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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정책 평가와 정책적 함의

(1) 박정희 정부의 영화산업 육성정책 실패요인

1) 산업구조의 전근대성 탈피실패

박정희 시대의 영화산업 정책은 영화제작사에 대한 외화수입권 특혜 및 영화제작의 진입장벽 구축을 통해 제작사의 시장독점력 을 키워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기조가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하였던 정책목표는 달성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영화산업의 특성상 영화제작에 있어서의 독점적 위치와 외화수입 권은 영화자본 축적을 위한 핵심적 요소가 아니라는 데 있다. 영 화자본이 축적되기 위해서는 제작된 영화가 배급 및 상영의 과정 을 거치는 동안 창출된 수익이 제작부문으로 재투입되어 영화제 작의 수익이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제작부문 이 비경쟁적66)이어서 영화제작의 독과점과 특혜적 외화수입권을 부여받았다고 제작사가 자본축적을 통해서 대기업화되는 것은 아 니다. 오히려 비경쟁적인 제작환경하에서 외화수입권 확보를 위 한 영화제작이 이루어지다 보니 영화의 질적 경쟁력만 상실하게 되었다.

당시는 영화제작사가 지방 흥행업자에게 제작자본을 의존하는

66) 1984년 제5차 영화법 개정으로 영화제작사 설립이 등록제로 바뀌기 전까지 는 20여 개의 영화사만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경우가 많았다. 영세한 제작사는 영화의 판권을 미리 팔아 제작 비를 조달하는 단매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여서 흥행업자의 영화제작 간여는 빈번하였다. 배급망을 장악한 지방 흥행업자가 서울지역을 제외한 지방흥행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감으로써 영화 제작에 투입될 수 있는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이루지 못하였다.

당시 제작사의 입장도 그렇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우선 제 작부문에 허가제 등의 진입장벽이 있었고 영화제작에 따른 외화 수입권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제작자본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었 다. 주로 단매방식에 의존하여 자금을 조달하였기 때문에 흥행수 익의 상당부분을 포기하는 대신 흥행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회피 할 수 있었으며 국산영화로부터 못 올린 수익을 외화수입으로부 터 보충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구조하에서는 흥행업자와 제작 업자가 최소한도의 수익을 각자의 영역에서 보장받을 수 있었지 만 어느 누구도 자본축적을 통하여 거대 영화자본으로 성장할 수 는 없었다.

당시 명시적으로 흥행업자와 제작업자간의 결합을 막은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부문에서 낮은 수준의 수익을 내면서 사업을 영 위하는 정도여서 본격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지 못하였다. 즉 영화의 제작부문과 배급 및 상영부문이 자 연적으로 분리되어 그 어느 쪽도 자본을 축적하여 대형화되지 못 하고 결국 양질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생산・유통할 수 있는 구조 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산업구조하에서는 할리우드의 메 이저 영화사들과 같은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없었으며 영화자본 의 영세성도 면치 못하였던 것이다. 박정희 정부의 제작사의 대 기업화 정책은 이와 같은 한국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 지 못하였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였으며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제작부문에 대한 특혜를 철폐하고 제작과 흥행

부문의 통합을 유도했어야 했다.

2) 질적 차별화 부재와 모순적 동기부여 구조

영화흥행수익의 상당부분이 흥행업자에게 귀속되는 상황에서 영화제작사로서는 외화수입권의 확보가 중요한 수익의 원천이었 다. 하지만 외화수입권이라는 특혜가 단지 영화제작 실적이라는 양적 지표에 연계됨으로써 외화수입권 확보를 위한 날림제작이 빈번했다. 결국 질적으로 우수한 영화를 만든 제작사가 보상받는 질적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산업정책은 ‘승자 선택(Picking Winners)’을 통해 경쟁력 있는 소수에게 자원을 집중하 는 구조를 채택하였지만 영화산업에서는 차별화의 지표가 잘못 선정됨으로써 경쟁력 있는 승자의 선택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던 것이다.

