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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원합니다

문서에서 우수 (페이지 69-73)

왕영웅 (경영학부)

상상해보자. 누군가 당신의 귓가에 속삭인다. “사실…아이언맨이 죽어”, “스네이프교수가… 덤블 도어 교장을 죽여” 당신은 당신의 청각 기능을 원망할 정도로 끔찍한 문장을 들어버린 것이다. 당신 은 이 두 문장들을 평생 머릿속에 가지고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아직 영화나 연극 따위 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주요 내용이나 결말을 알려 재미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스포일러’라 한다.1) 스포일러의 어원은 ‘망치다’라는 영어 동사 ‘spoil’에서 비롯되어 ‘spoiler’ 즉 망치는 사람이라는 의 미로 탄생하였다.2) 필자는 스포일러가 가장 주목받았던 이슈를 통해 스포일러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 벌하자는 주장을 제시하려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케 했던 ‘어벤져스-엔드 게임’의 개봉 당시 화제가 되었던 일이다. 다양한 수법의 스포일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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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홍콩의 한 남자가 영화를 보고 나와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영화의 결말을 말하여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 또한 무작위의 번호로 결말의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는 방법, SNS 게시물에 댓글을 작 성하는 방법, 포스터 사진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앞에 꽃을 두고 가는 방법 등의 다양한 스포일러 방법이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3) 스포일러는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모두가 표적 이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포일러를 하는 사람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어 피 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거짓이나 위계를 사용한 경우에 적용되는 ‘업무방해죄’가 존재하지만, 스포일러는 사실을 말하는 행위여서 처벌할 수 없다.4)정작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사실을 말하는 행위인데 역설적으로 처벌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실태에 필자는 스포일러 행위를

1) 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1a3dff5688364df5bd1199fecb6f4a58, 2021.04.21. 검색.

2) 나혜인, 「영화・소설 팬들이 고통받는 '스포일러' 뜻은?…미리 알면 재미 '뚝'」, 뉴스 컬처, http://nc.asiae.co.kr/view.ht m?idxno=2019050709095193366, 2021.04.21. 검색.

3) 정소연, 「신박하고 짜증나는 어벤져스 스포 방법」, ALLETS, https://allets.com/contents/?contentsId=32229, 2021.04.

21. 검색.

4) 최재성, 「이 악당들은 못 막겠다, 어벤져스도 두손 든 스포일러」, 파이낸셜 뉴스, https://www.fnnews.com/news/2019 05031713332857, 2021.04.21. 검색.

범죄행위로 규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후에 그에 대한 근거를 거시적 측 면, 미시적 측면으로 제시하려고 한다.

우선 거시적 측면으로 본 스포일러는 명백하게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위에서 언급된 홍 콩의 구타 사건을 비롯하여 많은 범죄행위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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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남극의 과학기지에서 한 러시아 엔지니어가 읽는 추리소설의 범인을 자신의 동료가 말했다는 이유로 흉기로 그의 가슴을 찔 러 논란이 되었다. 이것이 남극에서 일어난 최초의 살인미수 사건으로 등록되었다.5) 이렇게 구타, 살 인미수 등 굳이 일어나지 않았을 범죄를 일으키는 스포일러는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방송 제작사나 영화사에 치명적인 손실을 일으킨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아보 자. 어벤져스-엔드게임은 내부의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각각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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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결말 장면을 촬영하고 노-스포일러 캠페인을 진행했다.6) 국내사례로는 전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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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화에서는 성나정의 남편 김재준은 과연 누가 될지에 모든 시청자의 관심이 쏠려 있었 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제작진은 모든 남편 후보들이 남편이 되는 결말을 촬영한 사실을 밝혔 다.7) 이렇게 스포일러를 방지하려는 제작사의 노력은 결국 비용을 초래한다. 이렇게 제작사는 사실 상 촬영하지 않아도 되었을 내용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이렇게 스포일러는 범죄를 유발하며 미 디어 시장을 위협하는 행위로서 범죄로 규정되어야 한다.

미시적 측면으로 스포일러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개인의 발전을 저해한다. 사람들은 스포일 러를 일종의 ‘먼저 본 사람의 권리’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작품을 감상했다고 다른 사람의 소비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또한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고 볼 권리’가 있다. 현재 법은 알 권리의 편에서 모를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두 권리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8)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스포일러는 대체로 가벼운 장난이라고 여겨지며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행 해진다. 역지사지로 생각을 해본다면 상대방이 싫어할 만한 행위임을 알고도 스포일러를 한다. 이는 자신이 당하기 싫은 행위를 남에게 한다는 점에서 범죄 행위와 유사한 성격을 띈다고 생각한다. 지 금처럼 스포일러를 방치한다는 것은 공감 능력을 중요시하는 글로벌 시대의 세계시민 역량을 떨어 뜨리는 것이다.9)행동에 법적 책임을 부여하여 SNS, 인터넷 미디어가 활발한 시대에 성숙한 개인을 양성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5) 양원모, 「“소설 스포일러 그만” 동료에 칼 휘두른 러시아 엔지니어」,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 ead/201811011489048483, 2021.04.21. 검색.

