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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는 평등과 정의 중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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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는 평등과 정의 중 무엇을 추구해야

할을 부여하였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의 권위와 여성의 경제적/성적 의존성, 여성에게 양육과 가사를 전담시키는 성별 분업을 전제로 한 가부장적 가족의 지배적인 가정들에 도전해왔으며, 가족 부양자인 아버지와 전업 주부인 어머니로 구성되는 현대 핵가족을 ‘전형적 가족’으로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에 반대한 다. 이렇듯, 페미니즘이 점차 확산되는 상황에서, 여러 여성 혐오 범죄는 페미니즘에 불을 붙였다.

앞서 말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에서, 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피해자를 추모하고, 피의자를 엄중 처벌하기를 요구했다. 그렇지만, 거리로 나온 여성들은 본인이 또다른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분노한 여성들은 단순히 ‘남녀평등’

뿐만이 아니라, ‘여성 우월 주의’를 외치며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고, 또 다른 남성 혐오를 야기했다.

현재 우리는 증오가 증오를 낳고, 혐오가 혐오를 낳았으며 매번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가고 있는 양 상을 보인다.

서로에 대한 혐오와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우리는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남녀평등 을 외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남녀평등을 외치는 이유는 모두가 더불어 잘 살고 싶어서일 것 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동등한 기회에서 동등한 능력을 펼치고 싶다는 소망이

‘남성혐오’, ‘여성혐오’로 변질되었고, 이는 사회적인 갈등만을 초래했다. 우리가 성별에 차별받지 않 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같지 않다는 점 을 인정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부정할 수 없는 신체적 차이를 갖고 있다. 또한, 여태까지 남성이 노동 사회의 주축이라는 점을 유의해 남녀의 고용률과 임금 격차를 줄여 나가고 남성과 여성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갖는 것이 여성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숙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해결방안으로 스웨덴의 예를 보면, 스웨덴은 가사 노 동과 양육 노동을 사회화 시켜 전통적인 여성 노동을 공적 노동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여성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확대시켰다. 단순히 여성의 고용 구조를 시장적 요인에 맞 추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국가 정책적인 요인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는 ‘여성 고용 할당제’라는 일종의 ‘적극적 우대 조치’를 채택하고 있다. 여성 고용 할당제는 시험 성적에 관계 없이 일정 비율만큼의 여성 수험생들을 합격시키는 제도이다. 이는 남성 수험생들로 하 여금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야기했고, 여성 수험생들 또한 자신의 능력보다 성별에 근거한 합격을 떨 떠름하게 만들었다. 반면, 스웨덴의 경우에도 적극적 우대 조치가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스웨덴의 경우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이 아닌 여성의 직업 훈련, 기술 개발과 함께 적절 한 평가를 제공해 여태까지 소외되었던 여성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부여되도록 한다. 남녀 고용 평등 법은 우리나라가 스웨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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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빠른

1987

년에 제정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남녀의 고용 평등 에 있어서 단순히 여성 고용 비율과 육아・출산 휴가 일수만을 늘리는 등 표면적인 정책만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실질적으로 현재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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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제도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 또한 의식 변화가 필요한데, 본인은 사실 남성만이 여성에게 여성성을 강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들 또한 사회로부터 남 성성을 강요 받는다. 우리는 모두 ‘남자라면 울지 말아야지’, ‘남자라면 무거운 것을 들어야지’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러한 말은 반대로 ‘여자라면 울어도 돼’, ‘여자는 가벼운 것을 들어 도 돼’ 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남성에게 남성성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에게 여성성을 강요하는 것과도 같다. 남성의 해방 또한 여성의 해방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도 모르게 인식되어온 것 에 대해서도 도전해야 한다. 또한, 어머니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을 구별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필 요하다. 현재 남녀 모두에게 평등 의식이 어느정도 자리 잡힌 것은 맞지만, 우리가 자라온 환경에 비 추어 아직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이 구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우리의 인식 또 한 스스로 바꿔나가야 한다.

모든 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완벽히 같을 수는 없다. 정부의 정책으로 남성와 여성의 근육량이 같 아질 수 없으며, 시민의 의식 변화로 우리가 자라온 경험이 한 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무조건적인 평등을 지향할 수 없다. 같을 수 없는 조건에서 완벽한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는 어쩌면 모순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사회가 더 평등한가’보다 ‘어떤 불평등이 더 정의로운가’

를 고민해 나가야 한다. 불평등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뜻이 아니라,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 게’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대는 지난 세월 동안 쌓여온 관습을 타파하고 올바른 미 래 세대를 만들려는 큰 숙제를 갖고 있고, 이렇듯 중요한 숙제는 큰 울렁임을 동반한다. 우리 세대가 더 정의로운 현재와 미래를 위해 당장의 혐오와 갈등보다 배려와 화합을 통해 젠더 갈등이라는 시대 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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