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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규범의 지속과 변용

1. 가족규범

가족규범은 가족의 형성부터 부부관계, 자녀양육규범, 부모부양 규범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변화에 따라 전통적 가족규범도 변 하게 마련이다. 변화의 방향은 전통적 규범이 약화되고 새로운 규범이 등 장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성은 자료 분석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우선 가족 형성과 관련하여 혼인규범을 살펴보자. 1970년대까지 이혼 문제는 도덕적으로 부정한 것이었다. “기러기는 짝이 생기면 절대로 그 짝을 버리는 법이 없다. 요즘처럼 걸핏하면 상대의 짝을 헌신짝처럼 차버 리는 현대 부부들의 생태하고는 너무나 격차가 있는 부부지도를 가지고 있다(가정의 벗, 74년 5월, p.34).” 혼인관계를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것 이 이상적 가치로 여겨졌지만, 현실 변화에 대한 탄식의 목소리를 들어보 면 1970~80년대에 실제로는 혼인관계의 현실적 변화가 관찰되었던 것 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인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긍정 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이혼이 늘어나자 자식이 귀찮다는 풍조가 늘어나고 있다 고 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 12월에 밝혔었다. 한걸음 나아가서 '자식보다는 자가용'을 택하는 젊은 부부들이 이 사회의 주류가 될 날도 그리 먼 날은 아닐게 분명하다(가정의 벗, 80년 1월, p.38).

도시에 사는 부부들은 돈보다도 '성격차이'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 는 게 알려진 적이 있다. 지난 6월초 이정우 교수가 내놓은 조사에 의하면 서울 부산 대전 광주 같은 큰 도시의 부부들은 1백 쌍 중에 36쌍이 '성격차 이'때문에 싸우고 있다. 부부싸움의 원인치고는 제일 많은 게 이 '성격차이'

라는 것이다(가정의 벗, 80년 9월, p.37).

가족법의 규정상으로 보면 이혼하는 부인은 자기 재산이라고 분명하게 밝 혀진 재산만을 가지게 되고 억울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한말씀 더 드리 면 결혼하면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단란하고 행복한 결혼을 하도록 서로서로 노력하는 것이, 쉽게 결혼하고 또 쉽게 이혼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다는 것입니다(가정의 벗, 82년 11월, p.61).

이런 과정에서도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등장한다. 변화된 것은 이 상적인 가족형태와 부부관계에 관한 것이다. 1970년대 들어 혼인관계는 지속되어야 하지만, 가족형태는 핵가족 중심, 부부관계는 남녀가 평등한 것을 지향하였다.

1960년경의 말엽을 비롯해서 1970년에 접어들자 결혼관의 새로운 봉건풍 토가 이루어지고 그 풍토에서는 핵가족만이 알뜰하게 살 권리가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타인의 간섭이 배제될 뿐만 아니라 이른바 핵가족 중심인 가정이 꾸며지게 마련인 것이다....나라가 부강해지면 여유 있는 새로운 결 혼관이 탄생해질 것으로 짐작이 되어 70년대 후반기에는 보다 참되고 보 다 완전한 결혼관과 거기 따른 실천이 있음직도 하지 않는가. (가정의 벗, 74년 6월)

새롭게 등장하는 부부관계의 풍토가 드러난다. 전보다 더욱 평등한 관 계에서 대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부부관계에서 애정의 중요성 또한 강 조되고 있다. “모든 부부관계는 애정의 바탕위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애정의 결실이 바로 결혼이기 때문이다(가정의 벗, 77년 7월, p.14).” 그리고 “배필이란 때로는 훌륭한 벗이요, 동지이며 보 호자의 관계로 이어진다(가정의 벗, 85년 6월, p.23).” 1980년대 후반에

들면 이런 경향은 더욱 강조된다. “최근 들어 부부개념도 수직개념에서 수평개념으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부부유별, 여필종부 식의 수직적 부 부관계는 '친구같이 사는 부부'가 우리 주변에서 부쩍 늘어나면서 내외간 의 관계도 수평적인 관계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가정의 벗, 88년 5월, p.19, 특집/젊은이들의 결혼관 코너).”

결혼에 있어서 서로 존경하고 서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 니까요……한마디로 아내를 남편에게 밥이나 지어주고 아이나 키우는 사람 으로 생각해서는 안되겠어요…..변화의 징조를 여러 군데서 발견할 수 있어 요. 구체적으로는 클라스 메이트끼리 결혼하는 수도 많지 않습니까? 이런 경향이 짙어지면 자연스럽게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부상이 전통으로 세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가정의 벗, 76년 1월, p.21)

이런 주장이 실제로 평등한 부부관계의 일반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 었다. 한편에서 평등한 부부관계를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부인의 위상과 남편의 위상에서 우열을 가리는 언급도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모자라면 어떻고, 결함을 많이 가졌으면 어쩌랴. 그 한쪽보다 나은 편이 양보와 인내로 감싸면 된다. 그게 바로 사랑의 표현이며 부부의 창조이며, 생활의 하모니라고 하겠다. 하기사 모든 남편들이 아내보다야 우월해도 해야지만….(가정의 벗, 80년 7월, p.13)

