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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보건의료서비스 분야 소비자 권리별 현황

1. 건강권

가. 건강권: 정의와 문제점

건강권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으 나, 대체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위협에 평등하게 대처할 권리 (right to health), 신분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균등하게 보건의료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right to health care), 보건의료전달체계 내에서 보건의료자원을 균등하게 향유하여 이용할 수 있는 권리(right in health care)로 구분할 수 있다(문창진, 1997). WHO의 목표였던

‘Health for All’과 그 실행전략인 ‘일차의료 강화’는 결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체적‧지역적‧경제적 경계 없는 형평성있는 접근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건강권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 법령에도 반영되어 있다. 즉,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건의료기본법은 제10조에서 건강권을 정의함에 있어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 을 권리’와 ‘성별, 나이,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한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 금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의 료법 역시 이를 규정하고, 환자가 건강권을 가지고 있음을 의료기관에 게 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건강권의 정의를 반대로 해석하면, 건강권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은 요 인들을 추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면, 이는 경제적 사 정을 이유로 한 건강권 침해에 해당한다. 또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가능한 서비스제공기관이나 인력이 부재 하여 미충족의료가 발생한 경우 역시 건강권이 침해된 사례로 볼 수 있 다. 따라서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 목표는 일차적으로 이러한 저해 요인들을 최소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요인(예를 들어 빈곤, 차별 등)을 완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의료접근성에서의 불평등성

의료서비스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수평적 형평과 수직적 형평으로 구 분한다고 할 때, 수평적 형평성은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동등한 자원을 제공하여 동등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 리나라 의료자원의 지역별 편중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우 리나라의 경우 2009년 현재 특별시 및 광역시 지역과 군 지역간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8.3배의 격차가 있고, 지역별 자체충족율17)에 있어 서도 특별시‧광역시(76.6%)에 비해 군지역(25.6%)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박수경 외, 2011)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형평성 있는 의료서비스 접근 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KTX를 비롯한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 해 지방거주자들의 대도시 의료기관 이용접근성이 개선되었다는 평가(이 재희 외, 2011)도 있으나, 이는 결국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지역, 특히 농 어촌 지역 의료기관의 역할을 약화시켜 의료서비스 공백을 심화시킴으로 써 의료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현상이다.

경제적 상황에 따른 미충족 의료의 발생도 접근성을 평가하는 주요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충족 의료는 대체로 진료 또는 검 사가 필요하다고 인지하는 상황에서 이를 실제로 이행하지 못한 비율로

17) 해당 지역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비율

정의된다. 미충족 의료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논의되나, 일 반적으로 저학력계층과 만성질환 이환계층, 미취업자 및 빈곤계층, 임시 직에서 높게 보고되고 있으며(양진영, 2010; 이상이 외, 2011), 2010년 현재 미충족 의료수준이 20.3%에 이른다는 분석(김혜련 외, 2012)은 여 전히 경제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의료서비스 사각지대가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지속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보험 보장률이 높지 않아 중증질환이 발생시키는 ‘과부담 의료비’ 또 는 ‘재난적 의료비’로 인한 가구 부담이 상당히 크고, 이는 특히 저소득 가구일수록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정규 외, 2011; 이혜재‧이 태진, 2012). 건강보험공단이 2011년 기준 건강보험 가입 가구 14,938,079가구(건강보험 가입대상 가구의 70.2%)를 대상으로 하여 ‘가 구당 연평균소득의 10% 이상을 초과하여 의료비를 직접 지출하는 경우’

를 재난적 의료비(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18)로 정의하여 분석한 결과(임승지 외, 2012)에 따르면, 가구균등화소득 대비 본인부담 의료비 부담률은 소득수준 하위 10% 가구가 17.9%인 반면, 상위 10%

가구에서는 8.2%로 나타났다. 즉,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의료비 본인부담 이 과중하며, 이는 곧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취약한 보장성 수준을 가지 고 있음을 의미한다(표 3-4 참조).

건강보험제도 및 의료급여제도의 일차적인 취지가 모든 국민이 소득이 나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라 할 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적 부담의 완화는 건강 권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18) 이 때 재난적 의료비는 가구당 연평균소득의 10% 이상을 초과하여 의료비를 직접 지출 한 경우로 정의되었음(임승지 외, 2012).

