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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집행과 예산법률주의

문서에서 재정법제 (페이지 172-176)

예산법률주의는 국회에서 의결된 예산안을 포함한 예산법률이 엄격 히 예산집행을 심사하는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옳은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예산 의 법적 성격을 구명하여야 한다. 말을 바꾸어 하면 예산법률주의에 서 예산법률의 성격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예산비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서 예산은 구속력이 없는 국가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보충적인 설 명이 필요하다. 첫째, 예산은 국가기관에 대해서도, 그리고 대국민과 의 관계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둘째, 그러나 예산은 국가기관 내 부에서는 일종의 행위준칙으로 기능하며, 따라서 이러한 측면에서 예 산은 국가기관내부에서의 구속력은 있다. 따라서 예산에 의하여 제시 된 준칙을 위반하는 경우 징계책임이 있다. 이는 주로 행정부 내부에 서 이루어지는 감독기능으로 나타나며, 또 특히 감사원의 감사의 기 준으로 기능한다. 셋째, 예산은 국가기관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준칙으 로 기능한다. 따라서 예산은 한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을 통제하 는 기준으로 기능한다. 특히 이 점은 국회가 행정부를 통제하는 기준 으로 작용한다. 다만 여기에 있어서도 다시 제한이 있다. 예산의 구속 력은 세출예산의 수권과 관련하여 예산총액을 초과해서는 안된다든가 다른 항목으로 유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가지며, 예산지출의 의 무를 근거짓는 것은 아니다.254) 세입작용과 관련해서는 예산은 처음부

254) 이 점에 대해서는 이덕연, 예산과 행정법의 관계-경제성통제, 135면 참조.

터 대내적 및 대외적인 구속력은 없다.

이에 비해서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는 경우 예산은 법률의 형식으 로 띤다. 다만 예산법률은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이 일반 법률과는 다 른 성격을 갖기 때문에 예산의 법적 성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예산법률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어 왔다.255) 초기에 예산은 법률의 형식 을 띨 뿐 실제는 행정작용으로 이해되었다. 예산법률은 국민과의 관 계에서는 물론 국가기관에서 대해서도 어떠한 권리와 의무를 성립시 키지 않는다. 예산법률을 의결하는 의미는 미래 이루어질 지출에 대 한 정부의 책임을 면제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 해는 현재는 극복되어 있다. 오늘날 독일에서 예산법률은 법적 구속 력이 있는 규범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예산법률 은 여전히 일반 법률과는 구분된다. 즉 예산법률은 추상적 일반적 규범은 아니며, 외부적 효과를 갖지 않는다. 예산법률은 수권규범이 며, 의무규범은 아니다. 예산법률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국가기관을 수 범자로 하는 기관법(Organgesetz)이다. 예컨대 예산법률에 일정한 보조 금 규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이 보조금을 청구하는 권리를 갖지 는 못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에 관하여 특별한 법적 근거가 있거나 적어도 행정관례가 존재하여야 한다. 다만 예산법률도 법률이기 때문 에 규범통제의 대상이 되기는 한다.256)

(2) 국회의 예산결정에 대한 엄격해석

예산의 집행은 국민의 권리의무관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 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국민의 법적 지

255) 이에 대해서는 장선희, 전게논문, 5면 이하; Gunter Kisker, 전게서, 245면 이하 등 참조.

256) BVerfGE 20, 56(92) 참조.

위는 더 이상 국가의 개입과 불개입이라는 단순한 기준에 따라서 결 정되지 않고,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형성,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재정 투입의 여부 및 정도, 그리고 내용 및 수준에 의하여 중요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예산지출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의도에 따라서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헌법적 명제이다. 다 만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예산 자체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련되는 문제를 규율대상으로 하여야 하며, 또 이에 대한 법적 통제기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예산의 재정적 중요성에도 불구하 고 정확한 통제를 위한 실질적 및 규범형식적 조건을 예산이 가질 수 없다는 한계가 있으며,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위에서 설명하였다.

예산집행에 있어서 국회가 실질적으로 통제를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예산과 관련하여 법제화된 국회의 의사는 엄격히 해석하여야 한다.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국가재정법 제45조), 예산의 예외적인 항목전용(국가재정법 제46조), 예산이월의 원칙적인 금지(국가재정법 제 48조), 예비비의 총액 및 지출항목에 관한 규정들(국가재정법 제22조), 계속비의 적용대상(국가재정법 제23조), 명시이월의 허용 조건에 관한 규정(국가재정법 제24조) 등이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 예산집행에 있어서 예산법률의 구속력의 한계

그러면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는 경우 위에서 언급한 예산집행에 있어서 국회통제의 한계가 극복될 수 있는가? 이 점에 있어서 예산법 률주의가 예산비법률주의에 비해서 어느 정도 효용성이 있을 수 있 다. 그러나 실제 효용성이 있기 위해서는 예산의 기능이 포기되어야 하는 대가가 따르는 것이 문제이다.

예산법률주의에서 예산법률이 대외적 효력이 없지만 기관법으로서 국가기관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예산법률주의의 형식을 띠는 예산이 구체적인 집행의 세부적인

내용, 그리고 세출의 시점 등을 정확히 규율하는 경우 이것이 행정부 의 예산집행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세부적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위법의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 나 예산법률주의가 실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는 없다. 다음과 같 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이미 언급했듯이 예산법률주의에서 예산법률 은 수권법이지 의무를 부과하는 법은 아니다. 따라서 예산법률상의 세출의무에 관한 규정은 법률에 특별한 근거가 없는 한 집행에 대한 통제기준이 될 수 없다. 이 경우 법률유보의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어 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법률유보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257) 거꾸로 법적으로 지출의무가 있지만 이러 한 지출이 예산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이 는 일반론으로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국회의 재정통제기능에 직접 관 련된 문제는 아니다.258) 둘째, 예산법률주의에서도 예산법률이 예산지 출의 구체적인 실현방법 및 시점을 정확히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집행권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른 판 단에 유보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의 예산법률은 주로 예산의 집행이 경기친화적이어야 한다든가 혹은 예산의 집행이 예산 을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정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257) 이 점에 대해서는 예컨대 장선희, 전게논문, 14면; Fritz Ossenbühl, Vorrang und Vorbehalt des Gesetzes, Josef Isensee/Paul Kirchhof(Hrsg), Handbuch des Staatsrechts, Bd.III, C.F.Müller, 1988, 327면 이하 참조. 이 질문에 대해서 독일의 연방헌법재판 소는 예산안에 해당 항목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 예산안에 해당 항목 예산의 목적 이 충실하게 규율되어 있는 경우, 그리고 행정기관에 부여된 합헌적 과제를 수행하 기 위하여 예산이 투입되어 있는 경우에 법률유보의 원칙에 예외가 인정된다는 결 정을 한 바 있다. BVerfGE 8, 155면 이하 참조.

258) 법과 예산의 관계를 법적 결정에 의하여 지배되는 경우, 예산의 재정적 결정이 지배하는 경우 상호 공조속에서 조정되어야 하는 경우로 나누어 분석하는 문헌으 로는 이덕연, 예산과 행정법의 관계-경제성통제, 138면 이하. 이밖에 예산과 법률의 불일치를 시정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에 대해서는 박종수, 재정국가와 법치국가-영 원한 평행선인가?, 48면 이하; 이동식, 전게논문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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