의 시 대', '난파의 계절'이라는 부정적 현실 속에서 존재의 욕망을 향한 끝없는 과정 중 에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것이다.
(3) 창작 배경과 작가의식 측면에서의 분석
▮김만중의 <구운몽>
김만중의 <구운몽> 창작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작가 김만중이 살았던 17세기 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 시기는 壬辰倭亂과 丙子胡亂이라고 하는 역사적 전란 을 경험한 직후로, 身分 秩序의 動搖가 일어났으며 黨爭에서 패배한 몰락 양반들이 생겨나면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무척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이 시기에 이미 政爭이 각계의 사회 계층의 힘과 밀착되어 진행되고 있었으며, 이제는 사회 세력의 동향에 따라 정권이 교체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 시기에 나온 것이 소설 <구 운몽>이며, 여기에서 김만중은 당대의 현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 만, 거기에는 조선 후기의 정치 현실이 투영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 김만중은
<구운몽>에서 조선 후기 불안정한 정치 현실과 그 속에서 탐욕이 수시로 뒤바뀌던 당대 사대부들의 삶의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즉, 작품 속에서의 상반된 두 삶을 통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번민하던 사대부들의 내적 갈등과 인생관의 혼란 을 충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양소유'의 생애는 당대인의 의식 속에 잠재된 욕 망이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인식된다. <구운몽>은 사상적, 사회적 측면에서 유교적 이념과 家父長的 사회의 현실 구조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으며, '성진'의 꿈 을 통해 사대부의 궁극적인 욕망을 구체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유교 사회에서
꿈꿀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실현해 보고자 한 것이다.
<구운몽>을 통해 작가 김만중은 소설에서 조선조 사대부들이 동경했을 법한 귀족 사회를 보여 주면서도 인생무상이라는 깨달음의 경지를 강조하고 있다.
▮최인훈의 <구운몽>
1962년 최인훈의 소설 <구운몽>이 발표되던 당시는 韓國 現代史에서 反共 이데올 로기에 의한 정치적 억압과 권력층의 不正腐敗, 경제적 예속 등이 급속히 그 不條 理한 현상을 드러내고 있던 시기였다. 60년대의 한국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은 4.19를 분수령으로 하여 당대의 작가들에게 부조리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정신적․물질적 황폐함과 인간성 상실이라는 부정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안 목을 키워가게 하였다. 따라서 다수의 작가들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을 위해 다양한 문학적 시도를 하게 되었으며, 그 가운데 최인훈은 패러디 소설을 통하여 작가로서의 시대 인식을 反語的 陳述을 통하여 구체화시키고 있다. 작가 최인훈의 현실세계는 自我와 대립되어 있으며, 그 현실은 전쟁과 분단의 체험, 4.19의 실패와 군사 정권의 수립으로 부조리의 상황을 첨예하게 보여 주는 공간이다. 그는 이러한 세계를 방황과 소외, 비판과 저항 등의 태도로 견디며, 그의 소설 인물도 이 범주에 서 갈등을 겪는다. 내용면에서는 戰後의 한국사회가 혼란과 부패로 가득 차 있음을 그리고 있으며, 그러한 공간에서 소외되어 있는 무력한 소시민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최인훈은 <구운몽>에서 계속해서 방황하고 있는 주인공 '독고민'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의 혼란을 붙들어 주고 자기 분열을 막아주는 믿을 만한 信 念이나 價値는 존재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이와 같이 파편화된 현실 속에서 자기 분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극명하게 표현하려 한 것 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은 작품 속에서 문학, 예술,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한 개인을 수동적 객체로 만드는 '방송의 소리'를 통한 자유, 폭 정, 혁명, 압제자, 반란군, 집회와 결사의 자유, 반동과 학살 등의 정치적 무게가 실 린 어휘를 통해 주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원작의 관념성 짙은 주제 의식을 한 시대의 불행한 사태에서 시대 풍자로, 인간의 근원적이고 일반적인 존재 양상의 풍자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김만중의 의도 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한 최인훈의 작가 의식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최인훈은 고전을 대화적으로 再脈絡化함으로써 고전의 시대 인식을 현대적 시대 인식으로 확장시켜 놓았으며, 한편 부조리한 시대의 제약적 요소를 패러디가 지닌 문학적 특성에 의지하여 극복함으로써 당대의 모순에 도전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 다. 따라서 패러디 기법이란 최인훈이 선택한 현실 참여의 방법적 자각인 것이다.
