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의 방법

인터넷이 가지는 가장 큰 정치적 의의는 현재보다 더욱 손쉬운 방법으로 개인이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는데 있다. 물론, 아직 까지 이러한 정치참여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계속되지만, 인터넷으로 인해 개인이 저렴한 비용으로 여러 정치집 단에 접근하게 되고 대중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발언대가 마 련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예로, 2002년도 4월에 실시된 제16대 국회 의원 총선당시 정당과 시민단체, 정부기관들의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네티 즌들이 접속하였으며 게시판과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표 명하였다. 이는 사이버 공간이 정부나 동료 시민들에게 자기주장을 직접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줌으로써 일반시민들을 정치적으로 각성시켜 참여하게 만든다는 동원이론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64)

그렇다면 네티즌들은 어떻게 인터넷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가? 여기에 서는 크게 홈페이지와 이메일, 유즈넷을 통한 세 가지 방법으로 구분해 보 았다.

첫째, 홈페이지를 통한 정치참여이다. 홈페이지는 인터넷에서 개인의 활 동영역을 마련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다. 정당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정치관련 집단들은 홈페이지를 제작함으로써 자신의 단체가 가지고 있는 이념이나 활동들을 대중들에게 알리려 한다. 개인은 이러한 홈페이지를 통 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홈페이지 내에 있는 게시판을 통해서 밝힐 수 있다. 네티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다양

63) Norris, 쫴 Surfs Cafe Europa? , p.9 64) 윤영민, 『사이버공간의 정치』, p.39

한 형태로 홈페이지에서의 정치적 참여를 하게 된다.

먼저, 가장 수동적인 행위 형태인 홈페이지 방문은 때때로 그 자체만으 로도 참여의 형태로써 작용할 경우가 있다. 특정사이트에 대한 접속건수에 따라서 특정 사회적 이슈와 집단에 대한 관심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 떤 경우, 접속 그 자체가 적극적인 참여의 결과를 가져올 경우도 있다. 가 령, 총선시민연대(http://www.ngokorea.org)가 ‘낙천낙선’명단을 발표했을 때 수 많은 네티즌들이 총선시민연대 사이트에 접속함으로써 지지를 표명 했으며, 공무원 시험의 군필자 가산점 부여를 헌법재판소(http://

www.ccourt.go.kr)가 위헌판정을 했을때 군필자들이 대거 홈페이지에 접속

하여 사이트를 마비시킴으로써 대규모시위와 같은 효과를 거두었다. 어떠 한 정치단체에 반대하는 홈페이지를 구축하거나 해킹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더욱 적극적인 방법도 있다. 한나라당의 패러디 사이트인 ‘한나라공화국(

http://my.netian.com/~hunara)’은 한나라당을 ‘헌나라당’으로, 이회창총제를

‘이회충’으로 비하함으로써 자신의 반대당과 정치인에 대한 노골적인 조소 를 보여주고 있으며, 2000년 1월 31일에는 한나라당의 홈페이지에 한 해커 가 침입하여 사이트의 모든 내용을 지우고 ‘DJ.JP.PUCKYOU. AND.

POLITIC IANS.ARE.DOGBABIES’라는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정치권에 대 한 강한 불신을 극적으로 나타내었다.65) 한 신문사의 홈페이지나 PC통신 사에는 여러 가지 최근의 사회적 이슈를 두고 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네 티즌들의 의견이 여론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한 척도로 작용하 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상에서의 여론조사는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인터넷에 대한 높은 관심도가 네티즌들의 비중을 실제보다 더욱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다음으로 아직 온라인상에서 그 실적은 미미하지만, 개인은 인터넷을 통 해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다. 1998년 미국국회의원선거 당시 후보자 홈

65) 서울경제신문, 2000년 1월 31일자

페이지들 중 약 73%가량이 선거기금을 모을 수 있게 제작되었다.66) 그 실 적은 매우 적었지만, 앞으로 그 모금액수가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 상되고 있다.

