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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급격한 인구변동은 가족변동 및 사회변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 되어 있다. 혼인, 출산, 사망, 국내외 인구이동과 관련한 인구학적 지표가 사회현상을 함축하는 동시에 가족의 형성, 변화, 일상적 가족 생활을 함 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인 및 이혼, 출생과 사망은 가족의 형성과 해체 를 직접 의미하고, 가족 변화의 측면에서 가족의 규모와 형태에 또한 직 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낮은 출산율의 장기 지속, 출생아수 절대 규모의 급감, 비혼과 만혼화 현상,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집계수준에서 인구 변 동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가족과 개인 차원에서는 미시적 행위 결정으로 써 가족 변동의 한 측면들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인구변동의 맥락을 더욱 세밀히 이해하고 정확히 분석하기 위하여 가족변동에 대한 심층적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족변동 논의는 1960년대 이래 주로 핵가족 논의가 중심을 차지했다. 당시는 한국은 핵가족화되고 있는가? 한국의 핵가족은 어떤 핵가족인가와 같은 연구질문이 주요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 를 계기로 그동안 한국에서도 근대적 전형으로 전제되었던 핵가족의 정 상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성 1인생계부양자가 가족임금을 통해 전적 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힘들어 진 것이다. 실제로 가족 안정성이 떨어지고 해체적 경향이 나타나면서 가족의 다양성이 더욱 진전되는 양상이었다.

이후 가족 연구 분야에서 가족 다양성 논의는 더욱 활발해 졌다.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1990년대 말 이후 가족의 변화는 후기근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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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으로 적극적으로 설명되었다. 가족 변화는 근대화 이론에 따르면 단 일한 형태로 수렴되어야 하지만, 이 시기 한국 가족의 현실은 그 경로를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질서에 편입되면서 사회구조 전반의 변화를 겪게 되고,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서구의 후기근대적 특징들이 표면화되 어 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 변동을 설명하면서 페미니즘의 역할은 또한 지대했다. 가족이 세 대관계라는 수직축과 젠더관계라는 수평축으로 직조된다고 할 때, 페미 니즘 이론은 근본적으로 젠더 관계의 불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 이다. 한국 가족의 오랜 현실은 젠더 관계의 불형평성을 깊이 내재하고 있었고, 페미니즘의 문제 제기는 한국 가족의 문제에도 매우 적확하게 부 합했다.

요컨대 한국 가족의 변동에 관한 연구의 맥락과 이론적 맥락에서, 1990년대 말 이후 한국 가족의 변화 방향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 다. 한국적이든 서구적이든 근대적 핵가족 이후의 다양성은 어떤 방향으 로 진전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한 방향은 아 닐 것이며, 변화의 양상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특징과 쟁점이 무엇인지 검 토하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기 때 문이다.

다른 한편, 현대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 중에서 가족 변동과 연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는 의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불평등의 문제이다.

가족변동과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는 이유는 가족을 통하여 불평등이 구 조화되고 계층이 재생산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 문이다. 신명호(2019)는 사회계층 간 학력자본의 격차와 양육 관행을 말 하고 있다. 이런 연구 성과는 사실, 미국 사회의 가족과 계층의 관계를 연

구한 Annette Lareau(2012)의 <불평등한 어린시절>과 Robert D.

Putnam(2017)의 <우리 아이들>과 정확히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둘째는 세대론과 관련이 있다. 최근의 청년세대가 이전 세대와 다른 특 징을 가지고 있다면 가족변동의 현실 분석과 미래전망에서 중요한 의미 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역사적 국면이 있을 것이며, 이것은 가족의 변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 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공유하는 특징적 ‘이념’이 1997년 외 환위기 이후 형성된 사회의 경쟁적 구조에서 형성되었다면(김홍중, 2015) 가족의 변동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족 변동의 연구는 정책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 책적 관점에서 가족(가구)은 많은 정책과 제도의 작동 단위로써, 가족의 급격한 변동은 제도의 안정성, 형평성, 정당성 등의 근거를 약화시킬 수 있다. 가족의 구조, 기능 등의 변화는 미시적 차원에서 가족 지원 정책의 대상과 범위, 사회 보험의 부과 및 급여 지급 기준 등과 관련되며, 거시적 차원에서 사회 주체 간의 책임 분담 방식이나, 복지체제 구성에 직접 영 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연구는 기존의 한국 가족변동의 연구사적 맥락과 이론적 맥락을 고 려하여, 1990년대 말 이후 한국 가족의 변화 방향과 특성을 진단하고 미 래 가족의 변화 전망과 그에 따른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가족 변화를 인구학적 변화, 경제활동 변화, 부양기능의 변화, 관계의 변화, 문화의 변화라는 5가지 측면으로 구분하고, 세대관계 와 젠더관계의 변화에 초점을 두어 분석한다. 이를 통해 현재의 가족 변 동의 특성을 밝히고 가족 변동의 정책적 함의를 전망함으로써, 향후 정책 적 준거가 될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을 다차원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