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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구조와 스크린쿼터

(1)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비판

1) 헌법재판소 판결

주지하다시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1995년 7월 영화법 제26 조에 의한 스크린쿼터제에 대하여 그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상자 3> 참조).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에 따르면, 국산영화의 무상영제도는 선택한 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헌법 제 15조에 규정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개 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보장하는 헌법 제119조 1 항과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헌재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도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으므로 국산영화의 무상영제도는 합헌이라고 판결하였다. 다만 헌재는 기본권을 제 한함에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최소성 및 비례 성’의 원칙에 충실해야 하고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되는데 영화법 제26조는 이와 같은 원칙에 충실 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헌재의 판단에 따르면 첫째, 국산영화 의 무상영을 통해 국산영화의 상영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고 이는 국산영화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를 통한 국내 영화산업의 생존과 발전은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며, 둘

째, 극장주는 국산영화의 상영의무를 지고 있으나 국산영화를 상 영하는 경우에도 어떠한 종류의 국산영화를 상영할 것인지에 대 한 전적인 자유가 있으며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 2 이상으로 규 정된 의무상영일수가 과도하지 않으므로 헌법상의 직업선택 및 경제적 자유, 그리고 행복추구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 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규제의 정도도 과도하지 않다 는 것이다.

2) 판결에 대한 비판

헌재의 판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한 강철근의 경우91) 언 론・출판・학문・예술의 자유는 그 콘텐츠 제작자의 자유는 물론 콘 텐츠의 유통경로상에 있는 자의 자유도 포함하기 때문에 스크린 쿼터는 극장경영자의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라고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헌재의 영화에 대한 판단은 그 기본권보장에 있어서 문화적 측면에 있어서는 거의 무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영화의 제작 측면인 언론출판의 자유와 학문예술의 자유에 입각한 기본권보장 은 충실히 하면서, 극장경영자의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 그리고 행 복추구권에 대하여는 공공복리의 목적상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

장을 취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일반 국민과 직접적으로 접하게 되

는 상영관, 공연장, 전시장 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예술

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며, 나아가 헌법상 문화국

가원리의 제한문제가 된다.92)

즉 강철근에 따르면 헌재는 공공복리를 이유로 한 영화에 대한

91) 강철근, 󰡔예술의 자유와 스크린쿼터제󰡕, 사회교육연구회, 2004.

92) 전게서, p .286.

사전검열은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이므로 위헌이라고 판결93) 하면서 학문예술의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인정한 반면 영화를 공 급하는 극장경영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비대칭적인 규제이며 이는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인 동시에 헌법상 문화국가원리 를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재산권의 침해 차원에서 헌재의 판결을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즉 스크린쿼터제도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공공 필요에 의한 제산권의 제한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 야 한다’는 헌법 제23조의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 호의 경우 스크린쿼터제는 극장주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이며 이 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으므로 이 제도는 위헌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익을 위해서 국가가 시민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특정인의 특별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일 때에는 정당한 보 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 제23조의 정신이다. 그런데

스크린쿼터제는 극장주의 일방적 희생위에 서있다. 국산영화에 공익

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국산영화 를 즐기는 사람이거나 또는 국산영화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일반 국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용도 그들이 부담해야 한다.94)

한편, 재산권 침해 주장과 관련해서는 ‘재산권’에 대한 개념 자 체에 대해서 헌법적인 관점과 경제학적인 관점의 차이가 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극장주가 수익성의 원리에 따라 자신의 의지대로 영화편성을 하지 못할 경우 재산상의 손실이 예상되므

93) 헌재 2001. 8. 3 0. 2000헌가9, 판례집 13-2, pp .134-157 참조.

94) 김정호, “누구를 위한 스크린쿼터제인가”, 헤럴드경제 2003. 6. 16.

<글 상자 3>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

. 영화법(映畵法) 제26조는 개봉관의 확보를 통하여 국산영화(國産映畵)의 제 (製作)과 상영(上映)의 기회를 보장하여 국산영화의 존립과 발전의 터전을 마 련하여 주기 위한 것으로 공연장(公演場)의 경영자(經營者)에 대하여 직업의 자 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나, 그 제한(制限) 목적(目的)의 정당성(正當性) 과 방법(方法)의 적정성(適正性)이 인정될 뿐 아니라,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 2 에 한정하여 직업수행(職業遂行)의 자유(自由)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 (過剩禁止)의 원칙(原則)에 반하여 직업(職業)의 자유(自由)의 본질적(本質的) 내 (內容)을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고, 위와 같은 제한이 공연장의 경영자에게 주어진 것은 영상상품을 최종적으로 공급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 므로 영화인, 영화업자 혹은 영화수입업자와 비교하여 합리적(合理的)인 이유(理 由) 없이 자의로 공연장의 경영자만을 차별(差別)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 영화법(映畵法) 제26조는 공연장의 경영자가 일정한 기간 국산영화를 상영 할 것을 전제로 하여 다만 국산영화의무상영일수(國産映畵義務上映日數)라고 하는 구체적(具體的) 사항(事項)을 특정(特定)하여 연간 상영일수를 기준으로 이를 대통령령에 정할 것을 위임하고 있는바, 비록 위 규정이 의무상영일수(義 務上映日數)의 상한(上限)이나 하한(下限)을 명시적(明示的)으로 설정하고 있지 는 않지만, 법률규정의 취지에서 볼 때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이 연간 상영일 수의 일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대강(大綱)을 충분히 예측(豫測)할 수 있으므로 위임입법(委任立法)의 한계(限界)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없다.

