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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참여

문서에서 재정법제 (페이지 39-55)

여기서 대두하는 특별한 질문은, 의회의 동참이 예산의 외양적인 요 소에 언제나 포함되느냐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의회가 심의하고 공포한 것이라야 예산이라고 표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그를 필수요건으로 삼는 관점에서 보면 예산의 범위는 좁게 해석된다. 정 상적인 국가의 예산의 범주를 벗어나는 모든 재정분야는 예산의 성격

을 잃어버려 그 지위가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산안의 편성, 심의, 의결의 단계를 거친 좁은 의미에 있어서의 예산은 정상적 인 정부예산 자체에 한하고 광의의 의미에 있어서의 예산, 즉 국가의 재정작용 전체를 망라하는 의미 속에는 적극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 국회의 참여가 배제된 단면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존재 또한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면 국가재정영역에서의 민 주적 정당성 확보라는 명제를 위해 국회가 모든 국가재정의 전단계에 서 세세한 사항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민 주적 정당성 부분을 논의하자면 사실상 행정부도 민주적 정당성을 갖 춘 기관으로 보아야 한다.35) 정책제시 영역과 행정 기술적 영역을 분 리하고 있는 행정부의 이원화 운영을 두고 민주적 정당성의 결여라고 폄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36)

그렇다고 행정부가 국회의 고권적인 예산간섭권의 범주를 자의적으 로 벗어날 수 있다는 해석은 불가능하며, 그 요건과 범위와 한계는 법률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연방기본법 제108조상의 재정의 관리에 관한 규정을 보면, 독일의 연방재정담당부처가 재정의 관리를 위해 적용할 절차는 연방법률로

35) 때문에 연방기본법 제111조에서는 예산승인 이전의 지출에 대한 사항에 대해서 도 규정하고 있는데, 한 회기가 끝날 때까지 다음 회기의 예산안이 법률로 확정되 지 못할 경우, 새로운 예산법의 확정시까지 연방정부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 는 데 필요한 모든 지출을 집행할 권리를 가진다:

a) 법률에 의해 설치된 시설을 유지하고 법률로 결정된 조치들을 실행하기 위해 b) 법적인 근거를 가진 연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c) 이전 회기의 예산안에서 그 지출이 정해진 건설, 조달, 기타 업무를 계속 집행하 거나 그러한 목적의 보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동조 제1항). 또한 별도의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조세, 공과금, 기타 수입원으로부터 수입과 사업체보 유자산이 1항에 따른 지출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는 경제운용의 지속을 위해 지난 회기의 예산안 총액의 사분의 일 이내에 해당하는 액수를 차입할 수 있다(동조 제2항).

36) Hoffmann-Riem, Wolfgang, Finanzkontrolle der Verwaltung durch Rechnungshof und Parlament, in: Verwaltungskontrolle, hrsg. von Wolfgang Hoffmann-Riem/Eberhard Schmidt- Aßmann: Baden-Baden: Nomos-Verl.-Ges. 2001, S. 83f.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각 주의 재정담당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적용할 절차에 대해서는 연방참의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연방법률 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동조 제5항). 나아가 재정관련 소송에 대해서 도 연방법률에 의해 통합적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고(동조 제6항) 연 방정부는 일반적인 행정시행령을 공포할 수 있으며, 그 행정부처가 각 주의 재정담당부처와 자치단체보다 상위에 있는 경우 그 시행령은 연방참의원의 동의를 요하도록 하고 있다(동조 제7항). 따라서 국회가 모든 국가재정의 전단계의 사항에 대한 책임을 질 수는 없겠지만 입 법을 통해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인해, 예산을 통해 재정자 원을 마련한다는 순수한 정치적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의회의 참여가 구조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예산과정에서 의회가 전문성을 갖 춘 심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서 부터 성실한 조언자이자 사전 작업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재정 부이다. 이러한 구조적 장치들은 재정부가 한편으로는 의회가 예산운 영과 관련된 권한을 실행하는 것을 돕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재정부 자체의 조정 및 감시 기능을 충족시켜 나가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권한과 책임, 그리고 예산정치적인 측면에서 이중의 역할수행을 통해 재정부 의 권력상실에 대한 잠재적 두려움과 그에 따르는 새로운 재정권한배 분에 대한 개혁저항을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 라고 해석된다.

예산은 기간상으로 특정된 회계 연도의 수입과 지출을 포함하는 것 이다. 당해 연도 예산에 대한 집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기 위해서 요구되는 국회의 의결확정이라는 절차는 마치 법이 법률 로 공포되어야 비로소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예산으로서의 법적 효력을 가지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는데, 그 확정의 법적 의미 또는 성격이 의문이다. 정부가 예산을 실질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편성과 심의, 의결, 확정까지의 단계를 거쳐야 하 는 것이 필수적인바, 예산의 확정단계가 그 예산에서 지정하고 있는 지출을 비로소 구속력 있게 만들어준다고 해석되어지며, 즉 법적으로 는 사전승인의 의미로 유추된다.37)

그리고 이 승인은 특정한 국가조직에 특정한 목적으로 세목별로 지 정된 지출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형식을 띤다. 예산의 특성을 고려 하여 살펴보면 이 승인의 법적 구속력의 의미는 예산지출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지출 그 자체에 연동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예산에서 제시되는 지출의 대상은 보통은 개별조직을 대상으로 설정되지는 않 는다. 그리고 지출의 집행이 개별 예산집행주체에 완전히 위임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산상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재원을 사용할 것인지 등을 개별 예산집행주체들이 자의로 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여 예산의 승인행위가 법률의 경우처럼 경직된 법 률유보주의의 의미까지 확대되어지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승인절 차를 통해 주어진 재정수단의 지출, 즉 사용에만 연결되어 있고 경직 된 구속력의 근거로까지는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38)