〈표 3-4〉 2011년 소득분위별 가구당 연간 의료비 부담 소득

분위

적용인구 (명)

가구 균등화소득

(원)

가구당 본인부담 의료비(원) 의료비 부담률 보험료 본인부담 합계 (%)

1 2,519,055 5,296,086 193,944 751,586 945,530 17.9 2 2,622,865 7,966,933 297,701 679,437 977,138 12.3 3 2,762,516 10,384,090 398,219 672,531 1,070,751 10.3 4 3,109,155 12,781,317 519,994 774,765 1,294,760 10.1 5 3,420,380 15,724,948 671,009 881,146 1,552,155 9.9 6 3,761,553 19,171,389 857,904 1,007,594 1,865,499 9.7 7 4,110,776 23,080,328 1,079,706 1,153,199 2,232,906 9.7 8 4,534,495 27,860,607 1,368,852 1,310,029 2,678,881 9.6 9 4,869,788 34,555,099 1,759,417 1,473,365 3,232,782 9.4 10 5,057,710 56,037,959 2,907,776 1,678,684 4,586,460 8.2 36,768,293 22,726,006 1,005,453 1,038,234 2,043,686 9.0 자료: 임승지 외(2012)

② 비용 부담에서의 공적 책임 미흡

의료서비스의 전달에 있어서 재원 조달이 소득의 차이에 따라 누진적 으로 부담되는지, 지불보상 방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 중시키는 구조인지 여부도 건강권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보건의료기본법의 건강권은 건강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첫 번째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건강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 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료의 공공재원 비 중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들의 기대 수준에 비해 80%수준으로 낮은 58.2%에 불과하고, 본인부담 비중은 1.5배나 높아 의료 보장성이 크 게 낮다는 지적(김혜련 외, 2012)은 ‘낮은 공공재원 비중과 높은 본인부담 비중’이라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차원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및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 담을 감소하기 위한 각종 보장성 강화정책은 건강권 제고 차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가 지적하고 있는 저수가‧저급 여의 문제점 및 정부와 시민사회계가 지적하고 있는 합리적 지불보상체 계의 개편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건강에 대한 개인과 가족의 높 은 부담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며, 이는 ‘성별‧나이‧종교‧사 회적신분‧경제적 사정 등으로 건강에 대한 권리에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건강권의 기본 취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 건강권 관련 제도

① 의료비부담 완화 제도: 본인부담 상한제 및 산정특례

중증질환자가 있는 저소득가구의 경우 과도한 의료비 부담은 가계파탄 의 원인으로까지 지적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건 강보험 보장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가 본인부담 상한제도와 산정특례제도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2조에 의거하여 2004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본인부담 상한제는 법정본인부담금이 일정액을 초과하면 이를 상환 해 주는 제도로서 고액·중증질환자의 과다한 진료비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예방하는 것을 그 취지로 하고 있다. 도입 당시 법정본인부담액이 6개월간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로 설계되었으나, 이후 본인부담 경감효과의 미흡, 고소득층이 저소 득층에 비해 더 많은 상한제 혜택을 받는 역진적 구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됨에 따라 현재는 본인부담상한액을 보험료 수준별로 차등화하고(보 험료 수준 하위 50% 200만원, 중위 30% 300만원, 상위 20% 400만원),

상한제 적용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확장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임 승지 외, 2012)19).

또한 2005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으로 도입된 산정특례제도는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에 의거하여 중증질환 대상자, 희 귀난치성질환 대상자, 가정간호 대상자, 6세 미만 아동 및 자연분만 신생 아를 대상으로 하여 외래 및 입원 진료 시 본인부담액을 경감하여 주는 제도이다.

본인부담상한제도와 산정특례제도를 위시한 진료비 경감 정책들은 중 증질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을 개선하고(배지영, 2010), 지 불능력 대비 의료비부담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최정규‧정형선, 2012). 또한 심뇌혈관질환 산정특례 대상자들의 경우 비 대상자들에 비해 전체 진료비 증가가 현저하여 미충족의료의 해결이라는 측면이 존재하는 등(최영순‧태영희, 2012) 일정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제고와 중 복 적용에 따른 문제점 해소를 위해 본인부담상한제도와 산정특례제도를 발전적으로 통합할 필요성이 검토되고(임승지 외, 2012), 4대 중증질환 등 특정 질환에 대한 선택적 보장성 강화정책은 오히려 고소득층에 더 많 은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20) 의료비 부담의

본인부담상한제도와 산정특례제도를 위시한 진료비 경감 정책들은 중 증질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을 개선하고(배지영, 2010), 지 불능력 대비 의료비부담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최정규‧정형선, 2012). 또한 심뇌혈관질환 산정특례 대상자들의 경우 비 대상자들에 비해 전체 진료비 증가가 현저하여 미충족의료의 해결이라는 측면이 존재하는 등(최영순‧태영희, 2012) 일정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제고와 중 복 적용에 따른 문제점 해소를 위해 본인부담상한제도와 산정특례제도를 발전적으로 통합할 필요성이 검토되고(임승지 외, 2012), 4대 중증질환 등 특정 질환에 대한 선택적 보장성 강화정책은 오히려 고소득층에 더 많 은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20) 의료비 부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