다. (1)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규정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가 개인과 기업의 창 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것이 자유방임적 시장경제질서 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입법자가 외국영화에 의한 국내 영화시장의 독점이 초래되고, 국내 영화의 제작업은 황폐하여진 상태에서 외국영화의 수입 업과 이를 상영하는 소비시장만이 과도히 비대하여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하에 서, 이를 방지하고 균형 있는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국산영화의무상영제를 둔 것이므로, 이를 들어 헌법상 경제질서에 반한다고는 볼 수 없다.

(2)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이 공동체의 이익과 무관하게 무제한의 경제적 이익의 도모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경제적 고려와 공 동체의 이익을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국산영화의무상영제가 공연장 경영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 헌재 1995. 7. 21. 94헌마125, 판례집 7-2(pp.155-168)에서 발췌 -

로 스크린쿼터는 재산권의 침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헌재는 재 산권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1997년 헌재는 한약사제도 가 신설되면서 과거 약사에게 인정된 한약조제권을 제한하는 것 이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재산권은 사적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이므 로 구제적인 권리가 아닌 단순한 이익이나 재화의 획득에 관한 기회 등은 재산권 보장의 대상이 아니므로,95) 약사의 한약조제권 은 재산권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이와 같은 헌재의 논리에 따르 면 스크린쿼터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인 권리’에 대한 제한이 아니며 스크린쿼터 폐지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은 장래의 불확실 한 기대이익에 불과한 것이므로 보상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재산권과 관련된 판례로 인해 스크린쿼터 관련 청구인도 위 헌 사유로 재산권 침해를 들지 않은 듯 하다.

(2) 영화산업 구조변화와 스크린쿼터의 유효성

헌재는 판결을 통해 스크린쿼터의 목적은 ‘개봉관의 확보를 통 하여 국산영화의 제작과 상영의 기회를 보장하여 국산영화의 존 립과 발전의 터전을 마련하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적시하는 한 편, 스크린쿼터의 방법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 고 있다.

영화의 제작은 많은 자본과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것이지만 그 흥 행여부는 사전에 예측할 수 없고, 가사 예측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반드시 실제와 부합하는 것은 아니므로 개봉관의 확보여

95) 헌재 1997. 11 . 27. 97헌바10, 판례집 9-2, p.651.

부는 영화제작의 사활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국산영화 의무상영제는 질과 양에 있어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외국영화의 홍 수 속에서 국산영화로 하여금 상영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여 주 는 것으로서 국산영화의 제작과 상영의 기회를 보장하는 가장 효과 적이고 적정한 방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96)

이와 같은 헌재의 주장처럼 스크린쿼터제가 방법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스크린쿼터의 핵심적 역할인 ‘상영기회의 보장’이 유효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스크린쿼터가 유효성을 가지기 위해 서는 국산영화가 외화에 밀려 상영기회를 가지지 어렵다는 사실 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문제는 헌재의 판결이 나던 1995년 당시 에는 국산영화가 상영의 기회를 가지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 이후 영화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그와 같은 전제가 더 이상 성립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영화산업구조 변화로 스크린쿼터의 유 효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스크린쿼터가 우리나라 영화의 생 존과 발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므 로 그 방법적 정당성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1) 수직적 결합의 심화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영화산업은 큰 질적 변화를 거쳤으며 최근 한국영화의 성공은 영화산업의 구조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조변화에 대한 이해 없이 스크린쿼터와 시장점유율과의 관계만을 통해서 스크린쿼터의 유효성을 논하기에는 한계가 있 다. 따라서 스크린쿼터의 역할 및 유효성도 한국영화산업 구조변 화와 관련지어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영화산업에서 의미 있는 구조변화의 시작은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로부터 비롯되었

96) 헌재 1995. 7. 2 1. 94헌마125, 판례집 7-2,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