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열린 참여공간으로서의 인터넷

인터넷이 갖는 속도의 장점이 과연 정치참여 확대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 여 할 수 있을 것인가?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단순히 개인의사의 표현과 의 사결정 참여 측면에서만 본다면 인터넷은 분명히 정치참여의 수준을 높이 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터넷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정 보를 전달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이러한 인터넷의 속도는 민주주의 발 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민주주의의 실현에 있 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구성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며 따라서 더 빠른 커 뮤니케이션은 더 낳은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 다. 또한 인터넷의 속도는 민주주의의 범위를 확장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실현 가능한 가장 큰 규모의 민주주의는 한 남자가 하루에 걸어서 집회에 참석할 수 있는 범 위이다. 빛의 속도로 통신이 가능한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는 순식 간에 지구상의 누구와도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준에 따르면 전 지구적인 공화국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야기 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숙의, 사고, 회의, 대화들의 요소를 고려한다면 민주주의는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

73) Ibid, p.161

려 매우 느린 형태의 통치양식이다.74) 독재자의 결심이 곧 법과 같은 효력 을 지니는 독재정치에서는 오히려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는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토론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 각을 바꾸기도 하고 상대편을 설득하기도 하며 이러한 과정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국민투표에 의한 의사결정을 중요시하는 플레시트 민주주의(plebiscite democracy)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속도가 반드시 요구 된다. 그러나 참여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들에 의한 숙의, 대중토론, 대중 참여에 있으며 이는 매우 느린 과정이다. 대의민주주의 경우 만약 대의민 주주의가 단지 대표자를 선출하는데 중요성이 있다면 인터넷이 갖는 속도 는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가 시민의 참여 즉 시민들에 의한 숙의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본다면 인터 넷이 갖는 속도의 장점은 대의민주주의 발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다.

정치참여 수단으로서 인터넷이 갖는 또 다른 한계는 전자민주주의는 이 상적인 시민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적인 시민은 정치전반에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고 습득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는 수 단으로 인터넷을 사용하여야 한다. 그러한 이상적인 시민은 자신들의 의견 을 공식적으로 표현하고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인터넷 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상적인 시민은 사실상 찾기 힘든 것이 현실 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정치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지난 16대 국회의원 총선거 기간 중 약 57%의 네티즌이 정치사이트 방문경험이 있었으며, 3번 이상 정치 사이

74) Benjamin R. Barber, Which Technology for Democracy? Which Democracy for Which Technology? International journal Law and policy, 6권(Winter2000/2001) http://www.ijclp.org, p.4

트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네티즌은 18.7%에 그쳤다.75) 인터넷이 정치무관

76) Beth Simone Noveck, Paradoxial Partners: Electronic Communication and Electronic Democracy , Peter Ferdinand(엮음), The Internet, Democracy and democratization(London ․ Portland, OR: Frank Cass, 2000), p.24

이며, 이러한 것이 권력의 남용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으나 공공관료 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새로운 미디어를 자신들의 이익보호를 위해 사용하고자 할 것이다.77)

이상에서 살펴 볼 때 인터넷이 정치 참여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는 다 음과 같은 중대한 장애 요소가 있다. 첫째, 유권자들의 인터넷 사용 기술 습득을 필요로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 습득, 정책토론, 온라인 투표 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인터넷과 컴퓨터 사용능력이 요구되 며, 이러한 요구는 일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장애요인 이 될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정치참여 장애 요 인이 기존에 정치참여에 적극적인 중산층에게는 별 다른 문제가 되지 않으 나 정치적으로 소극적인 계층들의 정치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 관련 정보 습득 및 정치 참여를 위해 서는 유권자의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다. 인터넷 정치 참여는 일반 대중들이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지속적인 정치에 대한 관심 과 시간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라디오나 TV와 달리 인터넷 민주주의는 유권자들이 지속적으로 정책이슈에 관심을 갖고 토론하며 의사결정에 참여 하여야 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며, 이와 같은 사실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많은 대중을 정치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셋째, 인터넷 정치 참여를 위해서는 상당수준의 재정적 자원이 필요 하다. 정보 불평등에 대한 논의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컴퓨터 구입과 인터 넷 사용에 드는 비용은 저소득층에게 많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 역시 기존의 정치 무관심층을 더욱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77) Alvin Toffler/Heidi Toffler, Creating a New Civilization: The Politics of the Third Wave(Atlanta: Turner Publishing, 1995)

제4장 정당의 인터넷 활용 현황

정당이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본 연구에 서는 미국의 주요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 우리나라의 주요정당인 새천년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밖에 자유민주연합과 민주노동 당의 홈페이지를 참고하고자 한다.

제1절 미국의 사례

미국의 정당구조는 주지하다시피 양당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러 한 미국의 양당제도는 휘그와 토리, 연방파와 반 연방파 등의 정치적 갈등 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오늘날과 같은 양당체제가 만들어진 것이 1820 년대 일이고 보면 미국 정당구조의 역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78) 미국 정당체계의 발전과정은 다음의 〈표 4-1〉과 같다.

미국의 정당은 오랜 역사 속에서 각 정당별로 서로 다른 지지기반을 확 보하면서 발전하여 왔다. 따라서 민주당은 젊은 흑인 유권자를 중심으로 중산층 이하의 유권자에게 지지를 받은 반면, 공화당은 장년의 백인 유권 자를 중심으로 중산층 이상의 부유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 한 지지기반의 차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강정책은 물론이고, 정당이 추 구하는 사상 및 정책원리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 면 〈표 4-2〉와 같다.

78) 토마스 베이리, 정성화/손영호 옮김, “미국 정당 정치사”, 학지사, 1994, p.13

〈표 4-1〉 미국 주요 정당의 발전과정

이상과 같이 양당간에 뚜렷한 차이는 그들의 인터넷 사이트 활용전략에서 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미국 공화당(Republican national Committ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