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2. 교육
2.3. 요약
지금까지 농촌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또는 주민 공동체)을 구성하여 아동·청소 년을 위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천가 대상 면담 조사 결과를 살펴보았다. 주 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피면담자들이 교육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게 된 배경 에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할 기관이 부족한 농촌의 현실이 존재하였다. 도시 와 달리 학원 등 교육시설이 없는 탓에, 방과 후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할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 학부모와 주 민들이 단합하여 해결책을 찾게 되었고, 직접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교육 공동체를 구성하는 시도로 이어졌다. 이는 피면담자들이 강조한 바와 같이, 지역 과 교육은 함께 가야 하며, 아이들을 위한 교육 역시 학교가 아닌 지역 안에서도 이 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면담자들은 학령 인구를 위한 최소한의 교육환경이야말로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필수적인 정주여 건이라는 점에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지역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활동 으로 여겼다. 동시에,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 서비스 제공은 참여하는 주민들에 게도 자신이 가진 전문성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 전략을 취한 이유는, 앞서 돌 봄 및 아동복지 영역에서 살펴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아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의 활동 목 적에 부합하고, 필요한 정부 지원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설 립이 용이한 일반 협동조합을 선호하는 경향도 동일하였다. 향후 교육 서비스를 넘어 돌봄 등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데 사회적 경제 조직의 형태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공익성을 가진 비영리 주민 공동체임 에도 사회적 경제 조직을 설립하지 않은 사례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준수해야 할 의사결정 구조 등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설립 과정을 더욱 단축하길 희망하였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교육 서비스 제공 시 체감하는 조직의 강점으로는 지역의 아이들에 대해 지역 민인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과, 농촌이기에 생태교육 등 다양한 교육적 실험이 가능하며, 교육에 참여한 모두가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 다. 또한 협동에 기초한 사회적 경제 조직이기에, 활동 시 이해와 배려가 자연스럽 다는 점도 강점으로 언급하였다.
반면 주민들로 이루어진 조직이라는 이유로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의 질이나 전 문성을 (특히, 활동 초기에) 인정받지 못하거나, ‘교육은 학교가 해야 한다’는 편견 에 부딪혀 학교의 협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낯선 행정 업무로 인 한 부담, 농촌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 규정도 조직의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었다. 피면담자들은 공간 확보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하였다. 아무도 사용하 지 않고 비어 있는 공공시설이라 할지라도, 교육 서비스 제공의 사회적 가치와 필 요성만으로 주민들의 사용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종의 특 혜로 간주하여 반대 목소리를 내는 주민들이 있다는 점도 앞선 면담 조사 결과와 동일하였다. 조합원(구성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을 담보할 수 없어 소수가 헌 신해야 조직 운영이 유지되는 상황도 유사하였다. 한편, 귀농·귀촌인의 주도로 구 성된 조직은 지역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활동을 이해시키는 지난한 과정 을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토박이가 아닌 경우 조직 운영에 더해, 토박이
주민의 오해를 불식하는 일까지 이중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그 외, 교통수단이 미비한 농촌 지역의 특성상 아이들이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과, 위탁사업 수행 시 운영비는 지원받을 수 있지만 인건비는 여전히 공백 상태로 남 아있다는 점도 피면담자들이 인지하는 어려움으로 드러났다.
유관 조직과의 연결망에 대해서는 피면담자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네트 워크 활동은 상호 배움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자, 교육을 매개로 한 지역통합의 시발점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새로운 사회적 경제 조직과 실천가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터이자,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힘을 싣는 ‘바람막이’가 되어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촘촘히 조직된 협력 연결망에 기초한다면 농촌에서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면 단위까지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돌봄을 구석구석 전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확인되었다.
조직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는 정부 및 지자체 사업의 수탁과 수 익사업 확장을 꾸준히 시도한다는 입장과, 구성원 각자 생업을 병행하면서 조직 은 현상 유지가 되는 정도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상반된 입장이 동시에 관찰되었 다. 후자의 경우 대개 사업 수탁만으로는 운영 인력의 인건비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구성원 각자 생업에 의존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원활한 조직 운영을 위한 필수 요건에는 아이디어를 사업계획서로 구현하 기 위한 익숙지 않은 서류 작업에 대한 자문, 함께 활동할 인적 자원 및 이들의 활동 을 촉진할 경제적 지원 등이 포함되었다. 농촌 아동청소년의 교육을 위한 법과 조 례의 필요성도 언급되었는데, 귀농·귀촌인과 같이 지역에 뿌리가 없는 주민도 활동 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 외 아동·청소년 교육 에 대한 정부 지원이 농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피면담자들이 지역의 아이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면서 얻게 된 주요 성과는, 무조건 큰 도시로 유학을 보내던 과거와 달리 우리 아이들을 우리 지역에 서 교육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역에 확산되었다는 점이었다. 또한, 사회적 경제 조 직, 특히 협동조합의 생존율이 높지 않은 가운데, 조직을 여태 유지하는 자체만으 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피면담자들은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오래도록 거주할 수 있는 공간 으로 지역을 탈바꿈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밝혔다. 지역이 함께 길러낸 아 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지역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직의 활동을 통해 지역의 교육환경이 개선되면, 자녀가 있는(생길) 새로운 젊은 세대의 유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지역 발전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는 결국 농촌에서 주민들이 사회적 경제 조직 혹은 주민 공동체를 조직하여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활동이, 지속가능한 지역(농촌) 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교육을 매개 로, 지역 전체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상기한 조사 결과는 농촌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 서비스의 부족이 지역의 소멸 위기를 초래하는 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민들이 사 회적 경제 조직이나 공동체를 조직하여 아이들에게 직접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은 이 같은 농촌의 위기를 극복해가는 일례로, 도시와는 달리 농촌이 교육이 라는 필수적인 정주여건을 실제 어떻게 채워가는지, 채워갈 수 있는지에 대한 가 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피면담자들이 지적하였듯, 주민 강사 활용 등 농촌 교육 공동체의 활동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지침,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낮은 이 해, 교통(차량)지원 및 인건비 지원의 부재 등 조직 운영과 활동의 안정성을 저해 하는 현실의 장벽은 만만치 않다. 사회적 경제 전략을 활용한 농촌의 자구적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이를 지원하고 촉진할 정부 차원의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