한편, 제작사가 외화수입 특권을 가지는 동기부여 구조는 이해 상충(Conflict of Interest)의 문제를 야기한다. 시장에서 경쟁상대인 국산영화와 외화의 제작과 수입을 제작사가 겸함으로써 상대적으 로 경쟁력이 약한 국산영화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약해진 다. 따라서 국산영화의 제작은 외화수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고 국산영화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대신 외화수입에 의한 수익에 의존하는 형태가 되어 제작사의 자본축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작사의 대기업화가 정책목표라면 국산영화의 제작실적 이 아니라 흥행성적에 비례하여 외화수입권을 배정하는 것이 제 작사의 자본축적을 위해 보다 효과적인 정책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 제작실적과 함께 우수영화를 만든 제작사에 대해서도 외화 수입권을 배정하였지만 ‘우수영화’에 대한 기준이 정치적이고 모 호하였으므로 시장에서의 성과를 차별적으로 반영하지는 못하였

다. 가령, 1966년 대종상에 우수 반공영화상이 신설되면서 수상작 에는 외화수입쿼터 1편이 배정되어 막대한 이권이 걸리게 되었으 며 이로 인해 반공영화 제작 붐이 일었고 이는 한국영화의 질적 저하에 일조하였다.

3) 검열로 의한 소재의 제약

한편 권위주의적 정부를 거치면서 영화에 대한 강력한 검열이 지속되어 왔었고 이는 소재제약으로 인한 창의력 발현을 억제하 여 한국영화의 질적 발전을 저해해 왔다. 영화법 제정 당시 규정 된 영화법 시행규칙67)에 의한 영화상영허가 심사기준을 살펴보면 국가의 안보나 사회적 관념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영화적 표현은 허용하지 않았다.

영화법 시행규칙 제5조: 영화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때에는 영화상영을 허가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분을 삭제하여 허가할 수 있다

1. 국헌을 문란하게 하거나 국가위신을 손상하였다고 인정되는 때 2. 국기 또는 국가를 경공하게 취급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되는 때 3. 자유우방의 관습 또는 민족감정을 존중하지 아니하여 국제간 우

의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

4. 대한민국과 분쟁중에 있는 외국에 그 분쟁사항에 관하여 유리한 선전을 내포하였다고 인정되는 때

5. 신앙을 고의로 풍자하거나 조롱 또는 증악의 대상으로 취급하였 다고 인정되는 때

6. 고의로 성직자를 조롱하거나 악한으로 취급하였다고 인정되 는 때

7. 미신을 존중하였다고 인정되는 때 67) 1962년 영화법 시행규칙 공보부령 8호.

8. 민주주의제도하의 교육자를 조롱하거나 모독하였다고 인정되 는 때

9. 법정의 존엄성 및 공평정당성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 는 때

10. 범죄행위를 정당화 또는 영웅화 하였거나 범죄행위의 교묘한 수단을 묘사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범죄행위를 모방할 충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

11. 직계존비속을 살해하거나 극히 잔인한 살해 장면을 묘사하였 다고 인정되는 때

12. 복수를 정당하게 취급하였다고 인정되는 때

13. 성기 또는 유방의 노출, 성행위, 음란한 접문의 묘사로 관람자 의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시켜 정상한 성적 수치심을 해하거 나 선량한 성적도의관념에 위배된다고 인정되는 때. 단, 복수 를 적법으로 인정한 시대 또는 지역을 무대로 한 영화는 제외 한다.

