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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대적 가족의 특성

서구에서 근대적 가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19세기 중반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들어 서유럽과 북아메리카 전역의 중산층과 상류 층 사이에서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결혼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고, 남편은 가족을 부양하는 상

이 그려지게 된다(Coontz, 2009, p.281). 20세기 중반 특히 1950년대 는 서구 역사에서 결혼의 황금기로 표현되며, 1960년대에 결혼은 북아메 리카와 서유럽에서 전 인구의 95%가 결혼을 하면서 결혼은 이제 보편적 인 일이 되었다(Coontz, 2009, p.390).

이 시기를 거치면서 서구의 가족은 안정적으로 보였고, 구조기능론적 가족관이 형성되는데 기여했다. 파슨스를 대표로 하는 구조기능론적 입 장에서 가족은 항상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제도로서 가족 안에서 남편과 아 내의 성역할분업을 기능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다(한국산업사회학 회, 1998, p.180). 가족은 사회질서를 지속시키는데 필요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며, 핵가족이 현 대 사회에서 구체화된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로 규정된다. 산업화가 진척 되고 직장과 가족이 분화되고, 경제적 생산 단위로서의 가족은 약화되는 반면 자녀 출산, 양육과 사회화를 담당하는 기능은 강조된다(Giddens &

Sutton, 2014, p.452). 또 한편에서 낭만적 사랑과 친밀성이 강조된다.

여기서 낭만적 사랑은 가정을 창조하고, 부모-자식 간의 관계가 보호와 친밀함으로 변하고, 모성의 발명과 연계된다(Giddens, 2001, p.81).

구조기능주의 사회학자들은 핵가족을 사회의 기본단위이고 생물학적 요소(성·임신·출산·질병 등)를 기반으로 하는 자연스러운 사회제도이며 통시적이고 불변하는 것으로 보았다(이재경, 2003, p.20). 이후 1960년 대 말부터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을 중심으로 전前산업사회의 가족구조 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파슨스 이론은 큰 비판을 받게 된 다(조정문, 장상희, 2001, p.84).

가족의 근대성에 대한 반론은 페미니즘 이론과 후기 근대론에 기반한 가족 연구의 중심이 된다. 여기서 논쟁이 되는 가족의 근대성은 몇 가지 로 수렴된다. 예를 들어 아동 지위의 향상, 자애롭고 집중적인 모성

(mothering)의 창안, 가족을 단위로 한 사생활권(privacy)의 발견, 가정 중심성(domesticity) 등을 통하여 애정과 친밀성의 측면에서 독특한 중 요성을 가진 우애적 가족(companionate family)이라는 인식이다(이재 경, 2003, p.32).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 아래에서 가족을 사적 영역으로 밀어내고, 다시 남녀의 역할 구분에서 여 성이 가족의 영역으로 위계적으로 구분된다는 점이다(이재경, 2003; 김 연숙, 2007).

가족의 근대성이 이데올로기화된 점은 어쩌면 더 중요한 비판의 지점 이 될 수 있다. 가족에 대한 논의에서 이데올로기와 실제의 생활 방식을 명백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는데,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해 석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Gittins, 1997). 실제로 어머니의 사랑 (모성성)은 그 어떤 감정이나 행위와도 맞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으로 이 상화된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이상화는 모성의 현대적 구성에서 한 축을 형성하였고, ‘아내이자 어머니’라는 이미지는 활동과 감성에서 ‘두개의 성’ 모델을 강화했다는 것이다(Giddens, 2001). 핵가족 이데올로기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이데올로기가 가족을 둘 러싼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로서 가족의 영향력과 지속성은 그것이 특정 계급에 국한되 지 않은 보편적 경험이라는 외양을 취하는데(Gittins, 1997, p.230), 가 족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에게 가족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믿게 만 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이 사회적·경제적 문제들의 진정한 본질을 볼 수 있게 되고, 가족을 둘러싼 현실의 문제가 개인이나 가족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Gittins, 1997, p.243). ‘정상 가족’을 둘러싼 고정관념을 그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가족의 정상성에 대 한 견고한 기준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비정

상적이거나 부족한 결손상황 그래서 부끄러운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되기 때문이다(함인희, 2014, p.6).

가족은 역사성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다른 시대와 다른 사회를 초월하 는 보편적 형태나 속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족에 대한 근대적 논의는 이런 점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근대가 보편적이고 정상적 이라고 가정했던 내용들은 후기근대이론과 페미니즘에 의해서 비판 또는 극복되고 있다.

2. 후기 근대적 가족의 특성

후기 근대적 가족 특성에 대한 논의는 근대 가족의 안정성이 흔들리면 서 본격화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사랑을 기반으로 남자가 생계를 책임지 는 가족형태와 산업사회의 요구가 서로 부합한다고 생각했고, 산업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전통사회의 다양한 결혼 형태와 가족 형태를 벗어나 근대적 가족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 았다. 가족에 대한 근대적 이념형은 생각보다 단기간에 약화되었고, 1968혁명의 흐름에서 여성의 불평등한 지위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은 강화되었다(Coontz, 2009). 대체로 유럽에서 1960년대 말에서 1970년 대 초 격렬한 사회운동의 시대에 학생운동과 여성운동을 중심으로 가족 에 대한 반론이 진행되었다(신경아, 2014a, p.156).

