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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풍요인가, 과다인가

대부분의 학자들은 인터넷이 정보의 흐름을 급속도로 증가시킬 것에 대 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렇게 넘쳐나는 정보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전자가 인터넷이 정보의 흐름을 신속하고 크게 늘려갈 뿐만 아니라 수요자 중심으 로 변화시킴으로써 대중이 정치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참여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후자는 과연 인터넷이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줄 것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먼저, ‘정보의 풍요’를 주장하는 측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인터넷은 전세 계적으로 컴퓨터 관련 기기들을 연결시킨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다양한 정 보에 관한 자원들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야후, 라이코스, 네이버 등의 정 보검색사이트들의 발전은 사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손쉽고 효율적 으로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대중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다른 매개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찾을 수 있게 만든데 커다란 의 의가 있다. 더욱이 인터넷상에서의 검열 혹은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부 재는 주류 미디어에 천대를 받고 있었던 소수단체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을 손쉽게 만들었다. 대중 역시 접근경로와 정보의 부재 때문에 자신의 관심사와 다른 주류 단체들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서 벗어나 보다 세밀 하게 자신의 의사에 맞추어진 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인터넷은 이용자들을 정보에 관해 수동적이고 수용적으로 만드는 TV시청과는 달리 정보의 전달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들며 직접적

34) Pippa Norris, Who Surfs Cafe Europa?: Virtual Democracy in the U.S and Western Europe, http://www.ksg.havard.edu/people/pnorris/apsa99.htm, 1999, p.3

인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35)

정보의 속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인터넷은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사 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의 차이를 급격히 줄여놓았다. 이는 어떠한 문 제가 발생하였을 때, 개인이나 단체가 그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효율적으 로 대응할 수 있게 하였다. 한 예로, 1996년 미국에서 인터넷상에서의 활동 을 제약할 수 있는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을 제정하고자 국 회에서 심의하고 있을 때,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이메일을 주고받음으 로써 시시각각 심의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국회 의원들에게 항의메일을 보냈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정은 과거, 법률의 심의와 개인의 인지와 자신의 의사 전달 간에 생겨나는 긴 시간적 공간들 이 개인의 의사가 법률에 반영될 여지를 줄여나간 것과는 달리, 정보가 개 인들에게 전달되고 다시 개인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 나가는 시간을 줄여 나감으로써 개인의 참여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이와 같이 통신에 의해 사실상 모든 시민들이 공정쟁점에 관한 정보에 대해 거의 즉각적으로 그들에게 적절한 형태(인쇄물, 토론, 극화, 희화)와 수준(예컨대 초보자 수주에서 전문가 수준)까지 접근 가능함36)으로써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것이 ‘정보의 풍요론’을 주장하는 학 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정보의 과다’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정보가 양적인 측면에서 증가 한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고 있으나 그것이 얼마나 개인에게 효율성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비판은 크게 다

35) Douglas Kellner, Intellectuals, the New Public Spheres, and Techno-Politics , Chris Toulouse, & Timothy W. Luke, ed, The Politics of Cyberspace: A New Political Science Reader(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1998), p180

36) Dahl,『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 pp.628-629

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사람들이 아무리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해도 그 정보를 자신의 고 유한 능력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힘은 제대로 형성되는 것이 아 니다. 즉, 정보의 전달만으로 단순히 개인의 힘이 강력해지는 것은 아니라 는 애기다.37) Roza Tsagarousianou는 이런 의미에서 공적 영역의 설립과 개인과 단체들 간의 심각한 토론과정 없이 커뮤니케이션 기술만을 가지고 민주주의 이념이 성취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38)

더욱이 개인들이 정보의 사실여부나 파급효과에 대한 심각한 검증 없이 정치과정에 참여할 경우 천박한 여론정치가 사회를 지배할 가능성 역시 배 제할 수 없다. 대중의 의견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수 있으며 정화되지 않 은 다수의견은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나타날 수 있다.39)

어떠한 정책에 대한 깊은 토의가 없다면 인터넷이 무책임한 다수의 횡포 로 용이하게 장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정보의 습득에 의해 정치적 의식과 식견은 확대되었으나, 그에 의 거하여 행동할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오는 좌절의 식이 생겨날 수 있다.40) 다시 말해서,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오프라인을 제 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능력이나 수단의 한계로 인해 개인의 정 치적 좌절감이 증대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정치적 냉소주의, 무력감, 무관심 이 팽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 사이버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자체에 대한 회의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단지 음란물을 거래하고 게임을 즐기는 장소에 불과하다면 과연 이 가상공간이 얼마나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정보의 풍부함 뿐만 아니라 질(質)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37) 강정인, 정보사회와 원격민주주의 , p.227

38) Roza Tsagarousianou, Eletronic democracy and the public sphere, p.176 39) 이유진, 한국의 전자민주주의 , p.142

40) 강정인, 정보사회와 원격민주주의 , p.171

이처럼 학자들 대부분은 뉴미디어로 인해 대중에게로의 정보의 공급이 범람할 것이라는데 기본적으로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어떻게 이 정 보를 소화해낼 것인가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인터넷을 풍요로운 정 보의 바다로 보는 이들과 사람들 간의 의사를 적절히 조정해갈 수 없는

‘과다한 정보의 공해’로 보는 측으로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