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살리는 사회 만들기
4. 진정한 용서란
소설 ｢벌레 이야기｣와 영화 <밀양>은 우리에게 일차적으로 ‘제삼자가 피해자에 우선하여 가해자 를 용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제삼자에 해당하지만 동시에 신과 대비되는 사회/
우리들의 역할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 이야 기와 비슷한 두 가지 사건(‘5.18 광주 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 이후 일간베스트 회원들의 폭식 농성’)을 통해 현 실을 비추어 보았고 앞으로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결론장 이긴 하지만 필자가 이타적 성향의 함양을 주장하는 이유를 개인적인 경험을 서술함으로써 정리하 고자 한다.
필자는 학교 폭력을 당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선생님이나 어른들은 “어릴 땐 그럴 수 있지.”, “다 잊고 너도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니?” 같은 말을 하곤 했다. 어떤 선생님은 필자에게 일말의 언질도 없이 ‘위클래스’라는 상담소에 필자의 상담을 신청했고, 상담 선생님은 담임이 억지로 데려 온 학생이라는 이유로 좁은 공간에서 약 한 시간 동안 필자를 문제아 취급하며 상담했다. 과연 그들 은 같은 피해를 겪어 보았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이들은 뭘 알고 성인군자를 육성하려 했던가. 모순 적이지만 필자가 그때 깨달은 것은 고통에서 의미를 찾거나 이를 극복하는 건 피해자의 몫이라는 것 이다. 제삼자가 관여할 바가 아닌 개인의 영역이라는 말이다. 어차피 그들은 자신이 겪지 않은 일에 무심했고 이들은 피해자를 사려하지 않았다. 그때 필자에게 힘이 되었던 건 자살 방지 음원들과 뮤 직비디오뿐이었다.
시간이 지난 오늘날 이 일을 떠올려 보면 어릴 적의 필자도 당시의 선생들도 서로의 이야기를 하 지 않고 각자의 말을 들을 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전자는 속상함을 토로하고 문제 상황에서 벗어 나고 싶어 그랬을 것이고 후자는 이런 상황이 업무 가중이라 느껴 그랬을 것이다. 각자가 확실한 자 기 세계관을 구축하여 굳이 리스크를 부담하고 싶지 않을 터였다. 여전히 필자는 가해자 학생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딱히 만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꼭 거기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 이렇게 사건 에 무뎌진 지금 이를 돌아보면 그 일은 필자에게만 위중한 일이었다. 피해자가 고통 속에 있다고 모 든 사람이 아파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이해한 것은 사회도 존중받을 객체였다는 사실이다. 다 만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필자는 우리가 존중받는 만큼 피해자들에게도 존중을 기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며 주장을 피력했다.
2010
년대에 인터넷을 통해 유행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에는 또 다른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이에 따라 많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생길 것이다.15) 이 러한 고통을 없애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선 경험으로 비추어 사람들의 불행과 고통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성숙한 사회로의 발전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글을 마친다.15) 한세희, ｢[저격! 인터넷신조어] 욕심이 끝이 없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동아사이언스, 2015.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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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살리는 사회 만들기 (박초연)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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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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