가족규범에서 부부관계 뿐만 아니라 부모자녀관계도 중요한 요소를 차 지하고 있다. 관계의 특성뿐만 아니라 자녀에 대한 부모의 훈육 또는 교 육 규범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선 부모자녀관계에서 옛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자녀를 지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1970년대 후반 에 등장하고, 1980년대 후반에는 민주적 가정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는

데, “개개 가족원이 모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게 하여야 한다. 이것을 흔 히 민주적 가정(가정의 벗, 87년 5월, p.17)”이라고 칭했다.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는 근대화에 따라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 특히 부모 들의 자녀들에 대한 책임과 역할과 기대는 옛날과는 많이 달라져가고 있는 데 아직도 부모들 중에는 옛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자녀를 지도하고 있 고 더욱이 아들 그 중에서도 장자에게만 치중하는 고루한 생각 같은 것은 이제는 마땅히 재검토되고 시정되어야 한다(가정의 벗, 79년 7월, p.33)

부모 자녀관계에서 더 중요한 것은 교육적 관점의 변화라고 할 수 있 다. 현재까지 자녀 교육은 일반적으로 우리사회의 쟁점이 되고 있고, 특 히 출산과 양육의 문화적 환경에서는 더욱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 이다.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인 자녀 훈육규범은 매우 도덕적인 것이었다.

부모는 일차적으로 자녀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이런 맥락에서 가정교육 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이런 지적은 1970년대 후반에도 지속되고 있었다.

효는 참된 애정에서 나온다. 참된 애정은 무조건적이며 영원하고 초월적이 다.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먼데 있는 것이다.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은 모 두 참된 애정에서 우러나온 교육이다. 이것이 앞에서 말한 제일차적인 환 경이다(가정의 벗, 77년 4월 27일, 효와 애정)

그러나 가족계획사업 추진 시기동안 일관적으로 강조된 교육의 제일규 범은 근대적 교육체계에서 자식을 잘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잘 키운다는 것은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비용을 투자하여 교육시키는 것인데, 여기서 교육의 내용은 도덕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취도 매우 중요하게 강조된다. 아래 글은 분명 가족계획사업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작성된 것

이지만,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는 개인 또는 부모의 책임이라는 분명 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미 말한 것처럼 내가 이루고 싶은 목적 또는 영혼의 안식처를 마련하려 면 우선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풍부한 것을 물려주어야 하겠고, 또 정신 적인 올바름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물려주기 위하여 는 현실은 너무나 급박하고도 무지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이것을 이루기 위 하여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고 거기에 부응하는 내조가 있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식을 낳기 이전에 자식에 대한 의무감을 가져야 만 된다. 그 자식이 성장해서 사회에 참여시켜도 손색이 없게 훌륭하게 키 워야 하는 것이다(가정의 벗, 74년 5월, p.31, 두 딸만 가진 아버지로서).

1980년 초반에도 이런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복지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복지까지도 부모책임이라 는 주장까지 나아간다. “부모교육의 궁극목표는 자녀들의 복지에 있으며 개인의 복지,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복지도 실로 새 인생의 첫 출발을 좌 우하는 부모의 책임에 있다는 것이다(가정의 벗, 80년, 7월, p.23, 정서 적 배려와 지원).” 물론 이런 주장은 가족계획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적인 능력은 없고 자녀수가 많은 가정에서 무슨 수로 자녀에게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한 가정의 가난은 악순 환을 하게 되는 것(가정의 벗, 80년, 8월, p.13, 가족계획은 복지사회건 설의 터전)”이라는 언급을 통해, 자녀교육을 위해 가족계획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복지사회건설을 위해서도 가족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서 정당화 되는 것으로, 국민 교육의 책 임이 부모, 즉 가족에게 지워진 것이다. “부모라는 것은 자녀를 낳아서 이 들을 키우고 교육과 훈련을 시켜서 훌륭한 국민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 (가정의 벗, 80년 9월, p.22, 현대사회의 책임 있는 부모)”을 의미하게 된

다. 만약 이런 기조를 무시하고 과도한 출산을 하는 부모들은 사회적 범 죄를 저지르는 사람으로 지칭되기 까지 한다. “경제적 이유로 자녀교육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할 때 부모는 곧 이 아이에게 빈곤의 씨를 심어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가정의 벗, 83년, 7월, p.21, 과도한 출산은 사회적

다. 만약 이런 기조를 무시하고 과도한 출산을 하는 부모들은 사회적 범 죄를 저지르는 사람으로 지칭되기 까지 한다. “경제적 이유로 자녀교육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할 때 부모는 곧 이 아이에게 빈곤의 씨를 심어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가정의 벗, 83년, 7월, p.21, 과도한 출산은 사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