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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가격규제와 제약산업 연구개발 활동간의 관계에 대한 실증연구에 기반한 의약품 가격정책 수립

제5절 정책 과제

2. 의약품 가격규제와 제약산업 연구개발 활동간의 관계에 대한 실증연구에 기반한 의약품 가격정책 수립

한편 의약품이 개발된 이후 가격은 연구개발 산물인 최종 제품의 가치 를 반영하며 기업에는 수익의 근원이 된다. 대부분의 산업화 국가에서 의 약품시장은 건강보험제도의 영향을 받으며 의약품 가격도 건강보험체계 에서 결정한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제도에 의한 의약품 가격 규제와 제약 산업의 연구개발 활동의 관계에 대한 실증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져왔다.

국내에서도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이 활발해지고 세계 시장에 진출 하는 제품이 증가하면서, 연구개발 활성화의 측면에서 약가정책을 논하 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약가 수준이 높아지면 기업의 수익성이 향상되므 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여력이 커질 수 있으나, 지난 수십 년간 국내 의 약품 가격정책과 제약산업 연구개발 활동을 거시적으로 관찰할 때 반드 시 양의 관계가 성립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약가 수준보다는 약가 정 책의 내용이 연구개발 활동을 좌우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약가정책 또는 약가 수준과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활 동 간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이루어진 바 없다. 국내 제약기업과 다국적 제약기업은 연구개발 활동의 범위와 규모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외국에서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실증 연구의 결과를 국내 환 경에서 그래도 적용하기는 어렵다. 향후 의약품 연구개발 활동을 효과적 으로 촉진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가격 정책과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활동 에 관한 국내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현상 등으로 의약품 지출(pharmaceutical expenditure)은 절대적 금액에서 뿐 아니라 전체 의료비 지출 대비 차지 하는 상대적 비중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각국의 재정악화의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의약품 지출 증가 문 제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전 세계의 각국 정부가다양한 의약품 가격 제 도 및 정책을 시행해온 가운데, 한국의 경우, 평균 의약품의 약가를 정하 여 고시하는 고시가 제도, 요양기관에서 실제로 의약품을 구입하는 가격 으로 의약품비를 상환하는 실거래가 상환제도, 실거래가와 상한가의 차 액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시장형실거래가 상환제도 등을 통하여 가격규 제방식을 이용해왔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경우, 수요 및 공급 측면 에서 다양한 의약품 가격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으며, 실제로 약가 인하라 는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가격 규제가 덜한 국가들에 비해 성공적이라 고 평가받기도 한다(Eger and Mahlin, 2014).예컨대, 규제가 적은 미국 의 처방약에 대한 소매 가격을 가지고 유럽 내 가격과 비교해보면, 주요 유럽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약가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볼 수 있다 (Kanavos and Vandoros, 2011). 오리지널약의 경우 다국적기업의 국 제적 가격 전략의 일환으로 협상을 통해 가격이 정해지므로, 국가 간 가 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고 (Danzon and Chao, 2000), 한국 역시, 오리지널약 보험약가는 다른 나라의 평균적인 수준 이라고 한다(배은영 2007). Verniers et al.(2011)의 연구를 봐도 한국에서 출시되는 해외 신약 가격은 타 국가들의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지만, 출시 시기를 보면 타 국가들에 비해 늦게 신약이 출시되는 경향이 있다.

의약품 가격 정책이 가격 자체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제약 기업들의 다양한 전략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봤을 때, 우리나라 제약산업 환 경에서 국내 제약 기업의 R&D가 의약품 가격정책으로 인해 어떻게 영향 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제약기업의 R&D 투자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이유로 그 동안 이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가능했었고, 이론 및 실증 연구가 진행되었던 선진 국의 경우 의약품 정책이 R&D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 다. 물론 제약산업 환경이 상이한 선진국과 직접 비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나 정책적 함의 도출에 시사하는 바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국내 제약 산업의 R&D 투자에 주는 정책적 함의를 보기 위해 국내 상 황을 살펴보면, 2007년 6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제약회사 중 신약을 개발해 보험목록에 등재한 제약사는 12개 제약사, 12개 품목 에 불과하였고, 대개 복제약의 개발, 판매에 의존하고 있었다(감사원 2008). 또한 복제약 등재품목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높은 편이 었으며, 높은 가격에도 가격 경쟁이 없이 시장 점유율 또한 낮지 않다는 것은 가격 이외의 경쟁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문제점으로 지적 되고 있다(윤희숙, 2008).이에 국내 의약품 가격 정책이 국내 제약 기업 의 R&D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R&D 투자가 반드시 혁신적 신약 개발을 위해 집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Light and Lechin, 2012) 에 먼저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더불어 의약품 약가 정책에 있어 규 제가 시행되더라도 국내외 모든 제약회사들에 대해 공평하게 시행되지 않 는 국가의 국내 제약 기업은, 자국 내에서 혜택을 누림으로써 저품질 의약 품 생산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