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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보건의료서비스 분야 소비자 권리별 현황

3. 자기결정권

가. 자기결정권: 정의와 문제점

의료서비스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의료전문 직에게 진단 및 치료과정에서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 온 것이 과거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료전문직으로 하여금 충분한 설명을 통 해 환자들의 동의를 확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의료윤리 중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로 인정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제

27)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도자료(2013. 11. 22)

소비자기구(CI)의 환자권리장전 및 의료법 시행규칙 상의 ‘환자의 권리’

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 침』 역시 환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그 결정이 충실하게 이 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사들의 의무사항으로 부과한다. 의료인은 환자가 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질병 및 치료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고, 이에 기초한 환자 의 의사결정에 반하는 치료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 ‘의료행위의 적법성’을 구성하는 요인이라는 것이 우리 법원의 판례이기도 하다(이석 배‧이원상, 2010).

또한 의료소비자의 의료서비스 선택은 의료행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 라 서비스 이용 전체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즉, 선 택은 의료이용 전 어떠한 의료진과 의료기관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 지에 대한 결정, 의료이용 단계에서는 어떠한 진단과 치료법을 이용할지 에 대한 결정, 이용 후에는 이용 당시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밝히고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결정 등에 일관되게 관철되는 원칙이란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구현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존재하는 것 역시 현실이다. 무엇보 다 의료서비스 자체가 전문적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환자에게 이를 충실 하게 설명하기에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최근 들어 연명치료 중 단과 안락사, 낙태 허용의 범위 등 의학적 기술만으로 판단을 내리기 어 려운 윤리적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사회적 관점에서 자기결정권을 어디 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의 문제는 의료소비자로서 불만을 제기할 권리 및 의료분쟁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미국 법원의 ‘설 명 후 동의(informed consent)’ 개념의 도입 이후 의료진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유효한 동의 여부는 의료분쟁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인정받고 있다(범경철, 2003). 우리나라 역시 국민들의 의료이 용이 증가하면서 의료행위를 둘러싼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의 효과 적인 대응을 위해 전담기관으로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하고 (2012년 4월)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등에관한법률」을 시행 (2012년 4월)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였다.

나. 자기결정권 관련 제도

➀ 선택진료제

의료법 제46조는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가 특정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를 선택하여 진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 유가 없으면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가 진료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통해 선택진료제도를 규정하고 있 다. 선택진료 의사의 자격 및 범위는 ①면허 취득 후 15년이 경과된 치과 의사, 한의사 ②전문의 자격 인정 후 10년 경과 의사 ③전문의 자격 취득 후 5년이 경과하고 대학병원, 부속한방병원의 조교수 이상인 의사‧치과의 사‧한의사로서 선택진료 의료기관의 장이 유자격 재직의사의 80% 범위 이내에서 지정한다(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제4조). 이 때 선택 진료에 들 어가는 추가적인 비용은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

2011년 4월말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 2,942개소 중 선택진료를 실시 하고 있는 기관은 10.4%인 305개소이며(상급종합병원 44개소는 모두 선택진료 실시), 추가비용징수자격을 갖춘 의사 12,570명 가운데 선택진 료에 참여하는 의사는 73.8%인 9,279명에 이른다. 또한 선택진료비 규 모는 2009년 말을 기준으로 1조 1,11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는데, 이는 선택진료의료기관 총 진료비(17조 1,339억원)의 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28).

1960년대의 ‘특진제도’와 1990년대의 ‘지정진료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선택진료제도의 본래 취지는 환자의 선택권 제고, 동일 의료기관 내 의사간 선의의 경쟁 유발에 따른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가능, 환자집중 현상의 해소 등이었다. 그러나 선택진료제도가 원래 목적과는 달리 의료 기관의 수입보전수단으로 운영되면서 오히려 의료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저해받고 있으며, 과도한 선택진료비 부담에 따른 의료서비스 이용의 형 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등 명칭과 운영 현실 사이에 모순이 존재한다는 문 제점이 제기되고 있다(이종인, 2007).

