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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죽령옛길이 시작되는 충북 단양에서 중앙선 철도와 중앙고속국도를 타고 죽령터널을 지나면, 바로 영 남 땅인 영주시 풍기읍과 순흥면에 이른다. 경북의 북부 산악지대에 자리한 영주는 특히 불교와 유교문화가 공존하는 이상적인 선비의 고장으로도 유명한 곳.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사찰건축미의 정수로 손꼽히는 부 석사 무량수전은 말 그대로 고색창연하다. 태백산 줄기인 봉황산 자락에 의상대사가 신라 문무왕 16년(676 년)에 왕명으로 창건했으나 300여 년 만에 소실되었고, 지금의 부석사 건물은 고려 정종 7년(1041년)에 다 시 세운 것이다. 범종각을 지나 안양루 아래 좁은 돌계단을 올라서면 ‘사무치듯 아름답다’는 국보 제18호 무 량수전이 감개무량하게 앉아 있다. 고려 중엽에 지은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목 조건물로 알려진 무량수전의 특징과 매력은 단연 ‘배흘림기둥(배부른기둥)’이다. 즉, 기둥의 중간부분은 임 산부처럼 배가 불룩하고, 위아래로 갈수록 조금씩 홀쭉해지는 모양이 신기하고 흥미진진하다. 때로는 마법 같은 착시현상까지 불러오는 배흘림기둥은 부석사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다. 고승대덕과 위인들의 높은 법 도에서 사랑이 묘법으로 통할까? 의상이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그를 사랑한 선묘라는 여인이 이별의 아픔을 참지 못해 바다에 빠져 용이 되어 사나운 뱃길을 도왔다. 또한, 도둑떼와 토속신앙인들 때문에 부석사 창건 이 어려울 때 선묘의 혼령이 나타나 큰 돌을 공중에 들어 올리니 훼방꾼들이 모두 놀라 도망가고 그곳에 절 을 지었다는 것. 절 이름도 ‘뜬 돌’이라는 뜻에서 ‘부석사’라 부른다는 창건설화와 함께, 무량수전 뒤쪽에 선 묘각이 있다. 영주에는 부석사 외에도 소수서원과 선비촌, 순흥 금성대군 신단과 벽화고분, 희방사, 수도리 (무섬)전통마을, 희방폭포, 죽계구곡, 풍기인삼 등이 유명하다.
박영순|수필가
영주(榮州)와 부석사 무량수전(浮石寺 無量壽殿)
영주시 최북단 부석면에 자리한 천년고찰 부석사 무량수전
우 리 문 화 유 산 의 향 기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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