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국가별 사례: 프랑스・북구 유럽・독일・이탈리아
1. 프랑스 4)
가. 전통적인 가족주의 규범
프랑스는 한 명의 여성이 평균적으로 두 명의 자녀를 낳는 인구 대체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는 대표적인 유럽 국가 중의 하나이다. 프랑스가 적 정한 출산율을 보이는 것은 프랑스 국민 개인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자녀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출산율 감 소에 대한 우려는 정치인들과 인구학자들 사이에서 백년 이상 전부터 공 유해 오고 있는 사회적 문제였다. 1960년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여성들 의 노동 시장 참여는 그 시기부터 이미 감소하고 있던 출산율에 더 부정 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대책 마련 을 강구하기 시작하였다. 여성들의 노동 시장 참여 증가는 20세기 후반부 터 유럽 국가에서 나타난 변화 중의 하나로서 여성들이 자기 정체성을 확 립하는 방식에서 “조용히 일어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취업은 모 성의 역할과 대립하면서 여성들이 자기 정체감을 갖는데 있어 자녀의 역 할을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는 높은 출산율 수준을 보일 뿐만 아니라 약 80%에 달하는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을 보이고 있어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하여 모성과 여성 취업의 갈등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프랑스 가 출산율과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모두 높은 이유는 부모 역할을 지원
4) Letablier(2013) "The politics of parenting: the meaning of children, the meaning of work," (Ellingsaeter.et.al. 2013)의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하는 정책이 일과 자녀 양육 사이의 갈등을 완화해 주고 있을 뿐만 아니 라, 정치인들과 가족 주의자들에 의해서 강조되고 있는 출산에 대한 규범 이 프랑스 국민들로 하여금 자녀를 낳도록 압박을 가하는 기제로 작용하 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가족 정책은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가족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성과 자녀 출산에 대 한 규범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다분히 출산 지향적인 성격을 보였던 가 족 정책은 현대 사회로 오면서 명시적으로 출산을 제고하려는 목적을 제 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직도 개인에게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유인을 제 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의 프랑스의 적정한 출산율 수준은 자녀를 양육하는데 소요되는 직접적인 비용을 제공하는 정책이 아닌 부모 역할 과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정책에 기인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프랑스의 가족 정책은 여성들이 임금 노동 역할을 제 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데 강조하고 있으며, 남성의 육아 참여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구 유럽과 같이 남성들 을 자녀 양육 역할에 참여 하도록 하는 정책에는 미약한 특징을 보이 고 있다.
적정한 출산율 수준을 보이는 프랑스에서도 자녀가 갖는 의미는 세계 적인 추세에 따라서 이미 변화하였다. 프랑스에서 아동은 부모와 국 가 모두에 있어서 점점 더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부모에게 자녀가 갖는 경제적인 의미도 변화되어 자녀는 더 이상 가족의 소득 에 기여하지 않으며 부모가 나이 들었을 때 생활을 보장해 주는 기능 을 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 자녀는 지식 기 반 사회의 기초이자 미래 국가 사회보장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 여하는 존재로서의 가치가 부여되고 있다. 유럽 의회가 강조하고 있 는 아동에 대한 사회적인 투자의 중요성은 이러한 자녀에 대한 새로
운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가 출산율과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모두 높은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면에는 프랑스만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역설”이 내재 하고 있다. 첫째, 여성들이 직업 활동에 대해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직업 활동에 대한 헌신이 자녀를 낳은 것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둘째,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역할을 부모 간에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지 않고 주로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남성들 이 가사 및 육아에 대한 참여도가 낮다. 프랑스에서 맞벌이 부부는 이 제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부 간의 공평한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 내의 양성 불평등한 상황이 출산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키는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셋째, 프랑스는 적정한 출산율을 보여주고 있 으나 여성들이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크게 헌신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프랑스 여성들의 모유 수유 비율은 북구 유럽 국가와 비교하여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가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러한 역설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오랜 역사 동안 수행해 온 가족 정책이 인구학적 이슈에 적절하게 대응해 왔으며, 공화국의 이념이 국가와 가족 간의 관계를 형성해 주 고 가족 형성과 자녀 양육에 대한 개념화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로 프랑스의 가족 정책과 공화국의 이념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여성 들이 자녀를 낳도록 긍정적인 “사회적인 압박”을 가하는데 기여해 왔 던 것이다.
