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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넓은 분야’를 학습하고 ‘넓은 사고’를 펼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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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넓은 분야’를 학습하고 ‘넓은 사고’를

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점의 인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갖춰져야 할 기본적인 교육의 방향은, 아주 다양한 분야의 학문 기초와 여러 경험을 접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반으로 깔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은 꿈과 진로를 찾게 해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폭넓은 분야의 경험과 다양한 학문의 기초 인지가 있어야 그 재료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고를 융합하고 진로 희망의 발판을 쌓을 수 있다. 대한민국 의 수많은 고등학생, 대학생, 심지어 성인들까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그런 한정된 사고에 갇혀 생활기록부에 입시 나 취업에 유리할 과를 장래희망인 듯 제작하여 적어놓고, 대학교에 와서 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는 졸업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그때는 현실과 타협하여 아무런 일이나 하고 있을 뿐이다.

사회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인재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어떤 강점을 개발할 수 있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소실된다. 사회와 교육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 한 것이다. 양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본인이 양궁에 흥미가 있는지, 양궁에 소질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역할을 미약하게나마 매체와 삶의 경험이 대체할 뿐이다. 코딩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대학교에 와서 처음 접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희망하게 되기도 한다. 인지의 힘이란 대단하 다. 그런 발상이 사고에 존재하지 않았을 때는 수백 개의 모바일 앱을 사용하면서도 무감각하지만, 코딩이나 앱 개발, 창업 등에 대한 인지가 갖춰지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기게 된 다. 물론 이러한 측면에서 이전에 자유학기제의 도입이 있었고 학력 저하의 문제점 지적이 나오기도 하였다.2) 진로 탐색과 현장 체험학습이 사고의 경험적 기반이라고 하면, 사고의 지식・정보적 기반인 다양한 학문 기초의 인지 또한 분명하게 보완될 필요가 있다.

교육부 역시 융・복합 교육을 강조하는 기조 속에 문・이과 통합 교육의 첫 번째 완성을 이루었다.

고등학교 교육의 문・이과 통합이 진행되었고,

2022

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기점으로 문・이과 수능 통합까지 끝마치게 되면 예정된 수순은 완료된다. 비록 그 부작용과 논란의 열풍에 휩싸이고 있지만 융합 교육의 첫걸음은 뗀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교육 체계 개편이 정말로 학생들의 넓 은 사고와 학습을 돕게 되었는지가 문제이다. ‘시험 범위가 넓어지면 수험생의 부담이 증가하여 사 교육 열풍을 막을 수 없다’라는 관점으로 교육부는 항상 교육 과정을 삭제하여 축소하고, 수능 출제 범위를 줄이고, 선택 과목으로 변경해왔다. 이번 문・이과 통합 시행에서도 개편된 수능의 골자는, 국 어와 수학 영역을 '공통과목+선택과목' 체계로 개편하고, 사회・과학탐구 영역을 통합하여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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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과 목 중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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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선택해 응시한다는 것이다.3) 이러한 개정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 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조인경, 「"자유학기제・수시 확대가 기초학력 저하 원인"」, 아시아경제, 2019.03.30.

3) 오유신, 「재수 고민 깊어진 수험생들...내년 첫 '문이과 통합' 수능, 어느 쪽이 유리할까」, ChosunBiz, 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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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수능이 가지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한 세대의 공 부 방향을 규정하게 된다. 그렇기에 입시와 수능 체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학생들의 학습과, 그 것을 통한 사고 형성에 직결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 내용은, 항상 나오는 출제 범위에 대한 문제에서 큰 문제점을 가져오고 말았다. 범위 부담 완화를 위한다고 도입한 선택 과목 체제가, 융합 교육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오히려 더 악화시킨 부분이 있는 것이다. 수학이 선택 과목 체제로 변경되면서 사실상의 문과 계열 학생들은 오직 확률과 통계 한 과목만, 사실상의 이과 계열 학생들 은 거의 대부분이 미적분만 공부하게 되었다.4) 이전보다도 더 기형적인 ‘좁은 분야’의 공부가 되었 다. 탐구 영역 역시 사회탐구, 과학탐구에서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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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선택도 가능해졌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 도 있으나, 이미 본래에도 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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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선택 응시로 인해 쉬운 과목으로 선택이 쏠리면서 정치와법, 경 제, 물리, 화학 등 비주류 과목은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도 거의 내용도 모르는 사태가 빈번했다. 결 국 지금 체계에서도 이전과 다를 바가 없거나, 오히려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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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선택으로 인해 사회, 과학 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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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목을 제외하면 전부 내용을 모르게 되어 다른 인접 과목들의 이해 결여가 더욱 확대될 여지까지 생 겼다. 당연히 기초 지식이 없으니 대학 교육으로의 연계도 문제가 된다. 예전 교육 과정에서 문과 계 열 ‘수포자’를 구제한다고 문과 수학 수능 출제 범위를 대거 삭제시켰던 일도 비슷한 성격이다. 범위 의 축소는 결코 쉬운 시험을 만들지 않는다. 이는 탁상행정의 크나큰 오산이다. 변별력이 없는 시험 은 그 성적이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대학의 자체 고사 도입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렇기에 범위가 축 소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문항별 난이도 격차를 높이고, 일부 문항을 극한 으로 어렵게 출제한다. 그 문제들을 맞히기 위해서는 사교육은 당연한 말이고, 결정적으로 학습의 의미 자체가 퇴색된다. 학문적 깊이와 분석은커녕 좁은 분야의 공부에서 더 좁은 공부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범위 확대에 따른 부작용으로 학생들의 부담 증가나 성적 저하를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적의 구조로는 다루는 학습 범위와 시험의 범위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 큼 시험의 난이도는 내려가게 되어있기 마련이다. 범위에 따른 수험생의 부담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가 동일하게 체감하는 부분이고, 그에 따라 넓은 범위, 쉬운 문항의 시험 기조가 형성된다면 진정한 융합형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 발판이 될 수 있다. 성적 저하의 문제 역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 현재 기준 사실상의 문과 계열 학생들이 수학 성적이 저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누군가는 국어를 더 잘하고 누군가는 수학을 더 잘한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 고 당연한 얘기이다. 이는 그저 입시 체계에서 비롯된 문제일 뿐이다. 대학은 모든 과목의 성적이 높 은 학생을 원할 수 있겠지만, ‘창의・융합형 인재’라는 말을 마치 ‘만능형 인재’로 생각해서는 안 된 다. 학과별로,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별로 과목 성적 반영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수험 생들이 융합형 교육을 이수하며 성적 부담도 덜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4) 김수진, 「수학 1등급, 인문계열에겐 '그림의 떡' 되나… 3월 학평 결과 '충격'」, 에듀동아, 2021.04.15

‘넓은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학문과 분야를 ‘우수하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과 분야, 경험들을 접하며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사고의 기반을 확장하고 잘할 수 있는 것 들을 찾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과 입시제도의 개선으로 학생들이 진정한 융 합형 사고를 실현하고, 폭넓은 사고가 함양되어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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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는 평등과 정의 중 무엇을 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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