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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절 보건의료서비스 분야 소비자 인식조사의 시사점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는 공급 확충을 통한 양적 성장을 통해 접근 성 제고와 기대수명 증가 등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반대로 고비용-저효율 의료체계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러한 가운데 보건의료체계 의 질적 전환 요구가 높아졌으며, 양적‧공급위주의 보건의료정책을 질적‧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서비스 이용의 적정화와 공정한 경쟁규칙 의 정립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일찍부터 소비자의 권리의식이 발달하여 왔던 선진국은 의료서비스 분 야에서도 건강권, 알권리, 선택권, 참여권, 안전권, 비밀보장권, 불만제기 권 등 세분화된 소비자 권리를 제시하였으며, 이들 권리의 보장 정도를

평가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개선에 활용하여 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의료소비자 권리가 보건의료정책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포착 된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이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기본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과 의료계의 다양한 『환자 권리헌장』 등을 통해 소비자 권리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전문직에 대한

‘권위적이고 이기적’인 이미지,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불만족, 짧은 상담‧진료시간, 서비스 이용과정에서의 불만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 이 보고되어 왔다40).

이러한 상황에서 본 조사는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서 대두되고 있는 의료소비자 권리에 대하여 당사자인 소비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 며, 보건의료기본법 상에 보장된 권리들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다고 생 각하는지,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경험한 권리 보장 상황은 어떠 한지를 파악하고자 시도되었다. 다만, 일반 국민들이 조사 대상자라는 점 을 감안하여 조사도구는 실제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례들로 풀어 조 사함으로써 이해를 돕고자 설계하였다. 우리나라의 의료소비자 권리와 관련하여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제소비자기구(CI)의 내용을 바탕으로 설정한 7가지 소비자 권 리(건강권, 알권리, 선택권, 참여권, 안전권, 비밀보장권, 불만제기권)별 로 현실에서의 구현정도가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7 가지 권리 가운데 알권리와 선택권의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높은 반면(알권리 67.8%, 선택권: 63.1%), 참여권과 안전권과 비밀보장

40) 2012년 「청년의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비교적 높지만, 그 이미 지는 ‘집단 이기적(53.7%)’, ‘권위적(48.2%)’이라는 응답이 높았으며, 의사의 진료수준‧

전문성에 대한 만족도(65.2%) 못지않게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불만족도(56.1%) 역 시 높게 조사되었음. 의사를 대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은 ‘진료 및 상담시간이 짧음’이 52.1%로 가장 높았음(http://www.koreahealthlog.com/news/newsview.php?news cd=2012070500016).

권은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유사하였고, 건강권, 불만제기권 등은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가 각각 58.2%41), 52.1%로 높게 나타났다. 알권리 와 선택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의료전문직의 인식 개선과 정보통신기 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정보의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이 라 할 수 있는 환자안전과 정책에의 참여 보장 등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 가 있고, 특히 차별없이 형평적인 서비스 이용을 의미하는 건강권과 이용 과정에서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불만제기권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미 흡한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주로 경제적 이유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 사된 미충족 의료와 의료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불만이 있어도 전문적 지 식이 부족하여 그냥 참고 넘어간다는 응답이 많다는 점은 향후 의료소비 자 권리 증진 방안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결과라 하겠다.

두 번째로 의료소비자들의 의료진 등으로부터 제공받는 정보에 대해서 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반면 소비자들이 선택권을 적극적 으로 활용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 제공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다는 평가 를 내릴 수 있겠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 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병원평가정보와 의약품안심서비스(DUR), 진료비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본 조사에서 이를 실제 이용한 응답 자의 비율은 ‘진료비 확인’ 서비스가 25.7%에 머물고 있고, 대부분 10%

내외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표 4-13 참조). 뿐만 아니라 각 정보가 도 움이 된다는 비율 역시 진료비 확인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50%에 미치는 못하는 상황이다.

DUR을 비롯한 정보제공 이용률이 낮다는 것은 선행연구에서도 유사

41) 건강권 관련 문항은 ‘우리나라에서는 환자의 경제적 조건이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의료 서비스의 이용에 있어서 차별을 받는다’로서, YES응답이 부정적인 의견을 대표하도록 설계되어 있음.

하게 나타나는데(소비자시민모임, 2012), 그 이유로 정보가 제공되고 있 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제공되는 정보를 통해 서비스를 비교‧선 택하기에 정보의 양이 부족하고 정보가 너무 전문적이어서 이해하기 어 렵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제공 정보 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용하는 용어를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순화 하는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정보제공 홍보와 제공 정보 보강, 이용자 수준에 부합하는 정보 제공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세 번째로 소비자들이 제공받기 원하는 정보에 ‘꼭 필요한 검사에 대한 정보’ 요구가 가장 높고, 의료서비스 이용 과정에서의 가장 큰 불만사항 역시 ‘필요없는 처방이나 검사’에 있다는 점 역시 시사점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본적으로 의료전문직과 소비자 간의 관계와 소 통 미흡에 따른 신뢰성 감소의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물론 전문성이 고도로 인정되는 의료의 영역에서 의료전문직과 환자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으나, 환자들이 단 순히 수동적인 수혜자로서가 아니라 치료과정에 ‘또 다른 전문가’로서 공 동으로 참여할 때 오히려 의료전문직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치료 효 과 역시 제고된다는 연구 결과(Shaw et al, 2007)를 감안할 때, 치료과 정의 협력자로서 의료전문직과 환자의 역할을 보다 전향적으로 설계하는 정책방향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