제 5 절 독일에서의 예산법률주의 논의

독일의 경우 예산제도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프로이센을 통해 영 국과 프랑스의 예산제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영 국은, 과세를 둘러싼 국왕과의 분쟁 때문에 일찍이 의회제도가 발달 했으며, 법의 지배라는 이데올로기 안에서 광범위한 사항들이 의회가

37) Werner Heun, Werner Heun, Staatshaushalt und Staatsleitung: das Haushaltsrecht im parlamentarischen Regierungssystem des Grundgesetzes, 1. Aufl., Baden-Baden: Nomos Verl.-Ges., 1989, S. 260 f.

38) 장선희, 예산의 법규범성에 관한 연구, 공법학연구 제6권 제3호, 2005, 234면.

제정하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다. 그러나 영국이야말 로 재정에 관한 사항들이 의회의 권한으로 되기까지는 의회가 법률제 정에 관한 권한을 가지게 된 뒤로도 상당히 긴 기간이 흘러야 했다.

그것은, 국왕은 조세수입 외에도 막대한 개인수입이 있는데도 국가의 행정과 왕의 가계가 별다른 구별이 없어서 행정에 필요한 비용도 왕 의 개인수입으로 처리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다 시 말해서, 일찍이 국가재정에 대한 의회의 개입은 군주의 프라이버 시를 침해하는 일로 간주된 것이다. 의회가 세금의 사용처에 대해 발 언권을 가지게 된 것은, 1665년 화란과의 전쟁을 위한 특별세에 전쟁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조항이 도입되고 이를 찰스 2세가 승인 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 뒤, 한편으로 국왕의 개인수입이 제한되 고 조세수입이 국고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국민이 낸 세금이 의회에서 의결한 목적으로 사용되는지를 확인한다는 형식으로 지출에 대해서도 의회의 발언권이 강화됨에 따라 비로소 오늘날과 같 은 의미의 예산제도가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세출에 대한 의 회 발언권이 확립된 역사는 목적세의 사용처 확인이라는 루트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러한 예산법은 오늘날에도 금전법안(Money Bill), 즉 조세와 관계가 있다고 하원의장이 인정하는 법안이라는 형식을 통 해 의회의 권한이 된다. 그래서 영국의 경우 예산법 안에 세법을 가 결한다는 의례적인 행위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예산제도에 서는 ‘단년세주의’가 자연스러운 전제조건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마다 예산이 가결될 때까지 조세부담이 확정되지 않는 상황은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칠 뿐 아니라 국가의 징수업무가 원활하게 이루 어지는 것을 방해하므로, 오늘날에는 소득세만 일년세로 세입예산의 일부로 의결될 뿐 다른 세금은 모두 영구세주의의 범주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영국에서 예산이 법률이라는 형식을 채용하게 된 것 은, 의회가 재정에 관한 발언권을 얻기 위해 세법이라는 형식을 빌린

역사적 경위를 통해서였음은 분명하다. 즉, 의회가 정부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세금의 사용처를 지정하기 위해 법률이라는 형식을 빌렸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예산이 법률의 형식을 ‘빌린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실질적인 의미로는 법률이 아니라는 사실은 다른 법률과의 효력관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영국의 경우, 나중에 제정되는 세출예산으로 그 이전에 제정된 지출에 어떤 제약을 가하는 법을 개정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예산과 법률 사 이에 불일치가 생기는 경우가 있을 것인데, 그런 경우에는 ‘특히 긴급 하거나 임시의 조치를 제외하면 신속하게 해당 법률을 개정하고 조정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프랑스의 예산제도는 정치제도가 그런 것처럼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권력분립에 있어서도 영국을 모범으로 삼아 오히려 영국보다 훨씬 이상적인 삼권분립을 실현했다. 마찬가지로 예산 문제에서도 영 국보다는 이상적인 제도를 완성했다. 예를 들어, 영국은 각 연도별 예 산과는 별개로, 의회로부터 일회적인 승인을 얻어 각 연도의 세출예 산에 계상하지 않고도 지출이 승인되는 ‘기정비’라는 항구예산제도가 있다. 프랑스는 엄격한 단년도예산주의를 채택하여, 원칙적으로 모든 세출을 단일연도의 예산에 계상하는 방식을 실행함으로써 예산을 통 해 해당연도의 전반적인 재정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영 국에서는 세입예산은 의회에 참고사항으로 제시될 뿐 의결의 대상이 되지 못하지만, 프랑스는 세입과 세출 양쪽을 예산으로 간주하여 의 회의 의결에 붙이도록 하고 있다. 예산으로 세입을 통제하는 근거로 는 프랑스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세법을 연관시킨다. 그러나 세법 자 체를 세입예산으로 가결하는 것은 영국의 경우에서 보듯이 무리가 있 기 때문에, 프랑스는 세법 자체는 영구세라는 형태의 법률로 정해두 고, 그 징수인가권을 예산에 포함하는 모습으로 형식화했다. 이 방법 에서는 영국의 경우에 비해 국민생활이나 징수사무에 미치는 영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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