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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보건의료서비스 소비자 권리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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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규정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본인부담 상한제와 산정특례제도를 비롯하여 진료비 대불제 도가 이미 시행중에 있으며, 특히 현정부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와 3대 비급여(선택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개선을 중요한 국정과 제로 추진하여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 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통해 의료기관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공개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한편, 의료소비자의 만족 정 도와 안전을 지표에 포함한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확대 실시함으로써 의 료기관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고하고, 보다 안전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의료분쟁조 정중재원을 설립하고(2012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 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과거에 비해 한 단계 진전된 소비자 피해 구제체계를 마련하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의과대학 교육 과정 및 의료기관에서의 자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의료소비자 의 권리에 대해 의료전문직에게 교육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등의 노력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서비스 분 야에서 소비자의 위상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고, 권리 제고 측면에서도 제 한이 많다는 비판 역시 적지 않다. OECD가 우리나라 의료의 질을 평가 한 보고서를 통해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평균수명 등 건강성과 향상을 높 게 평가하면서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서 ‘환자안전과 환자경 험관리체계42)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는 것(OECD, 2012)도 환자 권리 증진을 위한 법적 보장과 실제 의료서비스 현실에서의 간극을 보여주는

42) 환자경험관리체계는 단순한 만족도(patient satisfaction) 평가가 아니라 환자의 경험, 의사‧간호사와의 의사소통, 도움필요시 신속한 조치, 통증조절, 투약설명, 퇴원 후 생활 에 대한 충분한 설명 등에 대한 내용을 구성요인으로 함.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의사직군에 대해 신뢰도가 낮지 않으나, 그와 더불 어 집단이기적이라거나 권위적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여전히 높고43), 소비자의 선택권 제고를 위해 제공되는 병원평가정보 등의 이용 경험이 낮다는 사실(소비자시민모임, 2012), 경제적‧사회적 차별없이 의료서비 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와 서비스 이용과정에서의 불만을 제기할 권리 측면에서 취약한 점이 있다는 본 연구에서의 조사 결과 역시 의료소비자 들의 권리 강화를 위한 정책들을 보다 세부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함을 말 해 준다.

물론 보건의료서비스는 앞서 제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보비대칭, 수요와 치료의 불확실성, 면허제도에 따른 공급독점과 전문지식에서 기 인하는 자율성 보장과 같이 전통적인 ‘합리적 소비자(rational consum-er)’가 가정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자본주 의 발전 과정에서 등장한 소비자주의(consumerism)가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 현실에서 적용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부권적 의료전문주의’라는 평가까지 듣고 있는(조병희, 2003a) 과도한 의료전문가주의는 의료전문가-환자와의 관계를 악화시켜 신뢰도를 낮추 고,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왜곡시킬 수 있다. 또한 인구구조와 질병구조의 변화로 증가하고 있는 국민적 부담을 감소시키고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 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뒷받침하는 정보의 제공 과 참여 확대, 의료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 해소 방안의 마련이 필요 하다.

사회 전반적인 현상인 소비자 권리의식 제고와 더불어 개인의 건강증 진활동을 강조하는 만성질환으로의 질병구조 변화,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른 불확실성과 전문성에 대한 도전은 그동안 ‘소비자 권리’라는 측면에

43) http://www.koreahealthlog.com/news/newsview.php?newscd=2012070500016

서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분야인 보건의료 영역에서 의료소비자 권리 증 진을 강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보건의료서비스 영역에서 소비자주의는 더욱 강한 정당성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보건의료에서 소 비자주의란 국제소비자기구의 환자권리장전(Charters for Patients’

Right)에서도 나타나듯이 선택권을 제고하고, 적절한 정보에 보다 용이 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 및 의료서비 스 질 보장조치를 취하고, 의료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불만을 제기 하여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영역에서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가 오히려 건강권 보장과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NHS에 요구되었고, 현재도 요구되고 있는 일련의 개혁조치 들, 즉, 새로운 관리기구의 설정과 경영계획 강화, 자금운영한도의 설정 과 실적지표 도입, 효율성 제고, 예산절감, 독립채산제 등 시장경쟁원리 의 도입(Boyle, 2011)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소비자주의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전국민 건강보 험체계 강제가입 및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인해 독점적이고 관료적으로 운영될 소지를 가진 건강보험체계에 견제기전을 부여하고, 소비자 요구 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보험운영이 될 수 있도록 국가독점의 보험 자제도를 개혁하여 보험자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 고 있다(이선희, 2008). 반대로 시민단체들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시장 논리의 적용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해제와 경제적 능력에 따른 차별 적 의료이용 및 건강권 침해의 시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과연 소비자 선택권의 강화가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적용되어야 할 것인지 가 앞으로도 큰 논쟁지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3장에서 제기 한 바 있는 ‘선택진료제도’에 대한 논쟁 역시 환자의 선택권을 어떻게 해

석하고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장에서는 의료소비자의 위상과 권리 제고에 대한 배경 및 필요성 과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소비자 권리 상황, 소비자 대상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하여 의료서비스 분야에서의 소비자 권리 제고를 위한 정책 방 향을 결론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