〈표 3-8〉 선택진료제도에 대한 주요 입장

견해 사유 입장

폐지‧부분 폐지

∙ 환자의 실질적 선택권이 없거나 제약

∙ 과도한 선택진료비 부담에 따른 저소득층 접근성 저해

∙ 3차 의료기관의 건강보험수가 가산 및 선택진료비 징 수는 환자에게 이중부담

시민단체

존속‧유지

∙ 우수한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 보장

∙ 의료서비스 수준을 진료비에 반영함으로써 시장원리에 부합

∙ 대형 의료기관에 대한 환자집중 억제

∙ 폐지 시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

의료계

문제점 보완

∙ 법에 따른 ‘환자의 의사선택권 보장’은 의료소비자의 기본 권리이며, 존속이 바람직함. 하지만 병원수익 증 대를 위한 선택진료 유도, 과잉징수 등의 운영상의 문 제점은 개선되어야 함.

∙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대응 필요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이종인(2007)

28)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11. 6. 14)

현재 선택진료제도에 대해서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서 선택진료를 폐지하고 질을 평가하여 수가로 보전해 주는 안과, 선택진료제도는 존치 하되, 적용 과목과 선택의사의 비율을 대폭 축소하는 안 등 두 가지 개선 방안이 제기된 상황이다(국민행복의료기획단, 2013). 즉, 효과성, 안전 성, 환자중심, 접근성, 효율성 등을 질 평가에 반영한 ‘(가칭)의료기관 질 평가 가산제’를 도입하여 선택진료에 따른 수익을 보전하는 안과 선택의 사 지정율을 현행 80%에서 50% 이내로 축소하고, 환자의 선택이 어려운 검사, 영상진단, 마취 등은 선택진료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이 제시된 것 이다.

선택진료제도의 존폐는 이해당사자간 입장의 차이로 인해 단기간 내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으나, 제도의 본래 취지와 운영 현 실 사이에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므로 어떤 형식으로 든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다만 3대 비급여(선택진료제도, 상 급병실료, 간병비)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선택진료제도의 개선은 어 느 수준까지 건강보험에서 급여화하는 방향을 잡을 것인가에 따라 환자 의 본인부담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선택진료제도가 존 속하더라도 선택진료기관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의료평가 결 과 등의 정보공개를 통해 실질적인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소비자 알권리 증진’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➁ 불만제기와 의료분쟁조정제도

불만제기권은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소비자가 이의 또는 불만을 제기하 거나 법적으로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 권리는 보건의료서비 스 분야의 다른 소비자 권리에 비해 한국에서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 어 왔는데,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의 및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통로가 의료기관의 소비자상담실, 고충처리실 같은 부서에 국한하 여 운영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들 창구는 진료절차나 진료비 등 행정적인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유용하나, 의료의 질이나 의료행위의 적합성 등에 대해서는 큰 효용이 없다고 할 수 있다(조병희, 2003b).

소비자 권리인식의 증진 등으로 인해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소비자 들의 이의제기 및 불만제기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국내 주요 기관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의료분쟁 건수는 1,674건에서 3,409건으로 2.2배 증가하였다. 실제 접 수되지 않은 경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시민사회단체인 의료소 비자시민연대의 의료사고 상담센터는 연간 의료분쟁이 5,000여건 이상 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상영 외, 2012).

〈표 3-9〉 의료분쟁 접수 현황(2000~2009)

(단위: 건)

접수 기관 연도별 접수 건수

2000 2005 2006 2007 2008 2009 1,674 2,600 2,804 2,435 2,079 3,409

의료심사조정위원회 22 42 30 16 8 17

법원(민사소송) 519 867 979 766 748 911

한국소비자원 450 1,093 1,156 940 603 711

의사협회 공제회 485 598 639 713 720 804

치과협회 198 - - - - 586

한의사협회 - - - - - 380

자료: 이상영 외(2012)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관련 소송기간 장기화(1 심 평균 26.3개월)에 따라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 과다와 전문지식 부족에 따른 부담감이, 의료인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과 진료환경의 어려움 등

이 지적되었고, 2012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출범으로 이와 같은 문제점

이 지적되었고, 2012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출범으로 이와 같은 문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