6) 김성민, 「”두렵고 겁나서…요즘은 밥먹을 때도 이어폰 끼고 먹어요”」, 미생탈출, http://news.chosun.com/misaeng/site /data/html_dir/2019/05/08/2019050800601.html, 2021.04.22. 검색.

7) 김은하, 「'응답하라 1994', 스포일러와 사투 "모든 남편 후보 촬영"」, 아주경제, https://www.ajunews.com/view/201312 11220851993 , 2021. 04.22. 검색.

8) 박인기, 「‘알 권리' vs ‘모를 권리’」, 한국교육신문,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81732, 2021.04.23.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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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스포일러가 범죄로 규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요약하자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미디어 시장을 위협하며, 모를 권리를 침해하며, 개인의 발전을 저해하는 스포일러를 이제 는 주먹구구식으로 봐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스포일러가 범죄 행위이며 이를 막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포일러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 자. 지금 우리 사회는 인터넷 기술과 정보 시스템이 발달에 따라 스포일러 같이 새로운 행동 양식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문화 지체 현상’이라고 한다.10) 현재 대한민국은 IT 최강국으로써 이러한 문화 지체 현상 문제에 심각성을 고려하여 다른 어떤 나라보다 문제를 유연하고,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일러와 같은 과거에는 없었 던 새로운 행동들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문제를 유발하고 논쟁을 일으킬 것이다. 그럴 때마다 다 른 나라들의 판례를 기다리고 느린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 앞장서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한 방 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여태까지 무언가를 새로운 것을 먼저 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해주는 사람을 대단히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방대한 정보와 새로운 문물들이 생겨난다. 이러한 현실에서 모든 것 을 전부 알려주거나, 알거나 할 필요는 없다. 원하지 않으면 모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스포일러는 소음을 듣기 싫어하는 것과 같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에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으 며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한다. 그때마다 창밖의 소음들이 행복을 방해한다. 그렇다, 지금 우리 사회는 침묵이 필요하다. 너무나 바쁜 일상에서 조그만 행복마저 방해받는다면 너무 가혹하다. 상대방의 행 복을 망치는 사람들에게 전한다. 우리는 침묵을 원한다.

9) 오형주, 「[글로벌 인재포럼 2017] "기술 진보시대 공감능력 중요해져…유연성 갖춘 혁신인재 키워야"」,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7101083551, 2021.04.23. 검색.

10) 햇볕, 「디지털 시대의 문화지체」, brunch 블로그, https://brunch.co.kr/@rudtj514/12, 2021.04.23. 검색.

참고문헌

1. 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1a3dff5688364df5bd1199fecb6f4a58, 2021.04.21. 검색.

2. 김성민, 「”두렵고 겁나서…요즘은 밥먹을 때도 이어폰 끼고 먹어요”」, 미생탈출, http://news.chosun.com/mi saeng/site/data/html_dir/2019/05/08/2019050800601.html, 2021.04.22. 검색.

3. 김은하, 「'응답하라 1994', 스포일러와 사투 "모든 남편 후보 촬영"」, 아주경제, https://www.ajunews.com/vie w/20131211220851993 , 2021. 04.22. 검색.

4. 박인기, 「‘알 권리' vs ‘모를 권리’」, 한국교육신문,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81732, 202 1.04.23. 검색.

5. 나혜인, 「영화・소설 팬들이 고통받는 '스포일러' 뜻은?…미리 알면 재미 '뚝'」, 뉴스 컬처, http://nc.asiae.co.k r/view.htm?idxno=2019050709095193366, 2021.04.21. 검색.

6. 양원모, 「”소설 스포일러 그만” 동료에 칼 휘두른 러시아 엔지니어」,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 m/News/Read/201811011489048483, 2021.04.21. 검색.

7. 오형주, 「[글로벌 인재포럼 2017] "기술 진보시대 공감능력 중요해져…유연성 갖춘 혁신인재 키워야"」, 한 국경제,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7101083551, 2021.04.23. 검색.

8. 정소연, 「신박하고 짜증나는 어벤져스 스포 방법」, ALLETS, https://allets.com/contents/?contentsId=32229, 2021.04.21. 검색.

9. 최재성, 「이 악당들은 못 막겠다, 어벤져스도 두손 든 스포일러」, 파이낸셜 뉴스, https://www.fnnews.com/

news/201905031713332857, 2021.04.21. 검색.

10. 햇볕, 「디지털 시대의 문화지체」, brunch 블로그, https://brunch.co.kr/@rudtj514/12, 2021.04.23.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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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넓은 분야’를 학습하고 ‘넓은 사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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