최근 새천년민주당 홈페이지(http://www.minjoo.or.kr)에는 인상적인 현 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시판에 노무현 대통령후보에 대한 후원금이 폭주하 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노무현 후원자 모임인 일명 ‘노사모(노무현을 사랑 하는 사람들의 모임)’로부터 인터넷게시판에서 시작된 후원금 기부운동이 일반시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이며, 네티즌의 정치참여의 하나의 모형이며, 투명한 정치자금모금이라는 범사회적 중요성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개의 홈페이지에는 어떠한 방문자라도 글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을 마련해둠으로써 개인과 개인 사이에 다양한 정보의 유통 뿐 만 아니라 집단토의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러한 게시판들은 열린마당과 같 은 자유게시판이나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마당과 같은 형태를 띄고 있으며 과거 인터넷이 활발해지기 이전의 유즈넷이나 각종 사설BBS를 통한 역할 을 통합해 가고 있다.

둘째, 네티즌들은 이메일을 통해서 정치참여를 한다. 미국에서

‘Neighborhoods movement’를 주도했던 Ed Schwartz에 따르면 이메일 리 스트(E-mail list)야 말로 인터넷에서 정치적 조직을 구성하는데 가장 훌륭 한 도구라고 한다.67) 이메일 리스트는 유사한 이념이나 입장, 혹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의견교환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메일 리스트

66) David A. Dulio & Donald L. Goff & James A. Thurber, Untangled Web: Internet Use during the 1998 Election , http://209.213.112.249/PS/thurber.cfm, 1999, p.3

67) Ed Schwartz, An Internet resource for neigborhoods ,Bryan, Cathy & Tsagarousainou, Roza

& Tambini, Damian, ed, Cyberdemocracy: Technology, Cities and Civic Networks,(london and New Work;Routledge, 1998), p.121

는 비전문가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전문가들 사이의 정보교환을 원하는 경 우 애용되는 매체로서 윤영민 교수는 끼리끼리의 정보교환에 유용한 매체 라고 평가하고 있다.68) 지난 96년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이 미의회에 제안되었을 때, 이에 반대하던 당시 네티즌들은 이메일 리스트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 나가고 의원들에게 항의메일을 보냄으로써 그 법안이 뒤집히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69) 더불어 이메일 리 스트는 온라인상에서의 활동 뿐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의 정치활동을 강 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1996년 매사추세츠 미국 상원의원선거에서 현 역의원이었던 John Kelly가 윤리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곤란에 빠졌을 때, 선거운동원인 Ben Green은 이메일 리스트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Kelly의원에 대한 대규모 지지집회를 개최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70)

이처럼 이메일 리스트는 적은 비용으로 같은 단체소속 회원이나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네티즌들을 연결해줌으로써 서로간의 정보의 공유와 집단행 동을 가능케 한다.

세 번째로, 유즈넷을 통한 정치참여이다. 유즈넷이란 매해 수백만의 메시 지가 올려지는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전자게시판(electronic bullotin board system)이다.71) 세계 각지의 네티즌들은 다양한 주제와 관심분야별로 각자 의 뉴스를 유즈넷이라는 공동의 가상공간에 올려놓음으로써 서로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료를 나누게 된다. 유즈넷은 처음 미국 듀크대학의 대 학원생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다가 발전하였다. 이후 이들이 뉴스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 크 집단을 뉴스그룹 또는 유즈넷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현재와 같은 월드

68) 윤영민, 『사이버공간의 정치』, pp.161-162 69) Rash, Politics on the Nets, p.78

70) Ibid, pp.60-63

71) Hill & Huges, Cyberpolitics, p.48

와이드웹(www)이 출현하기 이전에 전 세계 시민들은 유즈넷을 이용하여

기사를 제공하고, 일방적 보도가 아니라 쌍방향적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진 실에 접근하는데 주류매체보다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 다.73) 예를 들어 천안문사태 때, 중국의 대학생들은 유즈넷을 이용하여 그 들의 투쟁과 당시 소식들을 전세계인들에게 거의 즉각적으로 올릴 수 있었 다. 유즈넷은 점차 인터넷의 환경이 웹을 중심으로 발전해지자 그 활동력 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네티즌들간의 정보와 의견교환이 자유로이 이루어질 수 있는, 주류매체의 대안적 공간을 마련해주었다는 점 에서 그 의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