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2. 교육
2.4. 소결
마지막으로, 피면담자들은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오래도록 거주할 수 있는 공간 으로 지역을 탈바꿈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밝혔다. 지역이 함께 길러낸 아 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지역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직의 활동을 통해 지역의 교육환경이 개선되면, 자녀가 있는(생길) 새로운 젊은 세대의 유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지역 발전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는 결국 농촌에서 주민들이 사회적 경제 조직 혹은 주민 공동체를 조직하여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활동이, 지속가능한 지역(농촌) 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교육을 매개 로, 지역 전체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상기한 조사 결과는 농촌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 서비스의 부족이 지역의 소멸 위기를 초래하는 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민들이 사 회적 경제 조직이나 공동체를 조직하여 아이들에게 직접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은 이 같은 농촌의 위기를 극복해가는 일례로, 도시와는 달리 농촌이 교육이 라는 필수적인 정주여건을 실제 어떻게 채워가는지, 채워갈 수 있는지에 대한 가 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피면담자들이 지적하였듯, 주민 강사 활용 등 농촌 교육 공동체의 활동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지침,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낮은 이 해, 교통(차량)지원 및 인건비 지원의 부재 등 조직 운영과 활동의 안정성을 저해 하는 현실의 장벽은 만만치 않다. 사회적 경제 전략을 활용한 농촌의 자구적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이를 지원하고 촉진할 정부 차원의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라, 그로 인한 교육환경의 열악함이 지역의 존폐 위기를 가늠할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된다는 점이었다. 통폐합으로 학교가 사라진 지역의 인구가 더 빠르게 감소 하는 등 교육기회 박탈을 넘어 지역공동체까지도 붕괴될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이러한 이유로 농촌에서는 폐교를 막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계속되어 왔으며, 오늘날 지역 내 아이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사회적 경제 전략은 학령기 자녀를 가진 젊은 귀농·귀촌인과 원주민이 중 심이 되어 함께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나타난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방과 후 아이들이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고 서 비스(프로그램) 종류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우리 지역 아이들은 우리가 가장 잘 안다’는 강점과 주민들이 가진 다양한 역량 및 전문성이 결합한 결과였다. 이는 교 육을 매개로 지역(민)과 학교가 협력하는 마을교육공동체로서, 지역의 교육력을 회복하고 지역공동체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조직의 활동 범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그치 지 않고 노인돌봄, 생활서비스 등 지역의 관심이 시급한 이슈 전반으로 확대되기 도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 속에서 노하우와 실행력을 갖춘 탄탄한 주민 공동체로 거듭난 데다,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사회적 가치를 추 구하려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특성 자체가 이러한 활동들을 담아내기에 적합하다 는 평가였다. 교육 활동을 하며 다른 주민들로부터 그 공익성과 진정성을 인정받 은 점 역시, 조직의 활동을 확장하는 데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농촌에서 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 조직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적지 않다.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중심으로 필요한 개선점을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경제 전략에 기초한 교육 활동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서는, 학교의 적극적인 협조와 더 많은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 록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학교와 지역이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은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위 탁받아 수행하는 경우가 다수로 지역 내 학교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
에서 교육은 학교가, 마을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 것을 요구하는 사 례가 적지 않다. 아이들을 지역에서 함께 교육하고 길러낸다는 개념에 익숙지 않 을뿐더러, 교사가 아닌 주민 조직이 제공하는 교육의 전문성을 우려하는 탓이다.
또한, 자녀가 성장해 학령기를 지나게 되면 조직의 활동에 대한 관심과 적극성이 떨어지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반드시 학교와 일체 관계인 것은 아 니며(신서영·박창언, 2019: 96), 아이들을 건강한 지역민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마을과 마을 주민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실천하 기 위한 출발점은, 교육을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의 과제 로 바라보는 인식의 확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방과후 학교 등 교육사업이 농촌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보완 해야 한다. 농촌에서 교육 활동을 하는 조직들이 겪는 주요한 어려움 중의 하나는 교통 여건이 열악해 아이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운영 지원에는 차량 등 교통 지원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가 필요한 아이들이 배제되거나, 안전과 비용 등의 부담을 안고 자체적으로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상 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사업 대상 범위가 결정되다 보니, 바 로 인접한, 그래서 물리적으로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아이 들에게는 필요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또 한 농사를 짓는 고령자를 포함한 다양한 주민들이 교육자로 활동에 참여하지만,
‘전형적인 강사’가 아닌 이유로 운영 요건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점도 원활한 활동 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업의 운영 기준과 지원 내용의 재고를 통해, 농촌 의 주민 공동체이자 사회적 경제 조직인 이들이 지역 상황에 더 적합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자체 차원에서 공간 지원을 고려하여야 한다. 사회서비스 영역의 사례 와 마찬가지로, 농촌에서 교육 활동을 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필요한 공간을 구하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지역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유휴시설이 있 음에도, 실제 이용을 위해 주민과 지자체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운 좋게 학교나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전용 공간을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마을회
관 등 공용시설의 한 켠을 눈치 보며 이용하는 처지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의 활동이 시장과 행정력이 닿을 수 없는 지역의 필요를 주민들 스스로 해소해나 가는 시도인 만큼, 지자체는 이를 위한 공간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지원하 여야 한다.
넷째, 조직의 운영 안전성과 자생력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별도의 지원이 요 구된다. 조사에서 드러난 절실한 지원 중의 하나는 바로 인건비에 대한 것이었다.
대개의 조직이 교육사업 위탁을 위한 행정 업무가 낯설어 부담을 크게 느끼는 데 다가, 이 일을 책임지고 수행할 상용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마저 없어 조직을 유 지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피면담자는 주민들을 설득하여 교육 활동을 위한 조직을 구성해 내는 것 자체가 결코 녹록하지 않은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 에 대한 지원이 부재한 점이 아쉬움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지역에 필요한 교육 서 비스를 제공하는 일에는 비단 강사만이 아닌 행정을 담당할 인력도 요구된다는 점 을 고려한다면, 중간지원조직을 활용한 행정 업무 관련 자문은 물론, 별도의 인건 비 제공을 통해 조직 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다섯째, 네트워크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지역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면담 조 사에 참여한 실천가들은 네트워크 활동이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였 다. 그 이점에는 협력과 연대, 가용 자원의 확대, 벤치마킹 등이 포함되어 사회서 비스 분야에서의 조사 결과와 유사하였지만, 교육 분야의 경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조직을 인큐베이팅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 가능 지역을 촘촘히 확대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이는 지역 면적이 넓고 인구 가 산재되어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에서, 아이들이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유용한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네트워크 활동이 가능한 배경으로, 정례적인 모임과 상시 접촉이 가능한 안정적인 장소의 존재와 허브 역할을 하는 주도적인 조직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네트워킹 활성화를 위한 지역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상기 두 요인의 확보를 어떻게 보 장할 것인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