패러디를 통해 정체성 없고 혼탁한 사회를 독특한 관점에서 해부하고 비판하고 있 으며 혼란한 정치 상황과 부조리한 문제들을 폭로하고 있다. 고전소설 김만중의
<구운몽>을 패러디함으로써 '구운몽'이라는 고전소설 제목의 引喩를 통해서 패러 디의 현존을 선호하며 또한 引喩된 제목 때문에 '차이의 부각'이라는 패러디 효과 가 극명하게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 朴趾源의 <許生傳>과 現代的 受容의 實例
(1) 蔡萬植의 現代 小說 <許生傳>(1946)
이 작품은 채만식이 朴趾源의 <許生傳>과 李光洙의 <許生傳>, 그리고 설화로 전 해지는 이야기를 참고하여 집필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사건이나 인물 설정에서 현 실성과 구체성을 중시하였다. 박지원의 소설에서는 허생은 혼자 행동하지만, 채만식 의 작품에서는 ‘먹쇠’를 등장시켜 허생을 지켜보며 도와주도록 하였다. 그리고 제주 도로 떠나기 전의 집결지를 강경으로 잡고 도적의 가족들을 조직적으로 집단화한 것도 현실적인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박지원의 작품에서는 제주도가 경유지에 불과하고 무인도에 이상국을 건설하지만, 채만식의 작품에서는 제주도에 이상국을 세운다.
(2) 吳泳鎭의 戱曲 <許生傳>(1970)
이 희곡은 박지원의 한문 단편 소설 '허생전'과 채만식의 소설 '허생전'을 골격으 로 새롭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박지원과 오영진이 살았던 시대가 각각 다른 것처럼 두 사람의 작가 정신도 큰 차이가 난다. 즉, 박지원의 경우는 진보적 생각으로 봉건 체제의 모순을 지적한 데 반하여, 오영진은 보수적인 사회관으로 현실 정치를 비판 하였다. 다시 말하면, 오영진은 허생이라는 인물을 현대화하여 1960년대의 권력 구 조를 매판(買辦) 정치로 몰아서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진 것은 현대 사회의 부정한 致富, 그리고 부정부패한 관리에 대한 諷刺와 批判이다. 다만, 이러한 諷刺와 批判이 喜劇的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작품에는 엄정한 의미에서 갈 등이 발생하여 고조되어 파국에 이른다는 극적 구성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 이러한 갈등의 상승과 하강이라는 구성 방식은 비극의 양식이다. 이 작품은 허생이 자신의 능력을 실험하고 성공하는 이야기가 군소의 여러 인물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이루어 진다. 이 과정에는 웃음만이 존재하며 심각한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박몽인과 허 생이 흥정하는 대목이나 이완과 허생이 국론을 토론하는 이야기는 서로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희극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허생이 의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작품의 각 장 앞에는 무대 지시와 함께 해설이 등장한다. 이는 소설적인 기법으 로 그 장에서 일어날 사건을 미리 암시하여 주는데, 그 해설이 판소리, 가면극의 사 설과 같은 어조를 취하고 있으며 매우 해학적이어서 극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3) 이남희의 <許生의 妻>(1989)
이남희의 <허생의 처>는 여성해방론적, 즉 패미니즘 입장에서 패러디한 작품으로, 그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허생의 처는 꿈에 비명에 가신 어머니가 자주 나오는 걸 보고 해괴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열 살이 되었을 때 병자호란을 겪는다. 적병으로 인해 가족은 와해되고 어 머니는 부녀자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주춧돌에 머리를 찧어 자살을 시도한다. 어머 니는 죽지만 서모는 수모를 겪고도 살아남는다. 적병이 물러간 후 아버지는 다친 몸으로 가사를 이끌어 나가고 최후의 수단으로 장사를 시작한다. 돈을 만지게 된 아버지는 체통에 손상되었다고 생각하여 그녀를 어엿한 선비인 허생에게 시집을 보 낸다. 혼인을 했지만 가세가 기울어도 며칠 씩 굶고 태연히 글을 읽는 남편을 허생 의 처는 못 견뎌 한다. 과거라도 볼까 기다려 봤지만 허생과 친구의 대화에서 허생 이 과거에 뜻이 없음을 알고 절망한다. 언제까지 굶주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처 는 허생에게 현실의 비참함을 토로하고 장사라도 하라고 종용하자 그는 집을 나가 버린다. 오년이 지나고 돌아온 남편은 예전모습 그대로였고 저녁을 지어주면서도 서러움이 더 앞서 다가온다. 백중절에 어머님 명복을 빌기 위해 산에 올라갔으나 큰일을 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집을 떠날 결심을 하고 노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여동생의 집에 간 그녀는 동생에게서 허생의 오년동안의 행적을 듣는다. 변씨에게 는 열 배의 돈을 되돌려주고 집에는 한 푼도 내놓지 않는 남편에게 분개하기에 이 른다. 마지막으로 시댁에 찾아간 허생의 처는 허생이 시댁에 들렸다 갔으며 가산을 정리하고 떠돌 것이니 처를 맡아 달라는 말을 전해 듣는다. 시할머니는 아녀자가 혼자 산중에 갔던 것을 꾸짖고 다시 한 번 남편을 집밖으로 몰았다고 다그친다.