14. 나체나 남녀혼욕을 묘사한 때

15. 기타 공서양속을 해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

또한 반공과 정권안보를 홍보하는 영화에 대해 외화수입권으로 보상하는 등의 특혜를 베풀면서 질 낮은 반공영화와 체제홍보영 화가 양산되는 결과를 낳았고 이로 인해 한국영화의 소재의 다양 화가 저해되면서 전체적으로 영화의 질이 떨어지게 되었다. 부록 의 <부표 5>에는 1970년부터 1998년까지 제작된 영화의 장르분 류68)가 나타나 있다. 제작사는 검열의 압력을 피하고 외화수입권 을 얻어내기 위해 국책영화, 문예 및 반공영화, 비정치적인 멜로 통속영화의 제작에 치중하였다. <부표 5>를 보면 전체적으로 통 속 및 액션 영화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이사항은 문예, 반공, 청소년, 사회 장르 영화의 수 변화이다. 아래 <표 17>

68) 󰡔한국영화연감󰡕 기준에 의한 분류임.

<표 17> 한국영화 일부 장르의 제작비중(1970~1998)

분류

연도 문예 반공 청소년 사회

1970 2.2 4.8 0.0 0.0

1971 1.0 1.0 0.0 0.0

1972 3.3 4.1 0.0 0.0

1973 0.8 4.8 0.0 0.0

1974 12.8 7.1 0.0 0.0

1975 12.9 1.2 0.0 0.0

1976 1.5 8.8 0.0 0.0

1977 3.0 3.0 0.0 0.0

1978 10.5 10.5 0.0 0.0

1979 14.6 5.2 0.0 0.0

1980 7.4 4.3 0.0 0.0

1981 8.1 1.2 0.0 0.0

1982 2.1 1.1 0.0 0.0

1983 0.0 1.1 7.7 3.3

1984 0.0 3.7 8.6 18.5

1985 0.0 2.5 10.0 1.3

1986 0.0 2.7 23.3 0.0

1987 3.4 2.2 16.9 1.1

1988 0.0 1.2 13.3 3.6

1989 0.0 0.0 17.3 5.5

1990 0.0 1.8 21.6 9.9

1991 0.0 2.5 15.7 6.6

1992 0.0 0.0 8.3 10.4

1993 1.6 0.0 4.8 1.6

1994 0.0 0.0 4.6 9.2

1995 1.6 0.0 7.8 7.8

1996 0.0 0.0 4.6 12.3

1997 1.7 0.0 1.7 3.4

1998 0.0 0.0 8.2 6.1

주: 제작비중 = 해당분야 영화 수 / 총 제작영화 수 자료: 󰡔한국영화연감󰡕에 의거하여 저자 작성.

은 <부표 5>의 장르 일부분을 전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나타낸 것이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1980년대 초반까지는 문예 와 반공물의 영화가 일정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고 1980년대 초반까지는 전무했던 청소년 및 사회물의 영화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는 영화에 대한 검열완 화의 결과로서 비로소 한국영화에 있어서 소재의 다양화가 조금 씩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1996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사전심의제 위헌 판결로 표현의 자유는 더욱 확대되었으며 이제 우리나라 영 화의 소재는 이제 거의 제한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1999년의

<쉬리>, 그 이후의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 날리며> 같은 영화들은 과거의 심사기준에서 보면 제작이나 상 영이 되기 힘든 영화들이었지만 이들 영화는 최고의 관객동원을 이루어냈다.

<표 18> 한국영화 흥행 BEST 5(1999~2004)

연 도

순위 1999 2000 200 1 2002 2003 200 4

1 쉬리 공동 경비구 역

JS A 친구 가 문의 영광 살 인의 추억 태극기 휘 날리 며

2 주 유소

습 격사건 반 칙왕 엽 기적 인 그 녀 집으로 동 갑내기

과 외하기 실미도

3 텔 미썸씽 비 천무 신라의 달 밤 색 즉시 공 스캔 들-조선 남녀 상열지 사

말 죽거 리 잔혹사

4 인 정사정

볼것 없다 단적 비연 수 조 폭마누 라 공공의 적 올 드보이 어 린신 부

5 해 피엔드 리 베라메 달마야 놀 자 광 복절 특사 장화, 홍 련 내 머 리속의 지우개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연감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