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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산율에서 변동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유럽 국가들의 출산율 변 화에 내재되어 있는 자녀 출산과 양육 환경의 주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으로 가족주의가 강한 프랑스는 모성에 대한 사회적인 칭 송과 더불어 아동을 공공재로 간주하여 국가의 지원과 보호를 마땅히 받 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오랜 기간 동안 인식해 왔다. 여성 경제 활동 참 여의 증가에 따른 일과 가정 양립 문제를 프랑스는 "자유로운 선택"이라 는 가치 하에 0~2세 양육에 대해서 부모가 육아 휴직을 하고 집에서 자녀 를 기르거나, 보육 시설에 맡기거나 혹은 개인 보육사를 이용하여 보육하 는 것을 선택하게 하고 있다. 3~5세 유아 교육에 대해서는 국가에 의한 아동의 사회화라는 가치 하에 무상으로 유치원에서 교육함으로서 자녀 돌봄에 대한 취업 여성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북구 유럽 국가와 달 리 전통적으로 남성의 가사 및 육아 참여가 낮은 프랑스는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남성의 가사 및 육아 참여 독려보다는 국가가 여성 의 자녀 돌봄 역할을 지원하는데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둘째,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서 본 북구 유럽 국가는 양성 평등을 기초로 한 맞벌이 모형을 지향하면서 남성의 적극적인 육아와 가 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북구 유럽 국가가 주는 시사점은 한 국가가 적 정한 출산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 정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경제적인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며, 이러한 노동 시장에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함과 동시에 양성 평등 의식의 고취 및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가능하도록 하는 적절한 서비스와 정책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독일은 전통적으로 자녀 양육은 여성의 역할 그리고 남성은 생계

부양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규범에 기초하여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가 증가하고 근로 활동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여성이 시간제로 근로하면서 동시에 자녀를 양육하는 모형으로 변화하였다는 특징이 있 다. 즉, 독일 사회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남성은 생계 부양자, 여성의 자녀 돌봄자의 규범에서 약한 변형된 모형을 취함으로써 여성 경제 활동 참여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 구하고 여전히 사회 내에 존재하고 있는 양성 분업적인 규범은 독일이 육 아 휴직제도 개혁 등 많은 정책적인 노력을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 전히 저조한 출산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서 작용되고 있 다.

넷째, 이탈리아 역시 독일과 유사하게 낮은 출산율이 지속되고 있는 대 표적인 유럽 국가 중의 하나이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사회에서 의 양성 분업적인 규범과 태도가 출산율이 낮게 지속되는 원인으로 지적 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양성 규범 이외에도 이탈리아 사회에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세대 간의 강한 결속력 또한 출산율 제고에 걸림돌로 간주 되고 있다. 즉, 자녀가 성인으로 성장한 이 후에도 계속적으로 부모의 집 에서 머물면서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든지, 자녀의 교육과 결 혼 등의 의사 결정에 부모가 개입된다든지 하는 세대 간의 재원과 관심의 이전이 젊은 세대로 하여금 자녀를 낳도록 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 다. 이러한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녀 출산 및 양육의 부담 의 이면에는 청년 실업, 열악한 주거 지원 등 청년 자립을 위한 정부의 지 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내재되어 있다.

대표적인 유럽 국가의 자녀 출산 및 양육 환경이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 점은 다음과 같다. 초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육아 휴직 제도의 확산 및 남성 가사 및 육아 참여 활성화 등 북구 유럽 국

가의 정책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양육 수당과 보육료 지원 등 양육 지원 정책은 프랑스와 유사하게 부모의 선택권을 중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북구 유럽 국가가 여성의 육아 휴직 및 남성 가사 육 아 참여를 강조하는 것은 그들의 정치 체계가 기초하고 있는 사회 민주주 의 체계에 기반 한 것이며, 프랑스가 자녀 양육에서 자유로운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프랑스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주의 사상에 기반한 것 이다. 우리나라가 자녀 양육을 위한 정책을 확대함에 있어 자녀 양육 그 리고 양성 역할에 대한 분명한 국가적인 철학과 이념 하에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자녀 출산과 양육에 대해 우리 사회가 부여해 왔 던 전통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낮은 출산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사 례에서 우리나라의 현실과 유사한 모습도 발견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는 남성들은 주된 생계 부양자로 역할이 강하며 남성들은 강도 높은 근로 로 인하여 자녀를 돌보는 시간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여성 들의 일과 가정 생활 양립 지원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여성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오히려 열악한 여성 일자리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간제 취업 여성 비중이 높은 북구 유럽 국가들은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이 모두 높은 반면에, 역시 마찬가지로 여성 시간제 취업률이 높은 독일과 일본에 서는 출산율이 낮다는 사실은 여성 시간제 일자리가 북구 유럽에서는 일 과 가정 생활을 양립하는데 유용한 정책이지만, 독일과 일본에서는 일과 가정 양립 정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반영해 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사례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성인이 된 자녀가 오랜 기간 동안 부모와 같은 집에서 거주하며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부모들이 자녀의 교육과 결혼 등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부모들 역시 이탈리아 부모와 마찬가지로 성인이 된 자녀들의 결혼 및 주거 자립을 위해 재정적인 지원과 손자 돌봄 등 큰 부담을 가지 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들의 자립을 도모하고 젊은 이들에 대한 주거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모두 공통 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