(4) 최시한의 <허생을 배우는 시간>(1992)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선재, 말을 심하게 더듬어 급우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윤수,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기성 세대의 논리를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늘어놓는 동철, 교원 노조 가담 교사이 면서 수업 시간에 '왜냐?'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왜냐 선생님 등이 있다. 국어 시간 에 박지원의 [허생전]을 배우면서 선재와 친구들은 문학 작품의 의미는 저절로 주 어지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능동적인 참여에 의해서 재구성되는 것이라는 사 실을 알게 된다. 특히 이 작품에는 토론식 수업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만 큼, 주입식 교육이나 암기식 교육과는 달리 문학 작품을 다양하게 읽고 즐겁게 토 론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아울러 전교조 문제로 인한 교사들의 해직이라는 사회적 사건을 다루고도 있다. 다만 교사나 교육 당국자 등의 전교조 문제 관계 당 사자들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자의식이 강하고 주변 상황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심각 하게 고민할 줄도 아는, 한 고등학교 학생의 시각에서 보여 주었다.
(5) 극단 교극 <허생전>(2005)
한국교사연극협회(교극)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공연된 뮤지컬이다. 한문소설
‘허생전’을 昌과 힙합의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허생, 세상과 마주하다’라는 부제를 단 이 연극은 입시 제도가 최우선인 현실에 짓눌려 미뤄져 온 교사와 학생들 사이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심정으로 만든 작품.
1985년 창립한 이래 35번째 무대를 올리게 되는 극단 교극은 공연장에서 기념 사진 전을 갖는 것은 비롯, 중고생들이 발표한 희곡을 집성한 창작극집도 선보인다. 제사 들의 희곡은 스승들이 모두 공연했다.
※ 古典文學 作品과 現代文學 作品의 상호텍스트성
現代文學에서의 상호텍스트성은 이미 잘 알려진 고전작품의 인물이나 풀롯을 변용 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작품을 동일 장르나 다른 장르로 고쳐 쓴 결과물이다. 그것 은 대개 古典文學 작품의 줄거리나 배경 등 기본적인 골격을 수용하여 독자들과 공 유하고 있는 서사 대상에 대한 지식과 정서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독자는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관습에 의존하게 되며, 텍스트는 표현 대상을 둘러싼 여러 문화적 관습의 유사성과 차이에 의존하여 의미 를 전달하게 된다. 현대소설 작가에 의해 재창조되어 빈번하게 발견되는 이러한 양 상은 독자와 공유하고 있는 지식과 맥락을 활용하여 서사 대상에 대한 일정한 감정 과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고전문학 작품들을 패러디한 현대의 작품에서는 유사한 인물이나 줄거리가 같은 장르에서 뿐 아니라 다른 장르 사이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특정한 요소들이 반복적 으로 작품들 속에 드러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인데, 이로 인해 텍스트 간의 비교가 필요하다. 이러한 텍스트 구성 요소의 반복적인 표출은 주어진 하나의 텍스트 안에 기존 텍스트의 요소들이 수용되고 변용되는 것이고, 서로 관련되는 것을 의미하므 로 결과적으로 상호텍스트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패러디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고전문학 작품의 受容 ․ 變容은 대략 세 가지 유형 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 첫째 유형은 고전문학 작품의 인물이나 줄거리, 배경 등의 기본적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변형한 경우, 둘째 유형은 고전문학 작품에서 특정 인물의 이미지를 수용했지만 작품의 배경이나 줄거리 등이 원전과 다르게 전 개되는 경우, 셋째 유형은 상호텍스트성이 동일한 장르 안에서 뿐 아니라 상이한 장르에서 나타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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