이론적으로 후기 근대적 맥락과 탈근대적 맥락은 분명히 다르지만, 근 대성에 대한 성찰적 맥락은 공유하는 측면이 있다. 가족 논의에서 가족의 근대적 전형성에 대한 재검토의 관점이 그러할 것이다. 그것은 가족 생활 의 다양성에 출발한다. 가족의 근대화론에 따르면, 사회는 핵가족이든 확 대가족이든 단일한 형태의 가족생활이 보편화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그

러지 않았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확대가족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핵가 족’도 오늘날 2%정도뿐이며, 오히려 비정상적이라고 간주되었던 여러 형 태의 가족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여성한국사회연구회, 1995a).

남자가 생계를 책임지는 모델은 20세기의 마지막 30여년 동안 북아메 리카와 서유럽 전역에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가치관, 결혼관련 법률 등의 변화가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 혼은 또한 도처에서 성 행동, 삶의 구조, 자녀양육의 양상을 결정하는 힘 을 잃기 시작했다(Coontz, 2009, p.449).

탈근대론자들은 현대의 가족생활의 경향이 전통적 이론으로는 적절하 게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관찰되는 가족생활의 다양성과 변이는 기능론으로는 설명되지 못하며 현대를 넘어선 시대로 접어들었다 는 것이다(여성한국사회연구회, 1995a, p.444). ‘정상’ 가족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오늘날 가족 형태와 가족의 구성에는 더 큰 다양성이 존재하며, 그동안의 표준 모델은 규범적 힘을 상실했다. 가족은 훨씬 깨지기 쉬워졌 으며, 이동성과 유동성의 요구가 보편화될 때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Beck & Beck-Gernsheim, 2010, p.135). 후기 근대적 관점에서 이제 가족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협상된 가족, 대안적 가족, 복수의 가족, 이혼 후의 새로운 타협들, 재혼, 또 한번의 이혼, 당신 아이와 내 아이와 우리 아이로 구성된 그리고 과거의 가족과 현재의 가족들로 구성된 새로운 집 합을 의미하게 된다(Beck & Beck-Gernsheim, 1999, p.22).

후기 근대적 특징은 개인화테제와 연관된다. 개인화는 남성과 여성이 산업 사회가 제시한 삶의 방식 즉 핵가족이라는 삶의 방식에 따라 남녀에 게 주어지던 성별 역할로부터 해방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 들은 노동시장과 이동성 때문에 자기만의 삶을 설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족과 인간관계에 대한 책무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

다(Beck & Beck-Gernsheim, 1999, p.30).

생애과정의 탈근대화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검토되고 있다. 생애과정 의 탈근대화는 탈성별화와 계층화, 탈보편화의 과정을 의미한다. 여성의 생애과정이 성별에 따라 이원화된 근대적 생애과정을 벗어나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의존성이 약화되고 더 성평등한 관계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이다(이순미, 2013). 이전까지 표준적인 일대기는 선택의 일대기로 변형 되는 것이다(Beck & Beck-Gernsheim, 1999, p.28)

후기 근대론이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가족을 포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 시해주기 때문이다. 단일한 정상가족을 지지하는 기능주의적 논의에서는 후기 근대가족의 변화를 가족해체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다양성 담론은 결손가족이나 가족해체로 진단하며 비정상 가족으로 범주화 하였던 가족 들을 일탈로 보거나 차별하지 않고 다양성의 이름으로 포용할 수 있게 해 준다(이재경, 2015, p.288).

3. 가족에 대한 페미니즘의 설명

가족에 대한 페미니즘의 접근은 근대적 가족 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 발하며, 특히 정상가족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이재경, 2015, p.298).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페미니즘은 가족이 조화로운 제도라고 설명하는 기능주의적 관점을 비판하였다. 예전의 가족 연구가 가족 구조, 핵가족과 확대가족 및 친인척 관계의 중요성에 초점을 두었다 면, 페미니즘은 사적 영역의 여성 경험을 고찰하기 위해서 가족 내부와 가족원의 관계에 관심을 두었다. 가족관계에 불평등한 권력 관계가 유지

가족에 대한 페미니즘의 접근은 근대적 가족 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 발하며, 특히 정상가족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이재경, 2015, p.298).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페미니즘은 가족이 조화로운 제도라고 설명하는 기능주의적 관점을 비판하였다. 예전의 가족 연구가 가족 구조, 핵가족과 확대가족 및 친인척 관계의 중요성에 초점을 두었다 면, 페미니즘은 사적 영역의 여성 경험을 고찰하기 위해서 가족 내부와 가족원의 관계에 관심을 두었다. 가족관계에 불평등한 권력 관계가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