프랑스는 20세기 초반부터 모성 특히 많은 수의 자녀를 낳은 여성들이 국가나 사회로부터 지원과 혜택을 “받을 만 하다”는 개념을 형성해 왔으 며, 전체 사회가 모성에 대해 상당한 칭송을 해 왔다. 백 년 전부터 이러
한 모성에 대한 높은 지지는 인구학적 이슈 특히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 에 대해 대응적인 기능을 하게 되었다. 인구학적 위기에 맞서서 프랑스 정부는 출산 친화적 그리고 가족 지지적인 로비 활동을 통하여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프랑스 내의 양성의 분업적인 기능을 강화시키는 기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여 성들이 출산을 제고하기 위한 유인 정책의 대상이 되었으며 여성들이 갖 는 재생산 역할이 주요한 정책적인 관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프랑스가 기념하는 “어머니의 날”은 여성들이 재생산 기능을 통하여 인구학적 위기 를 극복하게 하는 것에 대해 사회전체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날이기도 한 반면에 양성 분업적인 기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기도 하다. 가족이 사 회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데올로기인 프랑스 “가족주의”
의 근원을 설명함에 있어 Lenoir(2003, Ellingsaeter.et.al. 2013에서 재인용)은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강조해오고 있는 가족주의가 모성에 대 한 칭송뿐만 아니라 가족의 구성과 수에 대한 규범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 다고 보았다. 프랑스에서 다자녀 가족은 존경과 동정을 동시에 받을 만한 존재이며 반면에 소자녀 가족은 개인주의 심지어 이기성을 반영하고 있 다고 여겨지고 있다.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과 가족이 사회를 구성하는 기 초 단위로서 가치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이러한 개념 위에 세워져 있다.
현대에 와서 모성과 가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정신이 희석된 것은 사실 이지만 가족주의적인 사상은 가족을 지원함에 있어 국가의 역할을 강조 하고 출산이 사회에 대한 의무이며 이러한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서는 일종의 “제재”를 가하는데 기여해 왔다. 프랑스의 가톨릭 사상 에 기반을 둔 친가족주의적인 운동은 프랑스의 가족 정책이 발달하고 모 성에 대해 전체 사회가 중요성을 부여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족주의 전통이 프랑스 가족 정책이 인구학적인 측
면을 강조하고 국가적인 정체성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프랑스 내의 친가족적인 분위기는 출산에 대한 개인의 태도와 가 치를 갖도록 사회적인 압박을 가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모성을 강조하 는 이념은 점차 평등을 강조하는 이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나. 현대 사회의 양성 평등 규범
1960년대와 1970년대 일어난 여성들의 독립과 역량 강화에 대한 요 구는 가족주의 전통에 기반한 프랑스의 가족 정책을 갈등적이고도 압박 적인 상황에 놓게 하였다. 수십년 동안에 걸쳐 세워진 가족 정책의 기초 가 여성 운동과 개인적인 삶의 변화에 의해서 약화될 위험에 놓이게 되었 다. 새로운 법제도는 여성들 스스로 출산을 조절할 수 있게 하였고, 남성 생계부양자의 지배적인 위치에서 여성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러한 변화는 여성들의 삶에 있어 문화적인 혁명을 일으켰으며 인구학적 인 경향에도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아지고 동거 와 혼외 출산이 증가함에 따라 가족 제도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여성들의 가족과 사 회 내에서의 위치가 변화하게 되었다. 다양한 삶의 양상이 등장함에 따라 현존하는 규범이 깨지게 되었다. 현대적인 피임 도구의 등장과 197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 낙태의 법제화는 여성들로 하여금 출산에 대한 통제권 을 갖도록 하였으며 이에 따라 모성에 대한 역할도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
보다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여성들의 가족과 사 회 내에서의 위치가 변화하게 되었다. 다양한 삶의 양상이 등장함에 따라 현존하는 규범이 깨지게 되었다. 현대적인 피임 도구의 등장과 197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 낙태의 법제화는 여성들로 하여금 출산에 대한 통제권 을 갖도록 하였으며 이에 따라 모성에 대한 역할도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